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2015년 에세이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최근 7년만에 영문으로 미국 출간이 되었습니다. 이 타이밍에 맞춰 하루키의 영문 인터뷰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뉴욕타임즈에서 특집으로 운영 중인 "By the Book" 인터뷰 시리즈에 하루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작가, 영화 감독, 배우 등 문화 예술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학 읽기와 문학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인터뷰하는 섹션이랍니다. 2015년에는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네요. 하루키의 독서 습관과 함께 제가 알기론 그가 처음 밝히는 하루키 문학의 본질에 대해서도 밝힌답니다. 하루키 팬이라면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 봐주세요 :D
https://www.nytimes.com/2022/11/17/books/review/haruki-murakami-by-the-book-interview.html
What Books Does Haruki Murakami Find Disappointing? His Own.
“The books I try not to pick up, and don’t want to read, are ones I wrote myself and published in the past,” says the Japanese writer, whose new book is “Novelist as a Vocation.” “Though it does make me want to do better with my nex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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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침실 스탠드에 어떤 책들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마이클 코넬리의 <탄환의 심판 The Brass Verdict>입니다. 호놀룰루의 중고 서점에서 1달러에 구입한 양장본이에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가 어렵답니다. 물론 가격이 전부는 아니지만, 1달러에 이 만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또 있을까요?
Q: 마지막으로 읽은 훌륭한 책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스콧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대군 The Last Tycoon>이에요. 제가 번역한 일본어판은 올 해 초에 출간되었는데요. 번역이라는 것은 해당 작품에 궁극적으로 밀착되어 읽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을 한 줄 한 줄 다시 읽으면서 이 소설이 얼마나 놀라운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죠. 품격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말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죽을 때 까지 작가로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가 이 소설을 끝냈으면 너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Q: 최근에 처음으로 읽은 고전 소설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도스토예프스키의 <A Raw Youth>에요. 가방에 페이퍼백을 가지고 다니며 길을 걷곤 했어요. 아직 읽지 않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몇 작품 더 있습니다. 발자크도 마찬가지고요.
Q: 가장 이상적인 독서 경험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하루키: 그리스에 살고 있을 때, 햇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서 동네 고양이를 쓰다 듬으며 존 파울즈의 <The Magus>를 읽었던 때가 아닐까 싶네요. 그 때 살았던 섬이 제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고양이는 선택 사항이었지만요.
Q: 모든 유형의 작가 (소설가, 극작가, 비평가, 언론인, 시인 등) 중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하루키: 가즈오 이시구로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이고, 그의 신간은 항상 기다릴만 한 가치가 있죠. 그리고 그는 성격도 매우 좋답니다.
Q: 젊은 작가 시절 챈들러와 헤밍웨이 등의 다양한 서양 작가 들을 읽고 번역 함으로써, 무라카미씨 본인의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찾았다고 하셨는데요. 그들의 작품에서 어떤 것들을 찾았고, 지금도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모든 소설을 번역했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은 하나도 번역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모든 작품 (단편, 시, 에세이)을 번역했는데요. 물론 일련의 번역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제가 배운 가장 큰 부분은 훌륭한 글에는 확실한 추진력이 있다라는 점입니다. 바로 독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에요. 저는 본업인 소설을 쓰면서 종종 다른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는데요. 그것은 글을 쓰는 일종의 페이스의 전환이며, 정신적으로도 전환의 여유의 시간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쓰는 것과는 다른 쪽의 뇌의 부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뇌의 한쪽이 계속해서 부하를 받지 않게 해준 답니다.
Q: 현대 일본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거의 모든 곳에서 같은 경향을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 작가 특히 젊은 세대의 여성 작가들이 소설 출판에 매우 적극적이며,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의 <여름의 문>을 좋아한답니다. 그녀는 작가로서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작가입니다. 이 소설은 2020년에 <Breasts and Eggs>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출간 되었답니다.
Q: 소설 작업 중에 무언가를 읽으시나요? 반대로 소설 작업 중에 어떤 종류의 읽기를 피하시나요?
하루키: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답니다.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은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고, 소설을 쓰다가 읽고 싶은 책을 포기해야 한다면 오히려 소설 작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읽지 말아야 할 장르나 책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늘 그렇듯 소설을 쓰면서도 온갖 장르의 책을 읽고 간혹 제 소설에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고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답니다.)
Q: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다가가는 책을 선호하시나요?
하루키: 제가 찾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입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때때로 꽤나 어려운 소설을 접하기도 하죠. 대부분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인 소설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소설이 너무 매끄럽게, 쉽게 흘러가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레이먼드 챈들러 또는 둘의 혼합이 이상적인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Q: 특히 즐겨 읽는 장르가 있으신가요? 반대로 피하는 장르는요?
하루키: 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가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근에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책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to Run>이었어요.
Q: 책 정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하루키: 제 레코드 컬렉션은 신중하고 공들여서 정리되어 있지만 책의 경우엔 마구잡이로 쌓아두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문득 찾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찾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답니다. 결국 찾지 못하는 것도 있죠. 전 책 수집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한 번 읽은 책은 잘 보관하지 않은 성격이랍니다.
Q: 사람들이 당신의 서가에서 어떤 책을 발견하고 놀라게 될까요?
하루키: 톰 로드의 34권짜리 책 <The Jazz Discography>에요. 이 책은 보관하기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소유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테지만, 재즈 수집가에게는 수년간의 노력의 결과인 진정한 보물이랍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충분히 찾아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이 전체 세트를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죠. 전 이 컬렉션에서 무언가를 찾아보는 용도로 쓰기 보다는 종종 페이지를 무작위로 넘겨 보는 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Q: 어렸을 때는 어떤 독자였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어린 시절의 책과 작가는 누구인가요?
하루키: 학창 시절에는 손에 잡히는 모든 책을 탐욕스럽게 읽는 아이였어요. 전 무엇 보다도 독서를 좋아했죠. 감사하게도 저희집은 책으로 가득차 있었고 저는 그 책들을 모두 샅샅이 뒤져가며 읽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에다 아키나리의 <우게츠 모노가타리 '달빛과 비의 이야기'> 어린이용 버전이었어요. 1776년에 출간된 괴담집인데.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히 나요. <우게츠 모노가타리>의 어두운 세계가 저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Q: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서 취향이 어떻게 변했나요?
하루키: 신간 중에 읽은 만한 것을 고를 때, 이제 픽션 보다 논픽션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Q: 무라카미씨가 문학 디너 파티의 호스트라고 한다면, 세상을 떠난 작가와 살아 있는 작가 통틀어서 누구를 초대하고 싶으신가요?
하루키: 죄송합니다만, 저는 디너 파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https://www.nytimes.com/column/by-the-book?action=click&module=RelatedLinks&pgtype=Article
By the Book
An archive of the weekly By the Book feature, in which authors and other notable people discuss their lives as readers.
www.nytimes.com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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