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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의 회색빛 프라하에 대한 기록 - 체코 IHNED지

by finding-haruki.com 201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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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1Q84>는 드보르작과 함께 체코의 3대 작곡가로 유명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의 악장을 모티브로 삼아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죠. 그리고 야나체크의 곡을 재즈로 재해석한 작업을 하기도 한 체코의 재즈피아니스트 에밀 비클리츠키 트리오의 2010년 앨범 표지는 하루키의 2002년 작품 <해변의 카프카>의 미국 페이퍼백 표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 에세이는 이렇게 야나체크를 매개로 연결된 하루키가 에밀 비클리츠키의 앨범에 대한 코멘트 요청을 받아 체코 일간지에 기고한 에세이입니다. 체코 프라하하면 절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하루키가 존경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겨 있습니다. 2006년 카프카상 수상을 위해 프라하에 1주일간 머물렀을 때를 회상하면서 에세이가 시작됩니다. 

  KRESBA - VÁCLAV TEICHMANN

하루키의 회색 도시 프라하에 대한 기록


많은 유럽의 매력적인 도시들 중 보통 프라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프라하에 가서 받은 첫 인상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이슬비가 내리는 아늑하고 황홀했던 저녁 황혼이었습니다. 프라하에서 지낸 기간 동안 종종 주머니에 그 날 산 책과 지도를 넣고 다니곤 했는데, 프라하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어떻게든 호텔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질녘에 산책을 하고 있으면 행복한 평온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뭔가 서둘러 다시 재촉하는 듯한 도쿄나 뉴욕의 거리에서 느꼈던 감정의 흔적이 말끔히 씻겨져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랄까요. 이곳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도시지만, 더이상 긴장하는 것 없이 깊게 숨을 쉬며 몸과 마음을 모두 회색 빛 황혼에 맡겨 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 일정을 더 진행 시킬 수 있겠지만,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요. 내일 떠나면 그만이지.'란 마음가짐이랄까요. 그리고 조용히 예고 없이 밤의 그늘이 찾아 옵니다. 오래된 건물에 드리워진 어둠에 내 자신을 드리우고, 거리의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모든 새들이 둥지를 찾아 들어가는 모습 처럼 말이죠. 

 
프라하와 저는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이 도시는 어둠과 그림자가 정말 잘 어울린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체코는 나치 점령 이후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국민들은 민주화를 갈망해 90년대 민주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었어요. 그런 얼어 있던 오랜시간 동안 도시 곳곳의 장소에서는 여전히 어둠과 유사한 음영의 침묵과도 같은 흔적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표면적인 변화는 사회 시스템의 본질적인 것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고대 부터 나치 공산당의 통치 시절까지 도시의 어둠이 함께 계속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도시의 어둠과 그림자는 복잡하지만 풍부한 역사로 이끌었는지 모릅니다. 전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 프라하의 한 호텔(*카프카의 보험 회사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센츄리 올드타운 호텔)에서 지냈는데, 카프카가 근무했던 사무실을 객실로 바꿔 놓은 곳도 있는데 안타깝게 이미 손님이 차 있어서 그 방에서는 묵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카프카 방에서 2개 떨어진 같은 층 위원회에서 제공해준 객실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프라하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 '카프카의 방'을 계속 지나치게 되었죠. 방문에는 금속으로 '카프카의 옛 사무실'이라는 명패가 달려 있었어요.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했죠. 방안에 붉고 푸른 영혼들이 아직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아마 그들은  아직도 그 문 안쪽에서 넥타이를 매고 창백하고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냥 조용히 자신의 소설을 쓰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아니면 아무 영문도 모르는 손님이 거대한 무시무시한 벌레로 변하고 있거나요. (*카프카 소설 '변신'의 내용) 

어느날은 유대인들의 묘역에서 카프카의 무덤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회색의 돌로 된 무덤이었고, 조용한 오후였어요. 묘역 입구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입구에서 근엄하게 생긴 관리인이 준 유대인들이 쓰는 원형의 모자 (*키파)를 주었습니다. 묘역에 잠든 이들을 경건하게 추모해야 한다는 엄중한 분위기가 살아 있었어요. 우리는 모자를 쓰고 카프카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다소 생소한 엄숙함이었죠. 머리 위에는 나뭇가지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지만 새들도 함부로 지저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죠. 새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아요. 고대 유대인들은 무덤을 자갈 더미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신들의 기억으로 묘지 주위를 덮고 있는 베일에 가려진 듯한 약한 어두움, 우울함, 역사적 사건의 잔인한 기억을 심어 주어 위안을 삼으려는 듯한 느낌. 그 주위에 아직도 남아있는 듯합니다. 그 기운이 모든 조명과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가 오는 것 같았어요.


