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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19년 2월 뉴요커 인터뷰 - '1Q84 4권 주인공은 덴고의 16살 딸'

이번 인터뷰는 작년 10월 뉴요커 페스티발 참여 후, 뉴요커의 담당 편집자인 데보라 트레이시먼과 별도로 가진 인터뷰입니다. 2008년 처음 뉴요커 페스티발에 참석 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하루키와의 그간 10년간의 일들에 대해서 조금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1Q84> 3권 이후의 속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있답니다. 천천히 보시죠. 


Nathan Bajar / NYT / Redux의 사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하 세계

하루키 2019년 2월 뉴요커 인터뷰(원문 클릭)


데보라 트레이시먼: 2008년 뉴요커 페스티발 이후 10년에 뵙게됐네요.


하루키: 우리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한게 벌써 10년 전이네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죠. 예를들면 제 나이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10년은 더 들었고요. 이 부분은 적어도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랍니다. 날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젊은 시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신사가 되고 싶다란 생각을 하곤 해요. 아시다시피 신사이면서 소설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마치 이건 오바마나 트럼프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과 같다랄까요. 그런데 전 신사인 소설가에 대해 정의는 할 수 있어요. 첫째, 자신의 수입과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에 대해 쓰지 않는 것, 둘째, 전 여자친구나 전 와이프에 대해 쓰지 않는 것, 그리고 셋째 노벨문학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에요. 데보라, 이 3가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질문을 받는 다면 아마 전 곤경에 처할 거에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이런, 방금 저의 질문 리스트 중 상당 부분을 없애버리셨는걸요? 오늘 인터뷰의 시작을 무라카미씨의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내가 그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친구의 아버지인 저명한 화가의 저택에서 살게되면서, 많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고, 그런 일들 중 일부는 뒷산의 구덩이로 부터 나온 것 처럼 보이고요. 이런 소설의 다양한 장치들에 대한 전제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그것은 긴 장편이에요. 소설을 끝내기까지 1년 반이 걸렸죠. 소설은 한 두 단락으로 부터 시작됐어요. 그런데 단 2단락을 쓰고선 다시 책장의 서랍에 넣어 두고 잊어 버렸죠. 그 후 3개월 인가 6개월 후에 그 두 단락을 소설로 이어나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런 계획도 일정도 스토리라인도 없었죠. 그 두 단락 부터 시작하여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갔어요. 이야기는 결국 끝까지 저를 이끌었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시작할 때 소설의 끝을 알고 있다면 소설을 쓰는 재미가 없습니다. 화가의 경우 페인팅을 하기 전에 보통 스케치를 먼저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니에요. 저의 글쓰기를 화가에 비유해보자면, 저의 경우 스케치 없이 바로 캔버스에 페인팅을 해 나가는 겁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소설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등장하는 기사단장이 모티브입니다. 왜 이것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나요? 


하루키: 보통은 소설을 쓰기 전에 소설의 제목 부터 정해집니다. 이번의 경우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이 먼저 정해져 있었고, 이 이야기의 시작인 2개의 단락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는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일본에는 기사단장 같은 것이 없지만, 제목의 낯설음을 느꼈고, 그것이 일본에서는 익숙하지 않는 것이기에 대단히 고마움을 느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오페라 '돈 조반니'가 중요한가요?


하루키: 그 특징은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전 일반적으로 대중적 캐릭터를 모델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 소설 중에서 딱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나쁜 사람이었죠.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캐릭터였어요. 그밖에 제 소설의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태어납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그 혹은 그녀가 자동으로 활보하고, 제가 해야할 일은 그 혹은 그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글로 써내려가는 일 뿐이에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주인공 '나'는 오페라 뿐만이 아니라 소설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음악을 듣는데요. 종종 무라카미씨의 캐릭터들은 특정 밴드나 음악을 듣곤 합니다. 그것이 무라카미씨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는데 도움이 되나요?


하루키: 전 소설을 쓰는 동안 음악을 들어요. 그래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 속에도 들어가게 되죠. 음악의 종류는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저에게 일종의 음식과도 같아요. 그것은 저에게 소설을 써 내려갈 에너지를 제공해주죠. 그래서 저는 음악에 대해 자주 쓰는 편이고,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 같아요. 그러는편이 제 건강에도 좋을 거고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음악은 무라카미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나요?


하루키: 네 아주 많이요. 음악과 고양이. 그들이 저를 많이 도와줬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고양이를 많이 기르시나요?


