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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원작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일본 관객의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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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안홍 감독이 4년간의 기다림끝에 하루키의 결심을 받아내고 공개를 한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노르웨이의 숲>이 일본에서 지난 12월 22일 개봉 했습니다. 원작자 하루키의 모교이자 영화 로케지인 와세다 대학에서 일본 프리미어 시사를 시작으로 일본 전국 312개의 상영관에서 개봉을 하였고, 개봉 2일간 13만2천명을 동원하여 같은 주 개봉 영화 중 3위로 시작했는데, 2주차 3위, 3,4주차 6위에 랭크된 이후 현재는 10권 내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크게 입소문을 타지 못한채 하루키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관람이 이어지는 듯 보이고요. 영화는 가장 열성적인 하루키팬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개봉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도 4월에 개봉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보지 않을 수 없는 영화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너무 기다려집니다.


그럼, 원작자인 하루키는 자신의 베스트 셀러가 영화화 된 것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작년 여름 신쵸사의 생각하는 사람과의 롱인터뷰 (번역: 문학동네 2010 가을호 특집)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 점수: 노코멘트

일전에 트란안홍 감독이 만든 영화의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그걸 보면서도 아, 이건 역시 '나'가 다양한 풍경과 사건을 통과해가는 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략) 영화화된 것을 보고 <노르웨이의 숲>은 여자가 중심이 된 이야기였다는 걸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소설을 쓸 때는 일인칭 남자의 시선이었기 때문에, 이건 기본적으로 와타나베 도오루라는 한 남자의 편력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건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겠더군요. 미도리와 나오코와 레이코, 그리고 나가사와를 좋아하는 하쓰미. 이 네 여자의 이야기였어요. 이 여성들의 존재에 비하면 주인공까지 포함하여 남자들의 존재는 오히려 희미합니다.

문학동네 64호 - 2010.가을 - 10점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문학동네


물론, 원작가 하루키 본인은 영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느껴진 시점과 등장인물의 역할의 변화에 대한 소감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땠다는 것입니까?'라고 인터뷰어가 물었다면, 하루키는 이렇게 대답했겠죠. '영화는 소설과는 또다른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가 원작 소설을 썼다고 해서 영화에 대해 뭐라고 왈가왈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식으로요^^ 그럼 실제 영화를 본 일본 관객들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일본내 주요 네티즌들의 영화평들이 모이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살펴 봤습니다.

먼저, 일본의 블로그 사이트로 유명한 아메바 뉴스 사이트에서는 영화가 개봉한 다음주 주요 웹상에서의 평가를 정리해서 기사화 했었습니다. 먼저 일본 영화 감독 마에다 상의 리뷰를 보시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5점을 주었습니다. 그의 비평 치고는 후한 점수라고 하네요.

2. 일본 영화 감독 마에다 상, 점수: 75점
 "원작과 비교하면 당연히 많은 생략이 있지만, 큰 위화감은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 원작의 분위기에 충실하게 영상화한 것에 놀라게 된다. 키쿠치 린코가 투명감과 그늘진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여 나오코라는 캐릭터를 완전히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다.『노르웨이의 숲』은 몇개의 삼각 관계가 눈송이처럼 복합적인 드라마인데, 여러가지를 생략했다 하더라도 그 원작 소설의 근본적인 구조는 영화 버전에서도 제대로 구축되고 있다."


3. 수필가 우치다 연구실, 점수: So So
"와타나베와 미도리를 연기한 마츠야마 켄이치와 미즈하라 키코는 좋습니다. 하지만 레이코상을 그리는 방법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중략) 1968년의 와세대 대학 교정의 높은 재현도는 훌륭했고, 요염한 장면이 원작 이상으로 추가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영화의 모든 요소가 성공적이다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존레논의 그 쉰 목소리로 부르는 'Norwegian wood'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이어서, 일본 야후 영화 채널에 올라온 일반 관객의 영화를 본 후의 소감입니다.

4. 야후 영화 채널 관객 평가 
1) 키쿠치 린코(나오코 연기)의 외모는 차치 하더라도, 캐릭터 연구에 너무 심취해 있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위험한 사람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녀가 심한 것인가, 각본이 심한 것인가. 원작에는 삶과 죽음의 대비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성적인 장면이 의미를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에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코도 나오코도 미친 색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독은 정신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가.

2) 키쿠치 린코는 사실상 미치광이 처럼 묘사되고 있다. 보기 힘들었다. 하루키의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면 매우 위화감이 느껴진다.


3)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가 진행되어, 원작 사이 사이를 잘라 보여주는 것 처럼 보였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등장 인물의 감정 변화가 전혀 내 안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4) 등장인물의 인연, 심리 상태 연결이 전혀 안된다. 다만, 칭찬하고 싶은 것은 음악과 인테리어 등의 배경이랄까. 당시의 시대 분위기 묘사는 탁월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만약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원작을 읽고픈 생각은 절대 들 수 없을 것이다.

5)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2가지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키즈키와 나오코는 왜 자살을 했는가? 왜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성적인 표현이 많은가?



6) 하루키는 아름다운 표현 방법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영화를 보니 그렇지 않았다.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성에 집착하고 있고 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여자들이 와타나베를 묶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와타나베는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여자의 숲에서 헤매고 있다.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은 나에게는 충격적인 영화로 다가왔다.

7) 원작을 읽고 개인적으로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컷되어 있지만, 원작의 내용을 보완하면서 보았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원작을 읽고 난 후의 그 심신이 지치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연기는 와타나베와 하쯔미가 좋았다. 레이코상은 좀 더 남자다운게 좋았다. 

