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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는 따끈따끈한 인터뷰입니다. 하루키 인터뷰를 포스팅해오면서 이렇게 따끈따끈한 인터뷰를 바로 포스팅하는건 재작년인가요 뉴질랜드 리스너지 인터뷰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슈피겔은 독일의 대표 주간지이고요. 하루키는 슈피겔지와의 인터뷰가 꽤 있습니다. 특히 달리기에 대해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한 내용이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이번 인터뷰는 하루키가 오자와 세이지 지휘자의 (둘의 대담을 엮은 에세이도 출간되었죠) 연주에 동행하면서 성사된 인터뷰입니다. 


Murakami beim SPIEGEL-Gespräch mit der Redakteurin Claudia Voigt in Berlin


하루키 독일 슈피겔紙 인터뷰

-하루키 2016년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 (원문)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이번에 오자와 세이지씨의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도쿄에서 베를린으로 함께 오셨는데요.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나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하루키 : 일단 제가 음악을 좋아합니다. 모든 종류의 음악을 다 좋아합니다. 클래식 음악, 재즈, 락 등 말이죠. 오자와 세이지씨는 저의 좋은 친구랍니다. 물론 세계 최고의 가장 유명한 지휘자입니다. (웃음) 전 오자와 세이지씨와 여러해 동안 음악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에세이를 내기도 했답니다. 한 12번 정도 만나서 인터뷰를 제가 진행했죠. 전 어떻게 그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되었는지,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내고 싶었답니다.  


슈피겔: 그래서 찾으셨나요?


하루키 : 물론 세이지씨는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지휘자로서의 매우 탁월한 재능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것이죠. 그리고 그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그에게 있어 일종의 강박관념이랍니다. 세이지씨는 올해 81세인데요. 2년전 암 수술을 받았답니다.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그의 곁에서 도왔죠. 그럼에도 세이지씨의 인생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물론 세이지씨가 음악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 부분은 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세이지씨의 인생은 음악입니다. 그것을 저도 함께 공유하고 있죠. 한 사람의 인생이 음악이나 책에 빠져있다면,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들을 것이고, 그의 책을 찾아 읽을 것입니다.


슈피겔: 음악과 글쓰기는 밀접하게 서로 연관되어 있나요? 무라카미씨의 독일 번역가인 우르슬라 그레페씨는 그의 작품에서 음악과 글쓰기의 상호 관계에 대해 조용하고 아무런 의도가 없는 돌고래의 움직임에 빗대어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하루키 : 제가 20살에서 30살 사이쯤에 저는 사실 뮤지션이 되고 싶었답니다. 물론 같은 시기에 책도 많이 읽었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책 읽는 것도 정말 좋아했죠. 그런데 마음 속으로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지는 않았었어요. 음악이야 말로 제 적성에 맞고 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갖기엔 음악을 연주하는 재능이 없었어요. 그래서 재즈클럽을 오픈하게 되었답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시의 새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보면, 29살 야구장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런 영감을 받은 순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양아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보고 계셨죠. 그러던 중 불현듯 뭔가 이질적인 계시 같은 느낌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셨죠. 그 당시의 무라카미씨가 받은 느낌을 직접 들어 보고 싶습니다.    


하루키 : 그 당시는 지금도 꽤나 생생하게 기억나요. 꽤나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하늘에서 천천히 무언가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었고, 그걸 전 잡은 거죠. 전 아직도 그 때 제 손에 잡혔던 무언가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답니다. 전 사람은 누구나 한 두번 쯤은 인생에 있어서 이런 순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확신과도 같은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느낌을 확신하지 못하고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거죠. 이건 낮에 발광하는 불꽃과도 같은 겁니다. 전 그 당시의 순간은 매우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답니다. 전 생각했어요. "그래 무언가를 써보자..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스스로 무엇을 쓰게 될지 아셨나요?


