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1997년 살롱지와의 인터뷰입니다. 1997년은 하루키가 <태엽감는새>를 미국에 체류하면서 완성하고 일본에서 장편 소설 휴식기를 가지며 번역 작업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비현실적인 어두운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파는 이유와 역사 인식 등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심도 있게 얘기를 쏟아 냅니다. 오역 감안해주시고요, 시작할게요.
photo: http://www.caterinabarjau.com
'태엽감는새' 출간 기념 salon지 인터뷰
하루키 97년 인터뷰 -원문: salon.com
Salon: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소설 <태엽감는새>의 구상을 하게 되었나요?
HM: 제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은 생각에서 부터 시작되었어요. 단지 이미지로 존재했죠. 어떻게 쓰겠다고하는 실제적인 아이디어는 없었어요. 부엌에서 30살 정도의 남자가 스파게티 면을 삶고 있고, 그 때 전화벨이 울려요. 그 정도에요. 매우 간단하죠. 하지만 전 그 곳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강하게 느꼈죠.
Salon: 무라카미씨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놀라는 일을 겪는 건가요? 써내려가는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편인가요. 어떤 포인트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시나요?
HM: 전 아무런 구상이 없는 상태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요. 제가 모퉁이를 돌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전 소설을 쓰는 일을 즐기고 있는 겁니다. 당신은 거기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당신이 소녀 시절 재밌는 동화를 읽는 상상을 해보세요. 다음장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흥미진진하게 몰입하지 않았었나요? 제가 소설을 써 나갈 때 그와 같은 경험을 해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Salon: 이번 <태엽감는새>에서는 몇 가지 이야기의 흐름이 존재하는데요. 하나의 이야기는 2차대전 중 한 병사가 겪는 끔찍한 경험을 회상하는 장면이죠. 그런 시대 상황과 그런 살을 벗겨내는 극단적 설정을 이야기 속에 배치하신건가요?
HM: 전 전쟁에 대해서 쓰는 걸 시도하고 있었죠. 그러나 쉽지는 않았어요. 모든 작가는 그 만의 쓰기 기술을 가지고 있죠. 그들은 전쟁이나 역사에 관해서 쓸 수도 있고 잘 쓰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전 그런 주제들에 관해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도 쓰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시도를 해 본겁니다. 전 제 마음 속의 서랍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 서랍에 수백개의 이야기의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내가 필요로하는 기억과 이미지를 꺼내는거에요. 전쟁이라는 것은 그 소재 중 저에게 있어 정말 크나큰 것이에요. 때때로 이 서랍 중 하나를 열어서 그 기억과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태엽감는새>의 전쟁 장면은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얘기가 남아 서랍에 들어가 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1940년대에 전쟁을 겪은 세대이죠.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종종 그 전쟁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많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의미있게 다가왔고 그렇게 기억에 남아 있던 것이겠죠. 나는 아버지의 세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궁금했어요. 그 일들이 지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요. 기억의 상속되는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하지만 이 소설을 제가 직접 생각하고 쓴 픽션이에요. 처음 부터 끝 까지 말이죠. (웃음)
Salon: 그 전쟁에 관한 서술을 위해 연구도 많이 하셨나요?
HM: 네. 많이 하진 못했지만, 궁금한 건 바로바로 찾아봤죠. 제가 이 소설을 집필 중에는 프린스턴 대학교에 있었어요. 아주 큰 도서관을 가진 학교죠.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모든 시설과 자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죠.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갔고, 주로 역사책을 읽었습니다. 도서관에는 2차 대전 당시 몽골과 만주 국경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가 많이 있었어요. 그 기술된 사실들은 모두 저에게는 새로운 사실들이었죠. 전 잔인한 전투의 생생한 장면들 피흘리고 처참한 광경들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태엽감는새>를 다 쓰고 나서 그곳에 직접 가 보았죠, 매우 묘한 경험이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쓰기 전에 배경으로 사용할 장소에 먼저 다녀오기 마련이지만, 전 반대였어요. 상상은 마음의 가장 큰 재산이잖아요. 직접 가서 봄으로해서그 상상력을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WBQ: <태엽감는새>는 다른 작품들 보다 더 일본적인 느낌이에요. 당신의 다른 작품들 중 일부는 서양 독자들에게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양 인물들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HM: 정말이요?