하루키: 지금은 기르지 않아요. 다만, 전 매일 아침 집 주변 조깅을 하는데요. 3~4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을 정기적으로 보게 된답니다. 그들은 제 친구에요. 전 달리기를 멈추고 그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면 그들은 저에게 다가오죠. 우리는 서로를 아주 잘 아는 사이에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뉴요커지를 통해 <기사단장 죽이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실었을 때, 저는 무라카미씨의 작업에서 비현실적 요소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소설을 쓸 때, 현실과 비현실적 요소는 자연스레 섞이게 됩니다. 그것은 제 의지가 아니라 저는 그대로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에요. 그런데 현실에 대해 현실적인 방법으로 쓰려고 하면 할 수록 비현실적인 세계가 더 많이 나타납니다. 저에게 있어 소설은 파티와 같아요. 어느 누구든 참여하고 싶을 때 참여하면 되고, 떠나고자 하면 언제든 떠나면 됩니다." 그렇다면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사람들과 사물들을 이 파티에 초대하시나요? 그들이 초대되어 오면 무라카미씨가 글을 써 내려갈 장소, 배경은 어떻게 얻게 되나요?


하루키: 독자들은 종종 제 소설에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은 그 세계로 들어가서 결국 현실 세계로 돌아오죠. 그러나 저는 비현실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매번 볼 수는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그 두 세계는 섞여 있답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세계가 우리의 실제 삶에 매우 가깝다고 인지합니다. 다른 세계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전 서양에서는 이렇게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인상을 받아왔어요.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련을 겪어야 하죠.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 다른 세계에 가고 싶다면, 그곳에 가면 됩니다. 제 소설에서는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면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다른 세계는 보통 어두운 세계인가요?


하루키: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 생각에는 이것은 호기심과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문이 하나 있고, 당신은 그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요. 이것은 호기심의 문제입니다. 안에 무엇이 있을까? 저기 있는게 뭐지? 그것이 제가 매일 하는 일이에요. 소설을 쓸 때, 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책상으로 가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분명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저는 진짜 커피를 마십니다. 그러나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 저는 다른 곳으로 가요. 문을 열고 그 장소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봅니다. 저는 그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건지, 비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건지 잘 모르고 또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어떤 세계이든 상관 없어요. 저는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일종의 지하 공간으로 더 깊이 내려가죠. 전 분명히 그 지하 공간에 있을 동안은 이상한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상한 것들이 제 눈에는 자연스러워 보이죠. 또한 그곳에 어둠이 있다면 그 어둠이 저에게 다가오게 되고, 어쩌면 그 어둠에 어떤 메세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그 메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저는 그 세계를 둘러보고 제가 본 것을 묘사하고 돌아옵니다. 돌아 오는 것은 중요해요. 당신이 돌아 올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 될 거에요. 하지만 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지하 세계에서 돌아오면서 어떤 물건들도 가지고 돌아오나요?


하루키: 아니오. 그건 꽤 무서운 일일 것 같아요. 저는 그곳에 있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돌아와요. 글을 쓰지 않을 때, 저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에요. 저는 저의 일상을 매우 존중한답니다. 저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저녁 9시 아직 야구 경기가 끝나지 않았어도 잠자리에 듭니다. 낮에는 달리거나 수영을 해요.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 저를 알아보고, "저기 혹시 무라카미씨 아니신가요? 정말 반가워요!"라고 하면, 전 이상하게 느껴져요. 전 특별할게 없는 사람이거든요. 저를 만난게 왜 행복한 일인지 이해가 안되는거죠. 하지만 적어도 작가로서 소설을 쓸 때 만은 특별해지거나 혹은 이상해진다고 생각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는 소설을 써 본적이 한 번도 없지만, 40년전 어느날 야구장에서 불현듯 '아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라고 느꼈고, 그렇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는 얘기는 이전에도 많이 하셨는데요. 그리고 무라카미씨의 회고록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나부끼며 떨어졌고, 전 그것을 제 손으로 확실하게 잡았다고 느꼈다." 이 말은 '글을 쓰는 능력' 혹은 '소설을 시작할 수 있는 아디이어'라고 생각되어지는데요. 그것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무라카미씨는 계속 평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얘기하시는데, 그것이 왜 무라카미씨에게 왔을까요?