하루키 : 처음엔 저에게 맞는 톤을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글을 쓰는데 있어서 텍스트의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어요. 음악으로 치면 그게 모아져서 훌륭한 멜로디가 되죠. 음악과 마찬가지로 저도 음악을 연주하듯이 소설을 쓰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전 일본인으로서 일본어에 능숙해있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일본어로 쓰여진 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의 일본 문학과는 다른 스타일에 더 친숙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전 제 소설을 쓸 때도 기존에 읽었던 영미 소설의 디테일과 스타일대로 제 소설을 구성하는게 가능했죠. 그렇게 하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더 간단했습니다. 제한적인 단어 선택, 명확한 문장, 수식의 절제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전 제 이야기를 먼저 영어로 써 내려가는 아이디어를 떠 올렸고 그렇게 첫 소설의 초반부를 그렇게 영어로 먼저 써내려갔답니다.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었던 당시의 저에게 있어서는 복잡하지 않은 방법이었답니다. 그렇게 영어로 쓴 것을 일본어로 다시 번역하는 방법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습니다. 바로 저 무라카미만의 사운드를 찾아낸 것이죠. 그 이후의 작업에서도 종종 이 방법을 쓰기도 했답니다. 


슈피겔: 그렇게 쓰여진 무라카미씨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일본에서 꽤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신의 에세이에서 무라카미씨는 그것을 두고 매우 쉬운 성공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쉬운 성공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 많은 사람들이 작가로 데뷔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은 물론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전 무언가를 썼고, 그것을 출판사에 보냈고 출판사는 반응을 보여 출간을 진행했고 10만부가 팔렸죠. 그렇게 전 작가가 되었답니다. 저에겐 서프라이즈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죠. 정말 매우 놀랐어요. 당시에는 재즈바를 운영중이었던 시기였고, 제 주위의 손님들도 모두 매우 놀랐죠. 그 누구도 제가 소설을 쓰고 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일부는 그렇게되면서 저와 멀어진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슈피겔: 그렇게 작가로 데뷔하고, 재즈클럽 운영과 전업 작가의 길 사이에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하루키 : 2년에서 3년 정도는 재즈바와 작가의 길을 동시에 병행했어요. 데뷔작으로 문학상을 받고 나서도, 전 여전히 재즈바를 운영했고, 일을 끝내고 주방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썼죠. 데뷔 직후 어떤면에서는 저는 좀 더 긴 장편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3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도쿄의 재즈바를 팔고 근교로 내려갔죠. 당시엔 꽤나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전 아직 30대 초반이고, 전업 작가를 계속 할 수 있다면 언젠가 다시 재즈바를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당시엔 걱정이 없었고, 그런 저를 제 아내도 많은 응원을 보내줬었죠. 전 지금도 여전히 다시 재즈바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그리워요. 제가 다시 열게 될 재즈바에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을 거에요. 


슈피겔: 인터뷰의 초반에 오자와 세이지씨의 타고난 재능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재능말이죠. 이 말이 무라카미씨 당신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꽤 조심스러운 주제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보다 저는 다른 성격으로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전 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타고난 재능은 아니지만, 저에게 주어진 꽤나 흥미로운 능력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당신이 깨어 있을 때는 당신의 꿈은 더이상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 깨어있을 때에도 그 꿈을 캐치하여, 글쓰는 작업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를 쓴 다는 점에서 저의 꿈을 꾸는 능력이 잘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여름 부터 다시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하루에 4~5시간씩 꾸준하게 소설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기가막힌 꿈이 매일 아침 소설을 쓰기 전 저 한테 온답니다. 전 한 번 소설을 시작하면, 매일 빠짐 없이 소설을 써 나가도록 일종의 재촉을 꿈으로 부터 받는답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에는 종종 세계의 두 가지 모습이 드러나곤 하는데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의 반대편에 비현실적이고 마법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 이렇게 두 세계를 오가는 것이 무라카미씨의 일상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 음 글세요. 일단 전 말씀하신 두 가지의 세계를 구분 짓지 않습니다. 현실과 비현실은 모두 저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세계랍니다. 전 단지 이야기를 따라 갈 뿐이에요. 당신이 꿈을 꿀 때, 그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머리속에서는 그냥 흘러가 버릴 뿐이죠. 전 소설을 쓸 때 항상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때때로 비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일부러 소환시켜 배치하지는 않는답니다. 제 마음 속 한가운에 그런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숨겨져 있고, 그런 것들이 소설을 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나타나면 전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매우 기쁘답니다. 그런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언제 어떻게 배치할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써 내려가면서 단순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적어두는 정도입니다. 그런 방법이 저에게는 편합니다. 관찰하고 씁니다. 저에겐 이 방법이 자연스러운 방식이죠. 전 사전에 짜여진 계획을 따라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답니다.


