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드문, 신기한 일들에 관해 쓰는 것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 와이키키 인터뷰. 2007, La Nacion
Q1. 재즈는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Murakami: 1964년 그러니까 15살 생일날, 부모님이 재즈 공연 티켓을 주셨어요. 그 때 일본에서는 '아트 블라키 앤 재즈 메신저'가 공연 중이었죠. 그것은 제가 그때까지 들어 보지 못했던 음악이었죠. 제 인생을 바꿔놓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재즈 팬이 된 이후, 제가 작가가 된 이후 계속 재즈를 듣고 작품에 재즈가 녹아드는 것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Q2. 무라카미씨는 30살이 되던 해에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를 썼습니다. 작가가 되기로한 인생을 바꿀 만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Murakami: 네. 전 도쿄의 야구 구장에서 한 손에 맥주캔을 들고 경기를 보고 있었죠. 타석의 타자가 결정적인 활약으로 기분 좋게 안타를 치고, 2루까지 안전하게 도착했을 때, 나도 소설을 써야 겠다라고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생각은 이전에는 한 번도 들지 않았어요. 당시 전 아내와 재즈바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재즈를 들어오며 서로 꿈을 키워오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제대로 시작하기는 힘들었지요. 전 문학을 하는 친구들도 없었고, 어떻게 소설을 써나가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재즈를 들으며 알았던 것들을 소설에 소재로 쓰기 시작했죠. 지금도 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치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 재즈를 듣곤 해요. 전문적인 작가가 된 30년간 좋은 음악으로부터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 여전히 제 작품의 영감을 주는 모델로서 마일스 데이비스를 듣고 있어요.
Q3. 무라카미씨의 작품 속 스토리와 음악은 서로 어떻게 관련을 맺고 구성이 이루어지나요?
Murakami: 그건, 관객을 초대해 춤과 마술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 속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내가 선택한 단어들이 독자들을 초대해 놓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거에요. 그래서 일정한 속도가 중요합니다. 전 제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은유와 상징을 모두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재즈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의 발이 흥에 겨워 절로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제 이야기도 그렇게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작품 속 단어가 적절하게 배열되어, 리듬을 타고 조화를 이루게 되어 이야기가 멜로디로서 독자에게 읽혀지는 것이죠. 그러면 가장 좋아지는 부분이 오게 마련이죠.
저는 제가 처음 설정한 캐릭터의 이미지나 일련의 구조들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복잡한 논쟁은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낸 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마냥 이야기의 서사구조에만 기댈 수 없어, 내 마음 속에서 자유로운 흐름에 맡겨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그 자유로운 생각이 독자에게 전해져 이야기의 절정과 흥분의 모퉁이에 도달하리라고 상상하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그 지점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어느 지점에서 독자의 B라는 지점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하나의 경험이 그 해석을 완료하고 느끼면서 새로운 의미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것은 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무엇으로도 느낄 수 없는 절정의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수행하는 것이 제가 작품을 쓰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그럼 무라카미씨는 말씀하신 그런 느낌을 다른 어떤 작품들에서 느끼셨나요?
Murakami: 음, 많이 있죠.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디킨스,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누엘 푸익..
Q5. 많은 비평가들은 중요한 작가를 언급할 때, 아르헨티나 작가로는 첫번째로 보르헤스를 언급하는데, 무라카미씨는 푸익을 언급하시는군요. 놀랍습니다.
Murakami: 보르헤스도 물론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전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저 보다 훨씬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와 상상력은 놀랍습니다. 반대로, 마누엘 푸익은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좀 더 현대적인 상상력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고 할까요. 80년대는 마누엘 푸익의 작품을 읽으며 보냈어요. <리타헤이워드의 배신> 같은 작품은 몇 번이나 읽었죠. 전 마누엘 푸익이 여러가지 삶의 고통 속에서 민감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래도 살아갈 힘을 주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사랑합니다. 고독의 테마는 문학과 저 사이의 강한 공통된 지점을 이루게 됩니다. 외아들이어서 레코드와 고양이와 우리만의 친밀한 장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며 성장했어요. 아르헨티나 문학을 읽으면서 저와의 공통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음악에 관해서는 일본은 탱고가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고, 재즈 뮤지션들은 피아졸라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했겠지만, 저는 카도 바비에리의 음악이 더 좋습니다.
