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지난 4월 10일 저녁 7시 하와이 대학에서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낭독회를 가졌습니다. 제가 지난 포스팅에서 하와이 대학 측의 보도 자료를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행사가 촬영, 녹음 등 엄격하게 제한된 채 진행된 터라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1주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직접 참가한 현지 팬들의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 몇 개의 포스팅을 정리해봤습니다.
'쓰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하와이 대학 낭독회- 12년 4월 10일
낭독회 중에는 사진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작전에 찍었다는 해외 블로거
출처: http://ameblo.jp/hikaruhawaii/entry-11221101086.html
이번 행사는 하루키의 "인사말 - 낭독회(단편 2편) - Q&A"의 3부로 진행되었고, 전체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고 합니다. 촬영이나 녹음은 엄격하게 금지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그였지만 낭독회가 끝나고 자신의 책을 가져온 독자들에게 사인을 모두 해주었다고도 하네요. :)
1. 하루키 인사말 - Intro Talk (영어)
*화자 하루키의 말은 블로거들의 리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둡니다.
하루키: 6년 전에도 이곳 하와이 대학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초청을 받았다는 것은 아직 저를 지루해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우 기쁩니다. 저는 작가이자 러너입니다. 1983년 처음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 하와이와의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낭독할 두 단편을 쓴 해이기도 하죠. 저는 어릴적 부터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고, 종종 큰 공연 무대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꿈을 꾸곤 했어요. 관객들이 모두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럼 전 멍하니 어쩔 줄 몰라 서있는 꿈이었답니다. 왜냐하면 전 베이스를 연주할 줄 몰랐기 때문이죠. 그건 완전히 악몽이었죠. 꿈에서 깨어 웃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꿈이 재즈 음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에요.
저는 작가이기는 합니다만,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쓰는 것을 모두 좋아해요. 장편 소설의 경우 탈고하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때도 있죠. 3년이 걸리는 집필을 할 때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원고를 써나갔습니다. 그것은 때로 내가 어디있는지, 지금이 며칠인지 잊어 버릴 정도의 중노동이에요. 반면에 단편 소설의 경우 제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아도 되겠죠. 제가 1983년 당시 단편 소설을 쓸 당시의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노트북이나 핸드폰, 이메일, DVD가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에요. 당시에는 공항에서 신발을 신거나, 당시 좋아하던 캘리포니아롤이 아직까지 있을 줄은 몰랐죠.
제가 글을 쓰는 것에 영감을 받는 것은 이 세계의 비정상적인 구조에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언젠가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당신은 그것이 사용되고 있는 정상적인 구조와는 다르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한 일들에 얽매여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초현실적 분석을 위해 자연 그대로 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적인 구조물'에 더 관심을 보이게 됐습니다. 이런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전 일본 특정 지역에 있는 물 속에 잠긴 다리를 예로 드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전 깊은 상상을 하며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이 다리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다리를 매일 떠올리는 것은 그 초현실적인 상상을 위한 정신적 운동 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분석, 사유 행동은 몸 안의 육체적인 반응을 가져와 당신을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디론가 데려가게 됩니다. 이 작업은 제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독자들로 마찬가지로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의식하면서 글을 씁니다. 전 이런 독자들이 드넓은 감정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비정상적 시나리오'를 좋아합니다. 마음 속의 반응 뿐만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으로까지 확산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이런 맥락으로 제가 소설 속에서 '섹스'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그것 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즉각적인 신체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우리 모두에게는 상상력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물 속에 놓인 다리'가 있어요. 자기 안에 있는 그 불가사의한 방의 문이 열렸을 때 그것을 볼 수 있죠. 그 문을 나갈 때 안전벨트를 매는 건 잊지마시고요. 그것은 인생관조차 바꿀 수 있는데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2. 낭독회 - Reading (일본어 - 영어 통역)
낭독회는 하루키가 일본어로 읽고, 영어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네요. 단 편 두편을 낭독한 후 독자들이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루키: 오늘은 제 최근작 <1Q84> 1권 부터 3권까지 차례대로 낭독하겠습니다. (좌중 폭소) 노르웨이에서 낭독회(09년)를 했을 때, 저도 노르웨이어를 모르고 통역자도 일본어를 몰라서 서로 다른 부분을 읽고 있었던 적이 있어요. (좌중 폭소) 오늘은 잘 맞춰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영어로 읽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낭독은 제가 일본어로 하고 겐 이토 교수님께서 영어로 통역해 주시겠습니다. 오늘 낭독할 단편은 1983년에 쓰여진 <거울>와 <뾰족구이>입니다. 선정 사유는 같은 해 제가 처음 호놀룰루에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죠. (웃음) *이후 낭독
3. Q&A
Q&A는 질문과 답변의 요점만 정리합니다. 총 4개의 질문을 받았고, 2개의 질문에 대해 올릴게요. 나머지 2개는 불가사의네요. :)
Q1: 각국에 번역된 자신의 소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하루키: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언어와 정서에 맞게 번역되는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즐겁게 읽어 주세요.
Q2: 무라카미씨의 몇몇 작품을 원서와 영어번역본 모두 읽어 보았는데, 많이 달랐습니다. 초기 작품의 경우 영어 번역은 잘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루키: (이 질문을 받고는 다소 골똘히 혹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더니 특별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독자의 반론이 있었고 그렇게 몇 번 주고 받는 토론(?) 이후 마무리 되었다고 하네요.)
이상, 직접 참여한 해외 블로거들의 낭독회 리뷰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낭독회 안내문을 게시한 하와이 대학의 웹페이지에 가보면 영상으로는 공유가 안되냐는 댓글이 주욱 달렸더라고요. 참가한 독자들은 하루키와 악수도 하고 사인본도 받고 아무튼 너무 부럽습니다. 그러면서 역시나 드는 마음은 한국에도 한 번 왔으면 하는 거겠죠. :)
*참고 해외 포스팅 (1) , (2), (3) - Thank you for 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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