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살인>이 일본에서 지난 2월 24일 출간되었습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후 4년만이고, 소설이 분권된 형태의 대작은 <1Q84> 이후 8년만입니다. 역시나 각 대형 서점별로 자정 출간 이벤트를 진행했고요. 특히, 홋카이도로 가는 신칸센의 선로 이상으로 홋카이도 독자들은 발매가 지연되는 해프닝도 있었답니다. 분권 형태의 대작은 하루키 작가 인생에서 <태엽감는새>, <1Q84>, <기사단장 살인>까지 모두 3작품인데요. 앞의 두 작품은 모두 1,2권을 동시에 내고, 그 이듬해 3권 혹은 3부를 출간했다는 점이 동일하죠. 그런면에서 이번 작품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http://www.shinchosha.co.jp/harukimurakami/
1. <기사단장 살인>은 어떤 내용?
이번 신작 <기사단장 살인>은 아내로 부터 이혼 당한 36세의 초상화가가 어느 산장으로 빌려 화실을 운영하다 그 집 다락방에서 '기사단장 살인'이라는 그림을 발견하면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 그림은 고위직에 있는 듯한 남자가 칼에 찔린채 엄청난 피를 흘리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하루키의 소설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다른 세계와 통하는 통로라던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 구조, 자극적인 묘사 등의 기법은 계속 등장한다고 합니다. 또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롤링스톤스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인 재료들도 풍부하다고 하네요. 또한 묘령의 소녀 역시 등장해 '영매'로서의 역할을 하며 하루키의 초현실적인 스토리에 힘을 배가 시키는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까지의 하루키의 작품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은 하루키의 자택이 있기도 한, 도쿄 남쪽 가나가와현의 오다와라시입니다.
2. 출간 초기 일본내 사회적 이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알게되고 그의 작품과 인터뷰를 탐독하면서, 점점 확실해 진 것 중 하나가, 그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작품 <기사단장 살인>은 '기사단장이 칼에 찔려 죽음을 당하는' 그림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그림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혹은 이 그림과 연관지어 발생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되며 일본 극우 독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입니다. 하루키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나치의 침략과 일본 제국주의의 난징 대학살에 대해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을 소설 속에 썼습니다. 당연히 일본의 극우 독자들은 반발을 하고 있고, 반면에 중국의 하루키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루키의 역사관에 대해서 의심을 해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크게 놀랍지는 않으나 반갑기는 합니다.
*하루키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최근 SBS의 스브스 뉴스 권영인 기자님이 보기 좋게 편집하여 다뤘는데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시죠.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074533&plink=ORI&cooper=NAVER
3. 일본 내 비평가, 평론가의 반응은?
출간된지 한 달이 아직 안된 상황에서 비평 기사나 글이 많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일단 출간 한 달이 조금 안된 지금까지 나온 비평들에서는 공통적으로 하루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루키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소설 속 주인공의 '개인'에 초점을 맞춘 1인칭 소설로 주인공의 내면과 현실을 오가는 초현실주의적인 스토리로 대표된다 할 수 있는데요. 물론 <해변의 카프카>에서 3인칭 소설의 충분한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에 포커싱된 이야기에서 가족이나 부모, 혹은 자녀의 존재는 철저하게 배제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1Q84>에서 덴고의 아버지가 등장하게되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다가 '고양이 마을'이라는 세계를 만나기도 합니다. 당시 주인공의 아버지의 등장과 그런 존재(?)와의 화해를 시도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남겼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번 신작 <기사단장 살인>은 본격적으로 가정을 이루려는 의지를 주인공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 점이 하루키의 달라진 점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작들에서는 모두 기본적으로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고, 겨우 가족이 등장하더라도 아버지를 죽이거나 하는 등의 완성된 가족의 모습은 그려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작가 자신인 하루키의 나이나 그간의 연륜(?)에 기인한다고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달리 얘기하면, 지금까지의 하루키 소설의 기본 구조인 '상실 - 탐색 - 발견 - 다시 상실'의 구조 (독자들로 하여금 하루키의 특성인 열린 결말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곤 하는)에서 '다시 상실'의 단계가 일종의 완성, 완결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부 평론가들은 하루키의 다음 작품을 기대케 하는 역작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더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정도의 포인트만 가지고 그의 신작을 읽으면 더 잘 하루키의 의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국내 출간 진행 상황은?
하루키의 한국 선인세 이슈는 이전 <1Q84> 부터 본격 이슈가 되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언론에서 부터 한국에서의 선인세 경쟁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는 모습입니다. <1Q84>때가 선인세 약 10억원, 이번 작품은 최소 20억원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네요. 곧 국내 출판사가 정해질 텐데요. 하루키는 직접 해외 판권을 줄 출판사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번역가 부터 출간 마케팅 등 출판사의 제안서를 다양한 요소로 판단해 최종 결정한다고 합니다. <1Q84> 부터 그의 작품은 모두 일본 출간 3개월만에 국내 출간이 되었답니다. 아마 지금도 번역 작가 분께서 한창 번역 중일 겁니다. 국내에는 6월초 정도 출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경우 민음사에서 하루키 친필 사인 이벤트를 열어서 팬인 저로서 매우 의미있는 이벤트였는데요. 이번 출판사에게도 기대를 해보렵니다. :D
<1Q84>에서 선구라는 종교 단체를 등장시키며, 개인의 내면에 머물러 있던 그의 시각이 외부의 사회적인 이슈로 크게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독자들은 <1Q84>가 4권으로 이어지며, 덴고와 아오마메가 그 실체를 파헤치는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었죠. 그 아쉬움을 이번 신작 <기사단장 살인>이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단장 살인>은 1부 <드러나는 이데아>, <변화하는 메타포>로 이어지는데요. 2부에서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배후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 드러나고 그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키는 특히 2013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고 준비 중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었죠. 얼른 번역 출간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ps. 한국 번역판은 어떤 제목으로 정해질지 궁금하네요. <기사단장 살인>, <기사단장 죽이기>.
*비평에 대한 글은 아래 기사들을 참고하였습니다.
http://toyokeizai.net/articles/-/160447?page=4 평가 高澤 秀次:文芸評論家
https://headlines.yahoo.co.jp/article?a=20170317-00000088-sasahi-life&p=2
http://toyokeizai.net/articles/-/160447?page=4
* 한국 출시일 및 선인세에 대한 기사
http://news.livedoor.com/article/detail/1278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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