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그녀 이름2

그녀 이름 2 #4 밤 9시가 넘어가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한풀이로 가득찼던 장례장이 한풀 꺾이고, 가족들만이 주저앉아 손수건으로 눈시울 닦고, 멍하니 앉아 벌어진 입에선 간헐적인 신음이 새어 나올 뿐이다. " 나 화장실 좀.." 적막과 들이마신 술을 좀 깰 겸 일어섰다. 1장례장입구엔 검은 구두들이 이리저리 섞여 있다. #5 '제2장례장' 어쩔 수 없는, 장례식장이라 그럴까? 번호 순으로 이름을 매긴 명패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다. 슬그머니 '제2장례장'을 들여다 본다. '古 이선희' 영정사진은 보이지 않지만, 부모로 보이는 두분이 절규하고, 할머님이 주저앉아 '선희'라는 이름을 계속 되뇌이고 있다. "선희야, 내새끼..아이고..내새끼" #6 발인날 다시 올 생각으로, 무겁고, 축 처.. 2009. 3. 29.
그녀 이름 1 #.1 침대 밑으로 푸욱- 꺼져 스프링에 온몸이 찔리는 꿈을 꾸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메스꺼운 헛구역질 나는 그런 꿈이 었다. "따르릉-따르릉" 악몽에서 날 깨워준 고마운 전화 저편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달갑지 않은 사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 영기.." #2 다행히도, 장례식장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을거란 동물적인 본능에 순순히 따라나섰다. 두집상이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곡과 흐느낌, 허탈함. 그것들을 이기지 못해 술에 뭍매를 맞은 사람들. #3 국밥 한그릇에 홍어전 몇개 집어 먹었더니, 목이 칼칼해 소주병을 땄다. "영식이가 올해 몇살이었지?" "서른하나.."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키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영기가 대답한다. "장가도 .. 2009.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