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드릴 인터뷰는 하루키와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던 독일의 대표 주간지인 슈피겔지와의 서면 인터뷰입니다. 단편집 <1인칭 단수>의 독일 번역 출간에 맞춰 이뤄진 인터뷰이고요. 인터뷰 타이틀은 '의식의 바닥으로 부터 영감을 얻는다'라는 하루키 독자라면 익히 들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하루키식 명제입니다. 그러면서 하루키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 고양이, 맥주 등에서도 캐쥬얼한 이야기도 오고가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1949년생으로 72세인 하루키에게 있어 가볍지 않은 주제인 '노화'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고 되어 있네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시작해볼게요 :D
하루키 21년 3월 독일 슈피겔紙 인터뷰 "의식의 저변으로 부터 영감을 얻는다." |
Q: 무라카미씨는 지금 계속되는 있는 이 이상한 침체된 시기를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소설가로서도 아무래도 많은 부분 위축되고 활동이 축소된 부분은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일상은 코로나 시국에서 사실 크게 변한 것은 없답니다. 저는 원래 아웃사이더로서 지내길 좋아했고, 특별한 제한 없이 매일매일 글쓰는 일상에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예전과 같이 많은 음악도 듣고 말이죠. 해외 여행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은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제 소설가로서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답니다.
Q: 새 단편집 <1인칭 단수>는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단편들 모두 동일한 1인칭 화자가 말하고 그의 삶 속의 추억을 꺼내어 보는 이야기들입니다. 이야기의 감정은 각기 다른 단편들이 진행되어 가면서 다소 어두워지는데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픈 마음이셨나요?
음 글세요. 저는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그런게 느껴지셨다면 제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요. 제가 영원히 16살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Q: 비틀즈의 유명한 곡 <A day in the life>는 존 레논의 도입 부분, 폴 매카트니의 중간 부분 그리고 레논의 마지막으로 구성되죠. 두 사람다 곡의 전체를 만들진 않았지만 이런 조합은 팝 음악 역사에 가장 훌륭한 노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무라카미씨의 새 단편집 <1인칭 단수> 역시 존과 폴의 방식으로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단편 소설 이든 장편 소설 이든 항상 어떤 방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계획없이 글을 씁니다. 즉, 이야기를 쓸 때 모든 종류의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줄거리에 흘러 들어가게 되죠.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저에게 있어 글쓰기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저는 소설을 쓸 때 누군가와 함께 협업을 한 경우는 없답니다.
Q: 일본의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인 킨츠키가 있습니다. 깨진 그릇이나 접시의 틈을 금으로 채워서 마감하는 수공예 방식인데요. 이것이 무라카미씨 이번 작품의 작업 방식과 비슷했을까요?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집에서 킨츠키 방식으로 만들어진 그릇으로 요리를 많이 해 먹습니다만, 이런 관점으로 제 글을 쓴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답니다.
Q: <1인칭 단수> 작업을 하시면서 오래된 메모나 일기 등을 참고하셨을까요?
저는 지금껏 일기라는 것을 써보지 않았답니다. 아마 3일 이상 쓴 적이 없을 거에요. 저는 메모 조차도 하지 않는 답니다. 글을 쓸 때 너무 많은 준비와 노력은 안하려는 습성이 있답니다. 저는 제 의식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것들을 느끼고 찾아내어 그것들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Q: 이번 단편집의 주인공은 1인칭 화자는 20세 정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를 인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기로 생각할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대에 대한 제 기억은 특별히 좋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피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답니다. 제게 그 시절은 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그럼 무라카미씨에게 가장 좋았던 나이는 언제였을까요?
풀 마라톤에서 최고 기록을 냈던 1992년 43세였네요.
Q: '음악'이 거의 모든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씨에게 의미있는 첫번째 노래는 무엇인가요?
쉘리 패바레이가 부른 <Johnny Angel>이란 노래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1962년의 어떤 풍경과 당시의 어떤 소녀가 떠오른 답니다.
Q: 만약 '음악'이 없었더라면, 무라카미씨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글세요. 잘 모르겠어요.
Q: 모든 인간은 학창시절 급우들, 친구, 회사 동료, 이웃 등 많은 사람들과의 단편적인 기억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에 따라 어떤 것들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것이 있을 수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좋든 나쁘든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 겁니다. 지닌채 살아갈 수 밖에 없죠.
Q: 단편 <사육제>에서는 작곡가 슈만과 그의 음악인 <Carnaval>을 소재로 우리 의식의 깊은 곳으로 부터 악마를 유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어두운 악마적인 부분을 일깨워 주는 접근 방식이 무라카미씨의 작업 방식 중 하나일까요?
슈만의 <Carnaval>을 소재로 사용하면 (또는 일반적으로 그의 음악에서) 광기를 길들이는 방법은 광기 뿐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광기에는 항상 아름다움도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Q: 문학 작품에서 '꿈'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꿈을 거의 꾸지 않아서 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Q: 무라카미씨의 작품들이 일본이나 아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도 널리 읽힌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제가 오히려 하고 싶은 질문이랍니다.
Q: 무라카미씨 소설의 주요 주제들은 음악, 야구, 여성 그리고 문학입니다. 이러한 소재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그것들 모두는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들입니다. 말씀하신 것 중에 빠진 것이 있다면 고양이와 맥주 정도 겠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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