Salon: 네, 아마 무라카미씨의 캐릭터들이 작중에서 모두 서양의 문화를 좋아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당신의 작품들은 대개 일본이라는 사회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일본작가의 소설을 읽는 서양 독자들이 받는 강한 인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번 <태엽감는새>는 확실히 일본이라는 사회에 더 집중이 되는 듯해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신 건지,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가요?
HM: 음, 그건 바로 제가 <태엽감는새>를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써 나갔기 때문일거에요. 이번 소설을 1991년 부터 1995년까지 썼는데, 그 기간 동안 미국에 있었죠. 그게 바로 제가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사람들에 대해 쓴 이유라고 말 할 수있을 것 같네요. 일본에서 이전의 다른 작품들을 썼을 때는 전 단지 그 공기에서 탈출하고 싶었어요. 일본을 떠나 다른 나라에 체류하게 되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혹은 작가란 사람으로서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전 일본어로 소설을 쓰죠. 그런 의미에서 전 일본 작가에요. 그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고민을 매일 했답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 소설에서 제 나라의 전쟁에 대해 쓴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면에서 전후 일본인들은 과거 일본이라는 나라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후 일본 사람들을 많은 노력을 해왔죠. 그리곤 경제 대국으로 성장 후 부를 누렸어요. 일정 단계에 도달했지만, 버블 경제(1980년대 중반~1991년)를 겪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되었죠.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있고,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것인지 말이에요. 그것은 상실감입니다. 그리고 전 또 다른 몇 가지 이유를 소설을 써나가면서 찾고 있어요. 그건 설명하기 쉽지 않아요. 저에게도 역시 어려운 문제에요.
Salon: 무라카미씨가 일본을 떠나셨을때, 일본으로 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것 같았나요?
HM: (긴 침묵) 그건 너무 어려운 문제네요.
Salon: 일본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HM: 일본어로 해도 그건 설명하기 힘듭니다.
Salon: [일본어 질문] 일본을 떠나 멀리 다른 나라에서 일본에 대해 의미있는 무엇을 찾기 위해 고민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뭔가 분명하게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이 일본에 있을 때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고도 하셨고요. 그런데 갑자기 일본을 떠나 생활하면서 그런 고민이 시작된거고요. 그래서 일본에 대한 다른 관점이 생긴 것 아닌가요?
HM: 네 분명 그런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주제에 대해서 저의 생각을 전달하기에는 아직 저에게는 너무 커다란 문제인 것 같아요.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안될까요?
Salon: 네 그러죠. 소설의 주인공인 오카다 토오루는 당신이 얘기한 전후 활발한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먼 실직한 상태로 그려집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HM: 그건 저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온 것 같아요. 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완전히 독립했어요. 전 어떤 회사나 조직, 시스템의 체계 속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런 삶은 일본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었죠. 당신 역시 어느 조직에 속해 있지 않나요? 즉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 모든 시간 아웃사이더로 살아왔어요. 그것은 여러가지로 고된 삶이죠. 하지만 전 이런 저만의 삶의 방식을 좋아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양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들은 어떤 회사에 대해 큰 신뢰를 갖고 있지 않아요. 10년 전만 해도 미쓰비시 같은 기업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만 같았죠. 하지만 더이상, 특히 바로 지금 요즘 젊은이들은 그 무엇도 신뢰하고 있지 않아요. 그들은 자유를 원하죠. 하지만 사회의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허용하지 않죠. 학교 졸업과 동시에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바로 아웃사이더가 되는거죠. 이런 젊은이들이 지금 일본에서는 하나의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어요. 전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전 지금 48세인데, 2,30대 독자들과 웹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있어요. 그들은 제 소설을 읽고 많은 이메일을 보내줍니다. 그런데 이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독자들과 저는 나이도 그렇고 많은 부분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자연스러움을 좋아해요. 그렇게 조금씩 우리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한 질문이었죠? 제 소설 속 주인공은 이렇게 제 독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래요. 제 이야기는 독자 개개인의 자유에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Salon: 당신의 주인공들은 그들이 지닌 풀어야 할 어떤 일들 때문에, 작가 처럼 조금씩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일본에서 작가란 직업은 힘든 일인가요?
HM: 그렇지 않아요. 저는 예외지만요. 일본에도 작가들이 소속되는 또 하나의 사회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요. 하지만 전 그 사회에 들어가지 않았죠. 그건 제가 일본을 '탈출'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에요. 그건 제 권한이에요. 일본에서 작가라면 문학 연구 모임이나 서클 같은 사회 활동을 해야해요. 전 일본 작가의 90% 이상이 도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친목을 쌓아가고 있죠. 그런 그룹은 관습과 규칙이 존재하죠. 그들은 그것에 묶여 있어요. 그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작가 혹은 저자라면 당신은 자유롭게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은 저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죠. 전 엘리트 주의를 배척해요. 전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고 해서 놓치는 일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Salon: 그들은 무라카미씨의 작가 활동에 무엇이 불편한 걸까요?