하루키: 일종의 에피파니, 불현듯 나타나는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장에도 자주 갑니다. 1978년 저는 29살이었고, 도쿄 야구 구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팀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경기를 보러갔었죠. 그날은 매우 맑은 날이었고, 경기가 시작되고, 1번타자가 2루타를 친 순간 제가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쩌면 그 당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날 그 순간은 제가 하늘에서 내려온 어떤 에피파니, 즉 어떤 무언가를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전에 저는 소설을 쓰지 않았어요. 재즈 클럽을 운영하면서 매일 매일 칵테일과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죠. 전 정말 샌드위치를 잘 만들어요. 그런데 그 야구 경기가 끝나고 바로 문구점에 가서 글쓰는 재료를 사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게 벌써 40년전 이야기네요. 그 시간 동안 무라카미씨의 글쓰기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요?


하루키: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소설을 쓰는 법을 알지 못했어요. 첫 소설은 특이한 혹은 이상한 방식으로 소설을 썼지만, 독자들은 또 그것을 매우 좋아해줬죠. 근데 지금은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당시에는 제가 제 소설을 출간하기에는 이른게 아니었나란 생각도 합니다. 몇 년 전 도쿄의 기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아름다운 소녀가 저에게 다가와 "무라카미상 이신가요?"라고 물어와 "네 무라카미입니다."라고 대답해줬어요. 그러자 소녀는 "저는 무라카미씨의 소설을 너무 좋아해요."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이라고 얘기했죠. 그러자 그녀는 "무라카미씨의 모든 소설을 읽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첫 소설이에요." "오,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제가 대답하자, 그녀는 "그런데, 그 첫 소설 이후 점점 안좋아진것 같아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비판에 익숙하지만,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어요. 저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계속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고, 전 그렇게 되어왔다고 생각해요. 


도쿄의 기차에서 만난 소녀는 저로 하여금 Gene Quill 이라는 재즈뮤지션을 떠올리게 했어요. 그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유명했던 색소폰 연주자였는데, 그 당시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그랬던 것 처럼 찰리 파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이었죠. 어느날 밤, 그는 뉴욕의 재즈 클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밴드스탠드를 떠나려던 순간 한 청년이 다가와 "이봐 당신은 찰리 파커와 똑같이 연주하는 거 알아요?" "뭐라고요?" 라고 그가 얘기하자, "당신의 모든 연주가 찰리 파커와 똑같다고요." 그러자 그는 그 청년에게 자신의 알토 색소폰을 잡은채 얘기했어요. "여기 이 사람 찰리파커 처럼 놀고있어요." 


저는 이 일화에 3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둘은 원래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렵다. 셋은 그러나 누군가는 그런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한다. 저는 40년 동안 그것을 해왔어요. 바로 내 일이죠. 저는 집을 청소하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Gene과 같은 일을 겪게 한다면, 저는 제 악기를 건네주며, "여기 있어, 당신이 직접 연주해봐."라고 말할 거에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처음 두권의 소설을 쓸 때는 쉽게 썼고, 그 이후에는 조금은 어려워졌다라고 하셨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의 처음 2 작품을 썼을 때는 소설을 술술 써내려갔지만, 역시 그 작품들이 만족스럽진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 두권의 소설을 쓴 후 저는 더욱 소설가로서의 야심을 갖게 되었죠. 그렇게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장편 소설을 쓰게 되었답니다. (첫 두 작품은 중편 소설에 가까웠죠.) 아마 3~4년 정도가 걸렸을거에요. 봄을 기다리며 구덩이를 파는 심정이었죠. 그래서 저는 <양을 쫓는 모험>이 저의 소설가로서의 진정한 첫 경력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처음 3년은 재즈 클럽의 주인으로서 일하면서 글을 썼죠. 새벽 2시에 영업을 마치고 부엌에서 글을 썼어요. 매우 고된 일이었죠. 첫 두 소설을 다 쓰고나서 저는 재즈바를 팔아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재즈 클럽은 꽤 운영이 잘 되고 있었고, 모든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팔지 말라고 권유했었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일을 그만 두지 말아라 였군요.


하루키: 그리고서는 <양을 쫓는 모험>을 썼죠. 장편을 쓰고 싶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장편을 쓴느 건 어땠나요? 쉬운 일이었나요? 아니면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나요.


