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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007년 와세다 쓰보우치 대상 수상 스피치

CoolCider .

이번 인터뷰는 하루키의 모교인 와세다 대학교에서 제정한 쓰보우치 대상의 2007년 제 1회 수상자로 선정된 하루키가 수상식인 도쿄 리갈 로얄 호텔에서 수상 소감을 말한 내용입니다. 하루키의 강력한 요청으로 사진 촬영이나 기자 배석 등이 없어야만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당일의 연설문 내용이나 사진 등이 일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랍니다. 그래도 당시 참석한 일부 기자들에 의해 일본 내 몇몇 지면에서 하루키의 말을 인용하며 간략하게 소식을 알렸는데요. 이번 포스팅은 일본 내 지면에 소개된 하루키의 연설의 퍼즐을 맞춰 재구성한 포스팅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내용이 누락이 되었을 지언정 유추하여 말을 더하거나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쓰보우치는 일본 근대문학의 선각자이자 연극 문화의 지도자, 평론가였습니다. 와세다 대학에는 쓰보우치 연극 박물관이 있고요. 하루키가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영화연극과 재학 시절 이 박물관에서 세계 곳곳의 시나리오를 닥치는 대로 읽은 곳이기도 하답니다. <해변의 카프카>의 고무라 도서관의 실제 모델로 강하게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Foto: Victoria Mørck Madsen


하루키 2007년 제 1회 쓰보우치 대상 스피치

-2007년 11월 19일 도쿄


[선정 이유]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현대 소설의 가능성을 많은 장편, 단편으로 개척하고 <언더그라운드> 등의 논픽션을 통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또한 레이먼드 카버 전집, 팀 오브라이언, J.D 샐린저, 레이먼트 챈들러, 스콧 피츠 제럴드 등을 비롯한 뛰어난 작품들의 번역을 통해 새로운 일본어를 구축하였다. 


[하루키 스피치]


먼저 쓰보우치 대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금일 취재 제한의 조건을 두고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특별히 언론을 증오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고, 다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낯을 가리는 것 뿐이라고 여겨 주십시오. 

 

와세다 쓰보우치 대상이 와세다 대학 출신으로만 대상을 한정 짓는 것은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전 결과적으로 여러가지 사정으로 와세다 대학에 7년 동안 재적하게 되었답니다. 학생 시절이나 졸업 후 지금까지 모교에 이렇다 할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자기 상을 받게 되니 겸연쩍은 기분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문학부 건물의 카페테리아와 쓰보우치 박사 기념 연극 박물관에 자주 갔습니다. 박물관은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했죠. 전공이 연극이었기 때문에, 막연히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분위기의 건물 속에서 예전의 시나리오를 탐독하며 마치 깨어있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저 만의 백일몽을 그렸답니다. 사실 당시 학생 시절에는 영화를 보러 갈 돈이 넉넉치 않아서 연극 박물관을 이용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답니다. 당시의 쓰보우치 연극 박물관에서 시나리오에 푹 빠져 지낸 경험이 지금의 소설가가 되고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난도 가끔은 유용한 것 같습니다. 오래 지속되면 괴로운 것이겠지만요.(웃음) 


또한 쓰보우치 기념 연극 박물관은 제 소설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모티브로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역주: 이 작품 뿐만이 아니라 <해변의 카프카>의 고무라 도서관도 쓰보우치 연극 박물관을 모티브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전 30여년간 소설가로서 어떤 것에 공헌하고 싶은 생각 보다는 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해왔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 처럼 가까이 두며 친근하게 지낸 것과 같이 말이죠. 소설가로서 가장 큰 가치는 문학상이 아니라 열렬한 독자 그것이 전부이자 저에겐 그것만이 훈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외의 것은 모두 아무것도 아닙니다. 


쓰보우치 선생의 모든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쓰보우치 기념 박물관에 큰 신세를 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시 한 번 제가 1회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쓰보우치 대상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혹 잘되지 않더라도 제 잘못은 아니니 1회 수상자라고 해서 너무 몰아세우진 말아 주십시오.(웃음)


제 작품이 이렇게 평가되는 것으로 새로운 문학의 전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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