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잘 보관(?)해 두었다가 이제서야 포스팅하는 인터뷰입니다. 2008년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이고요.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독일 번역 출간에 맞추어 진행된 인터뷰랍니다. 원문은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는데요. 여기서는 한 번에 쭈욱 이어갈 테니 따라와 주세요. :D 그리고 이 인터뷰는 2010년 하루키의 1997년 부터 2009년까지의 13년 동안의 18번의 인터뷰를 모아 낸 책 <꿈을 꾸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뜹니다>(국내 미번역)란 책에 실리기도 한 인터뷰랍니다.
Foto: Androniki Christodoulou, Agentur Focus
전 달릴때 마다 가장 평화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08년 독일 슈피겔지 인터뷰: 원문 클릭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글을 쓰는 일과 달리는 일 중 어느 것이 더 힘드신가요?
하루키: 글을 쓰는 건 재미있어요. 적어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요. 저는 매일 4시간 정도 글을 쓰고 그 이후에 달리기를 합니다. 원칙적으로 10KM를 뛰는 게 저의 룰이죠. 따라서 뛰는 일도 무리하지 않고 쉽게 글을 쓰는 것과 달리는 것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어요. 그러나 42.195km를 달리는 풀마라톤은 매우 힘들죠. 풀 마라톤을 달리는 것은 제가 의도적으로 해 나가는 측면도 있어요. 제게 주어진 또다른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그 부분이 저에게 마라톤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측면이에요.
슈피겔: 그렇군요. 그렇다면 책 한권을 탈고 했을 때와, 풀마라톤의 피니쉬 라인을 끊었을 때. 이 둘 중에는 어느 쪽이 더 좋으신가요?
하루키: 기나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것 이라고 생각해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순간이죠. 운이 좋은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12권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저의 앞으로의 작가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좋은 작품이 제 안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어요. 3개? 아니면 4개, 5개? 이 정도 남아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전 달리고 있을 때, 좀 처럼 저의 한계를 느끼지 못해요. 저는 4년에 한 번 정도 두꺼운 장편 소설을 내놓지만, 풀마라톤이나 하프 마라톤은 매년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7번의 풀마라톤에 참가했는데요, 그 숫자는 28, 28, 30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거라고 생각해요.
슈피겔: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되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카라미씨의 달리기에 대한 작가 생활에 있어서의 중요성 등을 얘기하는 자전적인 에세이인데요. 왜 이런 이야기를 펴내게 되었는지요?
하루키: 25년 전 1982년 가을 저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그때 스스로 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았던 적이 있어요. 왜 축구가 아니었을까. 왜 작가라는 제 존재에 대한 규정을 시작했던(전업 작가가 되었던) 그 때 달리기를 하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죠. 저는 제 생각을 이해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마다 달리기를 했어요. 달리기에 대해 쓰기 시작했을 때 전 바로 저에게 대해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슈피겔: 왜 달리기를 시작하셨나요?
하루키: 일단 몸무게를 줄이고 싶었어요. 작가가 된 첫 해 까지만 해도 저는 쓰는 것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하루에 60개비 정도의 담배를 피워댔죠. 치아와 손톱이 노랗게 될 지경이었어요.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33살에는 엉덩이에 지방이 한창 차오르고 있었죠. 그래서 담배를 끊는 것과 동시에 뛰기로 했어요. 달리는 것은 저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인 것 같았죠.
슈피겔: 왜요?
하루키: 팀 운동은 저와 맞지 않을 거 같았어요. 저는 저만의 속도로 무언가를 경주하고 있을 때 마다, 깊이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달리기는 테니스 같이 함께 할 파트너도 특별한 장소도 필요로 하지 않잖아요. 유도도 저와 맞지 않아요. 전 파이터가 아닙니다. 장거리 달리기는 상대와의 겨루기에서 승리를 하는 운동이 아니에요. 당신은 오직 이전의 당신과 승부를 해야하죠. 다른 사람은 관여하지 않고, 관여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적인 충돌에는 직면하게 될거에요. 과연 내가 직전의 나 보다 더 나은가에 대해서 말이에요. 한계를 극복하고 또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달리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달리는 것은 고통이고, 그 고통은 저를 떠나지 않아요. 그것을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당신의 정신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하죠.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달리는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가셨나요?
하루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고 20분이 지났을 때, 숨이 가빠오고 심장은 요동치고 다리는 떨려왔죠. 다른 사람들이 달리는 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에는 매우 불편했어요. 하지만 결국 전 제 일상에 매일 양치를 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편입시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나서 비약적으로 달리기에 관해서 발전할 수 있었죠.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년도 안되어서 비공식적이지만 마라톤에 도전했습니다.
