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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48

하루키적 일상 1, 댄스댄스댄스 왠지 불온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오늘 퇴근길에서 겪었던 낯뜨거운 경험을 무마시킬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무라카미상의 신작 소설이 일본에서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하늘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난 그의 전작들을 읽으며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첫 작품으로 '댄스댄스댄스'를 택한 난, 출퇴근 지하철에서 꺼내 들고 읽은지 5일만에(중간에 주말이 끼었다) 2권으로 넘어왔다. 그게 일요일 아침이었고, 월요일 출근길에선 110페이지쯤을 읽었는데, 문제는 오늘 퇴근길 2권 140페이지, '7.국제적 콜걸 조직'이란 소제목을 가진 문단을 읽을때였다. '나는 우아하게 선물의 리본을 푸는 것처럼 그녀의 옷을 벗긴다. 코트를 벗기고, 안경을 벗시고, 스웨터.. 2009. 6. 8.
정다방 ; 이방인 #1. 역으로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끼-익하고 힘겹게 들어오는 소리가 옆에서 자고 있는 혜숙이년 이빨 가는 소리 같아 영 달갑지 않다. 용산에서 출발하여 3시간을 달려 도착하는 고속열차는 이곳에서 하루 20번 들고 난다. 매일 나를 깨우는 열차는 아침 7시에 사람들을 태워 내달린 녀석이다. 이른 아침 첫 기차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여 2층 창가에 턱을 괴고 쳐다 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된 것도 벌써 1년째다. 무거운 상체를 들고, 눈을 수차례 비비적 거리고 내 이부자리를 침범한 혜숙이년 하얀 허벅지를 제자리로 돌려 놓은 뒤에야 이불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혜숙이년은 내가 자려고 누운 새벽 3시에서 1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술에 가득 취해 내 옆으로 파고 들었.. 2009. 4. 10.
그녀 이름 2 #4 밤 9시가 넘어가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한풀이로 가득찼던 장례장이 한풀 꺾이고, 가족들만이 주저앉아 손수건으로 눈시울 닦고, 멍하니 앉아 벌어진 입에선 간헐적인 신음이 새어 나올 뿐이다. " 나 화장실 좀.." 적막과 들이마신 술을 좀 깰 겸 일어섰다. 1장례장입구엔 검은 구두들이 이리저리 섞여 있다. #5 '제2장례장' 어쩔 수 없는, 장례식장이라 그럴까? 번호 순으로 이름을 매긴 명패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다. 슬그머니 '제2장례장'을 들여다 본다. '古 이선희' 영정사진은 보이지 않지만, 부모로 보이는 두분이 절규하고, 할머님이 주저앉아 '선희'라는 이름을 계속 되뇌이고 있다. "선희야, 내새끼..아이고..내새끼" #6 발인날 다시 올 생각으로, 무겁고, 축 처.. 2009. 3. 29.
그녀 이름 1 #.1 침대 밑으로 푸욱- 꺼져 스프링에 온몸이 찔리는 꿈을 꾸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메스꺼운 헛구역질 나는 그런 꿈이 었다. "따르릉-따르릉" 악몽에서 날 깨워준 고마운 전화 저편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달갑지 않은 사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 영기.." #2 다행히도, 장례식장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을거란 동물적인 본능에 순순히 따라나섰다. 두집상이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곡과 흐느낌, 허탈함. 그것들을 이기지 못해 술에 뭍매를 맞은 사람들. #3 국밥 한그릇에 홍어전 몇개 집어 먹었더니, 목이 칼칼해 소주병을 땄다. "영식이가 올해 몇살이었지?" "서른하나.."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키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영기가 대답한다. "장가도 .. 2009. 3. 29.
전시회 계획서_(조우하다) 전시회 계획서 遭遇(そうぐう) 조우 목적 : 숨어 지내던 감성과 이성을 만나기 위한 전시 주제 : 미정 일시 : 2009년 말이나 2010년 봄 장소 : 서울 고월을 만들고 있는 아마추어 포토에세이스트 신소와 어쩌면 더 훌륭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켄지의 포토와 에세이. 주제를 정해서 사진을 찍고 몇 줄의 글을 적는다. 그리고 같이 하면 좋은 것들. 예를 들어 켄지는 8미리 카메라로 주제에 따른 본인 취향의 영상을 찍어 전시회장에서 플레이를 하거나 또는 비디오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또는 짧은 영화를 찍는다. 같은 주제로 서로 어떤 사진이 나올까. 어떤 글이 나올까. 굉장히 흥미로울것 같아. 왜 전시회를 하기로 했냐면 조금은 다른길을 가고 있지만 잃어버리거나 잊지 않기위해서. 나의 감성을. 오빠랑 해보.. 2009. 2. 21.
강변북로 2월 14일. 오후 4시 수서에서 신촌까지 가는 강변북로에서 본 서울 하늘은 잔뜩 흐렸고, 뿌연 연막이 깔린 듯. 최루탄과 땀이 엉킨 냄새가 난것 같기도 했다. 차 안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과 DJ의 목소리를 빌려 속내를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 맞닿았고. 하품이 나오고, 콧물이 말라버릴만큼 고루한 토요일 출근이지만. 신촌에 다와갈때쯤엔 하늘은 카푸치노 우유거품이 되어 있었다. 2009. 2. 17.
카페 설경 창밖에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빨간 롱코트를 입은 여자의 시리게 하얀 손이 검은 점퍼를 입은 남자의 두 볼로 향하고 목 좋은 모퉁이 포장마차의 뜨거운 오뎅 국물 김은 허기를 달래는 손님들이 '허-'하는 입김과 맞닿는다. 카페 여직원의 손톱깎는 소리와 왼쪽 끝 자리 손님의 책장 넘기는 소리 전시장을 들낙거리는 또각또각 굽소리는 야릇한 긴장감이 묻어 적막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난, 보고 싶던 사진 전시회를 이렇게 조용하게 감상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어제 뽑은 치아 때문에 아이스커피를 먹고 있는데 맛이 괜찮다. 2009. 1. 25.
몸살 몸살 1 몸이 몹시 피로하여 일어나는 병. 팔다리가 쑤시고 느른하며 기운이 없고 오한이 난다. 몸살 2 낯선 차가운 돌바닥에서 홑이불로 자면 일어나는 병. 머리가 무겁고 눈이 튀어나올 거 같으며 목관절이 결리고 콧물이 난다. 2009. 1. 8.
호주여행 아마 드라마 제작팀 막내였나보다. 해외 로케에 대한 보고를 본부장앞에서 하는 중 본부장께서 막내도 데려가지 하셨다. 난 꿈 속에서 정말 좋아했었다. 휴일 아침 참 달콤한 꿈을 꾸었다. '아, 꿈이었구나.' 이런 허탈함도 못 느끼게 몇 시간 뒤에 생각난 꿈. 잠을 많이 자니 별 꿈을 다꾼다. 어제 군산 일정이 조금 무리였던거 같기도 하고, 물론, 지금 인상깊게 보고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영향이 너무 많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암튼, 호주엘 간다란 것은 참 설레는 일일 것 같다. 2009.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