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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04년 일본 여행지 페이퍼 스카이 인터뷰

하루키의 2005 년 페이퍼 스카이와의 인터뷰입니다. 페이퍼 스카이는 일본 여행 잡지이고요. 인터뷰어는 하루키와 개인적인 친분이있는 일본 대학의 교수인 롤랜드 켈츠입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가 진행 한 것이 꽤 있고, 미국 대학교에서 강연회를 할 때는 곧잘 함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하루키가 꼽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보스턴, 스톡홀름, 시드니 입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photo : http://www.papersky.jp/2013/09/05/nomadic-spirit/



롤랜드 켈츠 : 자국인 일본에서 멀리 떨어져서 소설을 쓰는 것에는 어떤 의미 혹은 가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씨는 왜 다수의 소설을 해외에서 집필 하시나요? 


하루키 : 전 <노르웨이의 숲>을 그리스의 여러 섬과 이탈리아의 로마와 팔레르모에서 썼고, <댄스 댄스 댄스>는 주로 로마에서 (일부는 런던), <태엽 감는 새>의 경우 전반부는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 에서 후반부는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에서 썼습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에서 쓰고, <해변의 카프카>는 전반부를 카우아이 섬에서 후반부는 일본 오이소 자택에서 썼 답니다. 단편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 >는 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던 도쿄 시내의 작은 집에서 썼 네요. 저에게있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꽤나 유목민 적 (Nomad) 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 안에, 각각의 작품들이 각각의 장소에 묶여 있다는 인상이 있답니다.


제가 소설을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일종의 허무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야지만 일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아마 어딘가 '다른 장소'로 가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소설을 쓰는 일에 자유롭게 집중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북부가 작업 환경으로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매일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일에 더 집중 할 수 있는 것도 있죠. 


롤랜드 켈츠 : 장소 자체가 소설 쓰는 것에 영향을 미칠까요? 각각의 작품을 되돌아 보면, 각 장소별로 그 작품의 이미지네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자각을 하고 계시나요? 


하루키 : 장소가 소설에 영향을 끼쳤냐고요? 음. 잘 모르겠지만, 별로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책상에 앉아 집중하여 일단 제 머릿속의 세계에 들어가 버리면, 제가 앉아 있는 곳이 어떤 장소이든 저에게 있어서는 대부분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롤랜드 켈츠 : 그것은 즉, 무라카미씨는 물리적으로도 여행 중이지만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상상력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추상적인 '정신의 여행'도 함께 진행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네요. 이전에도 무라카미씨는 이런 상상력의 여행이 매우 위함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마치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요. 무라카미씨의 소설이나 에세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은유적인 표현말이에요. 그곳엔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루키 : 여행의 목적은 거의 모든 경우에 - 역설적이지만 -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일 겁니다. 제가 소설을 쓰는 것도 그것과 마찬가지에요. 얼마나 먼 곳으로 내려가든지 다시 원래의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도달점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돌아온 출발점은 우리가 떠났을 때의 그 출발점은 아니에요. 풍경이나 사람들의 면면이나 이런 것들은 그대로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출발점은 뭔가가 크게 차이가 나버린 상태일 겁니다. 그것이 뭔지 우리는 발견할 수 있을거에요.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롤랜드 켈츠 : '여행'과 '예술'이 정신의 여행에 의해 연결되어 지는 것인가요?


하루키 : 말씀하신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하는 것과 소설을 쓴느 것은 비슷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 가기 편한 곳, 누구나 알고 있는 장소 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먼 곳, 더 깊은 곳, 더 어두운 곳, 더 위험한 곳으로 우리는 다리를 뻗어 나가게 됩니다. 서퍼가 더 멀고 더 큰 파도를 찾아 떠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렇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여행자와 소설가의 자연스러움 아닐까 생각합니다.  


