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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송된 무라카미 라디오 12탄입니다. 앞 전 포스팅에서 전해드린 구마모토 성금 사용 보고 토크 이벤트한 바로 다음날 방송을 진행했네요. 이번 12탄은 11탄 "재즈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재즈 보컬 특집" 2탄으로, 2주 연속 진행되는 방송입니다. 

 

https://www.tfm.co.jp/murakamiradio/

 

*다시듣기: https://www.bilibili.com/video/av91190367?from=search&seid=1670561332596637153

하루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재즈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재즈 보컬 특집"을 이어 가겠습니다. 이 기획은 예전 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답니다. 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자신이 없는 사람 들을 대상으로 말이죠. 얼마나 즐겁게 재즈 보컬을 들어 주실까 솔직히 큰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잘난체 하는 음악은 빼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방송 선곡의 기본 컨셉은 '멋진 여성과 또는 남성과 친밀한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혼자 누워 다소 부끄럽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듣고 싶은 음악'입니다. 

처음 곡은 재즈 코러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재즈 코러스 그룹인 램버트 헨드릭스 앤 로스의 노래 <The New ABC> 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ABC송을 재즈로 편곡한 것이죠. 이 그룹은 보컬리즈(vocalese)가 자신 있는 3명의 보컬리스트가 모여 만들어진 그룹으로 1957년 부터 1962년 까지 활약했답니다. 보컬리즈라고 하는 것은 재즈의 기악곡에 나중에 가사를 붙여 노래하는 것을 말하며, 이 창법은 높은 기술과 훌륭한 재즈 감각이 있어야 한답니다. 이런 감각이 바로 이 램버트 헨드릭스 앤 로스 만한 그룹이 없습니다. 흑인 1명, 백인 1명, 여성 1명의 신선한 조합의 보컬 그룹이죠. 얼마전, 영국의 한 현대 뮤지션과 재즈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그가 "어, 그 애니 로스라는 가수, 우리 이모셔" 라고 해서, 저는 "어! 대단하네요!" 라고 했더니 그가 "글세,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라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친척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평가되지 않았던 것일까요. 하지만 애니 로스의 보컬 정말 대단합니다. 
1. The New ABC - Lambert, Hendricks & Ross
하루키: 다음은 2곡 이어서 듣겠습니다.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The Telephone Song>과 앤 버튼의 <It 's A Pity To Say Good Night>입니다. 이 2곡을 이어서 듣는 이유는 모두 마지막의 일종의 '덧붙이는 포인트'가 좋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The Telephone Song>, 이 노래는 스탄 겟츠가 1965년에 내놓은 라이브 앨범 <Getz au Go Go>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겟츠와 아스트루드는 불륜 관계에 있었는데 함께 투어를 돌고 있었답니다. 도중에 싸움을 크게 해서 헤어지지만, 만나는 동안은 꽤나 좋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곡은 앤 버튼의 <It 's A Pity To Say Good Night>, '잘자라고 말하는 것은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노래인데요. 노래 마지막에 마이크에 대고 진짜 키스 소리를 내며 끝납니다. 앤 버튼은 네덜란드 가수로 이 레코드는 1980년 4월 일본에서 녹음되었답니다. 아날로그로 녹음이 되었는데, 마지막 키스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답니다. 그녀의 웃음과 키스로 끝나는데요. 2곡 이어서 들어 보시죠. 아날로그 시대에는 보통 먼저 테이프에 녹음을 하고 그것을 레코드로 컷팅하지만, 다이렉트 컷팅이라는 것은 테이프 작업이 없이 바로 마더 레코드에 컷팅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테이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음질이 생생합니다. 대신 다이렉트 컷팅은 한 번에 가야하니까 실수가 있어선 안됩니다. 이 점은 뮤지션에게는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2. The Telephone Song - Astrud Gilberto / It 's A Pity To Say Good Night - Ann Burton
하루키: 많은 재즈곡들 중에, <A열차로 가자>와 함께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곡인 <Take Five> 일텐데요. 카르멘 맥레이가 데이브 브루백 콰르텟과 함께 가사를 붙여 노래했습니다. 정말이지 호화스러운 조합입니다. 맥레이의 음색과 폴 데스몬드의 알토 색소폰이 잘 맞을지 어떨지 처음엔 걱정이 되는데, 과연 초일류의 프로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불평 하나 없이 정말 딱 떨어지는 음악입니다. 
3. Take Five Carmen McRae
하루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재즈 보컬리스트는 항상 변함없이 빌리 홀리데이입니다. 오늘은 그녀가 1938년에 테디 윌슨 악단과 함께 부른 <When You 're Smiling>을 들어보시죠. 이때는 Short Record 시대여서 녹음시간이 약 3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연주가 집약되어 있다랄까요. 공백이 없는 느낌입니다. 전 이 레코드를 그럭저럭 50년 정도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전혀 질리질 않는답니다. 몇 번이고 들어도 그때 마다 새롭습니다. 베니 모튼의 트럼본 솔로로 시작,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이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이후의 테디 윌슨의 피아노 솔로, 이어서 레스트 영의 테너 섹소폰 솔로, 그리고 다시 클레이튼의 트럼펫 피날레. 어느 부분을 보아도 버릴 곳이 없는 그야말로 '3분의 예술'입니다. 특히 레스터 영의 솔로는 정말 완벽합니다. 듣고 있으면 반할 수 밖에 없죠.