슈피겔: 네, 무라카미씨는 그리스 아테네에 가서 마라톤을 달렸죠. 무엇이 무라카미씨로 하여금 아테네로가서 달리게끔 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아테네는 마라톤의 기원인 도시이죠. 모두가 다 아는 것 처럼요. 전 그 마라톤 코스를 반대로 달렸어요. 하지만, 러시아워에 달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그 이전까지만해도 전 35km까지도 달려보지 못한 상태였어요. 제 다리와 상체는 특별하게 강한 편이 아니었고, 전 무엇을 기대해야할지도 모른채 미지의 땅에서 마라톤을 하게된거죠.
슈피겔: 혼자 뛰는 기분이 어땠나요?
하루키: 그날은 7월이었어요. 매우 뜨거웠죠. 아침 시간임에도 정말 뜨거웠어요. 그리스는 처음이어서 그 더위에 매우 놀랐죠. 뛰기 시작한지 반시간만에 윗옷을 벗었어요. 나중에는 시원한 얼음이 띄워져있는 맥주를 생각하여, 길가에 죽어있는 개와 고양이를 세었죠. 그리고 제 몸에 태양빛으로 인해 작은 물집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태양에 매우 화가 났었죠. 완주한 기록은 3시간 51분이었어요. 결승점에 도착해서는 주유소 앞에 걸터 앉아 뛰는 내내 꿈꿔왔던 맥주를 마셨어요. 주유소 직원이 저의 상황을 듣고는 완주를 축하하는 꽃다발을 선물로 줬답니다.
슈피겔: 가장 좋은 마라톤 기록은 어떻게 되시나요?
하루키: 1991년 뉴욕마라톤에서의 3시간 27분이에요. km당 5분의 기록이었죠. 센트럴 파크를 통과해 결승점까지 길게 펼쳐진 마지막 코스를 잊지 못해요.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던 대회이고 스스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험 중 하나에요. 전 뉴욕마라톤에서의 최고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전 나이를 먹어갔죠. 그리고 나서는 제 개인적인 최고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되더라고요. 저에게는 저 스스로의 완주를 했다는 보람으로도 충분하게 되었어요.
슈피겔: 달리는 동안 무라카미씨 만의 주문이라던가가 있으신가요?
하루키: 아니오. 하지만 달리는 동안 가끔 "하루키, 넌 할 수 있어." 정도 스스로에게 얘기하곤 합니다. 사실 달리는 중에는 아무런 생각도 안하려고 해요.
슈피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게 가능한가요?
하루키: 달리기를 할 때는 제 마음 속을 비우려고 노력해요. 달리는 동안 드는 생각들은 모두 달리는 과정에 있어서 부차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는 동안 드는 생각들은 저를 지나쳐 가는 햇빛이나 바람 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고는 아무런 변화 없이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아요.
슈피겔: 달리는 동안 음악을 들으시나요?
하루키: 트레이닝을 할 때만 들어요. 록 음악으로요.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은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Manic Street Preachers)이네요. 그런데 아침에 조깅을 할 때는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을 미니 디스크에 넣어서 듣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심플하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가지고 있죠.
슈피겔: 어떻게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때때로 달리기를 하기에는 너무 뜨겁거고 너무 춥거나 하는 날이 있기 마련이죠. 너무 흐린 날도 있고요. 하지만 무조건 강행합니다. 만약 제가 오늘 안나간다면 다른날에 또 안나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죠.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가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에는 없는 것이죠. 즉 익숙함에서 멀어지는다는 건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되요.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제 마음에서 멀어지지 않게 매일 써야 해요. 그럼으로써 저 스스로의 문학적인 척도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근육도 마찬가지로 더욱 강해질 거에요.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외아들로 자랐고, 글을 쓰는 일이란 꽤나 외로운 일이죠. 그리고 당신은 혼자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요?
하루키: 확실히요. 전 혼자로서 존재해요. 그리고 저는 혼자서 즐길 수 있어요. 제 아내는 좋아하지 않았었지만, 전 회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전 37년간 결혼 생활을 해왔지만 때때로 그것은 전투와도 같아요. 전업작가가 되기 전 재즈바를 경영할 때는 새벽까지 일했지만, 지금은 보통 밤 9시나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듭니다.
