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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000년 <스푸트니크의 연인> 출간 기념 인터뷰

정말 오랜만에 하루키 인터뷰 포스팅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1999년 하루키의 9번째 장편인 <스푸트니크의 연인> 출간 기념 인터뷰로 원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미국 공식 사이트인 http://www.harukimurakami.com/ 에서 인용하여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키는 본격적으로 다음 장편 소설 집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요.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끝내고,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도대체 무엇이 있나요>와 그의 작가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출간하는 등 전형적으로 장편 소설에 들어가기전 단편/에세이 작업을 하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하루키는 하와이에 체류하며, 또다른 장편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친의 건강으로 2달에 한 번은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하죠.)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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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라카미씨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 같이, 화창한 4월의 어느날 진구 야구 구장에서 데이브 힐튼의 시원한 2루타를 보는 순간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무라카미씨는 일본에서 성장해 오면서 항상 글을 쓰는 것을 꿈으로 삼고 살아 오셨나요? 당신 스스로 작가가 되는 꿈을 꾸곤 하셨나요?


하루키: 전 학창시절 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정말 많은 책을 읽었어요.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누군가는 제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길 바랬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사실 전 단 한 번도 제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답니다. 오히려 전 영화 제작에 관심이 더 많았었고, 와세다 대학에서 영화연극을 전공 했답니다.  작가가 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간단해요. 저 스스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나 자격을 지니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소설을 써보자란 생각을 할 수 없었죠. 하찮은 소설을 쓰느니, 다른 작가들의 좋은 소설을 옆에 두고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그 4월의 어느 오후, 야구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데, 불현듯 '아, 나도 어쩌면 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소위 말하는 깨달음이랄까 뭐 그런 종류의 것이었을 것 같아요. 


Q: 그런데 무라카미씨의 그 '깨달음'이 바로 야구 경기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일본인 작가인 무라카미씨의 작품에는 유명한 소설가들과 팝음악으로 대표되는 서양 문화가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말이에요. 작가로서 무라카미씨 스스로 본인의 작품을 볼 때,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부, 미시마 유키오 등의 위대한 일본 작가의 계보를 이을 만하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새로운 스타일의 세계 문학의 한 부분을 구축했다고 보십니까. 


하루키: 전 특별히 서양화되었다거나 혹은 오로지 일본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레드제플린이나 캘리포니아 메롤로 와인, 톰 크루즈는 모두 우리의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잖아요. 사실 오늘날 동양과 서양이 자연스럽게 문화와 정보를 교류한다고 말할 수 있지않습니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관점, 시각에 의해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전, 일본 전통 문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거나 계승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를 포함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뭐 대단한 용어를 내세울 필요는 없겠지만요.


Q: 무라카미씨의 다섯번째 장편인 <노르웨이의 숲>이 발간된 1987년, 무라카미씨의 삶에도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 작품이 올 가을 영어버전으로도 출간되게 됩니다. 1987년의 일본과 올 해는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을 나오기전까지는 전 젊은 독자들에게만 인지도가 있는 아방가르드한 컬트 작가로 어느정도 유명세가 있었어요. 많이 팔려야 10만부 정도가 팔렸죠. 그런데 <노르웨이의 숲>은 여러 세대의 독자들에게 다가가며 2백만부 이상이 팔리게 되어 당시에도 경이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답니다. 전 사실 리얼리즘 소설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르웨이의 숲>은 100% 리얼리즘 소설이었어요. 전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쯤 다른 장르의 소설을 써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죠. 그 실험의 성공여부는 역시 판매부수죠. 처음 <노르웨이의 숲>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근데 베스트셀러가 되자 저도 무척 놀랐답니다.   


물론 저도 이 작품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볼 때, <노르웨이의 숲>은 저의 다른 작품들 사이의 특이한, 이례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노르웨이의 숲> 이후 전 더이상 순수 리얼리즘 소설을 쓰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이상 순수 리얼리즘 소설을 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답니다.  


