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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2006년 GQ Korea 인터뷰 (1)

category 하루키 인터뷰 2011. 9. 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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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하루키 인터뷰는 2006년 10월 하와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카프카상을 시상식을 다녀와 하와이 대학의 초청을 받고 체류하는 중에 가진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는 GQ 2007년 1월호에 실려 있고, 잡지는 절판되어 중고로 어렵게 구했네요. 같은 기간에 진행된 아르헨티나 언론 인터뷰는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하루키 와이키키 인터뷰 La Nacin 전 세계의 평단과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인정을 받으며 현존하는 아시아 작가 중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로 여겨지고 있는 하루키. 다시 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수상에 대해 다시 또 기대를 하게됩니다. 

Photographs by Mark Arbeit

무라카미 하루키 GQ 인터뷰 (1)
2007년 10월 하와이 대학에서 


*인터뷰 요청 메일에 "미안하지만 두 번은 곤란하고 한 차례 두 시간 정도라면 인터뷰 하고 싶다."라고 허락한 하루키는 책상 옆에 자전거를 세워둔 하와이 대학 연구실에서 영문 서적을 읽으며 인터뷰어를 맞이 했다고 하네요. 기존 인터뷰와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고 신선한 내용을 담기 위해 선별하여 네 번에 걸쳐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Q1: 자전거 타시나봐요?


하루키: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이 캠퍼스에서 10분이면 닿을 거리에 있거든요. 학교 올 일이 있을때 마다 자전거를 타고 와요.

Q2: 미스터 무라카미, 무라카미상, 하루키상. 어떤 이름이 편하세요?


하루키: 어떤거라도 좋지만, 일본에선 대부분 저를 하루키상이라고 불러요. 아시겠지만 일본엔 나말고도 유명한 무라카미(류)가 한 명 더 있잖아요.

Q3: 하와이에 처음 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댄스댄스댄스>에 묘사된 하와이를 보고, 분명 와봤으리라 생각했어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그렇게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할 순 없을 테니까요.


하루키: 처음 온 것이 20년전 쯤인가 그럴거에요. 그 후로 자주 와서 친구도 몇 명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 오아후에 머무는 건 처음이죠. 전 하와이 섬 중 카우아이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얼마나 좋은지 집까지 샀을 정도니까요. 조용하고 평화롭고, 무엇을 쓰든 집중이 잘돼요. 그래서 3~4년 전에 카우아이에 두세 달 머무면서 <해변의 카프카>의 반을 썼어요. 세 달은 카우아이, 나머지 세 달은 도쿄에서 썼지요.

Q4: 구상 중인 소설이 있나요?


하루키: 어일단 지금은 휴식을 좀 취하고 12월쯤 다음 소설에 착수할 생각인데, 딱히 구상중인 건 없어요. 항상 전 백지 상태에서 소설을 시작해요. 이런 걸 써야겠다, 하면 부담이 되거든요. 필요한 건 첫 장면 하나에요. 하지만 그 장면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생생해야 하며, 명확한 것이라야 해요. 캐릭터도, 스토리도 일체 정해두지 않지만 확실한 첫 장면만 있으면 자신감이 생겨요. 잘 끝낼 수 있겠다 하는.

Q5: 그럼 <태엽감는새>도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남자라는 첫 장면으로 쓰기 시작한 건가요?


하루키: 네. 그 때 제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남자 모습만 있었어요.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저도 몰랐어요. 그냥 거기서 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이렇게 설명을 해보죠. 저기 저 멀리 점 하나를 찍고 거기까지 달려가기로 해요. 달리는 중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몰라요. 잘 쓰여진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결말을 모르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똑같아요. 다음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궁금하고, 궁금하니까 흥미진진하고, 흥미진진하니까 계속 쓰게 돼요. 

Q6: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는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합니다. 스토리도 결말도 없이 그렇게 독특한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하루키: 나는 캐릭터를 창조하지 않아요. 대신, 전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내 머릿속엔 일종의 '캐릭터 서랍장'같은 것이 있어서 관찰로 얻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곳에 보관해요. 사람은 미스테리에요. 관찰하면 할수록 더 흥미로워요. 할 수만 있다면 집까지 따라가서 보고 싶어요. 어떤 책을 보고 어떤 옷을 입는지 누구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렇게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되면 내 머릿속 '서랍장'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요. 그리고 소설을 쓰면서 캐릭터가 필요할 때 나는 어떤 서랍을 열어야 할지 아는 거죠.