슈피겔: 재즈바를 경영하다가 전업 작가로 전환하셨을 때는, 급격한 삶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 재즈바를 했을 때는 바 뒤에 서서 일해야 했고, 그 일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대화'라는게 관련지어 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에요. 7년 동안 그 일을 했지만, 전 그렇게 수다스러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전 맹세했었어요. 이 일을 끝내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줘야지 하고 말이죠.
슈피겔: 언제 재즈바를 그만 두고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시점임을 알게 되셨나요?
하루키: 1978년 4월 전 도쿄의 진구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태양은 눈부셨고, 전 맥주를 마시고 있었죠. 제가 응원하던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데이브 힐튼 선수가 친 완벽한 타구를 보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은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전 아직도 그 당시 제가 느겼던 따뜻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요. 전 지금의 외로운 어떻게 보면 닫혀있는 삶이 과거의 개방된 삶을 보상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 텔레비젼에 출연한 적도, 라디오에 출연한 적도 없어요. 제 사진을 찍는 것도 심할 정도로 꺼리고, 인터뷰도 매우 드물게 진행하곤 합니다. 저는 혼자에요.
슈피겔: 앨런 실리토의 <장거리 주자의 고독>이란 작품을 아시나요?
하루키: 네. 그런데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어요. 좀 지루하달까요. 책을 읽어 보면 앨런 실리토 작가 스스로는 러너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달리는 것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해준다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었어요. 달리는 동안에 주인공은 그가 느끼는 유일한 자유로운 기분이 된다는 점을 깨닫죠. 러너로서의 저 역시 그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슈피겔: 달리기는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나요?
하루키: 확실하게 이야기를 매듭지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어요. 제가 작가로서의 제 기술에 대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였죠. 또한 휴식이 필요할 때는 제 내적인 요구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알 수 있었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휴식 시간이 끝나면 좀 더 오래 레이스를 할 수 있어요. 스스로 얼마나 더 하드하게 자신을 몰아 붙일 수 있는지 그 지점도 가르쳐 주었어요.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달리기를 함으로써 확실히 더 좋은 작가라고 스스로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네 분명해요. 달리기로 다져진 육체가 제 정신을 더 명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줬어요. 전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이 일찍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은 제 젊은 시절의 영웅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들 모두 죽어도 되지 않을 시기에 죽을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빨리 세상을 떠나버렸죠. 모차르트나 푸쉬킨 같은 천재들은 일찍 세상을 떠날 자격은 가졌다고 보고요. 지미 헨드릭스 역시 훌륭했지만, 현명하지 못한 점이 마약을 했다는 것이죠.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더욱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을 해야만 합니다. 이야기를 찾는 작가로서의 제 일은 같은 의미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달리기는 제가 그 위험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
슈피겔: 그것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하루키: 작가는 이야기를 아이디어 단계에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때, 그 자신 안의 어떤 독(poison)과 마주치게 되요. 그 작가가 독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경우 그 이야기는 재미와 영감을 받지 못한 것이에요. 복어와 마찬가지로 복어의 살은 매우 맛이있지만, 알이나 간, 심장 등은 치명적인 독성이 될 수 있어요. 제 이야기는 제 의식의 어두운 위험한 부분에 있어 마음 속의 독을 느끼지만, 전 강한 몸을 가지고 있기에 독의 높은 복용량을 방어 할 수 있게되요. 당신이 젊은 나이에는 특별한 훈련없이도 그 독을 정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40대의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 독성에 대처할 수 없게 되어집니다.
슈피겔: J.D. 샐린져는 그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32살 때 썼죠. 그도 자신의 독에 약해져 있었던 걸까요?
하루키: 전 그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는데요. 꽤 좋은 소설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인상이었어요. 이야기는 어둡고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그 어두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하지 않죠. 제 생각은 작가인 샐린저 역시 홀든 콜필드와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거나 찾을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운동이 그를 살릴 수 있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슈피겔: 달리기가 무라카미씨의 이야기에 영감을 주기도 하나요?
하루키: 전 이야기의 소스에 쉽게 도달하는 종류의 작가는 아니에요. 전 소스를 땅을 파서 발굴해야 하죠. 전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제 영혼 속의 깊고 어두운 장소로 가서 이야기의 소스를 찾아내야 해요. 이게 가능하려면 육체적으로 강해야만 하죠. 전 달리기를 시작한 후 더 오래 집중할 수 있게되었고, 그 집중하는 시간 동안은 오직 제 안의 어둠으로 들어가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하죠. 이 방법을 통해 이야기의 이미지, 캐릭터, 은유 등을 찾을 수 있어요. 당신이 육제적으로 강하지 못하다면, 어둠의 의식 속에서 그 소스들을 가지고 다시 의식의 표면으로 가지고 나오는 일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잃어 버리고 말죠. 이점이 당신이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는 점이에요. 달리기와 똑같죠. 당신이 달리기의 피니쉬 라인을 끊기 위해서는 그 중간의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요.