하루키: <양을 쫓는 모험>을 쓸 때, 저는 소설 속에서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종일관 흥분된 상태였어요. 저는 다음에 일어날 일이 너무 궁금해서 다음날까지 기다릴 수 없었죠. 그래서 페이지를 넘겨 다음일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싶었지만, 다음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제가 그 페이지를 채워야 했던거에요. 그런 점이 초기에는 힘이 들었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다음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가 없는 날도 있나요? 책상에 앉았지만 도저히 쓸 수 없는 날도 있나요?


하루키: 전 소위 말하는 '글길 막힘 writer's block' 을 겪어 보지는 못했어요. 일단 책상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이 알게되요. 그런데 제가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전 쓰지 않아요. 잡지사에서는 계속해서 저에게 무언가를 써달라고 요구하는데, 전 항상 'no'라고 얘기합니다. 전 제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제가 쓰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에는 즐겁게 써 내려갑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 플롯들은 당신이 꾸는 꿈에서 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루키: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자면서 꿈을 꾸지 않는 편이에요.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꿈은 꿈이에요. 저에게 있어서 글 쓰기 자체가 꿈과 같아요. 소설을 쓸 때 저는 의도적으로 꿈을 꿀 수 있어요. 전 그것을 계속 할 수도, 그만 멈출 수도 있죠. 제 선택에 따라 그 꿈을 내일로 미룰 수 도 있고요. 당신은 꿈 속에서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 멋진 스테이크와 맥주를 마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일어나는 순간 모두 사라져버리죠. 그러나 저는 그것을 다음날 계속 할 수 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몇 년 전 저와 얘기를 나눌 때, 무라카미씨는 소설 작업을 하는 동안 '말하는 원숭이'나 '계단에서 사라지는 사람' 같은 소설의 아이디어나 문구들을 서랍에 리스트로 보관하고 있다가 꺼내 쓰신다고 하셨죠. 모든 소설에는 이렇게 보관하고 있던 서랍 리스트에서 2~3개를 꺼내어 쓰신다고요. 이런 식으로 자주 작업하시나요?


하루키: 그 당시 저는 한 번에 여섯가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도와줄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죠. 소설을 쓰기에 돌입하면 그것들은 필요가 없어지죠. 제 규칙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에요. 초기 소설의 경우 대부분 1인칭으로 쓰여졌죠. <1Q84>에서 3인칭으로 3명의 주인공을 썼죠. 그것은 저에게 일종의 도전이었어요. 대부분의 경우 제 소설의 나레이터와 주인공은 모두 제가 그나마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남자였어요. 하지만 그는 제가 아니죠. 저를 대신 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 도 있죠. 무라카미라는 제 삶에서 저는 저 자신이고 다른 누가 될 수 없어요. 그런 소설 속에서는 저는 누구나 될 수 있죠. 저는 다른 사람의 신발에 제 발을 넣을 수 있는거에요. 저는 그걸 일종의 치료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쓰기만 한다고, 고쳐지는게 아니에요.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어요. 당신은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는 소설을 쓰기 시작할 시점과 동시에 담배를 끊고 달리기를 시작하셨죠. 저는 어떤 사람들은 걸으면서 무언가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는 것을 알고있는데요. 보행의 리듬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무라카미씨도 달리는 동안 글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아니오, 전혀요. 달리는 동안은 말그대로 달리기만 하는 겁니다. 마음을 비우죠. 달리는 동안 제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거에요. 당신도 잘 알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란 불가능에 가깝죠. 집중력과 지구력이 필요해요. 저는 때때로 독자들로 하여금 건강에 해로운 것들에 대해 쓰곤 합니다. 이상한 것들, 꼬여있는 것들말이에요. 건강에 썩 좋지 않은 글을 쓰려면, 본인은 매우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역설이지만, 사실이기도 합니다. 몇몇 작가들은 보들레르와 같이 매우 건강에 좋지 않은 삶을 살았죠. 그러나 제 의견으로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 시대는 매우 복잡한 세계이고, 이런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해야 합니다. 저는 30세가 되었을 때 작가가 되었고, 내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어서 32세 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우리 인생은 당신이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실험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달리기는 저를 매우 고되고 힘들게 했기에 결국은 저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달리기와 글쓰기는 모두 혼자 수행하는 일이죠. 무라카미씨는 시끌벅적한 재즈바 운영을 하다가 혼자 수행해야 하는 일로 전환을 했는데요. 어느 편이 더 편한가요?


하루키: 저는 스스로 사회화가 덜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많은 레코드와 고양이가 있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에요. 그리고 보태자면,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케이블 TV 정도. 이 정도가 제가 원하는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는 한 인터뷰에서 '인생에서의 꿈이 우물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소설 속 많은 주인공들이 그렇게 했고요.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인공인 멘시키도 역시 그랬죠. 왜 그런 걸까요? 


