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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방송을 탄 무라카미 라디오 4탄 '아날로그 나이트' 편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하루키가 소장한 아날로그 LP로만 구성되었는데요. 레코드 전부가 희귀하고 그 앨범들을 손에 넣기까지의 다양한 루트와 방식이 참 재밌답니다. 역시 레코드 덕후 하루키 답다랄까요. 하루키 덕에 알게되는 아티스트들의 매력을 느끼는 재미도 크네요. 블라섬 디어리라는 미국 가수의 음색이 너무 좋네요. 다시듣기는 아래 중국 사이트에서 가능합니다. 


https://www.tfm.co.jp/murakamiradio/ (*방송에서 소개한 하루키가 레코드 청소할 때 쓰는 도구)


1. Madison Time - Donald Fagen with Jeff Young & the Youngesters


하루키: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오늘은 집에서 아날로그 레코드를 스튜디오로 한 아름 가지고 왔습니다. CD로 왠지 손이 가지 않거나 좀 처럼 구하기 힘든 음악, 작은 추억의 레코드 이런 것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며 즐기고 싶네요. 제가 옛날 부터 집에서 듣고 있던 레코드이기 때문에 혹시 간간히 스크래치 같은 것이 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도 음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시고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나오고 있는 테마 <Madison Time> 항상 CD로만 들어왔는데 오늘은 아날로그 레코드로 즐겨보시죠.


오늘은 '아날로그 나이트'입니다. 레코드는 손에 들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미세한 홈이 원형 레코드판 위에 빽빽이 새겨져 있고, 그것을 회전시켜 바늘로 문지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려준다. 언제봐도 신기하다라고 감탄하곤 합니다. CD라면 그런 감동이 없지요. 그런데 레코드는 깨끗하게 청소해주면 줄 수록 점점 소리가 좋아집니다. 그런 점도 귀엽죠. 저 같이 종종 틈이 나는 사람은 그 좋은 소리를 위해 레코드를 부지런히 닦는 답니다. 



2. Cupid - Tony Orlando & Dawn


하루키: 샘쿡의 이전 히트곡 <Cupid>를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나 <Knock three time>으로 유명한 밴드 Tony Orlando & Dawn이 커버한 곡입니다. 음악의 처음과 끝에 색소폰 솔로로 'My funny valentine'이 들어가죠. 꽤 굉장한 브로잉 테너 연주자인데요, 도대체 어디서 이런 테너 연주자를 찾아 왔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꽤 변두리의 같은 느낌의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있답니다. 'To be with you'라는 앨범에 들어가 있고, 이것은 아마 CD로도 구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계절에 딱 이므로 아날로그 반을 가지고 왔습니다. 



3. Sunset - Ohta-San


하루키: 다음 곡은 오타상입니다. 허브 오타 (본명 허버트 이치로 오타)상이죠. 잘 알려진 우쿨렐레 연주자입니다. 들어보면 누구나 들어봤을 <Sunset>이라는 곡인데요. 최근에 우쿨렐레 연주자라고 하면 제이크 시마부쿠로상 같은 기교파가 있죠. 물론 그것도 그것대로 좋지만, 오타씨의 우쿨렐레 연주는 고전미라고 할까 인간미가 있고 언제들어도 따끈따끈한 느낌이 듭니다. 전 오타씨의 레코드를 꽤 가지고 있는데요. 음, 모았다기 보다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모아졌다가 맞을 것 같네요. 이런 음악은 역시나 아날로그 레코드로 들으면 그 음악이 더욱 더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4. Cuando Tenga Sesenta Y Tres (When I 'm Sixty Four) - Los Mustang