Q: 이번 새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비교적 일상 생활을 묘사한 것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소설 속 '나'가 나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영혼과 미스테리한 실종이 발생하는 세계를 발견하면서 소설 속 세계가 구분되어 집니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의 영감을 받으셨나요?


하루키: 무엇이 저로 하여금 이런 스토리의 소설을 쓰게 하는지 궁금하신가요? 저도 잘모르겠어요. 이런 이런 이야기들은 보통 자연스럽게 저에게 먼저 다가옵니다. 전 이상한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스토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평범한 스토리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스토리'를 더 좋아한답니다. 


Q: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스미레는 그녀의 여행 기록 중에 "꿈을 쓰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라카미씨의 많은 작업들은 다른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마치 꿈을 꾸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하죠. 만약 무라카미씨도 꿈으로 부터 영감을 받지 않는다면, 어디서 이런 소설들의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당신이 깨어 있는 동안 당신의 꿈을 재생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꿈에서 영감을 받는 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대로 의식적으로 무의식을 조작하고 당신의 꿈을 창조해내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전 이런 작업이 가능한 저의 능력에 대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Q: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무라카미씨 이전 작품들 처럼 이야기의 모티브나 이미지가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는 생각이 듭니다. 광기의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내적으로 복잡한 상태의 여성이 있고, 보통의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쿨합니다. 그들은 그런 혼란스러운 여성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느끼게끔 합니다. 무엇이 무라카미씨로 하여금 이런식의 분리가 되는 캐릭터 구조에 흥미를 느끼게 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아마도 저에게 그런 광기를 지닌 여성 캐릭터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이들은 곧 영매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제 이야기에는 많은 영매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은 꿈이나 다른 세계로 안내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 자신의 정신, 의식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무라카미씨는 최근에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의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한 <언더그라운드>을 펴내셨죠. 최초의 논픽션인데요. 어떻게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되셨나요?


하루키: 모든 사람들이 이 질문을 합니다만, 전 글세요 제대로 답변을 못하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변은 "내가 그것을 해야만 했다"에요. 전 가급적이면 그날 아침 지하철에 타고 있던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어요. 최대한 디테일하게요. 저는 그렇게함으로서 사린 테러 사건에 대한 가치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지금은 책 작업을 끝낸 상태인데, 확실하게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내용이 책 속에 온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1년에 걸쳐 65명의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에게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답니다.


Q: 무라카미씨는 <언더그라운드> 작업을 통해 저널리스트로서의 제한 사항이나 반대로 해방감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논픽션 작업이 소설을 쓰는 작업과 어떤점이 다르던가요?


하루키: 간단히 말해, 전 '스토리 텔러'로서 그들의 경험을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는 그들 외부로 끄집어 내고 싶었어요. 무엇이 진실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실로 느낀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했죠. 거기에서 <언더그라운드>는 시작되었어요.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분명 논픽션이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소설가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일본 사회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하루키: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당시 지하철 테러 피해자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있었어요. 그러나 대부분 가벼운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었죠. 전 좀 더 많은 세부 정보를 알기 원했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의 가족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 했답니다. 전 이 점이 매우 유감이었어요. 일본 사회에서는 이렇게 불행한 일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사후에는 평화롭게 지내야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끄집어 내어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분명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독자들에게는 큰 호응이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TV나 신문의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단조로운 소식만을 접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내용을 접하고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한 시각을 보고는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원했던 바였죠. 제가 <언더그라운드> 작업을 통해 하고자 했던 또 다른 한 가지의 테마는 "일본, 일본인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었어요. 그날 1995년 3월 20일 도쿄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최대한 디테일하게 접근하여, 이 질문에 대한 답에 접근하고 싶었던거죠.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은 소외되고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상황에서 이 질문은 저에게 매우 흥미로웠답니다. 


이상, 하루키의 <스푸트니크 연인> 출간에 맞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보다 2년전 작업을 하였던 <언더그라운드>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인터뷰였네요. 하루키의 다음 장편 작업을 응원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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