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릴 때가 왔습니다. 겨울이라는 핑계로 (사실 그다지 춥지는 않았죠..) 트랙에 나서지 않았었는데요. 05년 하루키가 미국 러너스 월드와 갖은 인터뷰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트랙에 나서야 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시간이 남아 최근 하루키의 마라톤 기록도 찾아 봤습니다. :D
하루키에게 가장 좋은 마라톤 기록 안겨준 1991년 뉴욕 마라톤 골인 장면
러너스월드: 무라카미씨는 왜 달리기 시작했나요? 언제 부터 달리기 시작하셨죠?
하루키: 작가 데뷔를 하면서 매일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어요.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기를 요구 받는 직업을 가졌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계속 앉아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고 몸무게도 금방 늘어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22년전 일이네요. 그와 동시에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기회로 삼기로 했죠. 당신이 보는 것 처럼, 전 작가가 된 이후 확연히 더 건강해졌죠. 당신은 보기 드문 경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계속해서 달리기를 해 왔기 때문에 22년전의 몸무게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되기전에는 도쿄의 고쿠분지란 곳에서 재즈바를 운영했어요. 그것은 매일 늦은 밤까지 탁한 공기 속에서 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죠. 저는 처음 전업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그러기로 결심했을 때, '앞으로는 절대로 건강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거야'라고 결심을 하면서 매우 기대에 차 있었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먼저 작업을 시작 하고 그리고 달리기를 하러 나갑니다. 이건 정말 제 인생을 리프레쉬(refresh)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달리는 것에 흠뻑 빠지게 되었죠. 달리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매일 달리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특별하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필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운동화 한 켤레 뿐이에요. 함께 할 누군가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죠. 그래서 저 같이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사람, 혹은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러너스월드: 얼마나 자주, 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리시나요? 뛰는 거리에 포커스를 맞추시나요? 스피드 훈련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하루키: 제 목표는 항상 1주에 60km를 달리는 거에요. 주 6일, 하루 10km 정도네요.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뛰기도 하죠. 대회를 앞두지 않았다면, 좀 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쉽게 적절한 페이스로 달립니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삼아 뛴다면 가끔은 스피드에 포커스를 맞출 때도 있죠.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일상적인 페이스로 달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달리기에 사이클과 수영이 추가되었죠. 그래서 요즘엔 주 3~4회 정도로 달리는 횟수가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러너스월드: 무라카미씨는 곧 보스턴으로 이사할 예정으로 알고있는데요. 그리고 이전에 보스턴에서 달리기를 해 본 적이 있으시죠. 보스턴에서는 대체로 어디서 달리셨나요?
하루키: 전 지금까지 보스턴 마라톤을 6번 완주했어요. 보스턴 마라톤의 가장 좋은 점은 코스를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주민들의 열성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해요. 보스턴 마라톤을 달릴 때 마다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경험으로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가장 매력적인 대회였어요. (물론, 뉴욕 마라톤 대회도 매력적이지만, 좀 다른 성격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전이라는 것은 당신 스스로 페이스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에요. 보스턴 마라톤의 재미는 조금 미묘한 점이 있어요. 코스의 시작 부분에 내리막길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반의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 지 잘 판단이 서지 않죠. 그래서 매번 같은 코스에 도전 했던 것 같아요. 전 이 대회를 6번 달리면서, "그래, 바로 이렇게 달려야 하는거야."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러닝 코스가 아무리 까다롭다하더라도, 코플리 광장의 결승점을 통과 한 후 리갈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찜 조개 요리와 사무엘 아담스 맥주를 먹는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랍니다. 예전에 보스턴에 살았을 때는 찰스강변을 달리곤 했어요. 겨울에는 매우 춥지만, 그래도 전 이 코스를 정말 좋아합니다.
러너스월드: 세계 곳곳의 많은 장소에서 달리기를 하셨는데요.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요?
