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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뉴욕의 뉴요커 페스티발에 참석한 하루키가, 이번에는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시로 갔습니다. 에콰도르의 작가이자 문화유산 장관인 라울 페레스 토레즈 장관의 초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에서 진행되었고, 에콰도르 문학의 집에서 진행된 이번 토크 행사는 약 2천명의 청중과 함께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보통 이런 초청행사에는 항상 5백 여명 남짓 진행되었는데, 가장 큰 규모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토레즈 장관은 하루키의 스페인 번역본을 모두 읽은 열성적인 팬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답니다. 문학의 밤에서 라울 장관과 주고 받은 대화 내용에 대해 정리해 볼게요.


Foto: Marcelino Rossi/ EL COMERCIO


"더 이상 죽음에 관해 쓸 수 없을 것 같다"

-하루키 18년 11월 8일 에콰도르 키토 문학의 밤 행사 (원문: 클릭)


Q(라울): 무라카미씨의 작품에는 항상 다른 세계로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벽을 뚫고 이동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일종의 종교적인 구원이거나 아니면 메타포인가요? 다른 세계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하루키: 당신이 긴 소설을 쓸 때에도 당신은 다른 세계로 가야해요. 다시 말해, 그것은 당신의 잠재의식에 불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 일을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외로운 소설가인 저는 다른 세계로 갈 수 밖에 없죠. 그것이 제 직업입니다. 그런데 다른 세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갈 때는 비교적 쉽게 갈 수 있지만, 돌아올 때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저는 매일 새벽 4-5시경 일어나 글을 쓰는데 그때 다른 세계로 가곤 합니다. 그리곤 돌아오죠. 혹 제가 다른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면 제 아내가 매우 화가 난 상태가 되곤하죠.


Q(라울): 작품의 주인공들은 때로 종교적인 신앙심을 보이거나, 혹은 정화 받기 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가 불교의 승려이셨다는 것에 어떤 영향을 받으신걸까요? 


하루키: 저는 저 스스로 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할아버지나 아버지로 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일 겁니다. 라울씨가 제 작품에 종교적인 영향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 사실일 것일 테지만, 저는 그런 점을 스스로 깨닫지는 못한답니다. 


Q(라울): 무라카미씨는 인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소설 속에는 말하는 고양이나,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 같은 캐릭터가 불현듯 등장합니다. 무라카미씨는 본인의 소설들이 어쩌면 모두 하나의 이야기라는 느낌은 가지지 않으신가요?


하루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이미 말했죠. '작가는 대개 5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고요. 아마 그게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에 대해 제한된 주제를 가지고 있고, 멀리 나가는 듯 하다가 역시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어쨌든 고양이의 경우 저에게 있어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Q(라울): 이번에 정말 긴 소설을 쓰셨는데요. 독자인 저에게는 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느꼈을 정도로 말이죠. 저의 경우에는 소설 쓰기 시작하고 3페이지를 넘어가면 피곤함을 느낀답니다. 무라카미씨는 머릿속에 여러 이야기들의 소재가 담긴 서랍을 얘기하곤 하시는데요. 글을 쓰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혹시 그 과정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루키: 청소년기에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톨스토이, 도스토프예스키는 정말 긴 소설을 썼죠. 그런 영향 속에서 저는 소설이 길면 길수록 저에게 더 흥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긴 소설을 쓰는 것을 즐긴답니다. 그리고 매번 조금 더 길게 써볼까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Q(라울): 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데요. 무라카미씨의 작품에서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최근 자살율이 증가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답니다.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가요.


하루키: 카톨릭 국가에서 자살은 죄악입니다. 물론 자살은 좋지 않은 것임음 분명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죠. 제 친구 중 일부도 20대, 30대에 자살을 했답니다. 저는 그들을 지금도 그리워 합니다. 저는 자살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작가이고 소설을 쓸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썼을 때, 15세 소년을 창조했어요. 저는 이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노래를 듣고, 그의 성격을 느낄 수 있었어요. 때때로 저도 죽음을 생각하고, 제 소설 속에도 죽음에 관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이제는 저를 위해서라도 더이상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내 박수)

*역주: 에콰도르는 국민의 95%가 카톨릭 신자라고 합니다. 인터뷰어인 라울 장관도 죽음, 자살에 대해 걱정하고, 죄악시 하는 나라에서, 하루키가 자살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한 부분에서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하루키가 더이상은 죽음에 대해 쓰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니 크나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Q(라울): 작품 속의 폭력 묘사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작품 중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들로 독자로서 고통을 감수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죽여 머리를 냉장고에 보관한다거나, <태엽감는새>에서는 사람의 가죽을 벗기죠.  


하루키: 제가 종종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태엽감는새> 피부를 벗기는 장면은 정말 폭력적이고 피로 흘러 넘치는 장면이죠. 번역가들은 이런 장면을 왜 쓴건지, 번역할 때 꼭 포함해야하는지 묻곤 하죠. 그들은 심지어 악몽을 꾸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장면들을 쓴 당시에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저는 그 장면을 써야만 했다는 점입니다. 제 아버지는 전쟁 당시 병사로 중국에 파견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거의 해주지 않았지만, 때때로 전쟁 속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답니다. 전 어린 아이였죠. 전 아직도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요. 이것은 제가 아버지의 기억으로 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은 어찌보면 저의 작가로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폭력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세상에 폭력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Q(라울): 섹스 장면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무라카미씨의 섹스 묘사는 강하고 또 그래픽화 되어 독자에게 전해지는데요. 섹스 장면의 묘사에 있어서는 무라카미씨가 최고라고도 생각되어집니다. 섹스는 일종의 무라카미씨 소설의 입구 혹은 입문이라고 볼 수 있는걸까요?


