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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002년 <해변의 카프카> 출간 당시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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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작가 인생에서 1편 내지 2편의 장편이 남아 있는 가운데(해외 신문사 인터뷰를 근거로 한다면 말이죠) 아직까지 제가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것이 <해변의 카프카>입니다. 하루키를 처음 접하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카프카 소년과 나카타 노인의 로드무비가 교차되면서 흥미롭게 전개되는, 그야말로 작정하고 페이지터너의 역할을 해낸 작품으로 저로 하여금 하루키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해준 작품이랍니다. <해변의 카프카>는 <노르웨이의 숲>과 <1Q84>에 이어 일본 독자들이 꼽는 하루키의 베스트 작품 세번째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고, 2005년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2006년 미국 세계 환상 문학 대상에서 장편 부분을 수항하기도 했답니다.


하루키는 <해변이 카프카>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했고, 이제 이런 총합소설을 쓸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도 했죠. 이 말은 <1Q84> 출간 후 인터뷰에서는 보이지않는 자신감 이랍니다. 그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2006년에는 <해변의 카프카>의 영향으로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한답니다. 이 상은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고, 일본 내 방송사에서도 치열한 취재열기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죠.


이런 <해변의 카프카>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인터뷰가 있었답니다. 출간 당시 일본내에서 신초사 사이트를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받는 사이트를 개설한 것인데요. 그리면서 하루키는 긴 인터뷰에 응합니다. 이는 현재 남아있는 것이 없어, 그 이후의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그 인터뷰가 있음을 가끔씩 재확인하는 정도 였는데, 이 인터뷰가 남아있는 사이트를 발견하여 급하게 포스팅 하게되었습니다. 당시 사이트에서의 질의 응답과 인터뷰는 아래 소년 카프카라는 문고본으로 출간이 되기도 했었답니다. (현재 포스팅 해주신 분은 접촉이 되질 않고 있고, 혹시나 이 포스팅을 보게 된다면 연락 부탁드릴게요.)



<해변의 카프카>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1)

하루키 2002년 <해변의 카프카> 출간 당시 인터뷰 (링크 클릭)


 Q: <해변의 카프카>라는 제목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요?


하루키: 언제 결정하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쓰기 시작한지 한 참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카프카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음절 자체의 음감도 좋았답니다. '해변의 카프카'라는 말이 뭔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게 각자 다 있을겁니다. 문득 갑자기 생각났고, 머리 속에서 한참 그 울림을 느껴보다가 "그래, 이걸로 하자"라고 결정했죠. 그 이후 다른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Q: 영어로는 <Kafka on the shore>인데, 처음에 영어로 먼저 제목이 떠올랐던건 아니었나요?


하루키: <Einstein on the beach 온 더 비치>라는 유명한 오페라도 있지만, 그런 것을 특별히 관련시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제 작품의 경우엔 'beach'가 아니라 'shore'라는 이미지니까, 그건 좀 느낌이 다르겠죠. 바다와 육지가 접하는 곳이라는 느낌이죠. 


Q: 어떤 페이스로 쓰셨나요?


하루키: 소설을 집필하는 시기의 제 일과는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있답니다. 아침에 쓰고 저녁에는 쓰지 않아요. 장편 소설 집필 중에는 아무리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일어납니다. 더 일찍 일어나는 날도 종종있죠.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지게 된답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곧바로 책상으로가 쓰기 시작하죠. 커피를 마시면서 4~5시간 동안 계속해서 써나갑니다. 그렇게 하루에 완성되는 원고는 400자 원고지 기준 10장이 되요. 그보다 많이 쓰지도 적게 쓰지도 않죠. 그것도 일종의 '게임의 룰'과 같은 거에요. '룰'이라는 것은 그런대로 꽤 중요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대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해요.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죠. 밤에는 아무것도 안해요.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를 좀 보기도 하고 9시쯤 잠에 들지요. 나이트 라이트 따위는 없답니다. 그런 리듬으로 작업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그 반복 리듬 속에 제가 쏙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소설을 쓰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 기계적인 반복을 하는 것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반복성'에는 확실히 '주술적'인 것이 있습니다. 정글 안에서 들여오는 북소리 같은 것이랄까요. 거기에 자기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고 나오고 싶을때 나올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런 반복을 하기 위해서는 꽤나 피지컬한 기초가 단련되어 있어야 해요. 깊게 집중하면서, 규칙적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보통 사람...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이런 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세상에는 그런 능력을 부여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이런식으로 하루에 10장을 쓰고, 한 달에 300장, 반년에 1,800장, 그렇게 장편 소설이 완성됩니다. 거기서 다시 수정 작업을 하면서 최종 분량이 1,600장 정도로 줄여 진거죠.  


