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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방 ;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다이어트콜라

category 이야기/정다방 2009. 8. 2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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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계절은 시간에 질세라 하염없이 흘러간다. 비가 몇 번 더 오더니 이내, 들이 마시는 공기가 제법 가벼워졌고, 야근을 하며 라면을 먹는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담배가 떨어졌다며 편의점에 들어간 박대리가 건네 준 비타음료을 한 입에 털어 넣은 뒤 녀석의 오른쪽 주머니에 삐져 나온 로또 종이를 보곤 피식 웃곤, 하늘을 올려다 본다. 곧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이 어둠 속에서 먹구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게 어쩐지 낯설어 한참을 쳐다 본다. "정말 당첨되기 바라고 하는거면, 적어도 만원 어치는 해라 임마" 내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 보고 있던 박대리에게 이제 들어가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만원 어치를 해서 안되봐라 아깝잖아. 오천원이 적당해" 라고 대꾸하는 녀석에게 난 '습관성 로또 강박증' 이렇게 진단을 내린다.

#11.

박대리와는 입사동기로 4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줄곧 함께 했다. 팀은 다르지만 파티션 넘어로 항상 그 녀석의 숱없는 윗머리가 잘도 보였다. 이제 서른살을 넘긴 녀석에게 "너 장가나 가겠냐"란 식의 농담도 조심스러워졌을 만큼 회사 생활 외에 별달리 공유랄게 없었던 우린 소원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늘었음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일찍 들어가라" 녀석이 내뱉으려 했던 말을 내가 먼저 건네니 흠칫 놀란 척을 하며 윙크를하곤, 오천원 어치 로또 종이를 팔랑팔랑 거리며 제 자리에 앉는다. 항상 그렇듯, 배를 채우고 나니 일할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이내 가방을 싸 사무실을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지하 주차장에 막 들어섰는데 문자 하나가 들어 온다. '맥주 한 잔 시원하게 하고, 푹 쉬어라' 

#12.

그 날 박대리가 보낸 메세지가 같은 회사에서의 마지막 메세지였다. 꽤 괜찮은 회사로 이직했고, 옮긴 회사로 정식 출근하기전 2주의 휴가를 받아 뭘 할까 고민하던 녀석과의 통화 이후 2달째 연락이 안된다. 누군가, 먼저 연락하기 싫어진거 아니냐고 짚어 주면 금새 인정할 것 이다. 박대리를 본 것은 그 이후 며칠뒤, 라이벌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에서 였다. 팀의 모임차 들러 닭다리를 뜯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3루쪽 펜스 바로 뒤에 박대리가 어느새 사귄 여자친구로 보이는 묘령의 여성과 앉아 있었다. 그들은 피자 한 판을 서로의 한 쪽 무릎에 놓고 두 손으로 조심스레 피자 조각을 들어, 입을 하늘로 헤 벌려 먹곤 했다. 그리곤 이따금 여자는 다이어트콜라를 그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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