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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무라카미 라이브러리' 오픈 기념 뉴욕 스타일 매거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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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인터뷰는 와세다 국제 문학관(무라카미 라이브러리) 개관을 기념하여 일본판 뉴욕 스타일 매거진과 11월 25일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뉴욕 스타일 매거진의 일본판은 2015년 부터 발간되었다고 하네요. 인터뷰 기사 구성은 직접 인용 형식이 아닌, 서술식 간접 인용 형태이나 편의상 포스팅은 Q&A 형태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ebbc556a25e7e6f6dc7c09dbdd6f9e5b3f931b5a?page=1

 

 

Q: 라이브러리를 개관할 생각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루키: 워낙 오래전 부터 레코드를 수집해 오기도 했고, 집에 책도 많답니다. 그런데 전 자녀가 없기 때문에 제가 죽고 나면 모두 흩어져 버리게 될테죠. 그것만은 원치 않았어요. 90년대 초 프린스턴 대학교에 있을 때 스콧 피츠제럴드 도서관을 본 적이 있는데 아,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었죠. 작가의 저서나 원고가 잘 정리되어 아카이빙 되고 있어서 작가와 문학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열람 할 수 있는 장소, 바로 그런 장소가 이번 와세다 국제문학관의 첫 발상이랍니다.  

 

Q: 12세에 러시아 문학을 접하고 탐독하셨고, 14세에 재즈와 미국 팝을 접하시며 지금까지도 문학과 음악은 무라카미씨 삶에서 한치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수많은 문학과 음악 중에서 무라카미씨가 직접 큐레이션 하신 컬렉션이 기증되고 전시가 됩니다.

하루키: 라이브러리라고는 해도, 단순히 물건들을 전시만 해놓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책이나 레코드 중심으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일으켜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성으로 서서히 발전시켜 갔답니다. 토크 이벤트나 낭독회, 그리고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어서 라이브 방송도 할 수 있죠. 저는 어렸을 때 부터,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던 아이여서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무라카미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문화 센터에 가까운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저 역시도 다양한 액티비티에 적극 가담할 예정이랍니다. 졸업생으로서 애교심이랄까요, 그런것은 그다지 있지 않지만 말이에요. 교가 '都の西北(미야코노 세이호쿠)' 가사도 모르고요. (웃음)

 

Q: 무라카미 라이브러리의 2층에는 전시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도 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아트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문학과 음악 말고 예술 작품을 전시 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하루키: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소설가 친구는 없지만, 화가나 음악가 친구는 많이 있답니다. 미술 작품도 좋아하고 최근에 꽤 사기도 했죠. 람보르기니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구는 그다지 없어요. 하지만 그림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은 내가 집 안에 걸어두고 보관하고 있지만 언젠가 때가 오면 다시 또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느낌이죠. 역사적으로 보아도 소유주가 옮겨가게 되는 것이죠. 그게 좋습니다. 물론 100만엔에 매입해서 300만엔에 팔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단지 집에 두고 보며 즐기고 있을 뿐이랍니다. 여하튼 미술 작품도 이 곳에 오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책과 레코드와 그림이 공존하는 종합적인 장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이런 형태의 라이브러리를 언제 부터 구상하셨나요?

하루키: 음, 정확하게는 50년 전 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Q: 50년전이요? 그때면 대학 시절이셨죠?

하루키: 당시의 전공투 운동은 대학을 해체하려는게 큰 목표였지만, 결국 해체된 것은 학생 쪽이었죠.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은 대학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폭력적이지 않고 가능하면 사람들의 내면으로 부터 부드럽게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당시 학생들은 라이브러리의 공간이었던 4호관을 점거했다가 결국 쫓겨 나게 되었지만, 이번에 드디어 재점거했다는 것은 농담이지만, 그 지저분하고 끔찍했던 4호관이 생각지도 못할 멋진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이런 것을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Q: 무라카미씨는 대학 시절 재즈바도 운영하셨고, 대학 수업에는 그렇게 열심히 임하지는 않으셨죠. 그리고 이미 와세다 대학에는 쓰보우치 연극 박물관이 있어서 학창 시절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러 자주 가셨는데요.

하루키: 사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여러 자료나 컬렉션들을 어딘가의 대학에 기증하고 싶다고 미국의 에이젼트와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에이젼트에서는 미국에서 경매로 내놓자라고 했죠. 예를 들어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아카이브는 텍사스 대학에 100만 달러에 팔렸고, 레이먼드 카버의 경우 오하이오 대학이 가져갔죠. 작가 입장에서는 아카이브를 그대로 통째로 맡기게 되는 거니까 편한 방법이긴하죠. 하지만, '작가의 아카이브가 있습니다'라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장소가 되길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나누고 있어요. 

 

https://news.yahoo.co.jp/articles/ebbc556a25e7e6f6dc7c09dbdd6f9e5b3f931b5a?page=1

 

 

Q: 라이브러리의 실현에 있어서는 무라카미씨와 관련이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도 있었는데요. 우선 개축 비용인 12억엔 전액을 기부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있습니다. 

하루키: 실은 야나이씨는 저와 같은 해에 와세다 대학에 입학한 동문이랍니다. 그가 정경학부고 제가 문학부였기 때문에 학생 시절에 알지는 못했지만, 대학 해체를 외쳤던 같은 세대이죠.

