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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정다방 ; 여행 #25. "언니 같이 여행 안 갈래?" 간밤에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물리치는 혜숙이년의 말이었다. 우리 둘 사이의 라면은 이미 불어 있었다. 나는 나대로 간밤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물어볼까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고, 혜숙이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젓가락으로 라면 면발을 들어올리고 후-하고 한 번 불고 다시 내려 놓기를 수 차례 반복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대치 상황에서 혜숙이년의 이 한마디는 구원과도 같았다. "그럴까?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생각해보니 여행이란 걸 가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 일을 시작한지 7년이 되어가고, 그 절반을 혜숙이년과 함께 있었는데 여행 한 번 못갔다는 게 생각해보니 스스로 안쓰러운 생각도 퍼뜩 들었다. "경주. 나 경주가고 싶어" 그러더니 내내 먹.. 더보기
하루키X후루카와 히데오 몽키비지니스 대담 (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정다방 ;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다이어트콜라 #10. 계절은 시간에 질세라 하염없이 흘러간다. 비가 몇 번 더 오더니 이내, 들이 마시는 공기가 제법 가벼워졌고, 야근을 하며 라면을 먹는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담배가 떨어졌다며 편의점에 들어간 박대리가 건네 준 비타음료을 한 입에 털어 넣은 뒤 녀석의 오른쪽 주머니에 삐져 나온 로또 종이를 보곤 피식 웃곤, 하늘을 올려다 본다. 곧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이 어둠 속에서 먹구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게 어쩐지 낯설어 한참을 쳐다 본다. "정말 당첨되기 바라고 하는거면, 적어도 만원 어치는 해라 임마" 내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 보고 있던 박대리에게 이제 들어가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만원 어치를 해서 안되봐라 아깝잖아. 오천원이 적당해" 라고 대꾸하는 녀석에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