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살 만큼 살았지.
복선 공사다 뭐다 해서 다 갈아 엎을 모양인데.
그러고 보면, 이 동네 좋은일은 다 내가 거들었어.
철원으로 군대 간 영삼이가 성실하게 근무 잘해서 하사관 됐다고
기차에서 뛰어내리면서 부모 앞에서 '충성'하고 경례하던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어. 내가 다 눈물을 찔끔했었어.
아 그리고 이장댁 아들 민식이 결혼은 내가 시켜 준거나 다름없지.
그 녀석이 아가씨를 울리고는 그냥 기차에 태워 보내는데.
그 때 갑자기 정전이 되서 기차가 40분이나 연착했지 뭐야.
그리고 석달 뒤에 민식이 친구들이 오징어에 구멍 뚫어 뒤집어 쓰고
함들고 내리는데 어찌나 흐뭇하던지.
그래도 다 옛일이지. 지금은 다들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마실오는 오랜 친구 녀석 덕에
위안을 삼으며 지내우.
그나저나 서울로 시험치러간 미선이가 오늘도 안 올 모양이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Contax T3 / Sonnar 35mm *T Natura 1600
반응형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지고 있는 춘천 육림 고개 시장터 (6) | 2011.01.30 |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4) | 2011.01.19 |
하얀 마음 (4) | 2011.01.16 |
여백의 미 (4) | 2010.12.14 |
삶의 미쟝센 (6) | 2010.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