하루키: 비틀즈의 'When I'm Sixty four'의 스페인 커버곡입니다. 노래는 로스 머스탱. 1960년 바르셀로나에서 결성된 그룹입니다. 이 레코드는 바르셀로나의 벼룩시장에서 발견해서 샀습니다. 얼마에 구입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뭐 2,000엔 정도일까. 전곡이 스페인어로 비틀즈의 음악을 커버하고 있는데요. 연주도 제대로 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아마 CD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곡의 스페인어 제목은 'Cuando Tenga Sensentay Tres' 인데요. 제 부족한 스페인어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것은 직역하면 '63세가 되면'입니다. 왜 64세가 스페인어로 하면 63세가 되어버리는 걸까요? 스페인어 운율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만약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그런데 저는 제가 실제로 64세가 된 생일에 이 노래가 수록된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스 론히 하츠 클럽 밴드'에 수록된 음악을 들었는데요. 특별히 감회라는 것은 없었답니다. 64세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은 없다라는 느낌이었어요. 



5. Peter Gunn - The Art Of Noise Featuring Duane Eddy


하루키: 도입이 아주 멋집니다. 아트 오브 노이즈가 60년대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드웨인 에디와 함께 연주한 드라마 <피터 건>의 테마입니다. 트완기 기타 연주가 근사합니다. 이 레코드는 45회전 싱글 레코드인데요. 사실 이 레코드는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것이랍니다. 1990년대 초 보스턴에 살고 있을 때,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누군가 버린 레코드였어요. 봤는데 앨범 재킷도 예쁘고 버리긴 아까운 것 같아 주워 들고 왔답니다. 그런데 들어 보니 상처도 없고, 연주 또한 불평 없이 훌륭했죠. 그 이후 계속 애청하고 있답니다. <피터 건>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본 적 있으신가요? 1960년대 방영한 탐정물로 전 좋아하며 봤던 기억이 있답니다. 작곡은 당시 유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인 헨리 만시니이고요. 드라마의 주인공 피터건의 여자친구가 재즈 가수로 나오는데요. 항상 회마다 재즈 클럽 장면이 나오고, 당시 서부의 유명했던 재즈 음악가들의 얼굴이 나오곤 했죠. 그런 것들을 보는 재미도 충분했어요. 그 무렵 저는 아직 중학생이었지만요.  


5. Flashdance - Tanz Im Feuer 


하루키: 다음 곡은 1984년 독일 여행 중에 사온 싱글 앨범입니다. 독일어 제목은 'Tanz Im Feuer' 영어로 하면, 'Dancing in the Fire' 사실은 영화 <플래시 댄스>의 테마입니다. 노래는 라모나라는 젊은 여성으로 꽤 미인입니다. 저는 영어 유행가를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 다시 부른 레코드를 꽤 좋아하고 열심히 모으고 있답니다. 소설 외에 번역 작업도 하고 있기에 아무래도 그런 언어의 배치 기준 같은 것에 관심이 있거든요. 예를들어 노르웨이어로 부른 비치보이스라든지, 중국어로 부른 카펜터스라든지, 그런 것들이 꽤나 흥미롭답니다. 일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여행 중에 레코드 가게를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앨범들은 제목이 영어로 써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찾기는 힘들죠. 일정 간 틈이 없으면 좀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6. Chapel Of Love - The Hitmakers 


하루키: 다음 곡은 호놀룰루의 중고 레코드 샵에서 2달러 정도를 주고 구입한 앨범입니다. K-poi라는 현지 방송국에서 기념품으로 발매한 레코드로 비매품이랍니다. 레코드 곳곳에 방송국에서 삽입한 광고 음악이 들어가 있는데 이것 마저도  1960년대의 근사한 풍이 느껴져요. 곡의 전후에 들어가 있답니다. 이 곡 'Chapel Of Love' 는 아무래도 딕시 컵스의 히트곡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지금 곡의 아티스트인 히트 메이커즈라는 두왑 그룹이 히트시킨 동명의 다른 곡이랍니다. 이 곡도 꽤나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7. The Good Life - Blossom Dearie 


