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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2년 4월 <마지막 대군> 번역 출간 산케이 인터뷰

by finding-haruki.com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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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인터뷰는 지난 4월 일본 산케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입니다. 하루키가 최근 스콧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장편인 <마지막 대군>을 번역 출간했는데요. 이 작품은 피츠제럴드가 집필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완성되지 못한 작품이랍니다. 피츠제럴드 사후에 친구에 의해 추가 편집과 보완이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이번에 이 작품을 하루키가 새롭게 번역 출간하면서 인터뷰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집필 중으로 보이는 장편 소설에 대한 힌트와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에 대한 감상이 함께 담겨있는 이번 인터뷰 따라 가 보시죠. *원문 기사는 하나의 기사 형태로 간접 인용 형태를 취했는데요. 본 포스트에서는 편의상 직접 인용 형태로 재구성 했습니다.

 

 

 

Q: 무라카미씨가 1981년 처음 번역 출간한 작품이 바로 피츠제럴드의 <마이 로스트 시티>였죠. 그리고 2006년 최고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셨고요. 이번에 새로 번역하신 <마지막 대군>은 알콜 중독에 빠져있던 피츠제럴드가 집필 중 44세의 나이에 요절하면서 완성되지 못한 작품을 친구이자 문학 평론가인 에드먼드 윌슨이 초고와 메모 등을 정리해 편집한 버전(1941년 출간)을 기초로 번역하셨습니다.  

 

하루키: 소설가가 되기 전 부터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좋아해서 계속해서 끈질지게 번역해 왔답니다. 피츠제럴드는 제 출발점이고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에요. 학생 시절 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뭔가 엄청난 작품이라는 느낌이 있지는 않았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시 읽게 되면 될 수록 매우 흥미있게 다가 오게 됩니다. 온천에 몸을 담갔을 때 처럼 이야기가 천천히 저에게 스며들죠.

소설가로서 제 나이 44세 때에는 <태엽 감는새>를 발표 했을 때인데, 저 역시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 마다 제 자신이 스스로 바뀌어 나가는 실감이 있었죠. <마지막 대군>은 미완성입니다만, 만약 피츠제럴드가 끝까지 썼다면 정말 대단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소설 <마지막 대군>의 주인공은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할리우드에서 영화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먼로 스타입니다. 할리우드에서 패기 있게 도전하는 젊은 프로듀서 먼로 스타의 영광과 몰락이 유려한 문장으로 진행되죠. 주인공의 실제 모델은 전설적인 프로듀서 어빙 살버그이고요. 피츠제럴드가 과거의 유명세에서 한 풀 꺾이며 소설이 잘 팔리지 않게된 시절 영화계에 각본가로 도전을 했을 무렵 만나게 된 인물이죠. 소설은 거대화되어 나가는 영화 비지니스의 내부 이야기와 공산주의가 대두해 시대의 전환기에 있던 1930년대 미국의 상황이 제대로 그리는데, 지금 읽어도 이상하지 않게 보편성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1920년대는 엄청난 호황 뒤에 온 경제 대공황과 함께 사회 전체가 우울감에 빠지는 10년이 오게 된 시대를 아우르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소설을 번역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계속해서 자신을 바꾸어 가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나갈 것인가라는 절실함이었답니다. 

 

Q: 주인공 먼로 스타는 죽은 아내와 닮은 여인과 격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죠. 이런 파멸의 예감이 드는 이야기는 마치 무라카미씨가 인생에서 만난 가장 중요한 소설로 꼽으시는 <위대한 개츠비>와도 비슷한데요.

 

하루키: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로맨스가 중심이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알 수 없는 그리움이라던가,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이 항상 존재하고 어떤 종류의 뜨거운 열정이 이야기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토록 갈망하던 것을 얻었을 때는, 그 대상은 이미 빛을 잃어 버린 상태이죠. 이런 형태의 이야기가 많죠. 강하게 원하는 마음과 종국에서 오는 슬픔. 이런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은 소설가인 저에게도 중요한 일이랍니다. 근육이 몸이 기억하는 것은 금방 잊히지만 마음은 계속 남아 있게 되니까요. 

 

Q: 그 말씀은 무라카미씨의 창작의 자세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40년 넘게 소설을 써 오는 사이에도 이 세상은 계속 바뀌어 오고 있죠. 하지만, 뭔가를 갈구하는 마음 본연의 방법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대로 계속 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야기의 테마가 무엇인지, 스토리의 소재는 무엇으로 할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제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기세가 약해져 버리죠. 이 부분은 제가 번역해 온 많은 작가들로 부터 배운 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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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라카미씨의 동명 단편이기도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카>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는데요. 영화를 보셨는지요?

 

하루키: 영화관에 가서 직접 봤습니다. 매우 흥미롭게 봤어요. 저는 영화가 너무 제가 쓴 원작에 충실해 버리면,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되어버리는데요. 하마구치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카>는 대사도 이야기의 틀도 많이 바꾸고 있었고, 그렇게 원작에서 조금씩 바꾸어 주는 편이 저로서는 기뻤답니다.  

 

Q: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계속 되고 있죠. 지난 도쿄 FM 라디오 방송에서 반전 음악으로 방송을 구성하시며 평화를 호소하셨던 것이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루키: 의미 없는 비참한 전쟁입니다. 한 시라도 빨리 끝내야 해요. 라디오 방송에서 내보냈던 반전 노래들은 대부분 1960년대 만들어진 곡이랍니다. 그 당시 부터 반전 운동은 계속 이어져왔지만, 결국은 이렇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고 동시에 무려감도 느낍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작은 목소리 하나 하나를 계속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무라카미씨라고 하면 역시 '러너 작가' 이죠. 바쁜 집필 활동 속에서도 1주에 3,4일은 달리기를 여전히 하시는데요. 풀 마라톤도 여전히 하고 계신가요?

 

하루키: 네 그렇답니다. 결국 체력과 집중력이 없으면 소설이라는 것은 결코 계속 쓸 수 없답니다. 저는 장거리 러너이기 때문에 역시 후반 승부까지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설가에게 있어 좋은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한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머지 후반부는 체력이 소중해지죠. 풀 마라톤을 할 수 있는 한은 장편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분은 가지고 있답니다. 

 

Q: 그렇다면 역시 다음 장편 소설의 진행 상황이 궁금해지는데요?

 

하루키: 음, 그 부분은 역시 '기업 비밀'이랄까요. (웃음) 전 소설을 다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소설을 쓰는 중이라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답니다. 가만히 침묵하고 있죠. 그렇게 소설을 다 쓰고 나면 원고를 넣은 USB를 편집자에게 '하잇 (자 혹은 여기)' 이라고 말하며 건네 준답니다. 그때의 편집자의 놀라는 얼굴을 보는 것도 작은 재미이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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