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하루키 인터뷰에 대한 새 포스팅으로 찾아왔습니다. 현재, 파인딩 하루키 포스팅도 잠시 멈춰있는 상태인데요, 책으로 엮어 출간하게 되어 원고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됐습니다. 원고 얼른 마무리하고 파인딩 하루키 나머지 포스팅도 이어갈게요! 오늘 소개할 하루키 인터뷰는 독일 일간지 Die Zeit와의 인터뷰입니다. 이 인터뷰는 2001년도에 이뤄진 인터뷰이고요. 신작 <다자키 쓰쿠루> 출간 기념 인터뷰는 곧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 2014년 신작 인터뷰 전 2001년도 인터뷰로 워밍업을 같이 해보시죠.
Zeit: 먼저, 간단한 3개의 질문을 드리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은데요. 무라카미씨는 여행을 많이 다니셨는데요. 먼저,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신 곳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음, 전 일본에 살고 싶어요. 얼마동안, 정확히 몇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생활했던 일이 지금 일본에서 살기 위해 지내 온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Zeit: 지금껏 무라카미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음, 글세요. 전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습니다.
Zeit: 좋아하는 음식은요?
하루키: 야채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생선과 소바, 두부. 육식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에요.
Zeit: 무라카미씨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독일에서 매우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는 분명히 미국 번역본을 다시 독일어로 번역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 전 독일 출판사에서 일본어를 독일어로 바로 번역할 수 있는 작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독일은 분명 큰 나라 아닌가요? 분명 많은 지식인들과 작가들이 있을 텐데요. 제 생각입니다만, 분명 독일에서도 일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바로 당신도 지금 하고 있잖아요.
Zeit: 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미국 번역본을 거쳐서 독일 번역 출간된 것을 무라카미씨는 모르고 계셨나요?
하루키: 네, 그런 과정에 대한 생각들이 저에게 까지 오지는 않았어요. 저 역시 체크하지 못했고요. 만약, 편집자가 저에게 물었다면 전 당연히 일본어 번역가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을 겁니다.
Zeit: 독일에서는 이 소설이 에로틱한 성애 소설로 간주되어졌고, 무라카미씨는 거침없는 때론 무례할 정도로 러브씬을 묘사하는 자유로운 성향의 작가라고 인식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라카미씨의 일본어 원문 소설에는 독일어 번역본에 쓰인 것 만큼 파격적인 표현들은 쓰이지 않았죠.
하루키: 전, 섹스 장면을 묘사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가장 적합한 단어,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을때 까지 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합니다. 제 책은 에로 소설이 아니거든요. 절망에 빠져, 무언가를 심각하게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관해 말하기 이전에, 그건 매우 심각하고 슬픈 이야기에요.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죠.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주인공이 두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는 선택을 해야만 하고, 또 그렇게 하게 됩니다. 슬픈 이야기죠. 일부 에로틱한 장면은 제가 의도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건 제 주 독자층인 성인들에게 일종의 이야기를 놓지 않고 진행시킬 수 있는 모터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가요. (*역주: 다른 인터뷰에서 에로틱한 장면 표현의 이유를, 그 방법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죠.) 제가 알기론, 예전 부터 독일 사람들은 소설의 한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기를 좋아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의 숲>이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죠. 그 소설은 200백만부가 팔렸는데, 당시 문단이나 언론에서는 일본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이라도 번지는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었어요.
Zeit: 다행일까요. 무라카미씨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독일 번역 제목도 <노르웨이의 숲>으로 출간되었는데요. 무라카미씨에게 소설의 제목이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하루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전 소설을 시작할 때, 제목 부터 정하고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았던 유일한 예외가 바로 <노르웨이의 숲>이었어요. 제목을 정하지 않고 써내려간 후, 나중에 제목에 대해 고심해 보았죠. 그러나 대개 이야기의 제목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써내려갑니다. 새가 알을 부화시키는 것 처럼 말이죠.
Zeit: 무라카미씨는 30살에 글을 쓰기 시작했죠. 당신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입니다. 이 세대가 일종의 '매직 세대'(magic age)인가요?
하루키: 제가 서른살이 되었을 때,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무심코 글을 쓰기 시작했죠. 일본에서는 이런 생각을 20대에 하게 되고, 30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여겨지고 있죠. 당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되는 것이죠.
