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살인>이 출간된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일본 내에서의 평가는 독자든 비평가든 대부분 호의적인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물론, "고독한 샐러리맨의 오징어 냄새나는 망상 소설"이라는 평가 또한 이어지긴합니다. ^^) 또한 그 와는 별개로 일본 내 극우성향의 독자들은 소설 속에서 나온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난징 대학살 사건의 표현으로 하루키를 가차 없이 폭격하고 있는 상황도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기 판매량은 <1Q84>를 웃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 오늘 <기사단장 죽이기>의 국내 판권을 문학동네에서 가져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작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번역 출간했던 민음사에서는 50부 정도인가 하루키의 친필 사인본 증정 이벤트를 했었죠. 문학동네에서는 아마 그 보다 더 큰 무언가를 준비해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그건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 초청 행사이길 바래봅니다. ^^
사진: https://casabrutus.com/culture/39084
이번 포스팅은 국내에서도 늦어도 6월에는 만나게될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살인>의 표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카사블루투스와의 편집자와의 인터뷰 포스팅입니다. 하루키는 책의 표지까지 세심하게 정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강한 녹색과 빨간색 표지 역시 하루키가 결정한 것이죠. 이번 신작의 정장 표지의 구성과, 디자인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신초사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오래 근무하며, 하루키의 기존 작품도 여러차례 작업을 한 다카하시 치히로씨의 얘기로 들어보겠습니다. 전문을 옮기지는 않고, 중요한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포스팅할게요. 국내 하루키팬들도 표지에 얽힌 스토리를 알고 소설을 읽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1. 이번 하루키의 신작 표지 작업은 언제 부터 진행하셨나요?
다카하시: 제가 원고를 받아 본 건 16년 10월 경이었어요. 출간일 4달 정도 전이군요. 전 14년에 은퇴를 했는데도, 저에게 하루키 작가가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감사했죠. 무려 7년만에 무라카미씨 작품의 표지 작업을 하게된거죠.
2. 원고를 받고 난 후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다카하시치히로: 다른 작가와는 다르게 무라카미씨는 직접 세세한 부분까지 만나서 의견을 나누며 진행된답니다. 제 생각이지만, 이렇게 직접 표지까지 작업에 관여하시는 것은 아마도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부터 표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구상과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일단 표지 작업을 위한 첫 미팅에서는 무라카미씨가 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제가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답니다.
3. 이번 작업에 있어서 무라카미씨는 처음 어떤 말을 했나요?
다카하시: 무라카미씨는 가장 먼저 표지에 '검'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권을 서양시대의 검으로, 2권을 일본 아스카 시대의 검으로 하기로 했죠. 그래서 검을 어떻게 디자인 할까 고민하다가 초안으로 검과 캅집을 분리한 시안이라던지, 검을 차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 등을 그 다음 미팅 때 보여드렸죠. 그걸 보고 무라카미씨는 검을 좀 더 단순하게 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4. 그 외에 검에 대한 요청 사항은 없었나요?
다카하시: 음, 일단 검의 모습은 칼집에서 빼낸 상태의 검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무라카미씨가 직접 스케치를 하며 이런 느낌일까라고도 하셨죠. 좀 처럼 그런 일은 드뭅니다. 제가 무라카미씨의 표지를 담당하고 처음 겪은 일일 겁니다. 실로 다양한 실재했던 검의 여러 모습을 조사했답니다. 서양은 시대별로 검의 모양이 모두 달라지죠. 거의 디자인의 정해졌을 무렵, 무라카미씨는 검의 손잡이 부분의 특정 부분을 굽힐 수는 없을까요? 라고 제안을 주기도 하셨죠.
5. 삽화는 역시 타케오 치카츠씨가 맡았네요.
다카하시: 네 타케오 치카츠씨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무라카미씨 역시 타케오씨 외에는 제안을 안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케오씨에게는 삽화의 디자인에 대한 레이아웃나 문양의 방식 등이 모두 정해지고 의뢰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타케오씨가 완성을 해주었죠.
6. 서양 검에는 잘 보면 양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다카하시: 타케오씨에게는 소설의 원고는 전달되지 않은채, 디자인 의뢰만 들어간거거든요. 그런데 타케오씨가 무라카미씨 하면 '양'이라는 생각에 양 문양을 넣는 것을 제안해주었죠. 그래서 이 안을 무라카미씨에게 전달했는데, 무라카미씨도 꽤 재밌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들어가게 되었죠.
7. 책 타이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다카하시: 타이틀의 필체에 대해 얘기한 것도 무라카미씨가 먼저였습니다. '기사단장 살인'이 모두 한자라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 수 있고, 그렇다고 서체를 필기체로 할 수 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렇게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가야 하나 계속되는 논의를 통해 꽤나 오랜 시간 작업을 했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미팅 중에 언젠가 무라카미씨가 '살' 한자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 보는 건 어떨지 의견을 냈답니다. 브레인스토밍 중에 누군가가 툭 던지는 느낌의 제안이었죠. 그렇게 '살' 한자가 기울게 된것이죠. 그렇다면 어느정도 기울일까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다가 무라카미씨가 직접 손으로 이 정도가 아닐까요라고 기울였고, 우리는 그 기울기를 고정하기 위해 셀로판 테이프로 고정하여 결론 지었답니다. (웃음) 무라카미씨는 소설을 쓰는 것 만큼 표지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즐겼답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동안 꽤나 유쾌하고 즐겁죠. 물론 엄격합니다.
8. 속지는 녹색과 적색으로 되어있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다카하시: 1권은 이야기는 여름에 시작해서 가을, 겨울로 바뀌어가기 때문에 녹색으로 하였고, 2권은 흙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 아이디어 였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노르웨이의 숲>의 이미지가 녹색과 적색이기 때문에 그와는 또 달라야 한다는게 저희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죠. 그런데 녹새과 대비 시키기 위해 오렌지색을 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녹색과 적색은 유지하되, 적색을 좀 더 차분하게 톤다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답니다.
9. 이야기의 각 장의 번호에 표시된 문양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다카하시: 그건 순전히 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무라카미씨가 큰 이견 없이 컨펌한 건데요. 아마 이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태엽감는새>, <1Q84> 때와 유사한 패턴 구조로 가져가서 이지 않을까 싶네요. 무라카미씨도 크게 거슬리는게 없었다고할까요. 이번 신작에 사용된 장의 번호에 들어간 표식은 에도 시대의 선승의 작품 '△ □ ○' 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10. 지금까지의 많은 작업도 무라카미씨의 의도와 생각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야 파트너로서 어렵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카하시: 무라카미씨는 일종의 '숙제'를 내줍니다. 가장 어려웠던 표지작업은 <태엽감는새>였어요. 당시 무라카미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의 모습을 넣고 싶다고 하셨죠. 그 책의 표지 작업은 6개월 정도 걸렸었답니다. 반면 <1Q84> 때는 기본적으로 단순하게 하얀 바탕으로 하면 좋겠다라는 비교적 간단한 숙제를 주셨었죠. (웃음)
이상,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살인>의 표지 작업을 맡은 다카하시씨로 부터 들어보는 신작 표지 작업에 얽인 뒷 이야기였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잘 번역하여 하루키팬으로서 또 한 번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포스팅의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 하였습니다.
https://headlines.yahoo.co.jp/article?a=20170228-00010000-casabrutus-c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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