Q: 쓰기 시작한건 언제 쯤이었나요?


하루키: 좀 재밌는 일이있었죠. 막 야구 시즌의 개막과 동시에 쓰기 시작해서, 야쿠르트가 우승을 거두는 무렵에 초고를 완성했어요. 이 부분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때와 똑같았어요. 그 당시에도 개막과 동시에 쓰기 시작해서 우승이 결정되는 무렵에 완성시켰죠. 히로오카 감독 체제에서 첫 우승을 했었을 때죠. 무슨 인연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반년간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이야기를 써 나간다는 것은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었어요. 계속해서 숨이 막히게 집중해서 써야 하니까요. 전 20년째 매일 러닝을 해오고 있는데, 그런 준비나 축적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문장을 쓰기에는 하반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메타포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말그대로 다리와 허리가 단단하지 못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없는 법이에요. 물론 조금전에도 얘기했지만, 천재는 예외입니다. 저와 같은 정도의 재주를 가진 사람에 관한 얘기라고 봐주세요. 


Q: 새벽 4시 부터 밤 9시까지의 일과는 시간에 있어 어떤 이유가 있는건가요?


하루키: 아침을 좋아하거든요. 예전에 바를 운영했을 때, 그 때는 물론 야행성으로 새벽에 잠들고 점심 때 쯤 일어나는 생활을 했죠. 그리고 바를 친구에게 넘기고 전업 작가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이제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겠다라고 결심했어요. 날이 밝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기로 말이죠. 제 인생이 '리셋'되는 계기로 삼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어둠 속에서 일을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 점점 날이 밝아진다는 것이 느낌으로서 매우 좋다는 것도 있었어요. 뭔가 제가 쓰고 싶어하는 작품 세계를 바로 상징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가끔씩 제가 새벽에 일을 시작하면서 장난삼아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곤 해요. 물론 연락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거죠. 그런데 편집자들은 그 시간에 전화를 받아요. 그 시간에 아직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신기하죠? (웃음)


Q: 장편 집필 중엔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식사는요?


하루키: 아침은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해요. 작은 소리로 듣죠. 대부분이 실내악이나 기악이에요. 그런데 글렌 굴드의 연주 같은 것은 안되요. 그의 연주를 일하면서 듣게된다면 전 그의 연주에 빠져버리게 될 테니까 말이에요. 일을 하면서 듣기에는 좀 더 온화하고 중립적인 소리가 좋은 것 같아요. 이번 <해변의 카프카>를 집필하면서 Prince나 Radiohead도 제법 들었지만요. (웃음) 식사는 적당히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는답니다. 배가 고프면 부엌으로 가서 제가 직접 해 먹어요. 일을 하는 중에는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Q: 소설을 계속해서 써내려가기 어려울때는 어떻게하시나요?


하루키: 써 나가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고 그런대로 묵묵히 써내려가요. 너무 자세한 내용까지는 일단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 부분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 고쳐쓰면 되니까요. 그것보다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에 늦지 않게, 필사적으로 계속해서 이야기의 흐름에 매달려 가려고 해요. 저에게 있어 그게 더 중요한 부분이에요. 