롤랜드 켈츠 : 세계적인 여행 수필가인 피코 아이어씨는 무라카미씨에 대해 '그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그의 세계관을 펼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진지한 일본인 작가'라고 했는데요. 이는 무라카미씨의 작품은 '글로벌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라고 생각됩니다. 고베 출신의 한 남성이 글로벌 작가가 되었다는 것에 근거가 어디에 있다고 무라카미씨 스스로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 저는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어두운 풍부한 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당신 역시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저와 같은 어두운 풍부한 세계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를 들어 제가 제가 도쿄에 살고 있고 당신이 뉴욕에 살고 있어도 (또는 팀부크에 있어도 레이캬비크에 있어도) 우리는 장소에 관계없이 동질의 것을 각각 안고 있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 동질성을 계속 깊은 곳까지 주의 깊에 각자 내려가게 된다면, 우리는 보편의 일반적인 장소에 -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소 - 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롤랜드 켈츠 :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요?


하루키 : 우리의 지하에는 긴 터널이 둘러져 있고, 우리는 진심으로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세계 어디선가에서는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글로벌이라는 말은 저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특별히 글로벌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이미 상호작용을 통해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야기는 그런 어떤 일종의 채널을 통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롤랜드 켈츠 : 무라카미씨에게 깊은 연관성을 느꼈던 것은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면서 입니다. 소설의 첫 페이지에 이야기의 나레이터인 와타나베가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에 앉아 있고, 젊은 시절에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자를 기억하면서 상념에 빠지는 모습이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묘사되어 있죠. 무라카미씨는 여행을 다니면서 비행기를 탈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하루키 : 전 비행기를 탈 때 마다, <I cant't get started>라는 오래된 노래를 생각해요. 'I've been around the world in a plain / Settled revolution in spain...'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죠. 그래서 비행기를 타면 항상 스페인 내전을 생각하고 그러면 헤밍웨이를 떠올리죠. 헤밍웨이를 생각하면 그의 아프리카에서의 비행기 사고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노래를 생각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고 싶습니다만, 그만 잊어버리곤 또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롤랜드 켈츠 : 장시간 비행은 지루하죠. 비행기 안에서 집필을 하기도 하시나요? 장시간 이동중에는 보통 무엇을 하시나요?


하루키 : 가끔 작은 DVD 플레이어를 가지고 가서 오래된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보곤 합니다. 고다르의 오래된 영화들은 기내에서는 전혀 상영되지 않잖아요.


롤랜드 켈츠 : 무라카미씨는 내일 바로 또 해외로 나가시는 비행기를 타셔야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다소 황당하실 수 있겠지만, 현재 집이 있는 도쿄 외에 가장 좋아하는 도시 3곳을 꼽아주시겠어요?


하루키 : 첫번째는 보스톤입니다. 중고 재즈 레코드를 수집하기 위해 가장 편리하고 충실한 도시기 때문이에요. 거기에다가 맛있는 인도 음식점도 많고 사무엘 아담스 Draft 맥주를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죠. 무엇보다 보스턴 마라톤을 달릴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이요. 역시 좋은 중고 레코드 가게가 많아요. 전 사흘간 머물렀을 때, 3일 내내 레코드 가게에 갔었답니다. 가게 주인도 꽤나 매니악했던 분이었죠. 거기에다가 스톡홀름의 지하철은 승객들이 전부 다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답니다.


세번째는  호주 시드니에요. 사람들은 모두 눈에 띄지 않는 특별한 인상이 없는 옷을 착용하고 있지만, 음식과 와인은 매우 맛있어요. 이상하죠. 그리고 수족관과 동물원이 독특하면서도 훌륭했답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요소로 괜찮은 중고 레코드 가게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상, 하루키의 페이퍼 스카이와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물리적인 여행과 정신적인 여행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가 기존의 소설을 쓸 때의 상태에 대한 그의 이야기의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각 작품들이 어디에서 쓰여졌는지 일목요연하게 얘기해주니 꽤나 좋았네요. <해변의 카프카>는 전부 하와이에서 쓴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D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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