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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 노하우 (1) - 일본 잡지 'Number'

하루키가 2007년에 쓴(09년 국내 번역) 에세이 <달리기에 관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자신의 묘비명에 이렇게 쓰고 싶다고 했었죠.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하루키는 세계의 유명한 각종 마라톤 대회에 마스터스 자격으로 30년 동안 계속 참가해 오고 있습니다. 90년대에는 3시간대의 기록을 유지해오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4시간 5분대의 기록으로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기나긴 소설 집필의 작업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루키의 공개된 가장 최근 기록은 2006년 보스톤 대회에서의 4시간 15분이네요. ^^ 


이번 포스팅은 메일 인터뷰 형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인 Number에서 봄철 러닝 시즌을 맞아 러너 100명에 대한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꾸준히 마라톤을 하며 글을 쓰기 위한 체력과 정신을 기르고 있는 하루키에게도 일반 독자의 질문을 모아 Q&A 코너로 발간 했고, 그 내용을 특별히 4주간 웹상에 연재한 내용입니다. 현재 총 29개의 질문 중 22개의 질문이 웹상에 공개 되었고, 4차례에 걸쳐 나누어 그 내용을 포스팅 하겠습니다.

'그래, 하루키상에게 물어봅시다!' ①편, Q 1~9

 


Q1.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러닝을 하셨다고 생각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3곳을 꼽아보면 어디일까요? (40대 남성)


거리로만 따지면 보스턴이 최고 입니다. 찰스 강변의 하버드 대학 근처를 달리곤 하는데, 참 좋은코스지요. 겨울에는 도로가 얼어 버려서 달릴수 없지만요. 그리고  교토에 가면 항상 카모가와 강을 따라 달리곤 합니다. 오이케 근처에서 가미가모까지 다리를 몇 개나 뚫고 달리고 돌아오면 약 10km 정도가 됩니다. 그곳도 참 좋지요. 또 하나는 뉴욕의 허드슨 강이에요. 소호에서 죠지워싱턴 브릿지의 둘레까지 러너를 위한 코스를 뉴욕 시장이 만들었습니다. 신호도없고, 화장실과 물 마시는 장소도 곳곳에 있어 좋답니다. 물론 뉴욕하면 센트럴 파크도 좋지만, 최근에는 소호 근처에 머물며 허드슨 강변을 달리는 것이 즐겁습니다.

Q2. 출전한 경기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30대 남성)


보스턴을 능가하는 대회는 없습니다. 6회 정도 달렸는데, 마치 보스톤 거리는 마라톤 DNA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랄까요. 보스톤 마라톤 없이 보스턴 거리는 없지 않을까할 정도로 불가분의 존재 랍니다. 도시의 번영의 역사가 마라톤과 함께 녹아 있어요. 100년간 거의 같은 코스를 달리고 있고, 식순 같은 것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그 흐름에 올라타서 달리면 됩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밴드가 있는지, 어디에서 록키의 테마가 흘러 나올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매년 웰슬리 대학 앞에서 여자들이 죽죽 줄지어 키스 해줘라고 하면 해준다. 멈추지 않으면 안되니까 기록은 떨어지겠지만요 (웃음). 그리고, 결승지점을 통과한 후, 상큼한 그 지역의 에일 맥주를 마시고, 굴을 먹으러 가며 행복한 기분이 되곤 합니다. "잘했다" 라고 웨이트리스가 허리를 두드려 주기도 하죠. 레이스라는 것은 이렇게 기분 좋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Q3. 경기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경우엔 어떻게 하시나요? (30대 남성)


화장실이 없는 경우는 달리는 도중 그 지점에서 할 수 밖에 없지요. 보스턴의 경우, 시작의 홉킨톤에 화장실이 적기 때문에, 모두 그 근처의 숲에 들어가는데, 여자도 서서 소변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철렁했지만, 익숙해져 버리면 특별히 별거 없게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레이스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겠죠. 내 개인적인 대책으로 시작 20분 전 즈음 마셔 버리면 소변이 되어 버리니까, 가지고 있다가 시작 30초전 마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하면 땀으로 나오죠.