슈피겔: 그렇게 떠오르는 혹은 무라카미씨에게 다가오는 많은 꿈들 중에서 소설에 사용하는 꿈은 어떻게 선택하시나요?


하루키 : 모든 것은 소설의 첫 번째 장면에 달려있습니다. 제 소설 <1Q84>를 예를 들어 보면, 여주인공인 아오마메는 정체 중인 수도고속도로에서 택시를 세웁니다. 그러나 이 첫 장면이 장편 소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어떤 시점이 와야합니다. 전 이 첫 장면이 제게 온 뒤 거의 1년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저로 하여금 이야기를 진행시키게끔 했고, 그렇게 소설을 시작하기 위해 책상에 앉게됩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제가 소설을 쓰는 방식에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다렸다가 소설을 써야하는 적당한 시점이 오면 그 즉시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슈피겔: 많은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독을 느끼곤 합니다. 마치 그들의 삶 속에서 뭔가에 구속되어 있고 갇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하죠. 그런면에서 <1Q84>의 아오마메가 처한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은 꽤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 전 개인주의자에요. 제가 젊었을 때 일본에서 개인주의자로서 살아가는게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사회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었던 사람도 그 당시에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의 일본 사회는 덜 엄격하게 조직되어 있겠지만, 제가 젊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랐었죠. 그런 상황이 저 무라카미라는 사람을 형성시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어떤 회사에도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채 저와 제 아내 이렇게 전적으로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답니다. 전 이런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에 가까울 만큼의 노력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이런 제 삶의 방식을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이 닮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 


슈피겔: 예측불가능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개인주의자로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 전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답니다. 부모님은 모두 교사였고, 전 외동아들로 혼자 자라났답니다. 모든게 평범했죠. 1960년대말 일본은 파리나 베를린과 마찬가지로 반문화, 시위, 경찰과의 대치 등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전 대부분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환멸을 느꼈죠. 제 친구들은 모두 장발을 깎고 면도를 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전 그걸 원하지 않았고, 뒤로 물러나 저만의 영역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전 하루 종일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었고, 만약 회사에 취업을 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소설 역시 일본 사회의 반응을 볼 때,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을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 저는 그런 질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편입니다. 전 제 소설 속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매우 바쁘답니다. 물론 저도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는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쓸 때 만큼은 제 안에 있는 상상속의 이야기만이 소설의 배경이 된답니다. 그것 외에는 모두 배제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는 1995년 도쿄의 지하철에서 자행된 사린테러라는 정치적인 이슈를 담은 작품도 있는데요. 