HM: 전 대중 문화(pop culture)를 좋아해요. 롤링스톤즈, 도어스, 데이빗 린치 같은 예술가들 말이죠. 제가 엘리트 주의를 싫어한다고 얘기한 이유에요. 또한 공포영화와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와 탐정 소설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공포 장르나 탐정 장르를 쓰고 싶진 않아요. 전 그들의 구조를 가져와서 저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컨텐츠를 집어 넣죠. 그것이 제 방식이자 스타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의 방식을 싫어하는 겁니다. 엔터테인먼트 작가는 그들의 입장에서 저를 싫어하고, 순수 문학 작가들도 역시 그들의 입장에서 저를 싫어하는 거죠. 전 양쪽에서 하나씩 가져와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일 뿐인데 말이죠. 이것이 제가 데뷔 후 수년 동안 일본에서 제대로 위치를 잡기 힘들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황은 크게 변화하고 있어요. 저의 작가적 스타일은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해 나가고 있어요. 데뷔 후 15년여 동안 전 많은 로얄(충성) 독자들이 제 옆에 함께 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은 옆에 없습니다.
많은 독자들을 보유하면서 영토를 넓혀가는 것과 동시에 일본인 작가로서의 책임도 느끼고 있어요. 즉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를 느꼈죠. 그래서 2년 전 일본으로 돌아 온 이유입니다. 작년에는 1995년 도쿄 사린 테러 피해자 63명을 인터뷰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썼어요. 전 그 사건과 관련해 보통의 일반인들을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그 사건은 평일 월요일 아침 8시30분에 일어났죠. 사람들은 러시 아워 속 지하철에서 쉽게 말해 포장되어 있었던 상태에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그들 모두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아무 이유 없이 사린 가스 테러 공격을 받았어요. 그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죠. 전 당시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던 건지 직접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들을 찾아 한 명 한 명 인터뷰를 했습니다. 1년 정도 걸렸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저에게 많은 인상과 영향을 준 작업이었습니다.
전 사실 회사라는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을 꺼려했었어요. 기업인이나 샐러리맨들 말이에요. 하지만 그 인터뷰 후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전 알 수 없겠죠. 그들 중 일부는 도쿄 중심지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지하철로 2시간을 서서 와야해요. 그렇다고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수 도 없습니다. 그런 일을 3~40년간 계속해오고 있는 거에요. 그것은 저에게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빨라야 밤 10시가 되죠. 아이들은 자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며 얘기할 수 있는 건 일요일 뿐이에요. 끔찍하지 않나요. 그래도 그들은 불평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 그들에게 물었어요. 왜 그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요. 그들은 하나 같이 말했어요.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 불평해서 뭐하냐고 말이죠.
Salon: 반대로 그들은 무라카미씨를 부러워할까요?
HM: 아니오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이미 오랜 시간을 그런 삶을 살아왔어요. 그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거에요. 지하철 속 평범한 피해자들과 평범하지 않은 저 와의 어떤 유사성이 있어요. 제가 한 인터뷰를 다시 되돌아보면 그 유사성은 제 마음 속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이것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네요. 다시 말 해 전 그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그들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시절 무엇을 했는지 물었어요. 어느 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 어떤 사람과 결혼했는지 모든 사람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죠. 자기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그런 평범한 그들을 볼 때면 더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그들을 볼 때면 그들만의 내면의 이야기까지 보이는 기분이에요.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언더그라운드> 작업은 저에게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Salon: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HM: 독자들로 부터 정말 많은 편지를 받았어요. 독자들은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고 격려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범죄 논픽션이라는 시도해보지 않은 작업에 대해 이상한 반응도 물론 있었죠. 그러나 역시 격려는 해주었답니다. 사회는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동한다는 걸 느꼈다고 할까요. 저 작업도 매우 고됐지만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를 움직였다고 생각해요. 공감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Salon: 컬드 단체인 오움진리교 측 사람들과도 인터뷰하셨나요?
