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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하루키 뉴스

뉴욕 The Town Hall에서 열린 하루키의 밤 "Murakami Mixtape"

올 12월 하루키는 뉴욕에 머물며 의미있는 주간을 보냈습니다. 12월 9일 미국 문학 비영리 기관인 Center for Fiction에서 수여하는 Lifetime of Excellence in Fiction Award을 수상한 하루키는 이틀 뒤 Japan Society에서 주최하는 연례 행사에 참여하여 Japan Society Award 수상과 함께 문학과 재즈가 만난 밤인 'Murakami Mixtape' 행사를 통해 대중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3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발표 이후, 이듬해 단편 <카호> 1,2편을 발표하고 번역 작업을 왕성하게 해오는 중이고, 여전히 도쿄 FM의 무라카미 라디오를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답니다. 

‘Lifetime of Excellence in Fiction Award’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 가즈오 이시구로와 부커상에 빛나는 살만 루슈디 등과 나란히 언급되는 무게를 지닌 공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과 Japan Society Award를 함께 묶어, 하루키가 일본 작가이면서 동시에 세계 문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됩니다. Japan Society Award는 미국과 일본을 더 가깝게 만든 ‘빛나는 인물(luminous individuals)’에게 수여되는 상인데요, 단순히 예술, 문학적 성취만이 아니라, 예술·비즈니스·공공 영역에서 양국의 이해와 연결을 넓힌 공로를 폭넓게 평가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역대 수상자로는 오노 요코, 구로사와 아키라, 오자와 세이지, 캐롤라인 케네디 등이 있습니다. 

 

https://japansociety.org/events/haruki-murakami/

 

Murakami Mixtape

Murakami Mixtape is a special evening celebrating the integral connection between music and the life and works of Haruki Murakami—featuring Opening Remarks by Haruki Murakami live and in-person. With Jason Moran, one of the world’s greatest living jazz

japansociety.org

 

Murakami Mixtape 행사는 '문학과 재즈가 만난 밤'이라는 부제로, 뉴욕의 유서 깊은 장소인 The Town Hall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음악, 특히 재즈를 중심에 두고, 낭독과 라이브 연주, 대화를 결합한 형식으로 기획되었는데요, 하루키는 이날 Japan Society Award를 수상했고, 직접 무대에 올라 짧은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 날 밤을 “하루키의 문장과 음악적 기억이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엮이는 자리”로 소개하네요. 이 날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미발표 단편과 에세이를 하루키의 번역 선생님인 시바타 모토유키 작가와 일본 문화 전문가인 롤랜드 켈츠 교수가 함께 낭독했다고 합니다.

 

 

 

행사에서 낭독된 미발표 에세이 중 '하루키가 뉴욕을 직접 보기 전 에 쓴 옛 뉴욕 에세이'라는 타이틀의 글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루키는 인사말에서 “뉴욕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식의 농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뉴욕의 존재를 100%가 아니라 '99% 정도'로 믿는다고도 말하며, 도시의 실재감 자체를 특유의 방식으로 흔들어 보였다고 합니다. 1990년대 초 자신이 뉴욕에 처음 머물렀던 시기를 떠올리며, 당시 느꼈던 문화적 긴장과 고립감을 언급하며, 일본 문학이 거의 보이지 않던 서점 풍경,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이 불편하게 인식되던 공기를 회상하면서, 그 시절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중요한 사유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고 하네요. 

 

뉴욕은 하루키에게 단순한 해외 도시가 아니라 '스콧 피츠제럴드의 도시' 이자 작가로서의 첫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게된 ‘전환의 장소’일 것일텐데요. 20대 시절 재즈 클럽을 운영하던 시절과 지금의 자신을 겹쳐 보며, 음악가가 아닌 소설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매일 리허설을 반복해야 하는 삶 대신, 문장을 통해 리듬을 만들고 싶었다'라는 고백은, 왜 그의 소설이 늘 음악을 품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날의 'Murakami Mixtape’는 그런 그의 선택의 결과물이자, 그가 여전히 음악과 함께 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뉴욕이 정말 존재한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99% 정도는 확신합니다. 1991년에 처음 뉴욕에 왔을 때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긴장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무렵 미국 서점에서는 동시대 일본 소설을 거의 볼 수 없었고, 일본 문화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일본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독자들과 만나고 있고, 문학뿐 아니라 음악과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 문화의 얼굴이 분명해졌습니다. 음악가가 되지 않은 이유요? 매일 리허설을 해야 하는 삶을 견딜 자신이 없었습니다.


*뜨거운 뉴욕에서의 12월을 보낸 하루키 소식을 이어서 전해드렸습니다. 하루키의 다양한 최근 인터뷰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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