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일본의 하루키 팬 블로그에서 링크를 찾아 포스팅하게되는 하루키 인터뷰입니다. 2002년 3월 인터뷰로 <해변의 카프카>가 일본에서 출간되기 6개월전이랍니다. 인터뷰의 서두에 인터뷰한 날 아침에 새 장편 소설을 탈고했다고 말하면서 시작한답니다. :D
http://www.geocities.jp/yoshio_osakabe/Haruki/Interview-J.html
전 행복한 상황을 썩 좋아하지 않아요
하루키 2002년 3월 FOCUS지 인터뷰
포커스: 무라카미씨는 일본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신 작가 중 한 명이신데요. 도쿄의 해안에 인접한 좋은 뷰의 아파트에 살면서 포르쉐를 운전하고 다니셔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거 같아요. 그런데 무라카미씨의 주인공들은 왜 모두가 그런 행복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외롭고 좌절하면서 혼란에 빠져있을까요.
하루키: 기본적으로 저라는 작가는 용기를 주는 행복감에 빠진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전 오히려 혼돈의 상황에 더 매력을 느낀답니다. 대개 혼돈이라는 것은 불행으로 연결되기 쉽죠. 그렇다해도 전 이 혼돈도 꽤나 어떤 부분에서는 미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아침 꽤나 운이 좋은 상황을 맞이 했답니다. 오늘 아침 이곳에 오기전에 새 장편 소설을 탈고 했거든요.
포커스: 축하해요! 타이틀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에요. 15살의 소년이 끔찍한 상황 하에 놓이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그럼에도 그 소년은 잘 헤쳐나갑니다. 그는 살아남아요. 끔찍한 일이 진행 중이고, 끝나게 되어도 여전히 그는 15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소년은 응당하게 행복한 엔딩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커스: 무라카미씨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아웃사이더이고 개인주의자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특성이 왜 일본 같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하루키: 조금의 틈도 주려고 하지 않는 균일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개인적인 욕구는 더 크게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런 "단단히 죄어오는 코르셋"을 부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주인공들이 그것을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포커스: 물론 모든 주인공들이 그런 것은 아니죠. 예를들면 <댄스댄스댄스>의 주인공 고탄다 같은 경우엔 사회에 부정적이라거나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댄스댄스댄스>의 고탄다와 다른 주인공들이 다른점은 무엇일까요?
하루키: 전 68년 세대인데요. 당시 대학교에서는 많은 분쟁이 있었죠. 당시의 시스템과 싸웠던 우리들이 그 이후 사회에 나가면서 체제에 순응하기 시작했답니다. 그 당시의 학생들은 지루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간거죠. 고탄다는 그런 과정을 거친 당시 우리 세대의 모습이에요.
포커스: 무라카미씨는 대부분 30대의 주인공을 설정하시죠?
하루키: 네 그렇습니다. 30대는 매우 흥미로운 나이대라고 생각해요. 20대까지는 비교적 낙관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되죠. 그런데 우리 모두 30대로 들어가게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비판적으로 변하게되죠. 이 나이가 바로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제 독자들은 대부분 30대입니다. 또한 제 독자들 중 일부는 부모로 부터 이어받기도 합니다. 제 나이대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상상이 잘 안된답니다. 우리 세대는 지루해졌다랄까요.
포커스: 그렇게되면 무라카미씨가 나이를 들어갈 수록 점점 더 30대에 대해 쓰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네요. 지금 53세시니까. 20년 후에는 어떤 얘기를 쓸 것 같으세요?
하루키: 음 글세요. 그 나이가 되면 아마도 모든 걸 스톱하지 않을까요? (역주: 하루키는 올해 68세 나이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썼고, 이 얘기가 맞는 거라면, 이제 하루키 생애의 마지막 장편 하나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포커스: 팝 음악과 락은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등 큰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이게 바로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도 있을까요?
하루키: 팝은 보편적인 언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도 뮌헨이나 혹은 뉴욕의 사람들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서 말이에요. 전 외동아들로 자랐는데요. 그런 이유로 저에게 음악은 매우 중요했답니다. 곳곳을 여행하면서 레코드도 많이 수집했죠. 게다가 락음악은 기존 체제, 시스템에 저항하는 음악이기에 저에게 그런 측면으로도 도움을 준답니다.
포커스: 또한 무라카미씨는 소설을 쓰는 작법에도 외국어의 구조가 녹아들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레이먼드 카버의 심플한 문장을 무라카미씨의 번역 작업 과정을 통해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어떤 일본 평론가들은 무라카미씨가 미국 소설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았다고 비판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바타쿠사이バタ臭い: 서양바람이 들었다, 버터냄새가 난다'라고 했죠. 이는 독일로 표현하면 예전 동독 사람들이 서독사람들을 향해 '역겨운 서독사람'과 비슷하다고도 생각되어 집니다.
하루키: 전 이 문제는 정말 순수한 질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저의 작업 방식을 통해 전 큰 성공을 거두게 된거죠.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만 3백만부가 팔렸어요. 이게 제가 일본 평론가들로 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포커스: <노르웨이의 숲>은 독일에서는 '나오코의 미소'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요. 이렇게 해외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는 거에 대해서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때때로 각 나라에 맞게 바뀌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나 저 스스로는 제 소설의 제목이 정말 중요하답니다. 전 항상 제목을 정할 때, 제목이 갖는 의미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고려하고 정하곤 하거든요. 그런면에서 '나오코의 미소'는 글세요. 생각지 못한 제목이에요. <노르웨이의 숲>은 아시겠지만, 비틀즈의 음악이고, 작품 속에서도 언급이되고요. 제 생각에는 제목 그대로 했더라고 독일 독자들도 비틀즈의 노래를 떠 올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왜 바꾸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포커스: '나오코의 미소'는 흡사 마돈나의 노래 제목이라고도 여겨질 수도 있겠는데요.
하루키: 번역 출간 과정에서 제목을 바꾸는 일은 그런 부작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네요.
포커스: <노르웨이의 숲>이 크게 성공하고 한동안 외국에 나가 계셨는데 왜 그러신건가요?
하루키: 일종의 탈출이었어요. 문자 그대로의 탈출. 당신도 잘 알겠지만 전 매우 수줍은 사람이에요. 혼자 있는걸 더 선호하죠. 전 모든 공식적인 자리를 싫어해요. 낭독회, 출간기념회, 인터뷰 등등 말이죠.
포커스: 그렇다면 10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 체류하셨는데, 어떤 이유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건가요?
하루키: 1995년에 일본에서는 두 가지 끔직한 사건이 일어났어요. 먼저 고베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6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두번째는 도쿄의 지하철에서 오움진리교 신도들에 의해 사린테러가 일어났죠. 전 일본인 작가로서 일종의 자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어요. 더이상 일본에서 멀리 떨어져 지낼 수 없었습니다.
fin.
'하루키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코드 덕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실을 찾아서 - 까사블루투스 (4) | 2017.12.31 |
---|---|
하루키 X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일본 독자 리뷰 정리 (2) | 2017.10.06 |
하루키 '번역에 대한 거의 모든 것' 토크 이벤트 내용 공개 (0) | 2017.05.06 |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기념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 (0) | 2017.04.09 |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아사히신문 인터뷰 (0) | 2017.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