HM: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 그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사린테러를 실행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였어요. 그들은 이상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었어요. 그들은 세상과 가치 시스템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 1949년도에 태어나서 60년대 대학 생활을 했어요. 당시는 혁명과 반문화의 시대였죠. 우리는 당시 우리 세대가 만드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며 지냈죠. 그러나 그것은 곧 사라졌고, 버블 경제가 왔어요. 그런 이상주의가 버블 경제에 가려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오움진리교가 나타나며 이상주의를 갈망하던 젊은이들이 그 사상을 숭배하게 된거죠. 누구도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어요. 그들이 더 빨리 컬트 단체에 빠져들어간 이유에요. 그들은 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하며 더 소중한 것, 가치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영적인 것들을 포함해서요. 그런데 그것은 나쁜 생각은 아니에요. 잘못된 일도 아니에요. 그러나 문제는 오움진리교 사람 외에는 누구도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건전한 프로세스가 없이 폐쇄적인 컬트 단체였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검사 시스템이 없었죠. 그들에게 판단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했어요. 이는 일본의 작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당신에게 옳은 이야기를 제공했을 경우, 그 이야기는 당신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저에게 이야기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는 것을 의미해요. 신발은 많은 종류가 있고, 당신이 그들의 신발에 발을 넣을 때, 당신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죠. 당신은 좋은 이야기 혹은 심각한 이야기에 의해 세계에 대해 뭔가를 깨우치게 됩니다. 하지만 오움진리교의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는 좋은 이야기를 전파하지 않았어요.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강력한 이야기는 그를 절대적인 신으로 설정함과 동시에 그들을 두려움에 꽁꽁 묶어 버리는 작용을 했죠. 이 얘기를 계속해서 조금 미안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제공해야한다는 것 뿐이에요.
Salon: <태엽감는새> 이야기로 돌아가서, 주인공 토오루의 처남인 노보루는 상당히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 TV 출연할 정도로 저명한 인물인데요. 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지만, 그가 필요로하는 지점에 있어서는 전략적으로 말을 합니다. 무엇이 노보루라는 캐릭터를 만들도록 영감을 주었나요?
HM: (웃음) 전 보통 캐릭터를 만들때 무엇을 염두해 두고 만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는다면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것 쯤은 식은 죽 먹기일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은 매우 얕은 지식을 가지고 거창하게 떠들어요. 일본에도 많고요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도 그런 부류는 많이 있지 않을까요? 전 그런 부류의 사람에게서 어떤 위험한 것을 감지할 수 있어요. 우리는 TV를 보며 그들을 마냥 비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알아야해요.
Salon: 무라카미씨는 파시즘이나 그와 비슷한 사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가요?
HM: 파시즘을 비롯해 민족주의, 수정주의는 모두 옳은 단어가 아니에요.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난징 대학살이라던지, 일본군에 의해 중국과 한국 여성이 성노예로 강요 당한 위안부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들은 역사를 리메이크 하고 있어요.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몇 년 전 만주를 방문해서 한 마을에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이 이 마을에서만 5-60명을 학살했다고 얘기하면서 큰 공동 무덤을 보여줬어요. 아직도 그곳에 그대로 있었어요.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은 너무나 쉽게 부정하고 있죠.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하지만 과거를 기억해야 합니다. 과거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건 다른 문제죠.
Salon: 무라카미씨는 작품을 쓰는 데 있어서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요. 때때로 당신의 소설을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또 매우 형이상학적일 때도 많고요..
HM: 전 이상한,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많이 썼죠. 저 스스로도 왜 그런 이야기를 쓰게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 자신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전 뉴에이지를 신봉하지도 않고 환생이나 꿈, 타로, 운세 등에 대해서도 전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전 아침 6시에 일어나 건강한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매일 수영과 조깅을 하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듭니다.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죠. 그런데 전 펜을 들고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면 불가사의한 주제의 이야기가 쓰여져요. 저 스스로도 이상해요. 제가 집중하면 집중할 수록, 이야기는 더 기이해지고 기이해집니다. 지금 사회의 현실과 세계에 대해 쓰려고 하면 역시나 기이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요. 많은 사람들이 물어요 왜 그런 설정을 계속 가져가는지 말이에요. 글세요. 전 명확하게 답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이런 점은 63명의 사린 테러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들의 평범함, 직관적인, 심플한 일상생활 속에 갑자기 사린 테러라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 거죠.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기이함에 대해서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더 확실히 깨달았죠. 매우 흥미로웠어요.
Salon: <태엽감는새>의 토오루 처럼 당신도 우물 바닥에 앉아 있어 본 적이 있나요?
