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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와세다 국제문학관 개관 기념 교도통신 인터뷰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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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개관한 와세다 대학 국제문학관 (무라카미 라이브러리) 개관 기념 교도통신과 가진 인터뷰 후편입니다. 하루키 본인의 작업과 다음 장편 그리고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등 솔직한 심정이 인터뷰에 녹아 있습니다. 바로 들어가 보시죠. :D

 

https://nordot.app/818738124794396672 (원문)

 

계승을 통해 제 자신도 함께 열려가는 

継承を…そして僕も開かれていく

 

Q: 국제문학관에서는 문학 연구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들을 통해 사람들간의 교류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루키: 그렇습니다. 역시 페이스 투 페이스로 사귀게 되지 않으면, 진정한 교류라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 펜데믹 상황인지라 대면 교류가 제한 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하루키: 코로나가 바로 종식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지만, 이제 여러가지 대응하는 체계들이 갖추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조금씩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 만의 룰을 만들어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모임이나 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Q: 기대가 되네요.

 

하루키: 국제문학관 안에 작은 스튜디오도 있고, 그곳에서 FM 방송을 송출 할 수도 있답니다. 제가 진행 중인 라디오 방송도 그곳에서 하고 싶기도 하고, 학생들도 교내 방송이라던지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대학에서와 같이 상업 라디오 방송 처럼 광고 없이 계속 음악만 걸린다던지 그런 재밌는 것도 해볼 수 있겠지요. 

 

Q: 일본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겠네요.

 

하루키: 지금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많을 테고, 그런 학생들에게 장소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전 지금 젊은 사람들과의 교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를 계기로 라이프 스타일 같은 것들이 조금씩 변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하면요?

 

하루키: 지금까지 저는 글쓰는 일 이외의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면 방침이었답니다. 글 쓰는 것을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다른 것들을 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죠. 

 

Q: 예전 인터뷰 때, "이제 어느 정도는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루키: 네, 이제는 머리를 쥐어짜며 열심히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방향으로도 눈을 돌려 가면서 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Q: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하루키: 제가 40살인가 50살까지는 문단의 주류라는 것이 있었죠. 오에 겐자부로(1935~)씨나 나카가미 겐지(1946~1992)씨와 같은 순수 문학의 주류말이죠. 하지만, 나카가미씨가 작고하고 나서 그것은 점점 쇠퇴해져갔고 지금은 문단의 주류라는 것이 없는 상태이죠. 

 

Q: 그렇군요. 

 

하루키: 저는 원래 그쪽 (문단의 주류)은 그쪽 대로 잘 해주세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게요라는 느낌으로 작가 생활을 해왔는데, 이제는 주류라는 것이 없어져 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중심 기둥이 없는거죠. 이런 가운데 저도 일본 작가로서 어느 정도의 책무랄까요, 그런 것들을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겁니다. 물론 제가 주류가 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런 책무를 짊어지는 것을 제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인거죠. 

 

Q: 올해 4월 와세다 대학 문학부의 입학식에서 소설가를 횃불에 비유하시면서 문학의 횃불이 후대에 계승되어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셨는데요. 

 

하루키: 저도 선배 작가로부터 여러가지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뭔가 롤모델이 없으면 뭐라도 쓴다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작업을 이어 받아 주는 사람도, 많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있어 주지 않을까란 생각이고, 이런 방식의 계승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가 없는 만큼, 이런 형태의 공용 계승이라던지 개인적인 것이 아닌 비개인적인 의미에서의 계승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Q: <기사단장 죽이기>의 작품에서도 혈연 관계가 아닌 다른 형태의 계승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네요. 

 

하루키: 그렇네요. 혈연 관계인 자녀에게의 계승 보다는 혈연 관계가 아닌 일종의 상징적인 계승 같은 것들에 매우 큰 관심이 있답니다. 

 

Q: 문학의 계승도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하나의 방식으로서 가능하겠죠. 또는 생활 방식일 수도 있을 겁니다. 라이프스타일 이랄까요. 예를 들어 저 이전에는 매일 조깅을 하고 풀마라톤에 나가는 작가는 없었지요. (웃음)

 

Q: 그렇네요.

 

하루키: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제대로 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여러가지의 의미로 계승의 형태는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소설가들은 술에 취해 바람을 피우고 놀고 술 마시느라 마감을 지키지 않는 이미지가 강했죠.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소설가로서 하나의 공적을 세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가능성은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네요. 

 

하루키: 작가로 데뷔하고 나서, 편집자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들었어요. "그렇게 건강한 생활을 하면 제대로 된 소설을 쓰지 못할거에요." 라고 말이죠. "그렇게 몸을 단련한다면 미시마 유키오 작가 처럼 될 수 있어요."라고도 했죠. 참으로 이상한 세계라고 생각을 했었답니다. 

 

Q: 아버지가 겪은 전쟁에 대한 기억을 이어 나가고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강하게 표출한 <고양이를 버리다>가 매우 화제가 되었었죠. 

 

하루키: 네, 역시 역사 인식이죠. 역사 인식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 지금 일본 사회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은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이럴 때 일 수록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진실과는 멀어지는 이상한 식으로 꾸며져 사람들의 머릿 속에 분류가 되어져 버립니다. 특히 지금 처럼 SNS나 인터넷에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Q: 위기감이 전달됩니다. 

 

하루키: 예를 들어, <고양이를 버리다>에서도 난징 대학살에 대해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면에 나서서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면에 나서 주장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론이나 반격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형태로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같은 씨름판에서 서로 말다툼을 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역사 인식이 다른 반대 쪽과 저는 어쨌든 다른 형태로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로 풀어 내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Q: 이런 가운데 시작되는 문학관은 무라카미씨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 것일까요.

 

하루키: 저도 아직은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단 제 안에서 밖으로 열린 장소를 만들려는 시도이니까, 제 자신 부터 어느 정도는 열려 있지 않으면 안되지 않을까란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비교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Q: 새로운 변화의 시도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하루키: 코로나도 있었고, 이런 시대에 뭔가 제 스스로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답니다. 예를 들어 1995년 한신-이와이 대지진시에는 <하나님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를 같은 해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때는 <언더 그라운드> 작업을 했습니다. 어려운 시대의 고비고비 마다 제 나름대로 소설가로서 응답을 해 온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에서는 어떤 모종의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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