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하루키 통신/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아사히신문 인터뷰

CoolCider .

하루키가 신작을 낸지 2달여 만에 일본의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공개 인터뷰는 아니었고, 기자가 서술하는 방식의 기사인데요. '자 이제 우리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해볼까요?'하고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캐쥬얼한 자리에서 주고 받은 말을 '기사화 해도 되겠지요?'라는 동의를 얻은 후 실은 듯한 인터뷰랍니다. 원문은 기자의 서술 형태이나 편의상 주고 받는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으니 참고해주세요. (참고로 소설의 결말 부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은 큰 반전을 기대하고 읽는 소설이 아니니만큼 크게 문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출간된 후 자국 내 평론들을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대충 아실테지만, 2차세계 대전의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난징 대학살이라던지,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 등 역사적인 배경의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서도 꽤 의미있게 서술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키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진 여러 인터뷰에서 다음 소설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인들의 의식에 대해 쓰고 싶다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난 인터뷰에서는 그런 일본인들에 대해 쓰고 있다고 인터뷰를 해왔답니다.


http://www.gekiyaku.com/archives/44347604.html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살인> 출간 최초 인터뷰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살인> 아사히 신문 인터뷰(원문)


아사히: 이번 신작 타이틀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음, <기사단장 살인>이라는 타이틀을 먼저 정했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들을 때 마다, '기사단장'이라는 건 무엇일까라고 생각했었어요. 전 말의 기묘함에 끌리곤 한답니다. '기사단장 살인'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했었죠.  


아사히: <기사단장 살인>의 주인공인 '나'는 무명의 화가입니다. 무라카미씨 작품은 '나'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1인칭의 이야기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1인칭과 3인치를 병용하셨고, <1Q84>에서는 비로소 순수하게 3인칭 시점의 소설을 쓰셨죠. 그 과정에서 소설의 폭을 넓혀오셨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 네, 그런데 <1Q84>를 쓰고 나서 다시 1인칭 소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지, '나(僕;보꾸)'에서 나아가 '저(私, 와따시)'라는 '새로운 1인칭'이 되는 과정이랄까요.  그 속에서 주인공은 어떤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아사히: 그렇게 변화하면서 작품 자체도 큰 변화가 있었을까요?


하루키: 이번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확실히 과거의 작품을 썼을 때 보다 스스로 기술적으로 나아졌다고 느꼈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생각해보면 참 아쉬웠던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제 머릿 속에 이야기의 구조는 완성이 되어있었지만, 그것을 제어해 줄 수 있는 문체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리얼리즘 문체를 스스로 시도해 보고 싶었었고, 그 이후 <태엽감는새>를 통해 리얼리즘 문체와 비현실적인 문체가 처음으로 잘 맞물리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 얘기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태엽감는새>를 쓴지 벌써 20년이 지났는데요. 그 때에는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제는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아사히: 이번 소설은 '무로'라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결말을 맞이합니다. 아내가 없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태엽감는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요. 


하루키: 전 지금까지 소설을 통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일종의 가족이라는 것의 기능이 이 소설의 결말에서 시작됩니다. 


아사히: 무라카미씨의 기존 작품들은 모두 상실된 것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의 결말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신작은 그런 기존 작품들에서진일보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하루키: 저 자신이 나이를 먹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뭔가를 이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아사히: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역시 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이 있습니다.


하루키: 음, <태엽감는새>도 그렇고 <1Q84>도 그렇고 딱히 속편을 염두해 두고 이야기를 쓰진 않았기때문에 뭐라 말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번 작품도 뭐랄까 시간을 두지 않으면 알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사히: 이번 소설에서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회상이 나옵니다. 미래의 시점에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9개월전의 일을 회상하는 건데요. 


하루키: 재작년 가을이죠.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문학행사에 깜짝 게스트로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동북 해안을 혼자 차를 몰고 달리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러가지 면에서 상처를 입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당시 지진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가 받은 여러 측면의 피해는 이런 소설 속 주인공들의 상황과 의미가 겹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가는 그런 큰 일에 대해서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전 저 나름대로 뭔가를 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아사히: 인류의 역사를 통해 겪은 전쟁이라는 깊은 상처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이나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이 그것인데요. 서양과 동양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난 참극이 '기사단장 살인'이라는 수수께끼의 그림을 그린 늙은 화가의 모습과 점점 결합되어 갑니다. 


하루키: 역사는 공동의 기억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로 여겨 잊어버리거나 바꿔 쓰는 것은 잘못 된 것입니다. 책임을 가지고, 모두가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사히: 작년이죠, 덴마크에서 열린 안데르센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아무리 높은 벽을 쌓아 외부자를 막으려해도 그런 행위는 결국 우리 자신에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얘기하셨죠. 


하루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소위 '이물질'을 제거하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강한 사회의 어두운면이 무엇이든 배제하고 보자는 식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소설가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형태로 말하며 나가고 싶어요. 


장편 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이른바 SNS와는 정반대에요. 짧은 메세지만이 소비되어지는 시대라고 할 수 있죠. 읽기 시작하면 그만 둘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이야기는 즉각적인 힘을 지니지는 않지만, 시간이라는 아군의 힘을 빌어 반드시 사람들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힘이 긍정적인 힘이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곧 하지않을까 했는데, 우연찮게 발견하여 급하게 포스팅하였습니다. 이번 신작은 확실히 기존 작품과는 다른 결말과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하루키의 일본 독자들에 대한 과묵한 응원의 메세지도 확실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fin.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