Zeit: 무라카미씨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요. <태엽감는새>에서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고, <양을 쫓는 모험>에서는 양사나이를 찾아 나서죠. 소설 속 인물들이 정말 찾는 건 무엇일까요?
하루키: 소설 속 찾는 행위는 은유, 메타포입니다. 누군가에게 찾는 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기쁨일 수 있죠. 이렇게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당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그 무언가를 찾는 행위 자체라고 생각해합니다. 당신 인생 여행길을 리드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말이에요. 물론 리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도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고양이를 찾고, 양을 쫓으며, 아내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것이 제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Zeit: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 1987년에 출간되었고, 일본 사람 대부분이 읽었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그 책의 성공 이후 몇 년간 일본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셨는데요, 무엇이 두려워서 일본을 떠나 있었던 건 아니었나요?
하루키: 전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에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죠. 또 여행도 물론 좋아하고요. 전 글 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원했어요. TV에 나가기도 싫고, 강의를 하는 것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일본에 있었다면 그런 것들에 시달려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간단히 말해, 책이 잘 팔렸고, 전 유명해졌고 그래서 기분이 편치 않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일본을 떠나 해외로 나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7년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4개의 소설을 썼습니다. (*역주 또다른 하루키의 역작 <태엽감는새>가 이 시기에 쓰여졌죠.)
Zeit: 왜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나요?
하루키: 제 나라이기 때문이죠. 제 문화와 저의 언어는 위의 '도망'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웃음)
Zeit: 무라카미씨에게 집과 고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루키: 모든 사람은 자국에 대해 증오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거에요. 전 제 국가와 사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특히 고베 대지진과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은 전후 일본의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혼돈은 현재 일본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그것들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사회의 목적은 무엇이며,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감각들, 의문점들을 찾아 내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Zeit: 자국에 대한 책임감을 작품이나 외부 활동으로 많이 보여주는 일본 작가로는 미시마 유키오나 오에 겐자부로를 들 수 있을텐데요. 이 작가들과 무라카미씨 사이에는 어떤 관계 혹은 공통점이 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모르겠습니다. 그건 확실히 캐릭터,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전 확실한 개인주의자에요. 이미 제 인생을 살고 있죠. 전 저의 개인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내가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한 내면적인 요구가 항상 있어왔어요. 대학생이었던 1960년대 말 소위 전공투라고 해서 학생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었죠. 당시 우리는 젊고 매우 이상적이었어요. 그 시대는 끝났죠. 지금은 이상이 되어버린 것이죠.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사회는 당시의 모습이 다시 돌아간 것 같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전, 일단 철저하게 개인적인 관점에서 일을 하고 판단을 합니다.
Zeit: 무라카미씨는 당신의 언어로 미국의 단어와 문장을 완벽하게 조합해내는 독특한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미국 문화에 어떤 매력을 느끼시나요?
하루키: 모두가 이 질문을 하네요.
Zeit: 아, 죄송하군요.
하루키: 괜찮습니다.(웃음) 10대 시절 영화, 음악, 책 등 미국 문화의 모든 것을 흠모하며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1960년대는 미국의 시대였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당시의 미국의 문화에 매료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었죠. 그것은 제가 당시 살고 있었던 닫힌 사회 안에서의 무언가를 표출하고 꿈을 꾸어 온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일본 문학은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죠. 일본 문학은 읽지 않았어요. 그리곤 제가 서른살이 되었을 때, 불현 듯 무언가 쓰고 싶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레이먼드 챈들러, 커트 보네거트의 이야기 구조를 빌려왔죠. 빌려온 구조 속에 제 이야기를 채워나간 겁니다.
Zeit: 이를테면, 다른 문화권의 좋은 점을 선택해서 그들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본 문화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봐도 될까요? 무라카미씨 스스로 서양과 동양 사이의 문화에서 어떻게 보면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을까요?
하루키: 그렇지 않아요. 전 다른 문화에서 단지 몇 가지를 가지고 와서 제 자신만의 개인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용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거에요. 그렇게 제가 만들어 낸 제 시스템은 해를 거듭할 수록 쓰여지면서 세련되어지고, 강해지고, 더 나은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전 이런 작업을 해 오는 동안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전혀 잃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Zeit: 그런 무라카미씨의 '글 쓰기 시스템'은 일본 내에서 유일한 것인가요?
