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해변의 카프카>가 영국에서 출간된 직후 WBQ라는 영국 문학 잡지와 갖은 인터뷰로 당시는 인터뷰 전문이 아닌 일부만 인용이 되었는데요, 그 전문이 작가이자 출판인인 Scott Pack의 블로그에 전문이 실렸습니다. 그 전문을 번역해 봤습니다. 여느 인터뷰 보다는 짧아서 금방 보실거에요. :D
WBQ: <해변의 카프카>는 일본에서 2002년 처음 출간되었고, 영어 번역본으로는 2005년 1월이 처음이되는데요. 처음 쓰여졌을 때로 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흐른거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할 때 작품에 대한 무라카미씨의 생각에도 변화된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HM: 제 대부분의 소설은 현 시대에 국한되거나 저널리스틱한 주제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해변의 카프카> 역시 쓰여진 시점으로부터 2~3년이 지나 번역되었다고 해서 큰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소설은 번역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죠. 음악이나 영화와는 달리 훨씬 더 느리게 다른 나라로 전달되어집니다. 전 그래서 항상 '시간의 누락, 지연'을 뛰어넘는 강력한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소설 속에서 쓰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감정 속에서 보편적인 풍경을 찾아내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어떤 장소를 공유하는 것이에요.
WBQ: <해변의 카프카>는 무라카미씨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형식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으로 15세의 소년을 선택하셨고, 3인칭의 화자도 등장하죠. 확실히 새로운 기법이죠. 의도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집필을 하신건가요?
HM: 지금까지는 2-30대의 남자 주인공을 1인칭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갔죠. 그런데 몇 년 전 부터인가,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와 다른 시각, 관점으로 진행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단편 연작집 <지진 이후에;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시작으로 3인칭 관점 기법을 사용해보았어요. 그때 이 기법이 나와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건 각기 다른 배경과 연령,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다 폭 넓은 관점에서 함께 묘사하고 싶은 제 욕망으로 부터 기인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언더그라운드>와 <지진 이후에>의 작업은 저에게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서 주제를 정하거나 작업 방식을 결정해야 할 때면 항상 새롭고 이전과는 다른 것을 하는 편이에요.
WBQ: 학창시절 부터 무라카미씨는 일본 문화 보다는 미국의 음악과 소설을 더 많이 접해오셨는데요. 어떤 영향에서 였나요?
HM: 음. 같은 질문을 미국 흑인 음악인 블루스를 연주한 영국 백인인 에릭클랩튼에게 하면 어떨까요. 그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글세요. 아마도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찬가지로 '글세요.'라고 하지 않을까요.
WBQ: 일본내에서의 <노르웨이의 숲>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무라카미씨로 하여금 심리적인 부담을 주어 몇 년동안 외국 체류 생활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유명세나 매스컴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무라카미씨는 작품을 찾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하고 싶은 욕구는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HM: 제가 제 소설의 독자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작품을 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쓰는 일이에요. 그리고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다가 다시 또 제 소설을 찾아 읽어줍니다. 전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전 작가가 된 이후 25년간 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쓰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 작품을 찾아주는 독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이건 제가 독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게 아니라, 제 작품 자체가 독자들을 찾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전,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매우 꺼려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 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요. 매일 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쇼핑을 하며 산책을 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저에게 부여된 자유를 뺏기는 것이에요.
WBQ: 일본에서 출간된 무라카미씨의 많은 에세이들은 아직 영어로 번역된 것이 많지 않은데요. 무라카미씨라면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소재의 재미있는 에세이를 즐겁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무라카미씨가 논픽션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갈지 고민하는 것에 따라 외국의 독자들도 소설 이외의 무라카미씨 작품을 즐겁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HM: 일본에서는 가벼운 에세이나 여행기 등을 꽤 많이 출간했어요. 하지만 소설과는 달리 해외의 여러곳에서 에세이들까지 모두 번역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에세이는 가벼운 신변 잡기나 유머가 담긴 이야기들이고요. <언더그라운드>만이 꽤나 심각하고 중요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쓴 작품이에요. 이 작품 정도가 예외가 될 수는 있겠네요. 나머지 에세이들은 일상과 일본으 일부 지역 테마들, 그리고 종종 말장난이 섞이기도 하죠. (웃음) 그래서 외국 독자들에게 그대로 번역이 된다면, 글세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들이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한가지는, 전 모든 집필을 할 때,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보다 제가 말하고 싶은 진정성 있는 주제는 소설 속에 있다는 거에요.