하루키: 저는 우물을 아주 좋아해요. 그리고 냉장고도 좋아하고, 코끼리도 정말 좋아하죠. 제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쓸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 집에 우물이 있었고, 항상 우물을 들여다보며 상상력이 커진 것도 있는 것 같고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중 말라 버린 우물에 떨어지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혹시, 실제로 우물 아래로 내려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아니오, 아니오. 당신도 아시다시피 그건 위험한 일이에요. 어디까지나 제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동굴도 좋아해요. 다른 나라 여행을 하면서 동굴을 찾아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동굴은 좋아하지만, 높은 곳은 싫어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선호하시는군요.


하루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잠재 의식을 위한 은유라고 얘기하는데요. 전 단지 지하 세계에 매우 관심이 있을 뿐이에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몇 년 전 파리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무라카미씨의 이야기가 나아가는 원동력은 '상실 - 추적 - 발견'의 구조라고 말하셨는데요.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네. 그건 제 소설의 가장 큰 주제에요. 뭔가를 잃어버리고 찾아나서 결국 발견합니다. 제 주인공들은 종종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때로는 소녀, 때로는 원인, 때로는 목적일 수 있죠. 그들은 중요한 것, 치명적인 것 그런 것들을 찾아나서요. 그런데 주인공이 결국 그것을 찾아냈을 때, 어떤 종류의 실망이 있을 순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이 제 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결말이 해피 엔딩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주인공 남자들은 감정적으로나 존재적으로나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위한 집이 이 세계에는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루키: 당신도 잘 알겠지만, 주인공이 행복한 상황이라면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미스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 미스테리를 푸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이것은 독자들을 위해 열린 결말을 제시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 결말에 대해 무라카미씨 본인이 확신 할 수 없기 때문인가요.


하루키: 제가 그렇게 열린 결말로 소설을 끝내면, 제 주위의 친구들이 저에게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묻곤 합니다. 저는 그럼 "그게 끝이에요."라고 말해요. 그러나 사람들은 속편을 기대하죠. <1Q84>를 3권까지 쓴 후, 저는 그 이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다 이해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저는 속편을 쓸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쥬라기 공원 4나 다이하드 8편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제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그것을 즐겼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 후속 이야기를 언젠가는 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아니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는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을거에요. <1Q84> 속편의 주인공은 16살의 덴고의 딸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렇다면 절대 다이하드 8이 되진 않을거 같은데요?


하루키: 그리고 또한 <1Q84> 1편 이전의 프리퀄 이야기도 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 마음 속에서만요?


하루키: 네.


데보라 트레이시먼: 어떤 작가는 모든 소설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을 시도하려고 하고, 또 어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접근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연마하길 원하는 작가도 있죠. 무라카미씨는 어느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전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요. 그는 제 친구에요. 그는 새 소설을 출간할 때 마다 이전 책과는 매우 다르죠. 그것은 매우 흥미로워요. 그러나 제 경우엔 모든 소설의 모티브와 테마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전 속편을 쓰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작품 간의 분위기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아요. 저는 단지 한 사람이고 저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해요. 전 그걸 바꿀 수 없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쓰고 싶지는 않아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소설을 보면 종종 복잡하거나 밀집된 아이디어가 보이지만, 표현하는 방식 자체는 빽빽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문장은 아주 간단하고 가볍죠. 그 대비가 의도적인가요?


하루키: 많은 작가들이 얕고 작은 것들을 복잡하고 어려운 스타일로 씁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읽기 쉽고 유동적인 아주 쉬운 스타일로 쓰는 것이에요. 어려운 것을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아래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소설을 쓴 40년간 그것을 위한 저만의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것은 지적 기법이라기 보다는 물리적 기법에 가까워요. 당신이 소설 작가이고 당신이 매우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제 방식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반대로 너무 아는 것이 없어도 역시 쓸 수 없죠. 그 사이의 위치를 찾아야 해요. 그게 매우 어렵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말씀하신 그런 스타일이 번역 작업을 통해 체득된 것인가요?