하루키 : <언더그라운드> 작업은 정말 엄청난 작업이었어요. 사린테라 희생자를 인터뷰 하는데 몇년을 썼습니다. 직접 법정을 찾아가 판결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건 제가 시작한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일환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작업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그걸로 인해 전 작가로서 크게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모든 걸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확실하게 전 하나의 인간으로서 또 작가로서 변화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런 가치의 문제는 계속 이어집니다. 5년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테러들은 계속해서 저를 괴롭히고 그 문제들로 인해 우울해집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명쾌한 답을 생각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전 매우 느리게, 신중하게 사고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작가에게는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슈피겔: 무슨 뜻인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하루키 :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TV에 나가 평론을 하는 것일 겁니다.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고 그것을 정해진 시간안에 빠르게 이야기합니다. 닫혀진 원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게 됩니다. 반면, 작가의 경우엔 다릅니다. 대부분의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쓰기 위해선 2년 혹은 3년의 긴 시간이 걸립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시간이라고 본다면 꽤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같이 느리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매우 즐거운 시간이됩니다. 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자리에 앉아 4~5시간 정도 글을 쓰고 달립니다. 매일, 매달, 매년 마다 거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도 합니다. 먼저 달리고 그 다음에 글을 쓰는 거죠. 이건 계절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슈피겔: 좋은 삶인가요? 


하루키 : 그럼요, 저의 경우엔 말이죠. 전 장거리 달리기 주자이기도 합니다. 전 오늘 아침에도 티어가르텐 공원을 약 한시간 정도 달렸답니다. 달리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저와 지루함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마 제게 주어진 재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는 에세이에서 작가의 삶을 수십년 동안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셨는데요.


하루키 : 저의 경우엔 결혼 생활을 거의 40년 동안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삶에 밸런스를 잘 맞춰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 자라오면서 계속해서 혼자 있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일을 마치고나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요. 그럴때 저에게는 제 아내가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제 아내가 다가와서 함께 해준답니다.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전 제 가족에게 갑니다. 이게 제가 작가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보셔도 됩니다.


슈피겔: 아이가 있으신가요?


하루키 : 아니오, 저와 아내가 저희 가족의 전부입니다. 때때로 고양이도 포함된답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세계 수 많은 나라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아시아, 미국, 유럽 심지어 아랍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죠. 각 나라에서의 독자 반응이 다를 것 같은데요. 


하루키 : 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소설의 모호한 점에 대해서 독자들은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시아 독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질문은 하지 않죠. 그들에게는 같은 날에 지극히 현실적인 일과 비현실적인 일이 동시에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유럽 독자들의 경우에는 텍스트와 문맥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좀 더 분명한 메세지를 받고 싶어하는 거죠. 그에 반해 아시아 독자들은 좀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어떤 독자의 방식이 더 좋고 나쁘다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단순히 독자들 개개인의 관점 혹은 견해가 다른 것일 뿐이니까요.


슈피겔: 무라카미씨의 소설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 오자와 세이지씨의 필하모닉 연주 전, 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다가와서 저에게 "당신이 무라카미씨인가요?"라고 물었답니다. "네"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그녀는 "전 당신의 작품을 너무 좋아합니다.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제 삶을 변화시켰어요"라고 했죠. 왜 제 소설이 독일 여성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직접 듣긴 했지만 여전히 믿지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일본에서 3개월간 독자들의 질문을 받는 웹사이트를 열었었답니다. 약 2만 7천개의 질문이 메일로 접수되었는데, 모두 읽었답니다. 물론 제 시력은 안좋아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그들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해주었답니다. 그럼 전 답할 수 있는 말이 한정되어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슈피겔: 그렇게 기뻐하지 않은 것 처럼 들리는데요?


하루키 : 기본적으로 저 무라카미 자신과 제 텍스트인 소설의 주인공과 혼동하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소설을 다 끝내고 나면 전 철저히 텍스트와 떨어져 독립된 저 자신으로서 있으려고 합니다. 저와 제 독자들은 모두 같은 상황에서 제가 쓴 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만약 당신이 제 소설을 읽다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묻는다면, 전 대답을 할 수 있는게 없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소설을 읽고 행복했다는 독자들의 순수한 경험담을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독일에 사는 매우 아름다운 한 일본인 여성은 독일인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 제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눈치 챘을 지 모르겠지만, 우연일지라도 제 소설을 읽는 여성 독자들은 모두 미인인 것 같습니다. (웃음)  


슈피겔: 예쁜 여성 독자의 찬사 외에도, 매년 10월 무라카미씨의 독자들은 꽤 큰 기대를 안고 무라카미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루키 : 네 그렇다고 들었어요.