하루키: 네,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또한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미국 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하죠. 이 작업은 번역하는 것과 소설을 쓰는 것 사이를 더 밀접하게 만들어주는 창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전 이런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해 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Zeit: 무라카미씨 작품 속에는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제 생각엔 그런 요소들은 일본의 토착 신앙인 신도(神道, Shinto)나 다양한 자연과 일상 생활에서의 믿음인 범신론적인 사상으로 부터 나온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들이 실제로 작품 집필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하루키: 일본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숫자의 신들에 둘러쌓여 생활하고 있어요. 제 이야기는 깊고 어두운 숲과 같습니다. 매일 소설을 써 내려갈 때 마다 전 그 깊고 어두운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산책을 한 후에, 며칠, 몇 주, 월, 년 단위로 지내다가 그곳에서 나오죠. 아마도 그 숲에도 신들이 넘쳐나겠죠. 그리고 그 신들은 모두 동등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의 종교관에 따르면 신은 하늘에 한 명만이 존재하죠. 그는 절대적인 존재로서 말이죠. 그러나 일본에서는 절대적 유일한 존재가 하늘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이건 매우 민주적인 존재아닌가요? 오르페우스 신화를 아시나요?
Zeit: 네.
하루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갑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신화가 있답니다.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는 지옥으로 내려가면서 노래를 계속 불러야 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지옥에 내려가는 게 참 쉽습니다. 지옥으로 내려가 보고 싶나요? 그래요. 지금 가면 되요. 제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초자연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쉽습니다. 또한 동시에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가 패러럴 월드로서 존재합니다.
Zeit: 무라카미씨는 한 에세이에서, 정작 본인은 기이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하루키: 네. 참, 지루한 인생이죠.
Zeit: 무라카미씨의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음. 처음 펜을 들고 부엌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인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그외에는 제 인생에서 별다른 특별한 것이 없었던 것 같아요.
Zeit: 하지만 무라카미씨는 멋진 삶을 보내고 있지 않나요.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소설을 쓰니까 말이죠.
하루키: 소설을 쓰는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거에요. 제가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요. 그리고 제 소설을 읽기를 기다려 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에 더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건 기적과 같은 멋진 일이에요. 이런 것에 대해서 전 누구에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독자를 일일이 알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죠. 아마 신은 알고 있겠죠? (웃음)
Zeit: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에서 일부 주인공들은 자살을 택합니다. <노르웨이의 숲>이나 <양을 쫓는 모험>에서도 그렇죠. 일본 사회에서 자살이라는 것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 친구들 중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했죠.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때때로 전 친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죽음으로서 젊음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일본에서는 자살이 범죄로 간주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것도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여기고 있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거에요. 그렇게 모두들 이해하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자살은 범죄라고 알고 있어요.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행동이 로맨틱한 것이라고도 여겨지죠. 당신은 스스로 지금 내 삶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결정을 할 수 있는거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거에요. 전 여전히 궁금해요. 어떤 것이 삶 속에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때때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러나 전 내가 살 수 있는 만큼은 오래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Zeit: 무라카미씨는 스스로 특별히 행복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얘기하셨는데,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꿈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제가 꾸는 행복한 꿈은 바로 자유에요. 그러나 이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적어도 지금 이런 세계에서는 말이죠.
Zeit: 앞에서 친구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좋은 친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하루키: 좋은 친구는 사귀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죠. 젊은 시절 제 친구들은 이 세상에 없지만, 기억은 남아 제 가슴 안의 불 처럼 살아 있어요. 매섭게 추운 겨울 밤에도 따뜻하게 해주죠. 이것이 우정 아닐까요.
*이렇게 독일 일간지 Die Zeit지와 하루키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번역의 문제 이전에 인터뷰의 맥이 잘 끊기는 게 편집을 많이 한 것 같네요. 단편적인 질문들만 던지고 추가 질문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던 인터뷰 였습니다. 역시 하루키의 인터뷰는 04년 파리 리뷰 인터뷰가 최고네요. 유럽에 신작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출간에 맞춰 인터뷰가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요, 곧 신작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D 내일 1월 12일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65번째 생일이네요. 축하해요 하루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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