하루키: 네, 맞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로 번역된 제 소설을 읽을 때, 저는 그걸 느껴요. "오, 이게 바로 나지" 하고요. 문장의 리듬과 스타일이 똑같아요. 거의 똑같아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는 번역가이기도 하시죠. 스콧 피츠제럴드, 트루먼 카포티, 레이먼드 카버 등을 일본어로 번역하셨죠. 지금은 존 치버를 번역 중인 걸로 아는데요. 무라카미씨가 번역하는 작가들에게서 어떤 점이 끌린 것일까요?


하루키: 그건 간단해요. 내가 읽고 싶어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이죠. 레이먼드 챈들러의 모든 작품을 번역했는데, 그 이유는 저는 그의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롱 굿바이>를 5~6번 읽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번역을 할 때는, 그 원작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죠.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이 피츠제럴드, 챈들러, 치버가 되어야 하죠. 그런데 무라카미씨는 본인의 문학적인 분명한 목소리를 이미 가지고 계신데요. 그럼에도 번역을 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인가요?


하루키: 네 맞아요. 저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해요. 그의 소설 대부분을 번역했지만, 그의 스타일은 너무 아름다우면서 복잡해요. 그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는 번역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와 시선을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레이먼드 카버의 스타일과 그의 세계는 저와 매우 다르지만, 그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현재 존 치버 번역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왜 치버 인가요?


하루키: 왜냐고요? 수 년 전 부터 치버의 단편을 매우 좋아했어요.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지만요. 존치버는 소위 말하는 풍속 소설가로 지극히 미국적인 1950년대 중산층으로 미국 비지니스에 관한 소설을 많이 썼어요. 물론 일본 독자들의 그의 소설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전 그의 작품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것도 일종의 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다른 작가들로 부터 배운 것들을 무라카미씨 본인의 작품에 적용하고 있는 것을 느끼기도 하시나요?


하루키: 네 영향이 있죠.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멘토도 없고 스승도 없고 동료도 없었고 문학적인 친구도 없었어요. 오로지 저 자신 혼자였죠. 그래서 저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저는 외동아들이기 때문에 형제 자매가 없어서 혼자 독서를 많이 했답니다. 책과 고양이 그리고 음악이 제 친구였죠. 학창 시절 밖에서 친구들과 운동을 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좋았어요. 10대 시절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러시아 작가들을 탐독했고요. 그때 읽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꽤나 오래 지속 되었죠. 대학 시절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많은 동급생들이 있었지만, 저는 스스로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즈바를 시작하고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음악도 직접 연주하셨나요?


하루키: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재능은 없었어요. 제가 15살때 였나, 아트 블레이키 & 재즈메신져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했어요. 그전에는 재즈가 뭔지 잘 몰랐지만, 그 콘서트에 가서 그들의 연주를 직접 보고 열정적인 재프 매니아가 되었답니다. 저는 약 50년 동안 재즈 레코드를 수집하고 있어요. 제 아내는 항상 불평하지만요. 집에 레코드가 넘쳐나긴 합니다. 하지만 전 글쓰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음악으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음악에는 리듬과 하모니 그리고 즉흥 연주 이 3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것을 음악에서 배웠지, 문학 작품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소설을 쓰려고 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부모님께서는 모두 문학을 가르치셨는데요. 그들이 무라카미씨의 결정에 만족해하셨나요? 그들은 당신이 엔지니어나 의사가 되기를 원했던건 아닌가요?