하루키: 제가 좋아하는 가수, 블라섬 디어리가 부른 'Good life' 입니다. 1980년대 중반 런던의 작은 클럽에서 그녀의 실제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죠. 요정 같은 이랄까 '요정 부인'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딱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목소리도 너무 귀엽죠. 이곡은 'Blossom Dearie Sings Rootin'Tootin 'songs of 1963' 라는 굉장히 긴 제목의 타이틀 앨범에 들어가 있는데요. 이 레코드는 레코드 회사의 이름이나 번호도 기록되어 있지 않는데, 이유는 루트 맥주 회사의 경품으로 제작되었고, 그 이후 일반적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레코드는 꽤 긴 시간 동안 구하기 어려워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CD로도 나와있어서 구하기 힘들진 않습니다만, 레코드판은 보기가 힘들죠.


전 이 레코드 앨범을 콜로라도 덴버의 작은 중고 레코드 매장에서 겨우 찾았답니다. 붙여진 가격은 60달러 였죠. 60달러라고 하면 시세 대비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었지만, 당시 저는 한 장의 레코드에 50달러 이상은 내지 않겠다는 저만의 방침이 있던 상황이었죠. 딱히 살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돈만 내면 뭐든지 손에 넣을거야' 처럼 되는 것은 싫었거든요. 어디까지나 취미와 재미로 게임 같은 느끼으로 레코드들을 모으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주인 아저씨에게 '이 앨범을 50달러에 주면 안될까요?'라고 물어봤지만 꽤나 깐깐했던 주인은 단번에 'no'라고 했었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그 레코드가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거에요. 그래서 1시간 정도 후에 다시 가게로 들어가 '정말 50달러에 안되나요?'라고 다시 물어봤죠.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no' 였어요. 저도 고집으로 치자면 빠지지 않는 성격이라 '그럼 됐어.'란 심정으로 가게를 다시 나와 호텔로 들어갔죠. 호텔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아무래도 저는 그 레코드를 원했던 거에요. 계속 생각이 났죠. 그래서 아침에 서둘러 그 레코드샵으로 다시 갔어요. '알겠어요. 그 레코드 60달러에 사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주인 아저씨는 'thank you'라고 하며 웃으며 저에게 이 레코드를 넘겼답니다. 결국 60달러를 지불하고 이 레코드를 구입한 거지만, 이런 일련의 구매 프로세스랄까, 주인 아저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이랄까 이런 것들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넷 옥션이나 인터넷 배송은 이런 인간적인 추억이란 것이 애당초 없지요. 



8. Pet Sounds - Freddie McCoy (*이 커버곡은 영상을 찾을 수 없어 프레디 맥코이의 다른 음악을 링크로 걸게요)


하루키: 오늘의 마지막 곡은 프레디 맥코이입니다. 재즈 비브라폰 아티스트죠. 그가 연주하는 비치보이스의 'Pet Sounds'입니다. 'Pet Sounds'의 커버는 꽤 드문데요. 이 음악 꽤 좋습니다. 아마 이 앨범도 CD로는 발매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특집으로 역시 오래된 음악이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같은 음악도 아날로그로 듣고 있으면 왠지 더 즐겁답니다. 소리와 좋은 분위기와 레코드가 눈으로 보이는 그런 것들이 인간적이랄까 안심이 되는 기분이죠. 라디오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멘트입니다. 상당히 희미한 기억일 순 있지만, 한 때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수는 자신의 마음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 마음이 듣는 사람에게 전해질 때, 거기에서 공감이라는 것이 태어난 것이다."


이것은 분명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마음의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음악을 듣거나 소설을 읽거나 하는지도 모릅니다. 또는 노래를 부르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그러한 마음의 구멍을 알게된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그 구멍을 인지 하게 되면 피로해집니다만, 가끔 문득 자신안에 있는 무언가의 상실에 대해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인생은 반대로 부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만나뵙겠습니다.



*무라카미 라디오가 몇 편까지 이어지는지 궁금하네요. 확실한건 2개월에 한 번인건 알겠네요. 계속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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