Q4. 달리기 보조제는 사용하시나요? (30대 여성)


예전에는 레이스 중에, 물 밖에 마시지 않았으니 염분 부족으로 가끔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반드시 소금 정제를 가지고 물을 마실 때 함께 입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있어요.

Q5.  마라톤 레이스 후반에 다다랐을 때,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것은 저의 경우엔 자신에 대한 고집 밖에 없습니다. 무라카미상은 어떻게 극복 하시나요? (40대 남성)


내가 항상 결정하고있는 것은, 마지막 400m를 전력 질주하는 것입니다. 어떤 힘든 레이스에서 어떤 조건에서도 그 순간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전력 질주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의례이며 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레이스 도중 녹초가 되어 버리면, 조금씩 조절 하면서 달리고 역시 마지막 400m 만큼의 힘은 모아 둡니다. 레이스 처음부터 끝까지 미학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힘든 것임을 알기에, 이것만은 하자는 부분을 만들어 돌파적인 미학을 만들어 놓은 것 같네요.

Q6. 하코네 역전을 보셨습니까? (20대 남성)

*하코네 역전: 매년 1월 도쿄와 하코네 구간을 각 대학 유수의 육상부 선수들이 2일에 걸쳐 이어달리기를 하는 대회로 순간 시청율이 40%대 까지 육박하는 인기 달리기 대회라고 합니다.


산 위(언덕) 구간은 좋아하니까 보지만, 나머지 구간은 잘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친구 중에 1월 2일 아침부터 3일 오후까지 계속 보고 있다는 사람이 있고, 역전 달리기의 광팬인 무서운 사람이 되면 1일 신년 역전 부터 보기 시작해 사흘 간은 계속 역전을 보고 있지요. 나는 물론 달리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거기까지는 무리군요. 스스로 달리고 있는게 역시 즐겁습니다. 후지야 호텔에 묵었을 때 아침 일찍 역전 코스를 따라 정상까지 달려보기도 했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Q7. 현재 취업 활동 중인 대학 3학년 생입니다. 간단히 말해 요즘 너무 바쁩니다. 취업 준비 전에는 1주일에 80km 정도 달릴 수 있었으나, 결국 최근에는 달리기를 멈춰 버렸습니다. 무라카미상은 바쁜 경우에 어떤 동기로 달리기를 계속 하실 수 있으신지요? (20대 남성)


매일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건강을 위해 달려야 할​​ 나이도 있고, 단지 달리는 것이 좋아 달리는 나이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기, 어느 연령대의 경우 매일 정말 성실하게 달려야 ​하는 시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의 생활 공간에 따라 나름대로 달리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집중적으로 달려야 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역시 "지금이야 말로 달려 야 해" 라고 분명한 스스로 결의 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무리해서 달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Q8. 옛날의 좋지 않은 일들이 갑자기 뇌리에 팝업이 되어 떠오르고, 무심코 발을 멈추거나 왠지 달릴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무라카미상도 그럴 때가 있으신가요? (30대 남성)


음 그러고 보니 있네요. 부끄러워 하였거나 몹시 분했거나 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서점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요. (웃음)

Q9. 오랜만에 남편과 싸움을 하였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마시고 있던 잔을 바닥에 던져 멋지게 반으로 갈라버렸습니다. 스스로의 좌절과 스트레스가 그릇이나 접시를 깨는 행위를 통해 깔끔한 해소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리는 것은 그것에 필적할 만한 정도로 시원할까요? (30대 여성)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달리기 따위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달리는 것은 더 내적인 행위니까. 화가 나 있을 때는 어느 정도 직접적인 파괴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역시 그럴때는 무언가를 우선 때려 부수고 달리면 더 좋지 않을까요. (웃음)

*포스팅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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