하루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난 부모님이 저에게 무엇을 원했는지 모르겠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마지막으로 우리가 얘기했을 때, '9/11'이 횬실 세계는 물론 무라카미씨의 소설 세계도 변화시켰다고 하셨죠. 저는 그 이후의 10년간 다른 위기 혹은 사건이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왔는지 궁금한데요. 예를들면 일본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무라카미싸의 소설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 네 맞아요.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저는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라는 연작 단편집을 썼어요. 고베에 있던 부모님의 집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었죠. 전 그 당시 미국 메사추세츠에 있었어요. 4년 동안 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살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TV를 통해서 봤죠. 그리고 저는 소설가로서 지진에 대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지진에 대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 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당시를 상상했죠. 대부분 저는 소설을 쓸 때, 조사나 연구를 사전에 하지 않아요. 제 자신안에 있는 상상력이 제 자산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 작업을 좀 더 완성도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같은해, 2개월 후 도쿄의 지하철에서 사린 테러가 자행되었어요. 그때도 일본에 없었죠. 전 신문과 잡지를 통해 모든 기사를 읽었지만, 제가 진짜 알고 싶은 것은 알 수가 없었죠. 저는 그날 지하철 안에서 실제로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알고 싶었어요. 저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사린 가스 냄새가 밀려오는 것인 어떤 것인지 직접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제가 직접하기로 결심했고, 당시 사린 테러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저에게 말해주었답니다. 그 인터뷰들을 모아 <언더그라운드>라는 논픽션을 냈죠.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고, 동시에 저 스스로 너무나 궁금한 것들이 많아 작업을 시작한거죠. 인터뷰를 하는데 1년이 걸렸어요. 그 1년이 저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매우 크나큰 경험이었고, 저는 그 1년간 아무것도 쓰지 않고 오로지 듣기만 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 안에 있어요. 저는 그 목소리, 진짜 목소리의 힘을 믿어요.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인이었어요. 그들은 만원 지하철을 타고 도쿄 중심부로 출근 중이었고, 갑자기 사린을 누출시키는 테러가 자행되었고 일부는 사망했습니다. 매우 초현실적인 상황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평범함 그 자체 였어요. 옴 진리교의 신자들은 일종의 진리 또는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죠. 그러나 피해자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이었어요. 저는 그 이후 옴진리교 소속되었던 사람들도 인터뷰를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저에게 깊히 닿지 못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엇이 무라카미씨로 하여금, 지진과 사린 테러 사건에 작가적으로 응답하게 만들었을까요?


하루키: 고베는 제가 자란 곳이어서 어떻게 보면 날 것 그대로의 도시에요. 거기에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면, 그 슬픔을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통해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가는게 저에게는 더 쉬웠어요. 폭력은 당신의 몸과 마음에 구멍을 냅니다. 그것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우리는 우리의 터전이 매우 단단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더이상 단단한 것이 아님을 깨닫죠. 그것은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고, 연약해 질 수 있어요. 제가 쓰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9/11, 동일본 대지진 등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그 재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에게 물어봤고, 저는 생각했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를 쓸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독자이고 제가 작가인 경우, 저는 당신을 모르죠. 그러나 이야기의 지하 세계에는 비밀 통로가 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무의식적으로 메세지를 보낼 수 있죠. 이것이 제가 소설가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작가로서 무라카미씨는 소설을 씀으로써 독자에게 메세지를 보낼 수 있지만, 그 메세지를 어떻게 회신 받을 수 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저는 모르겠네요. 아마 우리는 좋은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해변의 카프카>를 출간하시고, 웹사이트를 마련해 독자들로 부터 질문을 받으셨고 답변도 해주셨죠. 그 작업을 하게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왜 <해변의 카프카>였죠?


하루키: 저는 궁금했어요. 한정된 기간동안 수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약 3만개 정도의 질문이었는데, 시력을 잃을 각오를 하고 그 질문을 모두 읽었어요. 그리고 약 3천개의 답변을 했습니다. 매우 고된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제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부분을 모호하게 받아들이는지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었어요. 질문 중에 일부는 바보 같은 것도 있었죠. 한 남자가 오징어 촉수에 대해 물었어요. 오징어에는 10개의 촉수가 있는데, 그 촉수가 발인지 손인지에 대한 것이였죠. 왜 그걸 저 한테 묻는 걸까요?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오징어 침대에 장갑 10개와 양말 10개를 올려두세요. 그럼 오징어가 잠에서 깨어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물론 오징어가 침대에서 잠을 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전 모든 질문을 즐겁게 답변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이렇게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과 종종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있어요. 그런데 공개적인 행사나 회견은 싫어하시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하루키: 저는 작가이고, 제 연구 혹은 관심사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제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 번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을 고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저의 결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라디오 DJ를 시작했어요. 도쿄FM에서 제안이 와서 하고 있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왜 수락했나요?


하루키: 그들은 제가 좋아하는 레코드를 집에서 가지고 와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55분 동안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전 생각했죠. "안될 건 없잖아?" 제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트는 음악은 매우 다양합니다. 빌리 할리데이 부터 마룬5까지 틀거든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예전에 무라카미씨가 일본에서 작가가 되는 것은 꽤 '화려한' 일이라고 얘기하셨던 걸 기억하는데요. 이 직업은 공인으로서의 직업이지만, 무라카미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평범함을 이야기하십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합하시나요? 


