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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가 올해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2월 방송은 2주 연속 진행되었답니다. 보통 2개월에 한 번의 패턴이었는데, 2주 연속 생방송이라 깜짝 놀랐답니다. 이번 방송의 주제는 "재즈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재즈 보컬 특집"이랍니다. 하루키가 무라카미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타이틀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준비한 내용이 많은지 2주 연속 편성이 된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재즈 보컬 특집은 2월 16일과 23일 방송 되었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먼저 16일 방송분 1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D

 

https://www.tfm.co.jp/murakamiradio/

*다시듣기: https://www.bilibili.com/video/av89569751?from=search&seid=5364390759618764052

DJ: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다시 또 2월 이네요. 이거 곤란합니다. 뭐 딱히, 곤란할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오늘은 재즈를 조금은 어려워 하는, 잘 접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재즈 보컬 특집입니다. 야심작이라고 할까요. 꽤 대담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꽤 잘 될 것 같습니다. 재즈는 분명히 어려워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재즈란 것은 속을 잘 보여주지 않은 내성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일단 익숙해지면 의외로 친절하고 심오하기도 합니다. 속는 셈치고 오늘은 무라카미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오늘 밤은 가능한 한, 즐겁고 친숙하게 될 재즈 보컬 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분들을 골탕 먹일 생각은 없습니다. 안심하세요. (웃음) 

먼저, 제가 예전 부터 사랑하는 음악을 들어보시겠습니까? 이 레코드는 고교 시절에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잘 듣고 있는 음악 이랍니다. 흑인 보컬 아서 프라이삭이 카운트 베이시 재즈 악단의 연주와 함께 부르는 <I Could Write A Book>입니다. '나는 글을 잘 못쓰지만, 당신에 대해서 라면 1권의 책이라도 쓸거야'라는 노래입니다. 그만큼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로저스 & 하트의 명곡입니다. 이 음악은 노래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번에 특히 들려드리고 싶은 것은 카운트 베이시의 피아노와 프레디 그린의 리듬 기타 부분입니다. 이런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전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이 2인조 밖에 없습니다. 한가롭고 편안한 느낌이지만 곳곳에 스윙이 있습니다. 온 몸에 전율이 와서 마비 될 지경입니다. 고등학생때도 그랬지만, 지금 들어도 여전히 저를 마비 시킵니다. 저는 이 앨범을 모노와 스테레오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2개 모두 가지고 있으면 조금 귀찮습니다. 오늘은 고교 시절에 구입한 스테레오 버전이 걸려있습니다. 고교 시절 부터 들어서, 가게를 하기 시작한 후에도 계속 듣고 있었죠. 그럼에도 이만큼 깨끗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재킷은 상당 부분 낡아 버렸지만요. 앨범 자켓에 당시 피터캣 운영하면서 제가 찍어 두었던 도장도 남아있답니다. 그런데 1명의 여성에 대해 1권의 책을 쓸 때 그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울지에 대해서는 좀 의구심이 듭니다. 남녀 관계라고 하는 것은 이해도 중요하지만, 오해도 그 만큼 소중하니까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네코상? (BGM: 야옹-)
1. I Could Write A Book - Arthur Prysock
DJ: 다음 곡은, 미국 남부 루이지에나 출신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라번 버틀러의 노래입니다. 캐롤 킹과 제리 고핀이 쓴 히트 곡 <Go Away Little Girl>의 재즈 버전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여성이 보컬이기 때문에, <Go Away Little Boy>가 되었죠. 라번 버틀러는 코러스 그룹 램버트 핸드릭스 & 로스의 존 핸드릭스에 의해 발탁 되어 전문 가수가 되었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노래를 부르는게 느껴집니다. 자연스런 호감이 불러 일으켜 진다랄까요. 최근 유럽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이런 우연한 자연스러운 감각은 역시 본고장이랄까요. 재즈의 소울 푸드를 먹고 자란 사람 밖에는 낼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번 버틀러 버전의 이 곡 너무 마음에 듭니다. 2000년에 불어온 바람 같은 곡입니다. 
2. Go Away Little Boy - LaVerne Butler
DJ: 다음은 마이클 프랭크입니다. 마이클 프랭크는 꽤나 '탈진 계'의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로 쳇 베이커를 연상 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경우 대부분 본인의 오리지널 곡이지만 이 경우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오래 듣고 있으면 가끔 졸립거나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하지만 이 곡 <Monk 's New Tune>은 재즈 열기가 넘쳐나, 제 취향의 곡이랍니다. 노래의 주인공은 꿈 속에서 재즈 뮤지션들이 모여 셀로니어스 몽크의 신곡을 연주하는 곳에 있습니다. 몽크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기 때문에, 신곡이 있을 수도 없지만, 이런 멋진 상황이 그의 꿈속에서 제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정말 멋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꿈 이야기라고는 해도 그런 바램이 순수하게 꾸며져 있는 곡입니다. 그럼 몽크의 신곡을 들어주세요. 마이클 프랭크가 노래합니다. 피아노의 러셀 페란테를 비롯한 '옐로우 자켓스'의 멤버들이 훌륭하게 백업하고 있는 곡입니다. 1992년 녹음입니다.
3. Monk 's New Tune - Michael Franks
DJ: 다음은 로레즈 알렉산드리아 입니다. 로레즈 알렉산드리아는 2001년 72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요. 정말 노래를 잘하는 보컬리스트이지만, 일본에서는 왠지 모르게 과소평가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어딘지 모르게 기름기가 더해지는 창법으로 되어가지만, 로레즈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녀가 1981년에 일본에 왔을 때, 긴자의 재즈 클럽에서 공연했는데요. 그 공연장에 찾아 갔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잭 윌슨이었는데. 이는 정말 최고의 조합이었답니다. 한껏 멋부린 소울 가득한 바로 성인을 위한 재즈였죠. 전 잭 윌슨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의 레코드 몇 장을 가져가 사인을 해달라고 했었는데, 로레즈 알렉산드리아의 레코드를 가져 오는 것을 잊고 있었죠. 그것을 보고 있던 그녀는 그만 얼굴이 점점 난처하게 변해갔었답니다. '음, 이거 위험한데'라고 생각한 저는, 바로 집에 연락해 그녀의 레코드 5-6장을 급하게 받아서 그녀의 사인을 받았었죠. 그래서 그녀도 겨우 기분을 고쳐 무사히 기분 좋게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참 좋았던 기억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그게 1981년 4월의 일이었네요. 이 레코드에 그녀의 사인이 있습니다. 로레즈 알렉산드리아가 <I 've Never Been in Love Before>를 노래합니다. '당신 외엔 사랑한 사람이 없다' 1964년 녹음이고, 윈튼 켈리의 프리 재즈 피아노 연주가 일품입니다. 당시 위험했던 제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사인본 앨범으로 즐겨주세요. 
4. I '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Lorez Alexandria
DJ: 조금전에 마이클 프랭크의 창법이 쳇 베이커를 닮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엔 진짜 쳇 베이커입니다. 이 사람, 본직은 트럼펫인데 노래도 있답니다. 지금에 와서는 연주 보다는 보컬 쪽이 오히려 더 잘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The More I See You>를 부릅니다. '너를 보면 볼 수록, 너를 갖고 싶어진다'라는 노래입니다. 1958년 녹음되었는데, 이 무렵부터 그는 헤로인에 중독되어 노래도 연주도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살인지 사고사 인지, 흐지 부지 되는 듯한 수상한 죽음을 맞이 합니다. 어쨌든 쳇 베이커의 노래에는 이상한 중독성이 있어요. 한 번 들으면 귀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그의 탈진계의 창법은 많은 가수에 영향을 주는데, 크리스 몬테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몬테스는 재즈 가수는 아니지만, 베이커의 창법을 팝송에 잘 응용해 성공했답니다. 그의 노래 <The More I See You>는 1966년 전미 히트 차트 14위까지 올랐답니다. 두 가수의 노래를 모두 들어보시죠. 꽤 비슷합니다. 

