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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3

정다방 ; 여행 #25. "언니 같이 여행 안 갈래?" 간밤에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물리치는 혜숙이년의 말이었다. 우리 둘 사이의 라면은 이미 불어 있었다. 나는 나대로 간밤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물어볼까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고, 혜숙이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젓가락으로 라면 면발을 들어올리고 후-하고 한 번 불고 다시 내려 놓기를 수 차례 반복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대치 상황에서 혜숙이년의 이 한마디는 구원과도 같았다. "그럴까?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생각해보니 여행이란 걸 가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 일을 시작한지 7년이 되어가고, 그 절반을 혜숙이년과 함께 있었는데 여행 한 번 못갔다는 게 생각해보니 스스로 안쓰러운 생각도 퍼뜩 들었다. "경주. 나 경주가고 싶어" 그러더니 내내 먹.. 2013. 11. 3.
하루키X후루카와 히데오 몽키비지니스 대담 (1) 이번 인터뷰는 지금은 폐간된 일본의 문예잡지인 몽키비지니스 09년 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제작년 문학동네 계간지에도 실렸던 일본 신쵸오사의 과의 인터뷰에 비할 정도의 긴 분량과 퀄리티를 담고 있는데, 하루키의 데뷔 부터 그가 목표로 설정해 놓은 시기별로 치밀하게 진행했던 인생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가 담긴 09년 봄호는 평소 판매량의 3배 이상 판매 되기도 했더군요. 70페이지 걸친 인터뷰를 번역이 진행되는대로 챕터별로 나누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http://www.haruki-murakami.com *이 인터뷰는 10년 가을 일본에서 출간된 하루키 인터뷰집 에도 수록되기도 했죠. 이 책에 대해서는 제 이전 포스팅을 참고(click)하세요. [성장을 목표로 계속 나.. 2012. 1. 18.
정다방 ;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다이어트콜라 #10. 계절은 시간에 질세라 하염없이 흘러간다. 비가 몇 번 더 오더니 이내, 들이 마시는 공기가 제법 가벼워졌고, 야근을 하며 라면을 먹는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담배가 떨어졌다며 편의점에 들어간 박대리가 건네 준 비타음료을 한 입에 털어 넣은 뒤 녀석의 오른쪽 주머니에 삐져 나온 로또 종이를 보곤 피식 웃곤, 하늘을 올려다 본다. 곧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이 어둠 속에서 먹구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게 어쩐지 낯설어 한참을 쳐다 본다. "정말 당첨되기 바라고 하는거면, 적어도 만원 어치는 해라 임마" 내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 보고 있던 박대리에게 이제 들어가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만원 어치를 해서 안되봐라 아깝잖아. 오천원이 적당해" 라고 대꾸하는 녀석에게 .. 2009.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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