하루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일본 문학계에서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어요. 저는 외부인이었죠. 일본 문학계 입장에서는 말썽꾸러기 였던 거죠. 즉 주류 문학계로 제가 침입했던 거죠.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일본 문학계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했고, 어떤 사람들은 저를 펑크라고 불렀죠. 그래서 저는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웠어요. 저는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죠.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일본을 떠나 해외로 나갔어요. 처음에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가서 2~3년 정도 살았어요. 그 기간에 <노르웨이의 숲>을 썼죠. 그런데 당시 일본 문학계에서는 그 작품을 싫어했어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 소설은 2백만부나 팔리지 않았나요?


하루키: 200만부 이상 팔렸지만, 사람들이 저를 싫어해서 다시 해외로 나갔어요.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으로 갔죠. 아름답지만 매우 지루한 곳이기도 했어요. 그 다음 보스턴 터프츠 대학으로 갔답니다. 펜 웨이 파크가 있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였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렇다면 고베 대지진과 도쿄 사린 테러를 타국에서 접하시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끼셨나요?


하루키: 네 그렇습니다. 1995년 일본으로 돌아가 제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야 했어요. 국가나 사회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처를 입은 개개인의 사람들을 위해서 였어요. 그게 제 생각이었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국가와 사람들 이 두가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하루키: 사람들은 제 책을 사봅니다. 국가는 그렇지 않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작업은 단지 일본어로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서양 문학의 전통을 따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전 그 두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일 뿐이에요.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일본어로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그렇기때문에 저는 일본 작가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하지만 제 작법 스타일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무라카미씨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일본 독자들은 꽤 어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도 젊은 독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하루키: 네 맞아요. 이상해요.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2,30대 초반의 독자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역시도 주 독자층이 2,30대입니다. 좋은 점은 1세대 독자들이 여전히 제 소설을 찾아주고 있는 동시에 그들의 딸과 아들들도 제 소설을 읽고 있다는 점이에요. 한 가족에서 3~4명이 모두 제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매우 기쁩니다. 제 친구는 10대와 20대 자녀를 두고 있는데요.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이 대화를 하는 유일한 주제는 제 소설이라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인용하고픈 구절이 있습니다. 이데아인 기사단장과 나가 나누는 대화인데요. 기사단장이 프란츠 카프카가 비탈길을 좋아했다는 장면말이에요. 독자들은 무라카미씨의 그런 기이한 면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란츠 카프카가 비탈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라는 구절을 쓰는 것 같이요. 그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무라키씨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프란츠 카프카가 비탈길을 좋아했다라는 것은 허구입니다. 저는 소설 속에서 상상을 하여 창작한거죠. 그런데 그게 또 좋은가요? 프란츠 카프카가 비탈길을 좋아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루키: 어떤 사람들은 보통 인용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내용을 만들었어요. 전 그런식으로 많이 만들었답니다. 


데보라 트레이시먼: 소설 속 픽션으로서 말이죠. 당연히 무라카미씨는 소설가로서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예를들어,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알게된다면 우리는 당신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나요? 


하루키: 제 아내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군요.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녀는 무라카미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당신의 소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걸까요?


하루키: 글세요. 잘모르겠어요. 그녀는 제가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녀는 항상 제 작업을 심각하리 만큼 비판하곤 해요. 그녀는 저의 첫번째 독자랍니다. 그래서 초고를 쓰고 나면 아내에게 필사본을 넘겨주죠. 그녀는 그것을 읽고 약 200장 정도의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적어 저에게 돌려준답니다. 저는 포스트잇을 너무나 싫어해요. 그녀는 "당신은 이 부분을 다시써야해요." 라고 말해주죠.  


데보라 트레이시먼: 그러면 무라카미씨는 다시 쓰나요?


하루키: 네. 그렇게 다시 쓰고 나서, 다시 아내에게 들려줍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포스트잇이 약 100로 줄어서 다시 돌아옵니다. 포스트잇이 적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나온 인터뷰는 아니었습니다만, 지독하리만큼 하루키에게 집요한 질문을 한 데보라 트레이시먼 편집장에게도 고생했다고 박수 쳐주고 싶은 상당히 농밀한 인터뷰 였습니다. 실제로 <1Q84> 4편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하루키 자신의 마음 속에도 그 이후 이야기와 그 이전 이야기가 존재하는 점, 그리고 속편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덴고의 16살이 된 딸이라는 비교적 구체화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위로가 되는 인터뷰 였습니다. 포스팅 제목을 다소 낚시성으로 설정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며, 이만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하루키의 마음 속에도 팬들과 마찬가지로 <1Q84> 그 이후의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니 다시 한 번 가슴 따뜻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두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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