8) 유명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 자체로 별 기대 없이 봤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세세한 디테일과 60년대 후반 일본의 풍경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조화가 잘 안된 캐스팅에 의한 부자연스런 연기와 대사들이 묻혀질 정도다. 

9) 영화 분위기와 음악, 카메라 워킹은 과연 최고다. 녹색의 풍경 영상과 비틀즈의 주제가, 와타나베의 연기가 훌륭했다.



10) 원작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배우들도 마음에 들어 기대했는데, 꽤 좋았다. 원작을 읽지 않으면 역시 인물에 감정 이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3번 눈물을 훔쳤다. 내가 운 장면은 미도리가 우는 장면, 와타나베가 나오코에게 함께 살자고 말하는 장면, 나오코가 와타나베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적나라하고 생생한 평을 들을 수 있는 영화 별점 사이트로 유명한 jtnews에 올라온 일반 관객들의 평가를 보시죠. 

5. http://www.jtnews.jp 관객 평가, 점수: 5.1점

참고로, 10년 일본내 개봉한 주요영화들의 평가를 보면, <테이킹우드스탁> 6.0, <소셜네트워크> 6.6, <백야행> 6.7, <간츠> 5.2, <카이탄시 풍경> 8.0, <13인의 자객> 6.6, <하얀리본> 6.4 등 입니다. 좀 짭니다. 정말.

1) 원작을 실시간으로 읽은 느낌이랄까? 원작을 읽었던 그렇지 않았던 좋은 영화 일 것 같다. 나는 트란안홍 감독과 촬영 감독 콤비의 영상미를 보러 갔었다. 그것은 물론 훌륭했고,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연기자들의 부조화는 낮은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키쿠치 린코의 러브신은 '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많았고, 정작 미즈하라 키코와의 러브신은 없다. 가늘고 예쁜 그녀의 다리를 더 만지고 싶지 않았을까? 초원에서 바람에 휘몰아치는 숲의 장면은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고, 와타나베가 입에서 침을 분출하며 절규하는 장면은 숨을 죽이면서 지켜봤다.

2) 나오코를 잃고 난 후의 와타나베의 절규하는 모습은 <대부 3>의 알파치노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츠야마 켄이치의 전율케하는 연기.


3) 솔직히 감동했다. 일반의 평가가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 이상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오랜만에 하루키의 세계를 접하고 마음이 떨렸다. 레이코씨는 좀더 주름이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영화를 보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이 좋았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정확하게 소설의 본질을 영상화 했다고 생각한다. 

4)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보지 마라.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1,000만 독자 각각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각각 떼어서 이리저리 붙여 놓은 느낌이랄까. 편집과 스토리, 등장인물 대사가 엉망이다. 비틀즈의 음악 '노르웨이의 숲'을 소재로 한 대사가 있는 아름다운 화보집을 보고 나온 것 같다.

5) 원작 스토리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있는 것처럼 영화에도 구멍은 보수되지 않고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연기와 카메라 워킹, 그림의 색깔의 조화는 칭찬할 만하다.


6) 이 영화를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역시 나하고 맞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아 매우 유감입니다. 어떻게 영화로 구성할까를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화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원작을 거의 잊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본 것은 좋았을지도 모른다. 트란안홍 감독의 의도적인 카메라 기울이기, 영상의 투명도 등은 훌륭했다. 대중을 위한 오락 순애 영화는 아님이 분명하다. 그점을 감안하고 감독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를 도려내어 성장해 간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하루키가 묘사하는 생생한 섹스 장면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단순하게 정욕을 해소하는 남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8) <노르웨이의 숲> 원작이 유행할 당시, 주위의 화제는 레이코상과의 섹스였다. 납득할 수 없는, 의미를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 섹스는 장례식의 일부이며, 서로가 외부 세계로 뛰쳐 나간다는 희망찬 의식으로 와타나베의 앞으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암시하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장례식 장면이 싹둑 잘려있다. 이래서야 레이코상이 단순 색정녀 아닌가. 감독. 이런 라스트로 좋은건가요?

9) 원작을 읽은 사람이 봐서는 안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 만의 의미있는 장면을 기억해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당신의 기억 속의 아름다운 그 장면이 증발해 버리는 악몽 같은 경험을 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10) 노르웨이의 숲의 영화화는 절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를 영화로 가져오면서 지나치게 설명을 많이 하려하면 오히려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트란안홍 감독 역시 노르웨이의 숲을 몇 번이고 읽은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하루키 문학의 정수인 '상실감을 그리는 분할'이라는 측면을 절제된 대사와 영상으로 표현해낸 것에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평을 종합해보면 원작을 읽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평이 갈리는 것 같네요. 원작을 읽은 관객은 원래 스토리의 잔상이 남아있고 그 잔상과 영화의 영상미를 대입해 따라가면 아름다운 영화로 남을 수 있을 것 같고 (다만, 20대 초반의 나오코를 연기한 키쿠치 린코에 대한 용서는 아닐테죠..하지만 17세에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나오코라는 인물에 매료된 그녀의 열정 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면,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은 단순 성애 영화의 이미지가 강해 불편하고,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 흐름과 연기의 부조화 등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를 보고 오히려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걱정하는 관객의 평가도 하루키 팬으로서 매우 공감이 됩니다. 아무튼 국내에도 4월 개봉이 잡혔으니, 얼른 보고 감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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