 

Q: 설계를 맡으신 건축가 쿠마 켄고씨도 인연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쿠마 켄고씨는 5년전인 16년 제가 덴마크에서 H.C 안데드센 문학상을 수상 했을 때, 현지에서 'H.C 안데르센 박물관' 설계작업을 하고 있던 쿠마 켄고씨와 인사를 하게 되었죠. 켄고씨는 설계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가 있고 그곳에서 부터 다지인 등 여러 요소들을 파생시켜 나간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에 대한 논의나 얘기들이 빠르게 전개되죠. 그런 건축가는 좀 처럼 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Q: 무라카미씨도 소설을 쓰실 때, 하나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라이브러리 역시 무라카미씨의 최초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 관계의 여러 얽힘과 조화들이 공명되고 확산되어 나가는 것을 그리고 계시는 거겠죠.

하루키: 저는 꽤나 여기저기 외국에 나가서 여러 경험을 쌓아 왔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그런 경험들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제 마음의 생각들을 밖으로의 메세지를 통해 발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라이브러리의 또 다른 목적은 문장을 통한 국제 교류랍니다. 저도 영미 문학 번역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제 책도 반대로 번역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교환 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추구하는 센터로 만들고 싶어요. 해외에서 연구자들을 초대해 강의나 낭독회를 개최하거나, 국내외의 문학 연구자 들을 장기 체류 형태로 받아 자유롭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Q: 예전에 센다가야에서 재즈바 피터캣을 운영하면서 사람이 오고가는 장소를 만드셨던 무라카미씨가, 5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른 형태로 다시 교류의 장소를 만드신 거네요. 

하루키: 네, 그런데 확실히 개인적인 제 공간을 대학 안에 만들어 버린 느낌은 있습니다. 공공 공간이라기 보다는 개인 공간을 확대했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Q: 이곳에서는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그 카페는 오렌지 캣이라는 이름으로 와세다 출신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운영을 하게 되는데요.

하루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넣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모처럼 이렇게 처음 부터 모든 걸 기획해서 만들었으니, 프랜차이즈가 아닌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싶은 것이 제 희망이었어요. 지금의 젊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있습니다.

 

Q: 자녀가 없는 무라카미씨는 나름대로의 지금의 세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을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찾고 계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 네, 지금의 학생들은 제 자녀 세대도 아니고 손자 세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바로 아래 세대라고 한다면 뭔가 부모 자식간의 그런 반발 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웃음) 손자 세대 쪽이 오히려 궁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제 신념은 각 세대별로 우열은 없다입니다. 각각의 세대에는 각각의 특색이 있을 뿐이죠. 단지 세대별로 흥미를 갖는 범위가 달라질 뿐이고, 세대별 퀄리티는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 세대만이 가진 좋은 생각들을 잘 살려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코로나 펜데믹이 불러온 디지털 시대로의 급변이 책을 쓰고 소비하는 트렌드가 저무는 시대까지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상황에서 책과 도서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키: 저는 어디를 가나 전체 인구의 5%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어요. 베스트셀러 같은 작품이 나오면, 독서 인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붐이 끝나면 다시 5%대로 돌아오는 것이죠. 그런데 말이에요. 이 5%의 사람들은 '책을 읽지 마세요'라고 해도 계속 읽습니다. 그 부동의 5%의 사람들을 믿고 작품을 써 나간다면 작가로서의 삶은 유지가 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도, 제대로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무언가를 생각 할 수 있는 사람도 5%라고 생각해요. 엘리트주의로 들릴 수도 있을테지만,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그 5%의 사람들을 진지하게 고려하여 상대해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전 세계 독서 인구는 4억명 미만일텐데요. 그 중에서 상당한 비율이 무라카미 문학의 팬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 그리고 아무리 디지털화해도 저는 음악 만큼은 컴퓨터로 듣고 싶진 않아요. 우정과 섹스는 섞이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비유가 좋지 않네요. (웃음) 저는 그래도 여전히 완고한 편이기에, 차도 수동 기어 차를 타고, 음악은 플라스틱 레코드로 듣고 싶고, 소설은 종이에 인쇄한 책으로 읽고 싶답니다. 이런 구체적인 감촉 같은 것들을 언제까지나 소중히 하고 싶어요. 

 

Q: 무라카미씨가 대학교 안에 도서관을 만드신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어떤 장소일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답니다. 상당히 의외였고요. 일본 내에서는 언론에 잘 나타나지도 않으시는데, 지금 이 인터뷰가 실현되었다는 것 자체도 아직도 놀랍기도 하고요. 

하루키: 지금까지 소설을 쓰는 것 외에 외부로 나오는 것을 꺼려 했던 것은, 좀 더 소설에 집중하여 제 문장이 좀 더 잘 만들어 지길 바랬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생각 만큼 잘 쓰지 못했었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시대 소설'이라면 조금 무리가 있겠지만요. (웃음) 그래서 이제 부터는 슬슬 글을 쓰는 것 이외의 제 생각을 펼칠 다른 일들을 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라디오 DJ도 하고 낭독회도 자주 진행하게 되었던 거죠.  

 

Q: 끝으로, 완고하지만 유연한 사고도 필요한 작가에게는 여행이란 요소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코로나 상황에서는 역시 무라카미씨도 꽤나 힘든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신가요?

하루키: 글로벌리즘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 '보안'이라는 의미에 있어서 세계는 오히려 더 안 좋은 모습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무서운 것은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닫혀 오고 가기 어려워지며 이상한 형태의 내셔널리즘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본래 부터 사회 시스템이나 국가 시스템 같이 힘과 통제력을 가진 사회라는 것에 경계심을 가져 왔어요. 이 도서관 조차도 대학이라는 하나의 시스템 속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오는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고 마찰도 일어나게 될거에요.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부정적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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