Q: <해변의 카프카> 표지에 있는 두 가지 오브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하루키: 표지에 쓰인 고양이 인형과, 뱀이 그려진 돌 이 두가지는 둘 다 제거에요. 언제나 제 책상 위에 놓여있지요. 고양이는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뱀이 그려진 돌은 시드니 올림픽을 취재하러 갔을 때, 그곳의 토산품 가게에서 사왔어요. 둘 다 <해변의 카프카>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표지에 쓰기로 했죠. 제 책상 위에는 제법 여러가지 물건이 놓여 있어요. 대개는 동물과 관련된 것들이네요. 이 외에도 개구리나 벌이나 쥐 그런 것들도 있답니다. 소설을 쓰다가 잠시 쉴 때 이따금 가만히 보곤 하는데, 그것들이 다함께 저를 격려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도 있답니다. 동물이란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Q: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는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시코쿠에는 실제로 가봤어요. 저는 원래 소설을 쓰기 위해 하는 취재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사실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곤란하니까 일단 가서 알아봤지요. 실제로 혼자 도쿄에서 심야 고속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로가서, 렌터카 마츠다 파미리아를 빌려서 그 주변을 돌아봤답니다. 2박 3일 정도의 여정이었어요. 그런데 쓰기 전의 예비 조사로 간 것이 아니고, 소설을 다 쓰고 나서 확인차 간거에요. 쓸 때는 오로지 저의 상상력에 의지해서 써내려 간답니다. 다카마쓰에는 이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제 머리 속에서 소설을 위한 장소를 제 멋대로 창조해 나가는 거에요. 그러고 나서 그런 장소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인거죠. 


<태엽감는새>를 썼을 때도 그랬군요. 그 작품에 노몬한이 나오는데, 실제로 노몬한에 가 본 것은 소설을 다 쓰고 나서였죠. 소설을 쓰기 전에 조사를 하러 먼저 가면, 저의 경우이긴 하지만 상상력이 잘 작동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시코쿠를 무대로 삼아서 쓰고는 있어도, 결국 소설 속 그곳은 그 어디도 아닌 곳인거죠. 내가 지금 묘사하는 곳이 다카마쓰 시내 어딘가에 있을거야란 생각으로 쓰고 나서 보니, 그런 장소가 정말로 존재하는 곳이 있는 거죠. 그럼 저는 '아, 역시 존재하는 곳이구나'라는 식으로 기뻐하곤 하죠. 모래 사장에 앉아서 '그렇구나 이런 곳이었구나'하면서 이상하게 릴렉스하기도 하고요. 노몬한의 경우엔 '와, 바로 내가 쓴 그대로 잖아!' 같은 기시감(데자뷰)까지도 있었지만요. (웃음) 


<양을 쫓는 모험> 같은 경우엔 유일하게 사전 답사(로케이션 헌팅)를 진행했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양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으니까 말이죠. (웃음) 실제로 답사를 하고 나서 양에 관한 일에는 이상하리만큼 자세히 아는 사람이 됐어요. 그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취해였답니다. 


왜 <해변의 카프카>의 무대가 시코쿠냐는 질문을 받으면 곤란해요. 근거가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소년의 행선지는 시코쿠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꽤 확실히 있었어요. 서쪽으로 향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은 간사이도 아니고 규슈도 아니고 히로시마도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시코쿠가 되겠지요. 다카마쓰라는 도시를 개인저으로 좋아해요. 뭔가 느긋하고, 우동도 물론 맛있고요. 


Q: <해변의 카프카>는 <태엽감는새> 이래의 긴 장편 소설입니다. 


