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시즌을 지나(올해는 하루키가 밥딜런과 경합한다는 재미있는 기사도 많이 쏟아져 나왔죠.) 그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하루키의 <1Q84>는 계속해서 유럽 국가 출간 러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자 (영국 시간 오전 11시) 가디언지에 실린 Emma Brockes 기자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1Q84>의 영국 출간을 앞두고 나온 기사이며, 올 초 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귀국전 하루키가 머물렀던 하와이에서 인터뷰가 진행 되었네요.

Photograph: Marco Garcia for the Guardian

그럼, 가디언지와 하루키의 <1Q84> 영국 출간 기념 특별 인터뷰를 보시죠.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시점 부터 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하루키의 진솔한 답변이 이어집니다. 
*기사 원문 클릭 
 

 "나는 도박을 걸었다. 그리고 살아남다.
(I took a gamble and survived)"

-무라카미 하루키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

 

Emma Brockes: 무라카미 하루키의 부모님은 그가 미쓰비시에 취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젊은 시절 결혼을 하고, 재즈 음악에 심취하며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의 새 소설 <1Q84>의 출간에 맞추어, 수수께끼의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하와이로 향했습니다.

우리는 하와이 와이키키의 풍경이 가장 완벽하게 내려다 보이는 하얏트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에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63세의 하루키는 여전히 스케이트보더 같은 차림으로 나탔났고, 그는 하와이의 집, 일본에서의 가정 그리고 그가 말하는 "저기 어딘가"의 세 장소의 분할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적 특징으로 정의될 수 있는, '불가사의 함', '무표정한', '거리를 두는 표현과 억압으로 인해 스며든 감성으로 가득찬' 것들은 매일 아침 이야기를 쓰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밀리언 셀러 작가인 그에게 '컬트'의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저는 하루키의 오래된 팬의 한 명으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부럽습니다..)                    


Haruki Murakami: 전,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전 그냥 글을 쓸 수 있는 남자에요. 그렇죠. 전 지금도 가끔 내가 왜 소설을 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mma Brockes: 하루키는 '달리기에 관하여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달리기에 대한 회고록을 썼습니다. 그 책에서 달리기와 집필 작업이 조화를 이루어 작가로서의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고 도 했죠. 3년간의 긴 집필 기간 동안에 그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입니다. 하루키는 그의 문장 스타일 혹은 일본에서 외국어로의 번역에서 오는 다른 효과에 의해서 이든 그렇게 계속 되는 반복 속에서 점점 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심연으로 끌어 들이고 있습니다. 달리기는 하루키에게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입니다. 


Haruki Murakami: 음...저는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문을 열어 제끼는 판토마임을 하면서) 매일 나는 서재로 가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 그 순간, 바로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 크고 무거운 문이에요. 그리곤 당신은 다른 방으로 다시 가겠죠. 물론 이것은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 이 방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곤 '문'을 닫아야 해요. 이것이 '문'을 열고 닫는 '문학적인 체력'입니다. 만약 제가 이 힘을 잃고 만다면, 저는 더 이상 소설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단지 짧은 이야기를 쓸 수는 있겠지만, 소설은 못쓰겠죠.


Emma Brockes: 매일 아침 그 '문'을 여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Haruki Murakami: 이것은 단지 일상일 뿐입니다. (크게 웃음) 재미 없다고도 생각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규칙적인 일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Emma Brockes: 내 안의 혼란이 사라지기 때문일까요?


Haruki Murakami: 그래요. 전 내 안의 '잠재 의식'으로 이동합니다. 그 혼란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그러나 다시금 규칙적인 일상으로 돌아 오지 않으면 안되죠. 이것은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전 항상 이렇게 얘기합니다. 만약 당신이 소설을 쓰고 싶다면, 그것을 실천에 옮기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지루해하거나, 실망하곤 합니다. (웃음) 그들은 더 역동적이고, 창조적이고, 예술가적인 대답을 기대하죠. 그러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바로 실천에 옮겨라입니다.


Emma Brockes: 하루키는 그의 부모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일찌 감치 결혼하여 피터캣이라는 재즈바를 운영하며, 소설을 써 데뷔를 하게되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것도 야구장에 비스듬히 누워 맥주를 마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죠. 주위의 모든 친구들은 반란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Haruki Murakami: 당시는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죠. 제에게 당시의 시간들과 친구들은 여전히 상실된 채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금 63세가 된 저를 생각할 때 너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전 항상 그들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살아있구나, 정말 강하게 살아나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요. 이것은 제 집필 작업의 가장 큰 목적 의식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 살아남았기 때문에 제 시간을 모두 여러 목적 의식으로 인해 먼저 고인이 된 친구들을 위해 할애(집필)해야 하기 때문이죠. 

  


Emma Brockes: 무라카미씨는 20~21살이 되는 해에 결혼하고, 빚을 지어가면서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일종의 인생의 도박을 걸었던 것이 아니었나요? 힘든 시기 였을 텐데요. 

 

Haruki Murakami: 아..제가 건 도박은 그 나이에 결혼을 한 것이었죠! 난 세상에 대해 잘 몰랐어요. 어리석었고, 순진했죠. 이게 일종의 도박이라면 도박일까요. 그러나 전 아직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쨋든 말이죠.