Q7: 그렇다면 하루키 상은 특별한 사람입니까?


하루키: 저는 스스로를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해요.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는 '난 특별하구나' 생각하지만, 글을 쓰지 않을 땐, 이렇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땐 지나치게 평범해요.

Q8: 독자들에겐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건 확실해요. 그들은 당신의 소설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선망하고 추구합니다. 재즈,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 고양이, 영화, 하루키상이 좋아하는 요리까지요. 당신의 소설 속 문화 아이콘이 상품화되는 이런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하루키: 그런 얘기들을 종종 듣는데, 사실 별 관심은 없어요.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다음에는 깨끗이 잊으니까 그 주변적인 것들도 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게 되죠. 난 그냥 글 쓰는 것을 즐길 뿐이에요. 사람들이 그걸 즐기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게다가 난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전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이 좋거든요. 책을 읽는게 좋고, 소설을 쓰는건 좋지만 유명한 소설가가 되는 건 바람이 아니었어요. 알아보는 사람이 없이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 원칙이 제 얼굴이 알려질 만한 일들, 특히 TV 출연을 하지 않는 거에요.

Q9: 신주쿠나 하라주쿠 같은 곳을 거닐때도 알아보는 이들이 별로 없나요?


하루키: 네. 다행이 그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도쿄 한 가운데를 걸어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Q10: 신문은 어떤가요? 일본의 신문도 소설가와 페미니스트, 소설가와 정치인 같은 구조로 토론이나 논쟁 같은 것을 붙이기 좋아하지 않나요?


하루키: 그렇긴 한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그냥 고개를 돌리면 돼요. 아무 토론도 안 한다고 하면 되죠. 난 독립적인 개인으로 어떤 그룹에도 어떤 사회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요. 문학계도 싫어요. 작가 친구도 만들지 않죠. 제 친구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열띤 비평이나 날 선 토론보다는 음악, 고양이, 이런 얘길 하는게 더 좋아요. 전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 모든 이에게 다 친절하지도 않아요. 내가 사는 세계는 아주 한정된 공간이에요. 숙고 끝에 곁에 둘 사람들을 고르고 그들에게만 최선을 다해요.

Q11: 소설가 중에는 정치, 사회적으로 분명한 노선을 정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은데요. 하루키상은 어떠신가요?


하루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정치적 견해를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질문엔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물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내 나름대로의 의견과 입장은 있지만 그걸 공론화하는 건 싫어요. 스토리텔러는 견해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라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니까요. 말을 훌륭하게 잘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지만 난 그렇지 못하니까. 대신 전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인터뷰는 2편 주요 작품에 대한 대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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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eunice522.tistory.com BlogIcon eunice522 2011.09.21 19:32 신고

    아-하루끼상의 유일한 한국 인터뷰라니 왠지 씁쓸하네여...
    글 잘 봤어요
    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나저나 1Q84 4권은 언제나 쓰시려나요...

    • Favicon of https://finding-haruki.com BlogIcon finding-haruki.com 2011.09.22 13:01 신고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시네요. 4권 기다리고 계시죠..잊고 있는게 정답이겠지만..아마도 스페인 시상식에 참석 후 유럽에 체류하다가 (작년과 같은 패턴으로) 일본에 들어가 4권을 집필할 것 같아요. 얼마전 에세이도 끝냈고 이제 내년 여름까지 본격적으로 장편을 집필 할 시기라고 봅니다. ㅎㅎ

  2. 2011.09.30 07:59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finding-haruki.com BlogIcon finding-haruki.com 2011.09.30 09:17 신고

      네 읽었어요. 그 인터뷰때문에 문학동네 정기구독까지 했죠 ㅎ 유일한 인터뷰란 얘기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란 의미였어요. (물론, 김난주씨와의 인터뷰가 있긴 하지만 출처를 못 찾아서 제목을 그렇게 뽑았네요 ^^)

  3. 2011.09.30 13:07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finding-haruki.com BlogIcon finding-haruki.com 2011.09.30 13:46 신고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D 하루키는 대학교때 부터 읽어왔는데, 1Q84 집필 소식 때 부터 뭔가 블로그에 정리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 부터 해온게 지금까지 왔네요.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해요. 자주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