하루키: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요? 음, 그리스의 작은 섬에 잠시 체류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 당시 전 그 섬에서 달리기를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뛰고 있는 저를 보면 항상 "무라카미씨, 왜 달리는 거에요?"나 "달리기는 건강에 안좋지 않아요?" 등의 말을 듣거나, 그렇지 않으면 "잠깐 멈추고 술 한잔 하고 가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꽤 재밌는 일이 많았죠.
러너스월드: 무라카미씨는 <해변의 카프카> 집필 중에 매일 달리기를 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요. 달리면서 줄거리나 대화가 떠오르시나요? 달리는 것은 집필 활동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나요?
하루키: 기본적으로는 달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체로 마음을 비우고 달리게 되죠. 그러나 아무리 제가 마음을 비우고 달린다 해도 때때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불현듯 무엇인가가 고개를 들어 나타나곤 합니다. 그것은 물론 제가 집필을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는 그 어떤 것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제 정신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집중하며 뜨거워진 정신을 차분하게 식혀주기 위해 달리기를 한다는 주위입니다.
러너스월드: 무라카미씨는 재즈를 좋아하시죠?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시나요?
하루키: 달리는 동안은 보통 락음악을 듣습니다. 리듬이 단순할 수록 더 뛰면서 듣기에 좋다라는 것을 알게되었거든요. 예를 들어,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이나 존 멜렌캠프나 비치보이스 같은 음악들이요. 이런 음악들을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달리기를 하는 동안 듣습니다. 한번은 홋카이도에서 1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모차르트의 '마적'을 시작 부터 끝까지 들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달리는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죠.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저를 너무 지치게 만들었어요. 그때 이후로 오페라는 달리면서 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르라고 깨달았죠.
러너스월드: 뉴욕마라톤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실제로 인터뷰 1년 뒤 뉴욕마라톤에 참가하게 됩니다) 무라카미씨에게 뉴욕마라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하루키: 지금까지 뉴욕마라톤에 3번 참가했어요. 이 대회의 멋진 점은 제가 두 발로 뛰는 동안, 전 구간에 걸쳐 거대 도시의 매우 독특한 면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코스 중에는 다양한 흥미로운 지역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각 지역마다 개성적인 사람들과 문화가 있죠. 이런 풍경과 느낌은 오직 뉴욕 마라톤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제 개인적으로는 뉴욕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의미도 있고요. (웃음) 허나, 뉴욕마라톤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출발점에서 오랜시간 추위에 떨며 대기해야 한다는 거죠. 꽤나 오랜 시간 대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러너스월드: 무라카미씨는 20년 동안 매년 한 차례이상 풀마라톤에 참가하셨죠. 앞으로도 계속 그러실 예정인가요? 시간이 지날 수록 마라톤이나 일상의 달리기나 무라카미씨에게 어떤 변화를 느끼게 해주나요?
하루키: 가능한 한 계속해서 1년에 한 번은 마라톤을 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기록이 매년 느려진다해도 이미 달리기는 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버렸어요. 달리기는 저의 육체에 대한 존중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2년 동안 제가 달리기로 부터 얻은 것이면서 제가 가장 즐기는 부분이기도 해요. 자신의 육체에 대한 존중감을 갖게 되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육체에 대해 존중감을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육체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할 겁니다. 이 세상에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느낌을 공유한다면, 테러리즘이나 전쟁은 결코 없을 거라 믿어요.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아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지적인 능력 그리고 집중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능력을 최상의 상태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강인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육체적 강인함의 굳건한 기반이 없으면 복잡하고 계속해서 주어지는 과업들을 해나갈 수 없어요. 이것이 제가 강하게 믿고 있는 점입니다. 제가 달리기를 계속 해오지 않았다면, 제 글쓰는 작업은 꽤나 달랐을 거에요.
하루키의 가장 최근 마라톤 기록은 작년 12월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입니다. 5시간 17분 32초네요. 인터뷰에서 언급된 보스턴 마라톤은 2006년도가 뉴욕 마라톤은 2005년도가 마지막 참여였습니다. 계속 응원할게요. 무라카미상.
http://www.honolulumarath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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