하루키: 저는 첫번째 소설이나 두번째 소설에서는 섹스나 폭력에 대해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숲>을 쓸 때, 섹스와 죽음에 대해 쓰기로 결심했죠. 그 소설은 섹스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꽤 잘 썼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제가 그 작업을 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섹스와 폭력으로 가득찬 소설을 보고 매우 비난했어요. 그래서 저는 주눅들지 않고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었죠.  


Q(라울): 무라카미씨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은 대범하기도 하고, 깊고 때로는 외롭습니다. 무라카미씨는 소설 속 여성 캐릭터가 어떤 실마리에 도달하게되나요? 그런 개념들의 확장선상에서 듣고 싶습니다.


하루키: 음, 전 소설 속에서 많은 여성 캐릭터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캐릭터는 남성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어떤 순간에 남자들을 다른 방향으로 데려가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죠. 그리고 저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대부분의 남자들 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Q(라울): 시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무라카미씨 작품은 시적인 숨결과 은유들로 가득차 있는데요. 시를 쓰거나 출판한 적이 있나요?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아니오 저는 제 소설이 시적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답니다. 키토로 오는 비행기안에서 라울씨의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라울씨의 작품이야말로 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스스로 '나는 이렇게는 못 쓸거야'라고 생각했는 걸요. 전 제 문장이 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평생 시는 써보지 않았답니다.


Q(라울): <1Q84>의 경우, 조지 오웰의 <1984>과 같이 SF적인 요소가 많은 같은 주제의 이야기로 봐도 될까요? 


하루키: 글세요, 저는 조지오웰의 <1984>가 SF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꽤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세계와는 다른 우리를 넘어서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어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해서 씁니다.


Q(라울): 오웰의 <1984>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그리고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같은 작품에서 빅 브라더를 통한 '통제'에 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키: 저는 <1984>와 <멋진 신세계>를 좋아하지만, 좋은 소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소설들은 어찌보면 성명서 혹은 확인서와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소설은 좀 더 자유롭고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는 확언할 수 있는 확인된 무언가가 아닙니다. 


Q(라울): 전 세계적으로 출판 시장이 꽤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라카미씨의 경우에 베를린 장벽 붕괴나, 도쿄 사린 테러와 같이 혼돈의 시기에 더 잘 팔렸다고 알고 있는데요. 


하루키: 네 말씀하신대로입니다. 소련 붕괴나 베를린 장벽 붕괴 시가에 제 책은 꽤 잘 팔렸습니다. 제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혼란 속에 던져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가 갈 수 있는 저의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당신도 이 혼란 속에 살고 있고, 그 속에서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저는 낙관적인 사람입니다.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가 이 혼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사랑의 힘을 믿는 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주인공들은 저와 같이 낙관적입니다. 제 소설은 어둡지 않아요. 소설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전해하는 과정에서 그런 혼란과 어둠이 드러날 순 있지만, 제 소설 자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선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낙관적으로 살아왔고, 우울증을 겪은 경험도 없답니다. 낙관주의는 이야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Q(라울): <언더그라운드>를 쓰게 된 시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하루키: 테러 당시, 많은 언론들이 테러를 감행한 조직들에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통받은 사람들, 희생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이 사건은 1995년 3월 아침, 도쿄 지하철이 매우 혼잡한 출근시간인 8~9시 사이에 일어났어요. 저는 약 67명의 피해자와 인터뷰를 했어요. 인터뷰는 1년 넘게 진행되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다 그 나름대로이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이는 저로 하여금 소설가로서의 태도에 어떤 면에서 변화를 일으켰답니다.  


Q(라울): 비평가들은 무라카미씨를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의 대표주자로 간주하곤 합니다. 즉, 주류의 정의나 이데올로기적, 이론적인 경계가 없는 영역의 프레임이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또 표면적입니다. 


하루키: 저는 어떤 ism을 신뢰하지 않아요. 제가 쓰는 이야기의 주제가 문학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관심이 없어요. 포스트모더니즘이든 포스트식민주의든 무슨 상관인가요.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이 정의하는 프레임안에서 제 작품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믿는 하에서는 제 작품은 '무라카미즘'안에 있다는 점입니다. (청중 한 명 기립 박수) 


미국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을 때, 몇몇 동료들과 학생들은 제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어떤 유형인지 이해하기를 원했답니다. 좋은 이야기를 쓸 때 저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지만, 어떤 ism 안에 넣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Q(라울): 이제 슬슬 오늘 자리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네요. 끝으로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하루키: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멀리서 까지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올 정도로 가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라울 장관님과 나눈 대화를 즐겁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내일 갈라파고스 제도에 가보려고 합니다. 제가 에콰도르에 온 큰 이유 중 하나랍니다. (청중들 열렬한 박수와 휘슬 불며 반응해줬고, 하루키는 일어나 손을 흔들며 행사 종료) 


*행사는 1시간 반 남짓 진행되었고, 마치 슈퍼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환호와 열정이 가득찬 행사였다고 하네요. 한국에 오면 어떨지 상상이 잘 안됩니다. :D

*특별히 https://twitter.com/amarusincielo 이분의 트위터 계정에 가면, 토크 행사의 클립 몇 개를 보실 수 있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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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소년 2018.11.18 16:58 신고

    에콰도르까지 가면서 한국은 생전에 단한번도 안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