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무라카미 하루키 1Q84 국내 판권 인세 논란

category 하루키 인터뷰 2009. 7. 12. 17:10
반응형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1Q84'의 국내출간을 위한 1차 수순이 끝난 것 같습니다. 작가에게 권당 판매되는 일정의 수수료를 주는 것을 인세라고 하는데, 그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선인세 계약이 완료되어 국내출간이 눈 앞에 온 것 인데요. 국내 출판사의 번역 시스템은 잘 모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유명한 일본 문학 번역가 분들과의 계약 아래, 이미 번역이 마무리 되었거나 한창 진행 중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선인세의 금액에 관해서 여기저기 말들이 나오나 봅니다. 말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겠죠. '선인세 많이 줬다'입니다. 치열한 경쟁끝에 '문학동네'란 출판사에서 십수억원에 계약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1억엔을 제시한 출판사가 경쟁에서 떨어졌다니 그것으로 추정한거 같습니다.

굴지의 출판사들이 10억∼13억원의 선인세를 제시하고도 판권경쟁서 고배를 들었단다. 몇몇 중소 출판사들도 경쟁에서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번 하루키 작품 ‘해변의 카프카’ 국내 출판 때 지불한 5억원보다 선인세는 무려 두배 이상 뛰었다. ‘블루칩’ ‘보증수표’ 모시기가 장난이 아니다. ‘책 안 팔린다.’며 엄살을 일삼던 우리 출판사들. 제살 깎아먹기보다 우리 출판시장 살리기에 십시일반으로 마음들을 한번 써봄이 어떨까. - 서울신문 7월9일자 31면 사설 中, 김성호 논설위원

처음엔 기사를 보고 일단 곧 번역 출간본을 읽을 수 있겠구나하는 기쁜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그 선인세 금액에 대해서 '과다출혈', '제살 깎아먹기'라는 평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이 들지만, '하루키 사오기', '출판계의 이번 행태'라는 논평은 쉽게 수긍이 가질 않습니다. '문화를 생산하는' 출판계가 해외 작가의 작품을 전파하는 '문화 전도사' 역할로서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돈이 많이 들어갔다면 분명히 그 과정의 적합성을 밝히는 노력은 필요하겠죠. 

문제는 오랫동안 국내 작가들을 발굴·지원하며 자존심을 지켜온 한국의 대표출판사들까지 10억원이 넘는 돈을 들고 '하루키 사오기'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중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스스로도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출판은 한 사회의 지적·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문화를 생산하는 출판계의 이번 행태를 보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조선일보 인터넷 7월9일자 기사 中, 김남인 문화부 기자

기사를 계속 읽다가 그만 믿기지 않은 기사도 접하게 됩니다. 1Q84는 조지오웰의 1984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얼마전 요미우리 신문사 인터뷰에서도 밝혔습니다. 논설위원께서는 '모티브로 했다'란 의미와 '패러디 했다'란 의미의 구분을 잘 모르시는지 고의적으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인지 그마저도 아니라면 논설의 필수조건인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신 건지, '패러디 했다'라고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저야말로 씁쓸하네요.

일본에서 1주일 만에 100만부를 찍은 이 소설의 제목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것이다.
-국민일보 7월8일자 기사 中, 문일 논설위원
 
패러디[parody]: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이나 작품

이번 1Q84의 국내 판권 선인세 기사들을 접하면서 무라카미상의 작품에 대해 비판하는 그것이 건전한 비판이어야지 무라카미상의 작품을 읽는 국내 독자들의 취향과 즐거움까지 깎아 내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저를 비롯한 하루키 팬들은, 한 유명하고 문학적 업적까지 인정받는 소설을 흉내낸, 일본 대중 연애 소설가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입니다.

무라카미상의 신작소설의 국내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돈에 얽힌 문제로 기사화되는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1억엔을 넘는 인세를 미리 계약하신 무라카미상이, 이번에야말로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을 한 번 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울러, 문학동네에서는 완벽한 번역과 원서의 느낌을 잘 살린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라카미 신드롬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어보시죠. 솔직하고 국내 출판 시장에 대해 자성하는 기사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리고  무라카미상도 트위터를 한다는 정보인데요. 이번 기사들을 보면서 다소 쓸씁한 기분이었는데 기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D 

출판 전에 예약을 받았다고 하니까 초기 판매 부수에는 예약분도 반영되긴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나라의 대표작가가 작품으로서 '대표'의 몫을 해내고, 독자가 그에 걸맞은 부수로 화답하는 출판·독서 풍토는 역시 부럽다. 우리나라는 지난 1년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국내 소설을 5편 올렸을 뿐이다. 나머지는 태반이 번역물이거나 경영전략·자기계발서들이다. 작가가 글을 못 쓰는 건가, 출판사가 역할을 못하는 건가, 독자가 소설을 모르는 건가.


- 조선일보 인터넷 7월11일 기사 中, 김태익 논설위원 

반응형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