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키 인터뷰

31살 재즈 카페 주인 하루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뷰 2

하루키의 1979년 데뷔작 이자 그에게 군상신인상을 안겨 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탄생 한 재즈 카페 '피터캣'에서의 수상 직후 주간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요. 딱 1년전 일본의 유명한 문화평론가로 부터 재발견(?)된 당시 하루키의 반항적인 인터뷰를 제 포스팅으로도 보셨을 텐데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뷰 1편' (1편 보기)은 재즈 카페를 오픈할 당시인 1974년 인터뷰이고, 이번에 보여드릴 인터뷰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하고 군상신인상까지 거머쥐게 된 직후의 인터뷰입니다. 1편에서의 '정보는 다 버려버리라고'했던 하루키가 6년 뒤엔 다소 변했을까요? 


사진출처: http://www.douban.com/note/83279665/


31살 하루키의 데뷔 직후 군상신인상 수상 직후 인터뷰 
-주간 아사히, 요코야마 마사오, 출처: 링크

*인터뷰는 주고 받는 대화 형식이 아닌 편집자가 서술하는 관점에서 하루키의 말이 인용됩니다. 그것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인터뷰는 당시의 일본 문화를 이렇게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변종 작가가 속출하는 현대 문학 풍경에 또 한 이색 신인의 등장이다." 아마도 3년전 먼저 데뷔한 무라카미류를 말하는 거 겠죠? :D

Q1. 밤에는 재즈 피아노 연주도 하고, 낮에는 앞치마를 두른 머리 짧은 주인이 있다는 카페라고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하루키: 네 제가 무라카미 입니다.


Q2. 소설은 어떻게 쓰기 시작하게 되었나요?

하루키: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와세다에서 문학부 연극과를 7년간 다니면서 영화 각본을 습작으로 써 보기도 했었죠. 7년이나 걸려서 졸업증서를 받을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해요. 저 스스로도 왜 그렇게 학교에 집착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Q3. 무라카미씨는 고베 효고현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고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에 들어갔네요. 태어난 곳이 집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나요?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나의 고향에 가까운 도시를 상정한 것이지만, 고베 근처로 정해 버리면 등장 인물들의 말이 간사이 사투리를 써야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명은 배제한 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려고 했죠.


하루키와 류. 그냥 한 번 웃으시라고..:D


Q4. 국적 불명의 묘한 분위기는 그것에 이유가 있었군요. 재즈 카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죠?

하루키: 와세다 재학 중에 동급생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어요. 결혼 하고 마지막 1년은 학기 당 한 과목 뿐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이 많지 않았죠. 그래서 여차여차해서 도쿄 코쿠분지에 작은 카페를 차렸어요. 당시 무사시노미술대학생이었던 무라카미류씨가 자주 얼굴을 보였죠. 그 첫번째 가게가 건물 신축 문제로 문을 닫고, 3년 전에 지금의 센다가야에 두 번째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Q5. 첫 오픈 당시엔 많이 힘들었을 거 같은데요?

하루키: 무작정 가게를 열고 싶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죠. 은행을 돌면서 어떻게든 변통했습니다만, 갚아야 할 돈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재즈 LP가 3천장있고, 밤에는 피아노 연주가 있고요. 아침 11시 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하죠. 근처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잠시 쉬기 위해 한 두시간 동안 집에 다녀 오기도 합니다. 


Q6.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학생이 왜 갑자기 소설을 쓰게 되었고, 또 수상까지 하게 됐을까요? 

하루키: 와세다 졸업 즈음 "미국 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계보"라는 논문을 썼어요. <역마차>에서 부터 <우주여행>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화의 발달과 테마의 중요한 근저에는 사람과 사물의 이동이 있다는 식의 논지 였죠. 그것을 읽은 교수님이 "무라카미 학생은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어요.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문득 펜을 잡아 써내려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곤 첫 작품이 이렇게 입선작이 되어 버렸네요.


Q7. 소설을 쓰기 전 일본 문학 작품도 많이 접했나요?

하루키: 아니요. 일본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어요. 8년 전인가 도서관에서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읽어 본 정도에요. 그런데 이 작품은 꽤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은 더 읽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읽은 것은 대부분은 미국 문학이었습니다. 



Q8. 역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미국 작가 데릭 하퍼필드가  등장하더군요. 

하루키: 아. 그건 소설을 위해 등장 시킨 허구 인물이에요. (인터뷰어 멘붕?)


Q9. 소설 속 하퍼필드의 묘비에는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알 것인가"란 니체의 말이 인용되어 있죠." 이 가상의 작가 하퍼필드야 말로 무라카미씨 본인의 분신 아닐까요. 카페는 계속 하실 건가요? 

하루키: 제 가게에는 젊은 편집자들이 종종 보입니다. 요전에 어떤 편집자와 작가 나카가미 켄지씨 (역주: 하루키 보다 3년 선배 작가, 하루키와는 인연이 없었던 아쿠타가와 수상 경력이 있고 46세의 나이에 요절)가 왔다가 잠시 얘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물론 나중에 다른 손님들로 부터 작가인지 알게 되었지만요. 전 이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기사에 카페 이름은 공개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저에게 커피나 술을 마시러 혹은 재즈를 들으러 오는 목적 이외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Q10. 천상 카페 주인인 무라카미씨는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된 본인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아요.  

하루키: 카페 일을 하고 있으면 소설을 쓰는 시간은 하루에 한 두시간 밖에 할애할 수 없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글세요 그 누군들 알 수 있나요?

 

이 인터뷰 이후 몇 년 뒤 하루키는 곧 전업작가로 변신하죠! 또 다른 하루키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 거리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이 더위에서 꼭 살아남으세요! fi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