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With Book

세계를 관조하는 의뭉스런 시선, 이언 매큐언 <토요일>

반응형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개인의 관심사에 기반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주변 사람들 혹은 무심코 접하게 되는 뉴스와 신문 기사에 의해 대부분 정해지기 마련일텐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짧은 주기를 가지고 특정 이슈에 대해 관심을 뜨겁게 보였다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다른 이슈로 관심을 옮겨 가게 됩니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그것을 판단하는게 의미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나고 2년 뒤 이라크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2003년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헨리 퍼론의 토요일 새벽 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작가 이언 매큐언의 전지적 시점에 의해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https://www.amacad.org/person/ian-russell-mcewan

 

Ian Russell McEwan

McEwan's works have earned him worldwide critical acclaim. He won the Somerset Maugham Award in 1976 for his first collection of short stories First Love, Last Rites; the Whitbread Novel Award (1987) and the Prix Fémina Etranger (1993) for The Child in

www.amacad.org


주인공 헨리 퍼론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뇌신경 외과 의사이고, 그의 가족들 역시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위 말하는 지식인 가족입니다. 헨리 퍼론은 주중 병원에서 꽉찬 수술 일정을 성실히 완수해 내고 맞이한 토요일 새벽 침실 창문을 통해 발견한 비행기의 불시착 장면을 보고 묘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토요일을 시작합니다. 그에게 이번 토요일은 딸의 졸업 작품을 두고 이견을 보인 장인 어른과 딸을 화해 시켜야 하는 날이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자 그렇게 모인 가족들에게 생선 스튜를 요리해줘야하는, 헨리 퍼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만족스럽고 충만한 삶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소중한 날입니다.

소설 <토요일>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사건은, 9.11 테러로 촉발된 미국의 반이슬람 전쟁과 그에 따른 영국 정부의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하기 전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반전 시위입니다. 헨리 퍼론은 토요일 첫번째 일정인, 마취과 동료 의사와의 테니스 경기를 가는 길에 반전 시위 행렬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어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에게 반전 시위는 단지 길을 통제되게 만든 귀찮은 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국 그는 통제된 도로에서 마주오던 차를 피하려다가 도로 구조물에 가볍게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상대차 역시 백미러가 부러졌고 헨리 퍼론과 불량배로 보이는 상대 일당은 길거리에서 대치를 합니다.

 

그런데 우두머리인 벡스터는 의사인 헨리 퍼론이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던 특별한 뇌질환을 가진 사람이었고, 길거리에서 대치를 하는 와중에 벡스터에게 의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벡스터의 심기를 건드린 헨리 퍼론은 가슴을 가격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헨리 퍼론은 이 정도 일로 토요일을 망칠 수 없기에 다음 일정을 순서대로 해나갑니다. 찜찜하게 테니스 경기를 내주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아들의 공연을 보고, 생선 스튜의 재료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 요리 준비를 하며 장인 어른과 딸의 방문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녀의 직장인 신문사의 법률적인 일이 해결되지 않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불이난 비행기를 보며 토요일을 시작한 헨리 퍼론은 그 뒤로 계속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균열을 느낄 만한 일들을 겪지만, 그는 오직 가족이 모두 모여 자기가 요리한 생선 스튜를 먹는 저녁에만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는 무시하고 있지만 일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죠. 소설은 어찌보면 지루할 정도로 헨리 퍼론의 토요일을 따라가다가, 가장 늦게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상황에서 이야기가 급격한 전환을 맞게 됩니다. 표정이 좋지 않은 아내의 뒤에는 아침에 헨리 퍼론이 만난 불량배 무리가 칼을 들고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원한을 품고 집 앞에 기다렸다가 습격을 했고, 아내와 딸에게까지 칼로 위협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벡스터는 헨리 퍼론의 미모의 딸이 출간한 시집을 우연히 보게 되며 그녀의 시에 매료되고, 이어서 자신의 질환을 치료할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는 헨리 퍼론의 말을 믿고 위층으로 갔다가 몸싸움을 하다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며 상황은 다소 싱겁게 종료됩니다. 벡스터는 단순히 아침의 사고 상황에서 받은 모욕감을 복수하기 위해 왔는지,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다시 왔는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병원으로 실려가고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사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요. 전지적 작가 시점을 견지하며 주인공 헨리 퍼론과 그의 병원 동료들, 환자들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지만, 반전 시위나 당시의 세계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작가가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지식인의 모습의 전형이라고 할 수 헨리 퍼론을 앞세워서 그런 지식인의 어정쩡하게 중도에 서있는 모습을 비꼬고 있는건지, 아니면 세계 정세가 움직이는 것과 개개인이 영위하고 있는 삶을 굳이 연관짓지 말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자고 메세지를 던지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헨리 퍼론의 집에서 몸 싸움을 하다가 머리를 다친 벡스터는 병원으로 실려가고 얼마 있지 않아, 헨리 퍼론은 병원으로 부터 응급 전화를 받습니다. 바로 벡스터가 헨리 퍼론의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것인데요. 헨리 퍼론은 본인이 하겠다고 얘기하며 집을 나섭니다. 이 부분에서 이야기는 다시 한 번 긴장감을 증폭 시키는데요. 과연 헨리 퍼론이 벡스터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그에게 복수의 칼을 들지 아니면 그의 목숨을 살릴지 그의 결정에 주목하게 됩니다. 결국 헨리 퍼론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벡스터는 회복실에로 옮기게 되고, 집으로 돌아온 헨리 퍼론은 가족들과 논의하여 벡스터를 향한 형사 고발도 취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게 됩니다. 

 

작가 이언 매큐언은 어찌보면 개인을 넘어선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한다건가, 반대로 그런 정치인들의 놀음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과 주변, 가족들을 챙기며 삶을 살아가는게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얘기를 하는건지, 모든 선택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고 보입니다. 어찌보면 조금은 우유부단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체제 혹은 세계가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벡스터 일당이 집에 침입하기전, 헨리 퍼론과 딸이 반전주의와 주전주의의 성향을 두고 과격하게 언쟁을 펼치죠, 사실 그건 가족의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는 논쟁거리였을 겁니다. 

또한 딸은 그런 위험한 상황을 거치며 새 생명을 가졌다는 것이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알려지게 되고, 그렇게 우리 인간은 계속해서 살아가게 되는 존재일 것입니다. 전쟁과 폭력, 기근과 이상 기후, 과격한 정치 메세지 속에서도 개인으로서의 삶은 계속해서 영위해야 합니다. 소설은 벡스터의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헨리 퍼론이 다시금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비단 잠옷과 향기, 온기에 입맞춤하며 편안하게 잠드며 끝나게 됩니다. 가족의 목숨을 위협한 범죄자를 의사로서의 직업 의식과 인간애로 덧 씌워진 일상의 평온함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적인 모습으로 용서해주는 비겁하고 나약한 인간상의 헛헛함을 밋밋하지만 담백하게 관조하는 메세지로 풀어낸 소설이었습니다.


http://aladin.kr/p/ltZC

 

토요일

완벽하고 견고한 상류층 삶을 누리는 헨리 퍼론의 일상 속으로 치고 들어온, 예기치 못한 폭력과 범죄를 그린 소설. 작가는 어느 평범한 토요일 하루를 편집증적이라 할 만큼 집요하게 그려내면

www.aladin.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