슈피겔: 꽤나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하루키 : 그건 단지 영국의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쓴 소문일 뿐입니다. 노벨문학상에는 후보자 리스트도 없고, 최종 후보자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최종 후보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해준적이 없습니다. 전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얘기나 행동을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슈피겔: 정말 수상이 가능하다면요?


하루키 : 저에겐 저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있답니다. 전 도쿄의 작은 재즈 클럽의 주인이었고, 제 존재의 일부는 지금도 항상 거기에 일부 머물러있답니다. 노벨상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죠.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제가 노벨문학상에 아주 가까이 갔다고 말을 해도 전 그 말들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슈피겔: 노벨문학상은 무라카미씨의 작품에 대한 높은 평가를 의미합니다.


하루키 : 이건 꽤 민감한 부분이에요. 전 독자들이 제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마워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독자가 아닌 그 외의 단체 혹은 집단으로 부터 받는 존경이나 인정은 저에게는 그저 부담일 뿐입니다. 전 동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슈피겔: 하와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하와이에 몇 년간 머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곳은 무라카미씨를 일정 부분 변화 시켰나요?


하루키 : 전 하와이 대학에서 3년여 동안 강의를 했기 때문에 비자를 얻어 지냈답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일본에 가기도 했죠. 전 어디에서나 지낼 수 있어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도착해도 저에게 있어서는 모든 생활 방식이 동일하답니다. 전 이탈리아, 그리스, 뉴저지, 보스톤, 하와이 등에서 살았는데 모든 도시에서 항상 일찍 일어나 쓰고 달리고, 때때로 요리도 하고 매일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에 들었죠. 전 완벽하게 익명으로서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살고 싶답니다.


슈피겔: 하지만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세계 여러나라 곳곳에서 읽히고 있습니다.


하루키 : 소설을 쓰고 있으면 때때로 문득 저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들곤 합니다. 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전 인내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저에게 오면 전 놓치지 않고 붙잡아 두고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바로 이 세가지입니다. 기다리고, 붙잡고, 쓰고. 전 항상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만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펜을 내려놓고 책상을 떠나는 순간 평범한 보통 사람이 된답니다. 항상 좋은 레코드를 찾아 보고 그것을 수집하기를 좋아한답니다. 


슈피겔: 레코드를 모으시나요?


하루키 : 네, 저는 어제 크로이츠베르그에 있었는데, 복스하게너 근방을 돌아다미면서 몇 개의 레코드를 구입했답니다. 전 어느 도시를 가던지 매번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중고 레코드샵을 들르죠. 전 음악을 사랑하고 동시에 러닝도 사랑합니다. 제 삶에서 이 두가지가 없다면 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할 겁니다. 


슈피겔: 무라카미씨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전 20년 동안 일하면서 수 많은 작가들을 인터뷰했는데요. 몇 몇 일본 작가 인터뷰도 진행했지만, 무라카미씨를 인터뷰하기 까지는 정말 힘들었답니다. 인터뷰 전에는 무라카미씨가 수줍고, 이런 자리를 꺼려하는 분이라고만 여겼는데,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매우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 무라카미씨가 노벨문학상을 받을지 아닐지 결정이 나는데요. 무라카미씨의 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역시나 무라카미씨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된다면 매우 기쁠 것 같습니다.


fi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대. 2016.11.27 16:29 신고

    쿨사이다님, 항상 감사합니다. 번역해 주시는 하루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글을 써 나가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기다리고, 붙잡고, 쓰고'네요ㅎㅎ

  2. hilevel 2016.12.11 22:34 신고

    역시 늘 하루키 아저씨네요. 제가 알고 있고, 노벨상보다 독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터뷰 번역에 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