WBQ: 영국 서점 체인인 워터 스톤은 무라카미씨의 작품 <태엽감는새>를 지금까지의 전세계 소설 중 베스트 20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무라카미씨의 작가 경력에 있어서 이 작품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HM: 지금까지의 제 작가 경력에 있어서 <태엽감는새>는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에요. 이 작품을 쓰지 않았다면, 작가로서의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태엽감는새>를 완성했을 때, 작가로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WBQ: 무라카미씨의 일부 작품들은 이미 8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는데요. <코끼리의 소멸>과 <토니 타키타니> 이후로 오랜 시간 작품이 영화화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죠. 이렇게 무라카미씨의 작품이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시나요? 그리고 계획되어 있는 영화나 연극 무대로 올려질 예정인 작품이 있을까요?
HM: 전, 작품을 쓸 때 이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연극 무대에 올려질 것을 염두하고 쓰지 않겠다는 일종의 스스로의 룰이 있어요.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제 마음 속에서 영화가 상영 될 뿐이에요. 그 밖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질 영화나 연극 무대를 상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 친구들 모두는 사이먼 맥버니가 연출, 각색하는 <코끼리의 소멸>은 정말 멋질거야라고 말해요. 물론 그는 훌륭한 연출가이니까 잘 해주겠죠. 그러나 전 기본적으로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제 의식(정신)을 바탕으로 쓰여진 본래의 제 작품을 더 좋아해요. 제 여러 작품들을 영화화하거나 무대에 올리길 원하는 사람들과는 계속해서 이야기가 오갔고, 현재도 협상 단계에 있는 작품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제 작품들을 각색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매우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것이 영화화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기 힘듭니다. 크게 관심이 없어요. 물론, 우디 알렌이 연출한 <지진 이후에>나, 데이빗 린치가 재해석한 <태엽감는새>는 저도 보고 싶긴합니다.
WBQ: 현재 무라카미씨를 흥분시키고 있는 현대 문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04년 현재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HM: 전 많은 현대의 문화들은 모두 과거로 부터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로 레코드판으로 옛날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새로운 음악이나 소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제 삶이 항상 새로운 것을 가지고 들어와야만 유지되는 것은 아닌 것 뿐이에요. 올드 뮤직을 좋아하지만, 항상 그 끝단에 있으려고 합니다. Old와 New의 접점에 위치해있다랄까요. 요즘엔 카스테레오를 통해 레드핫칠리페퍼스나 라이언아담스, REM 등을 듣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 여행 중에는 엘모어 레너드(1925~2013)의 신작이 함께 했습니다.
WBQ: 끝으로, 영국 독자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무라카미씨의 펜으로 부터 어떤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HM: <애프터다크>란 중편 소설이 올해(2004) 일본에서 출간됩니다. 이 소설은 시작 부터 끝까지 3인칭 시점으로 묘사되는 소설이에요. 19세의 소녀가 도쿄의 시내에서 자정 부터 아침 까지 기이한 일을 겪는다는 줄거리에요. 아내는 이 소설을 지금까지의 제 소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다고 하더군요. 일반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2006년에는 <코끼리의 소멸> 단편집이 영문으로 번역될 예정이고요. <애프터 다크>도 그 이듬해면 영어로 번역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2004년에 영국 문학지와 같은 하루키의 인터뷰 포스팅을 마칩니다.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구체적인 입장은 인터뷰에서 처음 접한 것 같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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