레스터의 애드립은 단지 코드가 진행됨에 따라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여하튼 자유자재로 본인의 연주 속에 원래 멜로디를 엮어 냅니다. 천재 밖에 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의 솔로를 유념해서 들어보세요. 이 레스터 영의 솔로는 역시나 유명해져서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리 코니츠가 연주한 것인데요. 레스터 영의 이 곡으로 알토 색소폰의 리 코니츠 솔로와 기타에 빌리 바우어가 함께 음 하나도 다르지 않게 완벽하게 카피합니다. 이것도 꽤나 대단한 일이기에 한 번 들어보세요. (좋네요...)
4. When You 're Smiling - Billie Holiday / When You 're Smiling - Lee Konitz 
하루키: 현재 재즈 보컬 세계에서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는 남성 보컬리스트 1명을 꼽아보면 커트 엘링입니다. 몇 년 전 뉴욕에 갔을 때, 그가 마침 '버드 랜드'에 출연을 하고 있어서 보러갔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에 잠시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매우 지적이고 온화한 사람이었어요. 무대 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랍니다. 커트 엘링은 작년 11월 도쿄에서 하룻밤 공연을 했는데요. 정말 훌륭했답니다. 스미소니언 재즈 마스터 웍스 오케스트라는 빅밴드를 배경으로 노래를 했습니다만, 지금의 시대에 빅밴드를 배경으로 노래를 들을 기회란 좀 처럼 없습니다. 빅밴드 같은 것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날 밤의 공연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오늘은 그가 노래하는 레논과 매카트니의 노래 <Norwegian Wood>를 들어보겠습니다. 재즈 보컬리스트 중에 어떤 보컬이 인기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무척 구분이 어려워서 일종의 그레이 존이 있습니다. 대체로 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재즈 뮤지션들과 협업해서 재즈를 노래해도 재즈스럽지 않은 보컬이 있고, 일반적인 보통의 인기곡을 불렀을 뿐인데, "어, 이거 재즈다" 라고 하는 보컬이 있죠. 그 부분의 구별이 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는 어찌보면 그냥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토니 베넷과 프랭크 시나트라를 비교하면, 토니 베넷은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 뮤지션들과 노래를 하고 있지만, 재즈 스럽지 않다라고 생각되는 때도 많습니다. 반면에 시나트라는 어떻게 불러도 재즈의 소울이 꽤나 있단 말이죠. 참 미묘합니다. 물론 시나트라가 베넷 보다 대단한 뮤지션이라든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특색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트 엘링은 무엇을 불러도 재즈가 되어 버리는 사람입니다. 
5. Norwegian Wood - Kurt Elling
하루키: 다음은 여성 보컬리스트에 의한 보컬리즈(vocalese)와 스캣(scat) 창법의 음악 2곡입니다. 먼저, 스탄 게츠의 솔로와 우디 허먼 밴드의 연주로 히트친 <Early Autumn>입니다. 아니타 오데이가 부릅니다. 1958년 녹음되었고, 편곡은 마티 페이치네요. 정말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스탄 게츠는 이 곡의 연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답니다. 다음 곡은 버드 파웰이 만든 <Parisian Thoroughfare> '파리의 번화가'란 의미 곡입니다. 이렇게 빠른 곡을 스캣 창법으로 부르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스킬인데, 카린 앨리슨이 꽤나 멋지게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여자 재즈 보컬리스트 중에 가장 실력있는 1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연주는 반주의 거장 폴 스미스. 1999년 녹음입니다.

