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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18년 11월 에콰도르 언론 인터뷰 - '이야기의 힘은 언어를 뛰어 넘는다'

직전 포스팅을 통해, 하루키가 에콰도르에서 가진 문학의 밤 행사 내용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행사 전 에콰도르 언론사와의 인터뷰도 있어 포스팅으로 마련해봤습니다.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현재 뉴스로 발행된 기사는 2개 정도네요. 행사전이라 약 15분 정도의 시간만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D 먼저, El Comercio, El Universo 2개 언론사의 인터뷰를 하나의 포스팅으로 전해드릴게요.


사진 : Patricio Terán / EL COMERCIO.


'이야기의 힘은 언어를 뛰어 넘는다' 

-하루키 18년 11월 에콰도르 언론 인터뷰 (원문 1, 원문 2)


Q: 이번에 출간한 새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제목으로만 볼 때, 기존과는 다르게 일본의 전통 문화를 일부 받아들인 느낌도 드는데요.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는 꽤 긴 소설이에요. 일본 전통 문화도 많은 소설의 요소 중 하나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그것 뿐만 아니라 비교적 대중적인 레이먼드 챈들러나 모자르트 음악의 요소도 가지고 있답니다. 


Q: 무라카미씨는 계속해서 음악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끔 하시는데요. 이번 작품의 경우, 모자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이죠.


하루키: 음악은 제 인생 자체에서 매우 중요해요. 음악은 제게 첫사랑이에요. 문학은 두번째이죠. 저는 십대 시절 부터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답니다. 저는 대학 졸업 즈음 부터 재즈바를 운영하기도 했고, 작가가 되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재즈바를 그만 두고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죠. 


Q: 무라카미씨 작품의 모티브는 항상 죽음과 외로움, 상실에서 부터 오는데요.


하루키: 저는 저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있습니다. 그 창은 항상 같은 프레임에 항상 같은 창문이죠. 이것이 제가 소설을 쓸 때, 차용하는 모티브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작가(역주: 아르헨티나의 포스트모너니즘 문학에 큰 영향을 준 환상주의 작가) 는 작가는 일생에 소설을 쓸 수 있는 5~6가지가 있을 뿐이고, 대개 그것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반복된다고 했죠. 


Q: 또한 주인공을 볼 때, 과거의 기억 속에 살거나 미궁 속에 있는 미지의 등장인물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왜 과거의 기억이 주인공들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하루키: 과거는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입니다. 대개 사람들의 성격은 과거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죠. 우리는 항상 선조들의 추억과 기억을 물려받아 살아갑니다. 우리의 윗 세대의 기억과 우리의 기억은 소설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과거로 부터 물려받는 기억에 대해 쓴느 것은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Q: 무라카미씨의 인생에서 지속되는 것 중 하나가 달리기이죠.


하루키: 그건 간단합니다. 하드한 글쓰기 작업을 지속하려면 육체적으로 강해져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계속 달리는 이유입니다. 


Q: 지금 시대는 글쓰기와 독서가 일종의 균열이 된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계속해서 긴 소설과 같은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을 계속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루키: 전 '이야기'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에요. 1만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동굴 속에서 모닥불에 모여 삶을 이야기한 것 처럼 소설은 이러한 이야기를 시도하는 기술입니다. 1만년전 그 동굴 속으로 잠시 돌아가보자면, 당시 그들은 동굴 밖의 어둠과 야생동물에 두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그러나 동굴 안에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동기 부여하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동굴안에도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듣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흥미롭게 집중해서 듣는 사람도 있었을테죠.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Q: 이미지와 게임, VR이 한 데 뒤 섞여져 있는 지금 시대에서 글쓰기를 유지하는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제가 하는 일은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는 책과 편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저는 계속해서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Q: '가치'의 소중함이 과거 보다 줄어드는 요즘 시대에서, 작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작가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와야 합니다. 작가는 사람이 신선한 공기를 필요한 것과 같이 자유를 필요로 합니다. 자유를 갖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이죠. 작가 데뷔 시절 일본의 비평가들은 제 작품이 기존의 일본 작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심하게 비판했답니다. 그런 억눌림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유롭게 일본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던 것이죠. 


Q: 동시대 다른 작가들과는 남다른 무라카미씨만의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솔직히 저에게 무언가 브랜드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전 그냥 제 글을 쓸 뿐이에요. 실제로, 다른 작가들과 제가 다른점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합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할 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을 하려고 의식한다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일을 하려고 할 때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무라카미씨의 작품은 전 세계에 번역되었는데요. 어떻게 서로 다른 사람들, 문화, 국가, 맛, 언어에 다가갈 수 있었을까요?


하루키: 그것은 저 역시도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에요. 전 40년간 소설을 써왔어요. 처음 6년에서 10년 경에는 적은 독자 그룹이 있었지만, 조금 조금씩 늘었고 많은 다른 언어들로 번역되어 나가기 시작했죠. 어떻게 그런 일을 진행되었는지 저 역시도 잘 알지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렇게 전 세계로 번역된 제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뿐이랍니다.


Q: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것은 지역과 세대를 뛰어 넘는 보편적 언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에요. 만약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는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죠. 예를들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는 일본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풍을 '매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저에게 의미가 없어요. 그 저변에 있는 것은 단 하나, '좋은 이야기'일 뿐이에요. 그것은 언어를 뛰어 넘습니다. 


Q: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이 아주 멋진 대사를 남겼습니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일 읽는 다면, 결국 나는 그 사람 처럼 생각을 하게 될거야." 요즘 읽는 책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남미작가들의 작품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지금은 찰스 디킨스의 <우리 서로의 친구>를 읽고 있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아르헨티나의 마누엘 푸이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팬이에요. 청소년 시절 그런 남미 문학이 저희 희망을 채워주었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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