Q6. 대중 문화도 접하시나요? 어떤 것이 있을까요?
Q7. 대중 문화에서 영감도 얻으시나요?
만약 당신이 부에노스 아이레스나 도쿄 같은 도시 생활에 대한 글을 쓰는데, 이런 것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일 겁니다. 제가 한 여성 캐릭터에 대해 묘사합니다. '그녀가 마돈나의 노래를 들으며 쇼핑몰로 쇼핑을 간다.' 이게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요? 전혀! 그리고 전 제가 쓰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일종의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대중 문화에 대한 참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또한 저는 롤링스톤즈, 도어스, 공포영화, 탐정소설을 좋아해요. 그러나 소설 내용에 이렇게 쓰면 더 인기가 있겠다 싶은 인물을 묘사하지는 않아요. 대중 문화의 구조를 그대로 제 작품에 녹이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심오한 작품을 쓰는 것도 태생적으로 거부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그 두가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Q8. 무라카미씨 작품 속에는 고양이가 자주, 많이 등장합니다.
Q9. 무라카미씨 작품 속 섹스 장면은 현대 일본 문학을 놓고 봤을 때 상당히 강합니다. 그 묘사에 있어서는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됩니다만.
Q10. (섹스 묘사에 대한)어떤 흥미가 있으신건가요?
Q11. 현대 작가로서, 그것(특정 부분에 노력을 가하는)은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Murakami: 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마누엘 푸익을 좋아하는 겁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 나름의 어떤 지도나 방향성이 없으면 위험합니다. 저는 희귀한 정신을 탐구하고, 존재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들어가 그것을 바탕으로 종이 위에 기록하면서 제 작품을 이어나갑니다. 그런데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면 안됩니다. 그러면 그곳은 지옥이죠. 우리는 내면의 깊은 어두움에 도달하고 나서, 다시 그것을 극복하고 올라와야 합니다. 제가 작품을 쓰다가, 마라톤을 하는 러너로서 생활하는는 것과 같은 거죠.
Q12. 무라카미씨는 마라톤도 프로급인데요, 집필 활동과 운동의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하시나요?
Q13. 소설을 처음 구상(build)하실 때, 그 시작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십니까?
Q14. 그렇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됩니까?
Q15. 집필하는 작품은 좋은 작품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어떻게 느끼시나요?
Q16. 번역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으신데요. 무라카미씨의 번역 작업으로 레이먼드 카버가 일본에 알려지고, <위대한 개츠비>의 무라카미씨 번역본은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셨네요.
Q17. 무라카미씨는 논픽션 작가로서도, 오늘날 일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작품을 쓰기도 하셨습니다. 도쿄 지하철의 사린 가스 테러를 다룬 <언더그라운드>는 미국의 9.11테러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Murakami: 분명하게 두 개의 비극에는 일종의 유사한(parallel) 점이 존재합니다. 반복적인 도시의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일은 그곳에 있었다면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는 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이죠. 저는 정말 일본에서 일어난 테러가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게 된건지 그 근본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 사건이 일어난 후 매일 모든 신문에서 관련된 기사를 읽어나갔어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죠. 신문에 나오는 피해자들이 저를 보고 할 얘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때 작가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나의 원고지에 넣어야 겠다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64명의 사람들과 몇 시간씩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작가의 입장에서도 그 사건은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이었죠.
그 가해자들은 집단의 특정 신과 같은 이상주의적 개념으로 무장해 있었죠. 하지만 전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집단에 매몰되어 버렸는지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무자비한 테러리스트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죠. 전 작가가 그의 독자들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 처럼, 그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전해 줄 선한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었어요. 어떻게 그들이 잘못된 집단의 교리를 접하고 정신을 지배당한 채 테러리스트가 되어갔는지에 대해, 선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컸습니다. 성별이나 폭력 등은 아무런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선한 작용을 하는 것인가죠. 그런 이야기들은 잊혀지지 않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fin.
*이번 인터뷰는 번역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페인어인데 이상하게 구글 번역기도 잘 인식하지 못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거라 마무리는 지어야겠기에 겨우 끝냈네요. 역시 많은 오역이 있을 거에요. 그럼에도 하루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뷰로서의 가치가 있기에 포스팅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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