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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파인딩 하루키

하루키를 찾아 떠난 여행 Day3: 고베(4)

by finding-haruki.com 201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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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월간 다녀온 프로젝트 '파인딩 하루키' 여행. 10번째 포스팅은 고베 마지막편입니다. 하루키의 학창시절 추억이 많이 서려있는 고베, 산노미야를 둘러 보고 있습니다. 고베 마지막편 시작할게요! *여행간 위터 중계(클릭)



파인딩 하루키 Part 1; 간사이

Day 3: 고베(4)

전편에서 <하루키 여행법> 둘째날의 루트를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고베고등학교에서 산노미야역, 그리고 피자하우스 '피노키오'까지 봤죠. <하루키 여행법>은 거기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파인딩 하루키 고베 마지막편에서는 하루키 여행법에 등장하지 않는 하루키와 관련된 장소를 더 가보도록 할게요. 드디어 고베 마지막날입니다.



하루키가 피노키오의 958,816개째 구워진 피자를 먹었던 피자 하우스 피노키오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펴고 언덕을 내려와 고베 대지진 메모리얼 파크까지 천천히 걸어가봅니다.




고베대지진 피해를 복구해 나가는 과정이 시기별로 사진 자료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음성 안내 서비스에는 한국어도 제공된답니다. 지진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해 지진 당시의 피해 자료를 보여주기 보다, 피해 복구 과정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메모리얼 파크는 지진이 일어난 2년 후 1997년 9월에 첫 오픈을 했습니다. 하루키가 <하루키 여행법>을 통해 고베 도보 여행을 한 것은 같은 해 5월로, 이 기념 공원 오픈 전에 고베에 왔던 것이 됩니다. 오픈 이후였다면 하루키도 분명히 와보지 않았을까요? (^^)  




그리고 지진 당시의 무너진 항구의 바닥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구역도 있습니다. 갈라진 바닥과 기울어진 가로등이 지진 당시의 상황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메모리얼 파크를 둘러 보고 고베항을 가볍게 산책해 봅니다. 빗줄기는 계속 이어지고, 날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간사이지방을 동서로 가르는 고베고속도로 3호선이 보입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사람이 많이 없었습니다. 데이트를 하는 커플이나, 중국 단체 여행객 정도 함께 걸었네요. 고베의 유명한 호텔인 메리켄파크오리엔탈 호텔도 보입니다. 연 이틀 무리한 도보 여행에 저 호텔에 들어가서 씻고 맥주 한 캔 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답니다. 그러나 저에겐 오사카의 게스트하우스가 기다리고 있기에..(^^)



고베항과 메리켄 파크를 모두 둘러 보고 돌아설 때 벤치에 우산을 쓰고 앉아 책을 읽는 분이 계셨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분은 아닐까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네요.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파인딩 하루키 고베편의 마지막을 장식 할 재즈바 '하프타임(half time)'으로 가봅니다. 사실, 해가 지기전에 찾아갔으나 아직 영업 시간 전이라 산노미야역 근처의 도토루에서 잠시 일정 정리를 하다가 7시가 넘어 다시 찾아갔었습니다. 일본 스타벅스도 자리가 없더군요. (^^) 재즈바 하프 타임은 1978년 부터 영업을 시작하였고, 하루키는 1979년에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출간했죠. 그리고 1980년에 이 하프타임을 배경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하루키의 중학교 후배인 오모리 가즈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됩니다. 1년 단위의 사건이 펼쳐지는 곳이죠. (^^)



문을 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재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하프타임은 '파인딩 하루키' 여정 중에서 베스트 NO.1 장소로 꼽은 곳이에요. 차차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파인딩 하루키로 첫 원고청탁을 받아 쓴 내용도 하프 타임이었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재즈바의 정석 바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남색 버튼다운 셔츠를 정갈하게 입고 있던 아르바이트 청년이 친절히 저를 맞이해 주었답니다.



일단 맥주를 한 병 시켰어요. 기린 맥주가 컵과 함께 나오고요. 맥주를 시키면 기본적으로 야채참치 타르트가 나옵니다. 우왕 굿! (^^)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 처럼. 이 곳 하프타임은 하루키의 초기작에 등장하는 제이스바의 모델로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촬영 장소였습니다. 바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는 당시의 영화 팜플릿이에요. 어찌나 탐났던지. (^^)



영화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군조신인상을 탄 이듬해 1980년도에 오모리 가즈키 감독에 의해 제작됩니다. 지금은 유명해진 사진 왼쪽의 고바야시 카오루상이 출연한답니다.



맥주를 한 잔하고, 바 내부를 천천히 구경해봅니다. 올라왔던 계단을 위에서 다시 한 번 카메라에 담아 보고요.



재즈바의 바테이블 안쪽의 테이블이에요. 갖가지 게임 도구와 하프타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첩. 단골 고객들과의 사진, 방명록 등이 정겹게 놓여져 있답니다.



그리고 제이스바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핀볼 머신도 놓여있습니다. <1973년의 핀볼>에서 '나'는 스페이스 쉽 게임을 하면서 최고 기록 165,000점을, '쥐'는 92,500점을 기록하는 그 핀볼 머신입니다. (^^)



구경을 하는 와중에, 주인 할머니께서 출근하셨답니다. 이 곳의 마스터는 주인 아저씨가 계시지만, 평일에는 직장 생활을 하셔서 보통 아주머니께서 출근하신다고 합니다. 보이는 땅콩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나와 쥐가 바닥에 5cm 정도의 두께로 껍질을 쌓아가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때 부터 주인 아주머니와 아르바이트생과 바테이블에 앉아 긴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막걸리, 소주, 장근석 등에 대한 이야기 부터 영화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 이었답니다. 



이야기는 어느덧 무르익고, 퇴근하는 길에 들른 샐러리맨 단골 손님까지 가세해 하루키 얘기 부터 한국과 일본 얘기, 음악 얘기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여행을 통해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같은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의 즐거움 같은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이유로 파인딩 하루키의 베스트 장소로 꼽게 되었답니다.



친절했던 아르바이트 청년은 이 곳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고베대학교의 학생이고, 저와 마찬가지로 하루키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제가 곧 시코쿠에도 간다고 하니 <해변의 카프카>의 고치도 가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자기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요. (^^) 



숙소인 오사카 츠루하시로 가기 위해 아쉽지만 11시경 바를 나오게 됐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아쉽다며 앱솔루트 시트론 베이스 보드카토닉을 한 잔 '프레젠토'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전 나중에 꼭 하프타임을 소개한 책을 들고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왔답니다. (^^)



주인 아주머니께도 사진을 부탁드려 노르웨이의 숲 컨셉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도 잘 쓰시고 성격도 쾌활하신 전형적인 간사이 여성(잘 모르지만..)이라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제 사진도 한 장 부탁드렸고요. (^^) 이렇게 하프 타임과 그리고 고베와 작별을 하게되었습니다. 적당히 취한 상태로 오사카로 돌아오는 특급 열차에 몸을 실어 2일간 걸어왔던 곳의 밤 풍경을 보며 많은 생각에 빠졌었네요. 이렇게 멋진 인연을 만들어 준 무라카미 하루키상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베의 마지막편을 뒤로 하고, 다음은 교토로 넘어가겠습니다. 계속 따라와주세요~! (^^)


*파인딩 하루키 Day3 고베 마지막편 주요 지점이에요.



큰 지도에서 파인딩 하루키 Day3(고베 마지막편) 보기


**파인딩 하루키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된 책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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