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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상상력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 하루키 '떠도는 배움터 문학학교' 게스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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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루키 소식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작년 11월 29일 하루키의 리믹스 작품으로 처음 알려진 작가이자 몽키비지니스 편집장인 후루카와 히데오씨(관련 포스팅: 클릭)가 개최한 문학학교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하루키가 '상상력은 어떻게 배울 수 있습니까?'란 타이틀의 토론에 패널로 참가한 내용입니다. 산케이 신문에서 기사화하였고요. 하루키의 본인의 단편 낭독을 시작으로 '굴튀김을 만드는 것과 글쓰는 작업은 고독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란 얘기를 시작으로 매우 유머스럽게 토론에 참여 했다고 일본언론에서도 많이 기사화가 되었답니다. 시작해보죠. 포스팅 내용은 토론 전체본은 아니고, 참가자의 주요 발언을 정리한 것이니 참고해주세요. 토론 참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후루카와 히데오, 시바타 모토유키(하루키의 영미 번역 멘토), 레어드 헌트 작가입니다. 시작해보죠.



문학학교 마지막날 마지막 프로그램이었고요.  당일 특별 게스트인 하루키는 사진의 빈자리에 깜짝 등장했겠죠? :D 



Photograph: Murdo Macleod / www.theguardian.com/



상상력은 어떻게 배울 수 있습니까?

-하루키 15년 11월 후쿠시마 떠도는 배움터 문학학교 게스트 참가 토론 *산케이 신문 기사 원문(클릭)


  •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번역가):

오늘은 상상력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입니다만, 대신 먼저 굴튀김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전 굴튀김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저희 집에서 굴튀김을 먹을 일이란 대체적으로 없답니다. 결혼 45년이 되었습니다만, 아내가 굴튀김을 싫어해서 식탁에 내주는 일이 없거든요. 이 사실은 결혼을 한 후에 알게 되었죠. 괴롭습니다. 그래서 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밖에 없게 된거에요. 예를 들어 아내가 외출을 했을 때, 부엌으로 가서 팬에 기름을 두른 후 1인분 굴튀김을 요리합니다. 뜨거운 굴튀김을 먹는 것 자체도 정말 맛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세상에서 혼자 굴튀김을 먹는 것도 전혀 헛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전 이 요리를 "1인 굴튀김"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굴튀김이라는 것이 또 금방 없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금새 허전하게 되어버리죠. 맛있지만 쓸쓸해져요. 쓸쓸해지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이것은 영원히 반복되고 순환되는 일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요. 전 소설을 쓸 때, 대체로 아침 4시~5시 사이에 일어나 커피를 올리고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 자신 속에 있는 단어 하나 하나를 건져내어 문장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이것은 정말 고독한 작업이에요. "1인 굴튀김"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이죠. 소설은 말이죠. 기본적으로 누구에게 부탁을 받아 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어야 해요. 굴튀김도 내가 먹고 싶으니까.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제가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그래서 전 소설을 쓸 때,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보다는 "지금 나는 부엌에서 굴튀김을 만들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비교적 어깨의 힘이 조금은 풀려서 일종의 압박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랄까요.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문장을 이어나갈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굴튀김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어깨의 힘이 빠져 상상력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도 만약 소설을 쓰게 될 일이 생긴다면 굴튀김을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도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면, 굴튀김은 잘못이 없으니까 제가 죄송하다고 대신 말씀드립니다. (웃음)


  • 레어드 헌트(작가):

책이 과연 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있어서, 카프카의 말이지만 책이라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얼음 바다의 얼음을 부수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제 상상력의 작용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책이여 영원하라!


  • 후루카와 히데오(작가):

학교는 상상력 보다는 정해진 규범에 따라 인간을 육성하는 곳이잖아요. 오로지 O와 X만 있고, 우리는 O를 선택하도록 길러집니다. 대단한 곳이죠. 상상력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는것이에요. 그 규범에서 벗어나게 될 때 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거죠. 혹여 모두 발언해주시는 무라카미씨께서 이런 멋진 얘기를 해주시려나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굴튀김 얘기를 해주셨네요. (웃음) 하지만, 무라카미씨의 발상은 역시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인간은 상상력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 시바타 모토유키(영미 번역가): 

상상력이라는 것은 즉 우리도 모르게 틀에 박힌 테두리 안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생각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겠죠.


  • 후루카와 히데오(작가):

상상력은 즉, 선입견,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트리는 것이에요.


  • 시바타 모토유키(영미번역가):

상상력은 바로 책을 통해 고정관념을 극복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번역가):

아이들은 상상력이 정말 풍부해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렸을 때의 상상력이 많았던 적었던 모두 잃어 갑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가 없어요. 여러가지 틀에 박혀버리기까 말이에요. 그래서 상상력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봉인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상상력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성인되어서도 내 안의 상상력이 담긴 "다락방"에 접근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소설가는 성인이 되어서의 바로 그 "다락방"에 접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정확한 인식과 상식, 방향 감각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즉 상상력에서 어떤 이야기로의 일종의 추출이 가능한거죠.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 상상력에 접근하는 것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각의 선생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선생님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면 "다락방"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상력은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는 "상상력은 기억이다"라고 했습니다. 상상력이란 무언가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안에 비축되어 있는 것이 끓어 오르는 것이랍니다.


FIN.


이상. 하루키가 지난 11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후쿠시마 지역에서 열린 떠도는 배움터 문학학교에 게스트로 특별 초대되어 상상력의 발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전문은 아닌 듯하고요. 하루키와 패널들이 얘기한 주요 내용은 다 담겨져 있는 듯합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하루키의 9번째 장편이죠 <스푸트니크의 연인> 출간 시점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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