HM: 아니요. 그런데 전 항상 우물이라는 것에 대해 매료되어 왔어요. 우물을 볼 때 마다 전 한참 동안 내려다 보곤 해요.
Salon: 언젠가는 한 번 쯤 내려가 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HM: 아니요. 아니요. (웃음)
Salon: 무서운가요?
HM: 그럼요. 우물로 떨어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읽었어요. 그 중 하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중에 한 소년이 우물에 빠져 바닥에서 하루동안 보내는 내용이었어요. 꽤 좋은 이야기에요.
Salon: 레이먼드 카버는 매우 현실적인 작가죠.
HM: 네 정말 현실적인 작가에요. 그러나 잠재의식에 있어서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작가에요. 그의 작품 전부를 읽지는 못했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작업과 저의 작업에서 유사성을 느낍니다. 저에게 잠재의식은 미개척 영역이에요. 전 그것을 굳이 분석하고 싶진 않아요. 정신과 의사는 꿈을 해석하고 분석하지만 전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전 분석할 것이 아니라 그 잠재의식 전체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느낌으로 작업에 임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뭔가 더 옳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때로는 잘못 다룰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고요. <태엽감는새>에서 신비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오르페우스의 아내를 구하러 지하로 내려가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죽음의 세계를 저 스스로 가져가면서 이야기를 써내려가요. 전 작가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 스스로의 위험을 감수하고 작업을 해나가고, 동시에 전 그것을 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요.
하지만 이 작업은 꽤나 시간이 걸립니다. 전 이번 소설 <태엽감는새>를 쓰지 시작했을 때 또 매일 일정량을 써 나갈 때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그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 단계에 도달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오늘 어둠 속으로 들어가 쓰기 시작했는데, 다음날 바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을거에요. 당신은 매일 견디고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전 그게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전 매일매일 단련하고 있어요. 물리적인 힘은 필수적이에요. 그런데 많은 작가들은 이를 존중하지 않죠. (웃음) 그들은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담배를 피웁니다.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 있어서 육체적인 힘은 매우 중요해요. 사람들은 제가 매일 달리고 수영하는 것을 보게되면 저 사람은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Salon: 어두운 것에 대해 쓸 때는 무라카미씨 스스로도 두려운 느낌을 받으시나요?
HM: 아니요. 전혀요.
Salon: 호텔에서 방으로 악마가 들어오는 장면이나 전쟁 속에서 병사의 피부가 벗겨지는 장면에서도 그런 느낌을 안받으셨나요?
HM: 아. 그래요. 그 장면들에서는 저 역시 무서웠습니다. 그 장면들을 썼을 때, 그 장소들을 알고 있었고, 어둠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상한 냄새도 맡을 수 있죠.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작가라고 할 수 없겠죠. 작가라면 그런 장면을 쓸 때 피부로 느끼게 되겠죠. 병사의 피부가 벗겨지는 장면을 쓸 때는 너무 끔찍했어요. 무서웠죠. 솔직히, 그 장면을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이어서 그대로 진행했죠. 당신도 작가라면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걸요. 그건 당신의 책임이에요.
Salon: 그 무서움을 느꼈을 때, 그것을 소설 속에 쓰기로 결심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HM: 당신은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일본에 이런 말이 있어요. "호랑이 새끼를 얻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이상 하루키의 97년도 인터뷰였습니다. 하루키가 작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그가 구성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의미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어가 매우 날카롭게 질문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국의 일부 정치인들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위안부를 언급하면서 비판한 것도 크게 인상에 남습니다. 사실 하루키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역사 인식에 있어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작품 속에서도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못한다는 걸 들고 나오기 마련인데, 작품 속에서는 일부 그런 점을 인정한다하더라도 하루키라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의 입장에 있어서는 상당히 냉정하고 자국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뭐랄까요. 하루키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에이전시와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인터뷰에 응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네요. 여러모로 저역시 묘한 기운에 빠져들었던 인터뷰입니다.
'하루키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키 14년 가디언지 인터뷰 (인터뷰어: 스티븐 풀) (2) | 2014.09.14 |
---|---|
14년 여름 하루키 해외 인터뷰 정리 (에든버러, AFP, EW 가상 대담) (0) | 2014.09.07 |
하루키 11년 원전 반대 오스트리아 인터뷰 (1) | 2014.08.05 |
하루키 <호밀밭의 파수꾼> 新번역 출간 인터뷰(2) (0) | 2014.06.26 |
하루키 <호밀밭의 파수꾼> 新번역 출간 인터뷰(1) (4) | 201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