슈피겔: 달리고 있는 동안에도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어느 장소로 들어가게 되나요?
하루키: 달리는 동안에는 매우 친숙한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요. 제가 달릴 때는 평화로운 곳으로 들어갑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미국에서도 몇 년간 살았는데요. 미국과 일본 러너 사이에 다른점이 뭐가 있을까요?
하루키: 하버드의 작가 자격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캠브리지에 있었을 때, 저에게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었죠. 우수한 러너의 경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점이 있다는 걸요.
슈피겔: 어떤 의미인가요?
하루키: 제 달리기 경로는 찰스강변을 따라 이어졌어요. 그 길을 달리면서 계속해서 하버드의 젊은 여자 신입생들을 끊임없이 보았죠. 그녀들은 귀에 아이팟을 꽂고 금발 포니테일 머리가 어깨를 앞뒤로 넘나들며 달렸죠. 몸 전체가 빛나는 듯 보였어요. 그녀들은 스스로 자신들은 보통 러너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어요. 그녀들의 자기 인식은 저를 깊이 감동시켰죠. 전 베테랑 러너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들의 긍정적인 무언가는 일종의 자신감이 되어 저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저와는 다른 에너지를 가득 지니고 있었어요. 저는 결코 베테랑이 아니라고 느꼈죠.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베테랑 러너와 초보 러너를 구별할 수 있으세요?
하루키: 초보 러너는 호흡이 매우 빠르고, 달리는 속도도 빠르기 마련이죠. 그러나 베테랑은 호흡 조절을 하며 휴식을 하는 법도 잘 알아요. 베테랑 작가는 다른 작가의 스타일이나 언어를 인식하고 그 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매직리얼리즘의 스타일로 작업이 진행되어, 현실과 마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달리기는 순수하게 물리적인 성취와는 별개로 초현실적 혹은 형이상학적인 차원도 지니고 있을까요?
하루키: 모든 활동은 충분히 오랜 시간 진행된다면, 사색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게 된다고 생각해요. 1995년에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적이 있죠. 11시간 42분을 달리고 나서야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흡사 종교적인 경험이었답니다.
슈피겔: 아 그렇군요.
하루키: 55km를 달렸을 때 쯤, 전 반 포기 상태가 되었죠. 제 다리가 더 이상 저를 따라오지 못했어요. 말 두마리가 제 다리 한 쪽씩을 끌어 당기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75km까지 어떻게든 달리고 나니 갑자기 제대로 달릴 수 있게 되었어요. 통증이 사라졌죠. 그 순간 전 반대편에 도달한거에요. 행복감이 저를 관통했고, 그 행복감으로 결승점을 통과했어요. 더 달릴 수 있을 것 만 같았죠. 그렇지만 전 더이상 울트라 마라톤에는 참가하지 않았어요.
슈피겔: 왜요?
하루키: '러너스 블루'라고 불리는 극단적인 경험을 하고 나서에요.
슈피겔: 그게 어떤 건가요?
하루키: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과 흡사해요. 달리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거죠. 100km를 달리면 매우 지루합니다. 당신은 당신 위에서 11시간을 있어야 하고, 그 지루함이 당신을 갉아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죠. 제 영혼 속의 동기를 모두 빼앗아 가는 기분도 들어요. 긍정적인 태도는 사라지고 없죠. 울트라 마라톤을 하고 나서 몇 주간은 달리고 싶지 않았어요.
슈피겔: 어떻게 다시 달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회복하셨나요?
하루키: 다시 달리기 위해 제가 인위적으로 시도하지는 않았어요. 흥미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다른 운동도 시도를 해보았죠. 전 새로운 자극을 원했고, 그래서 트라이 애슬론을 시작하게 된거죠. 그것은 저로 하여금 다시 달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오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이제 59세인데요. 언제까지 마라톤을 하실 생각이신지요?
하루키: 전 제가 걸을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참여할거에요. 제 묘비에 기록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세요?
슈피겔: 알려주세요.
하루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슈피겔: 무라카미씨 긴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이상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였습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은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많은 내용이 에세이에서 말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루키의 최근 마라톤 기록은 2013년 12월 호놀룰루 마라톤에 64의 나이에 참가한 5:17:32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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