아니타 오데이와 스탠 겟츠는 짧았지만 스탠 켄톤 밴드 동료였답니다. 동료라고 하지만 당시 스탄 게츠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17세였죠. 아니타는 이미 스타 가수 였답니다. 게츠는 아직 애송이 였기 때문에, 좀 처럼 그가 솔로를 하게 해주지 않았던 것이죠. 게츠는 선배인 아니타에게 가서 "이봐요 아니타, 제가 솔로를 할 수 있게, 켄톤씨에게 부탁 좀 해주면 안돼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니타는 여장부 스타일의 사람이어서 "그래, 나한테 맡겨"라는 식으로 됐을까요? 어땠을까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제가 최근에 번역한 스탄 게츠의 전기 <Stan Getz : A Life in Jazz>에서 확인해보세요. (웃음)
6. Early Autumn - Anita O'Day / Parisian Thoroughfare - Karrin Allyson
하루키: 다음곡은 스웨덴의 여성 보컬리스트 Lisa가 재즈로 각색해 부르는 도어즈의 <Light My Fire>입니다. 원곡과는 상당히 다르게 시원하고 똑 부러지게 부르고 있습니다. 앨범 자켓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펫을 부른 크리스 보티와 함께 아침 요가 클래스에서 만났는데, 문득 Lisa가 이 곡을 휘파람으로 부르자 보티도 같이 따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 곡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아침의 요가 풍경의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런 노래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7. Light My Fire - Lisa
하루키: 다음은 실력파 흑인 보컬리스트인 그레고리 포터의 노래입니다. 그레고리 포터가 냇 킹 콜에게 헌정한 2017년 앨범에서의 한 곡입니다. <LOVE> 이 노래는 냇 킹 콜이 1964년 발매한 곡으로 대히트했지만, 그 이듬해 그는 폐암으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그는 체인스모커였죠. 콜 씨는 신사적이고 가정적이 사람으로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평생을 인종 차별 문제로 꽤나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는 가수로서 성공하고 LA 교외의 백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집을 구입했습니다만, 인근 주민들이 동네에 흑인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서 그들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의 입주를 거부하기 위해 서명 운동까지 했다고 합니다. 콜 씨는 그 사실을 알고는 그의 이웃 주민에게 가서 상냥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 서명 나도 할게요. 제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이 근처에 살게되면 곤란하니까요." 재미있지만 웃을 수 만은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냇 킹 콜의 노래는 우리들의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밝게 해주었습니다.
8. LOVE - Gregory Porter
하루키: 오늘의 엔딩곡은 롤랜드 커크가 연주하는 <Loving You>입니다. 미니 리퍼튼의 1974년 히트곡입니다. 이 앨범이 나왔을 무렵 "롤랜드 커크"가 이런 노래를 할 줄이야" 라는 반응이었지만 지금 들으면 마냥 흐뭇하고 좋습니다.

얼마전 호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시드니 교외 도시에는 주말만 되면 젊은 폭주족들이 모이는 주차장이 있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 상가의 상인들은 폭주족들이 그곳에 모여들지 않게 하기 위해 가능한 젊은이들이 듣지 않을 만한 촌스런 옛날 노래들을 크게 틀어 놓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은 '매닐로우 작전'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요. 바로 배리 매닐로우의 음악이 그 작전의 중심 프로그램이 된 것이었죠. 유감스럽게도 매닐로우씨의 음악이 촌스러운 음악의 대표 주자가 되었군요..

그것에 대해 매닐로우씨는 이렇게 코멘트 했다고 합니다. "이봐 이봐, 만약 그 녀석들이 내 <Can not Smile Without You>같은 노래를 다같이 따라 부르기라도 하면 어쩔건데" 저는 그런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이 '매닐로우 작전'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어딘가에서도 지금 이 작전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9. Loving You - Roland Kirk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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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차산푸른꿩 2020.04.08 16:54 신고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루키팬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포스팅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