5. The More I See You - Chet Baker
DJ: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테마 음악이라고 하면 물론 <문 리버>가 유명하지만, 지금 들으실 테마도 매우 멋진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들을 기회는 적지만, 저는 이 음악 예전 부터 좋아했습니다. 듣고 있노라면 영화의 한 장면이 자연스레 떠 오른답니다. OST 앨범의 타이틀은 <Breakfast at Tiffany 's>라고 되어있습니다만, 이 음악 Diane Hubka의 앨범에서는 <Lovers in New York>이라는 타이틀로 바꿨습니다. 원래 가사가 없는 음악이었지만, 가사를 붙이면서 타이틀도 바꾼 것이라고 합니다. 다이앤의 영화 음악만을 모은 이 앨범은 2005년에 녹음 되었습니다. 선곡도 꽤 흥미로운데,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롱 굿바이>의 테마라고 하는 것도 즐길 수 있답니다.
6. Lovers in New York - Diane Hubka
DJ: 커티스 스타이거스라는 가수는 잘 몰랐습니다. 우연히 중고 레코드샵에서 사 온 CD인데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고 진 해리스 재즈 밴드에 참여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중간에 팝 가수로 데뷔했는데, 그것도 만족스럽지 못해 결국 이렇게 다시 재즈를 노래하게 된 것이죠. 2003년에 녹음한 이 앨범에는 킹크스나 밥딜런이나 조잭슨, 빌리조엘 같은 비교적 수수한 곡들이 수록되어 라인업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커티스 스타이거스씨 꽤나 선곡 센스가 훌륭합니다. 그 중에서도 닉로우가 만든 <You Inspire Me> 이 곡은 이 앨범을 듣게 되기전까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노래이지만, "흠"하고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는 황홀한 노래입니다. 들어보시죠.
7. You Inspire Me - Curtis Stigers

 

DJ: 겨울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엔딩곡은 소니 롤린스가 연주하는 <Winter Wonderland> 입니다. 롤린스가 연주하면 뭐랄까 너무 겨울 같다는 느낌이지만, 아직 겨울이라면 겨울이니까요.

오늘의 마지막 멘트입니다.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의 말입니다. 이건 제가 직접 들은 말이랍니다. 1990년대 초 미국에 살고 있을 때, 뉴욕의 블루노트에서 길레스피 밴드의 연주를 들었는데요. 일본에서 온 관광객은 대부분이 테이블에 푹 엎드려 자고 있었답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해서 재즈 클럽 연주가 시작될 무렵이면 이미 시차로 인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입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답니다. 여하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립습니다. 그런데 길레스피란 사람은 워낙 장난스런 사람인지라, 자신의 솔로 연주 타임에 테이블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자고 있는 사람의 귀에 "뷰"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 차리게 했답니다. 정말 웃긴 광경이었지요. 그러면서 길레스피가 한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달라진 것 같아요. 숙면하기 위해 일부러 뉴욕의 재즈 클럽에 까지 오니까 말이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 일요일 방송에서도 계속해서 재즈 보컬 특집을 이어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8. Winter Wonderland - Sonny Rollins

 

'재즈를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즈 보컬 특집" 2탄도 바로 이어서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fi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차산푸른꿩 2020.04.08 14:53 신고

    하루키 상에 관한 상세한 포스팅 너무 좋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