놀랍게도 전 프라하를 다니면서 카프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이 잘 모른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나치하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카프카의 작품이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반세기가 지났죠. 프라하를 사랑하는 작가를 탄생 시킨 것과는 묘하게 아이러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더 완벽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나 그들이 어두운 아이러니에 숨어서 조용히 자신만의 단어를 빌려 이야기를 완성시켰을까요.

그렇게 프라하에서 즐겁게 1주일간 머물다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군요. 아직도 제 마음 속에는 프라하의 어두운 회색 빛 색조가 남아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히로오에 있는 체코 대사관의 체코어 센터에서 최근 에밀 비클리츠키 챔버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사관 직원들과 특별히 초대된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었죠. 09년 에밀 비클리츠키 트리오가 비너스 레이블을 통해 위대한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의 클래식곡을 새로운 재즈 형태로 다시 연주한 프로젝트 앨범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저는 야나체크의 애호가이기도 하고, 그 콘서트에 초대되었습니다. 저녁 시간 동안 그들의 심장을 멎도록 만드는 연주를 듣고, 공연 후에 대화도 나눌 수 있었어요.

하루키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2002년작 <해변의 카프카>

<해변의 카프카>를 모티브로 앨범 커버 작업을 한 체코 재즈피아노 트리오 에밀비클리츠키

그리고 작년(*2010년) 그들이 제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모티브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매우 기뻤습니다. 그 앨범은 제 소설 몇몇에서 체코의 재즈맨이 느낀 감상을 표현 한 것이에요. 저 역시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몇몇 작품의 제목으로 삼고 소설을 쓰기도 했듯이 자연스럽게 소설도 음악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형태는 서로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문화의 거리에 존재합니다. 이런 다양한 교류들이 장르, 문화, 언어의 차이를 극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좋은 것입니다. 이 앨범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물론 제 멋대로의 생각입니다만.) 이 앨범에 삽입된 연주를 듣고 있으면 저는 때때로 프라하의 거리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던 회색의 무수한 색조들이 향수 처럼 번져 나옵니다.

유럽에서도 재즈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 되었습니다.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동유럽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위기를 달리 가져가며 저마다의 색깔을 입혀왔죠.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프라하에서 날아와서 그 재즈피아노의 음악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편안하게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프라하의 거리를 목적 없이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며 모퉁이를 돌고 광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노천 카페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맛 좋은 필스너 맥주를 마시며, 도시의 불이 하나 둘 들어 오기 시작하는 멋진 광경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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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 Favicon of http://hilevel.egloos.com BlogIcon H 2012.01.19 10:13

    어제 검색으로 처음 알게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고 금방 다 읽어버렸답니다. 근래의 하루키 아저씨의 근황에 대해서 늘 궁금했었는데, 쿨사이다님의 번역 덕에 정말 많은 부분을 캐치업한 느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특히 카탈루냐 상 인터뷰 부분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사람과 동 시대에 살았고, 그의 작품과 늘 함께 하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덧붙여 예루살렘 상 인터뷰도 읽고 싶었는데...나중에 시간 나시면 쿨사이다님의 번역으로도 왠지 읽고 싶어집니다.

    이 블로그를 알게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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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 분 한 분 알아갈 때마다 제가 오히려 더 기쁘고 즐겁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 아.. 예루살렘상은 제가 본격적으로 하루키에 대한 것을 집대성해보자 생각하고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의 일이라 아직 못했어요. 임시저장글로는 가지고 있답니다. 곧 제대로 워싱해서 포스팅할게요. 감사합니다. ^^

  • 미도리 2016.01.04 22:25

    프라하를 여행한적이 있는데 그때 본 밤 풍경과 겹쳐서 이 인터뷰를 트위터로 좀 퍼갈께요 ^^ 인터뷰 둘러보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올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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