하루키: <태엽감는새>를 다 썼을 때, 1995년이죠. 아무튼 제 속에 있었던 소설적인 부분이랄까 그런 것들이 모두 'all out' 되어 버린 느낌이었어요. 그 소설만 미국에 체류하며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썼으니까요.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 후 몇 개의 단편을 쓰긴 했지만, 장편 소설을 더 쓰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죠. <태엽감는새>이후 작업이 <언더그라운드>였는데, 논픽션이니까 요컨대 인터뷰를 하면서 받아쓰고 정리하면 되는 일이었죠. 타인의 얘기를 채집하는 예컨대 들이마시는 작업이었다면, 소설을 쓰는 것은 그때까지의 제 안에 담아두고 있던 것들을 내뱉는 작업이란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정반대의 일을 이어서 진행한거죠. <언더그라운드> 작업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것을 제 자신 속에 쌓아 나갔던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제 안에 쌓아두었던 것을 소설의 형태로 잘 변환시키고 밖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역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게 쉽게, 쑥 나오는 것은 아니죠.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아 놓고는, 새가 알을 지키듯 꼭 품고 있어야 해요. 그 규모가 크면 클 수록, 의미가 깊으면 깊을 수록, 그 시간은 길어지죠. 꾹 참고 기다려야해요. 


<언더그라운드>를 쓰고, 조금 지나서 어떻게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썼어요. 저는 아무래도 소설가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소설이 쓰고 싶어지는거에요. 댐에 물에 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제가 <언더그라운드> 작업을 하면서 제가 intake한 것을 제대로 output 하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저 자신도 알고 있었어요. '나는 아직 중간 지점에 있다'라는 것을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다음에 쓸 장편 소설을 위한 준비 같은 것을 해 놓으려고 생각한거죠. 야구로 말하자면, 장타가 아니라 샤프한 단타를 노린거죠. 그러기 위해서 저는 일단 저의 문체를 정비해 보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그때까지 써온 문체의 전체적인 복습 같은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해보자고 말이에요. 그런 실험적인 것을 해보기에는 이 정도의 소설의 길이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즉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이야기의 차원이기 전에, 저에게는 문체의 쇼케이스 같은 것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써가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어요. 제가 그때까지 써 온 모든 문체를 다 쓴 소설이었으니까요. 이 작품을 쓰면서 뭐랄까 이런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 마지막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진행했죠. 그런 의미에서 <댄스댄스댄스>와 위치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전 <댄스댄스댄스>를 쓰고 나서는 <댄스댄스댄스> 적인 소설은 더이상 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나서 좀 더 통합적인 단편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에요. 거기에서도 제가 가장 의식한 것은 문체의 문제였어요. 이번엔 모두 3인칭으로 여러가지 문체를 가지고, 지진이라는 한 가지 테마로 각각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거죠. 저는 그때까지의 거의 모든 소설을 1인칭으로 써왔기 때문에, 3인칭의 경험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거죠. 왜냐하면, 여러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종합 소설을 쓰려면 3인칭을 유효하게 쓸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물론 1인칭만으로도 그런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해요. 그런 것은 순수하게 테크닉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의 스케일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보이스의 다양화'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어요. 이 부분은 역시 <언더그라운드>를 쓴 영향이 컸을거에요. 그 작업을 한 후, 한참이 지나서까지도 여러 사람들의 보이스가 제 머리 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어서 존재감이랄까 그런 것들이 꽤나 컸거든요. 아주 리얼하고 또 절박한 성질의 것이었죠. 저로서는 그런 살갗의 감각을 소중히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가 제 글을 어떤 차원에서는 바꿔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여러가지 의미에서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는 <언더그라운드>의 연장선에 있어요. <언더그라운드>에서 주제로 삼은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은 1995년 3월에 일어난 일이고,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의 테마가 되는 고베의 지진은 그 2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죠. 이 작품에 수록된 6개의 단편은 두 사건의 중간 지점인 1995년 2월에 일어난 일들을 그리고 있어요. 물론 이것은 제가 의식적으로 한 것이에요. 


'중간 지점'이라는 것은 제게 있어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영어로 하면 'limbo' 이죠. 현세와 황천의 사이에 있는 중간 지점.   


인터뷰는 2편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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