   

Emma Brockes: 무라카미씨의 전작들을 보면, 가족 관계가 대부분 드러나지 않는 구성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1Q84>에서는 아버지와 남주인공(덴고)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아버지와의 어떤 기억이 있나요?

 

Haruki Murakami: 전 일종의 압박을 받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부모님은 내가 이런식으로 자라줄 것이라고 믿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 그렇지 않았어요. (웃음)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죠. 너무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싫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죠. 그런면에선 일관성이 있었던 것 같네요. 부모님은 제가 미츠비시 같은 곳에 취직하길 바라셨겠죠. 그러나 난 독립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생 때 결혼하고 재즈카페를 운영했었죠. 그것에 대해 부모님은 불만이셨죠.

  

Emma Brockes: 부모님은 불만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Haruki Murakami: 부모님은 나에게 실망했어요. 아직도 그 느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부모님들이 좋은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모님께 상처를 준 것이겠죠. 이 느낌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들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죠.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 가끔 우리 부부에게 자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뿐. 더이상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자녀를 둠으로써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을까요? 글세요. 말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Emma Brockes: 그럼 어떻게 스스로가 결정한 일들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나요?

 

Haruki Murakami: 10대만이 가지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 왜냐하면 제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 책 읽는 것, 음악을 듣는 것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할 수 있었으니까 충분히 행복했어요. 이 3가지는 제 유년시절 부터 변하지 않는 것이에요. 지금도 역시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바로 이것이 자신감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모른다면, 당신은 자신을 잃어버린 거에요.


Emma Brockes: 무라카미씨는 공개적인 토론이나 매체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하시죠. 하지만, 도쿄 사린 가스 테러를 취재한 <언더 그라운드>라는 책을 쓰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동북부 대지진으로 다시 한 번 큰 위기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Haruki Murakami: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었어요. 종전 후 60년간 열심히 일해 풍족하게 생활을 해 왔지만, 결국엔 행복하지 않은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그 땅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런 비극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기술을 자랑했지만 그 기술의 원천인 원자력 발전소는 악몽으로 밝혀졌죠.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크게 삶의 방식을 변화 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일본에서의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mma Brockes: 일본이 겪는 변화는 일부분 일 뿐이라고 무라카미씨는 말합니다. 우리는 얼마를 잃었고, 또 얼마나 가져야 할지에 대해 계산하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되묻습니다.

 

Haruki Murakami: 만약 당신이 부자라면,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은 일절 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으로 자유를 사고, 시간을 사는 것 아닐까요. 저는 제가 1년에 얼마의 수입을 얻는지 모릅니다. 관심이 없어요. 또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도 몰라요. 세금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요. 회계사와 아내가 함께 그것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들은 저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전 단지 계속 집필을 할 뿐이죠.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그녀는 저의 가장 좋은 조언자입니다. 지금의 편집장과는 헤어질 수 있지만, 아내와는 그럴 수 없죠. 

    

Emma Brockes: 하루키의 아버지는 2년전에 고인이 되셨고, 어머니는 아직 살아 계십니다. 부모님은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성공했다는 것에 만족했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하루키는 부모님의 만족에 위안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Haruki Murakami: 전, 하와이의 러너 클럽의 회원으로 계속 활동 중이에요. 제가 가장 연장자이기도 하죠. 여전히 매일 글을 쓰는 것처럼 달릴 겁니다. 나는 책을 읽고 싶어요. 나는 음악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기록을 수집합니다. 고양이 역시 애착을 가지고 있죠. 지금은 함께 지내는 고양이는 없지만. 고양이를 볼 수 있다면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갈 거에요. 난 행복합니다.



인터뷰어가 여자분이어서 그런지 대화 내용이 차분하고 여느 인터뷰 보다 심각한 얘기가 많이 슬림 다운된 듯한 느낌이어서 읽는 동안은 편했습니다만, 심도는 조금 없다라는 느낌도 드네요. 그렇지만 역시 좋습니다. 특히 하루키의 입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라!"라는 말을 들으니, 스티브 잡스의 "가슴을 따라 살아라!"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뭔가 뭉클해지기도 하구요. 또한 인터뷰어가 하루키의 오랜 팬이라서 그런지, 다른 인터뷰에서는 보기 힘들거나 생략이 많이 되었을 법한 하루키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밀도있게 다룬 것도 눈에 띄고요. 신선하고 하루키의 진솔한 면이 엿보인 인터뷰 였던 것 같습니다. *fi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혜원아빠™ 2011.10.15 17:34 신고

    인터뷰 잘 봤습니다. 정성스레 번역해주셔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2011.10.15 23:58

    비밀댓글입니다

  3. 요즘 좀.. 2011.11.02 00:04

    많이 힘든데요.(안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네요ㅜㅜ) 그래도 하루키 기사는 늘 반가운 거 같습니다. 적지 않은 위로가 된거 같습니다. 적어도 읽는 동안에는 뭔가 가벼워진 느낌... 감사합니다.

    • 요즘 좀.. 2011.11.02 00:06

      근데 전 인생을 잘 못 살고 있군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음... 요즘엔 만사가 귀찮네요ㅎㅎ... '울어야 되나?'

    • finding-haruki.com 2011.11.02 13:16 신고

      반가워요. 하루키 소식에 같이 반가워 할 수 있는 분을 또 만나서요! ㅎㅎ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