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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보이즈 라이프를 컨셉으로 하는 일본 잡지 POPEYE의 지난 8월호는 서핑 특집이었는데요. 왕년에 후지사와에 거주하던 시절 주변 지인의 소개로 서핑을 즐겼다는 하루키가 역시 POPEYE를 통해 서핑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여름이면 빼 놓을 수 없는 '티셔츠'에 대해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어는 노무라 쿠니치씨고요. 오랜 외국 생활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문화, 영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배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특히 웨스 앤더슨 감독과 친분이 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도 단역으로 출연을 했답니다. 


하루키팬이라면 누구나 그가 소문난 레코드 콜렉터라는 걸 알텐데요. 해외 어느 도시를 가든 무조건 중고 레코드샵에 들러, 본인이 정한 가격 이내의 레코드를 수집한답니다. 순수한 의미에서 한 가지를 파고 드는 'digger'라고 모두들 인정하죠. 그런 하루키가 또 하나 수집력을 발동시키는 아이템이 바로 티셔츠라고 하는데요.어느 정도의 덕력(?) 인지 인터뷰를 통해 느껴 보시죠.  



무라카미 하루키씨와 티셔츠에 관한 인터뷰

-무라카미 하루키 & 노무라 쿠니치 (POPEYE 8월호)


노무라 쿠니치: 무라카미씨가 레코드말고, 그와 비슷한 방법과 관심으로 모으는 것이 티셔츠라는 것을 알았을 때, 꽤나 놀랐고 한 편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정장을 차려입지 않고 티셔츠를 입고 락 음악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린다니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 티셔츠를 입시 시작한 것은 글세요. 아주 옛날 이야기죠. 제가 10대 였을 때는 티셔츠를 입는 문화 자체가 없었어요. 소위 말하는 언더 셔츠, 속옷 같은 기능을 하는 것만 있었죠. 티셔츠에 문자나 무늬를 넣은 것은 없었어요. 70년대 즈음 부터인가 프린트된 티셔츠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기억나는건 UCLA나 아이비리그 대학의 티셔츠가 유행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양키즈 같은 스포츠 티셔츠들. 그런 것들은 예전 부터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입었던 것 중에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VAN 자켓이에요. 그 로고의 티셔츠가 인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아이비리그 티셔츠가 넘쳐나서 저도 그것 보다는 VAN을 입었었죠. 


노무라 쿠니치: 락 밴드의 티셔츠도 그 당시 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지 않았나요?


하루키: 네, 70년대가 되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티셔츠가 나왔었죠. 그때 부터 밴드 티셔츠, T.Rex 등 락 밴드의 티셔츠가 나오기 시작했죠. 소위 말하는 브랜드의 노벨티 같은 거죠. 첫 소설을 썼을 때의 78년도 쯤에는 티셔츠는 일반적으로 입는 옷이 되었죠. 'MADE IN USA CATALOG'나 'POPEYE'가 창간되었던때 부터 티셔츠 문화라는 것이 퍼졌죠. 70년대 중반이었나요? 저도 POPEYE를 읽었어요. 재즈바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잡지를 사서 가게에 두었죠. 아메리카 굿즈 특집호 같은 경우에는 손님들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잡지가 금방 헤졌던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락 콘서트에 가게되면 티셔츠를 샀던 게 그 당시 부터 였나. 처음 샀던 록 밴드 티셔츠는 기억이 안나네요. Jeff Beck 티셔츠는 기억하고 있지만. (웃음) 근데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네요. 티셔츠는 소모품이라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겠지만요. 재즈 관련된 티셔츠는 별로 없기도 하고 가지고 있지 않네요. 레코드 플레이어나 레코드 티셔츠는 대부분 산답니다.


노무라 쿠니치: 티셔츠는 주로 어떻게 모으시나요.


하루키: 모으는 방법은 레코드와 비슷해요. 미국에 가면 Good Will 같은 중고 빈티지 스리프트 샵이 많잖아요.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사모은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오래된 바랜 티셔츠와 스니커즈 같은 아메리칸 웨어의 단어가 많이 보이죠.



노무라 쿠니치: 잡지 촬영을 위해 티셔츠를 이렇게나 많이 보여주셨는데, 이렇게 많은 티셔츠를 모으는 기준이라는게 있으시다고요.


하루키: 호놀룰루 마라톤에 처음 참가했던 1983년 마라톤 기념 티셔츠가 현재 가지고 있는 티셔츠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츠즈키 쿄이치씨의 책 <버릴 수 없는 티셔츠>에 실렸던 티셔츠에요. 저는 말이죠, 멋있는 티셔츠를 그럴듯한 가게에서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노벨티라던지 중고샵에서 그럴듯한 것을 사는게 좋아요. 그래서 브랜드의 티셔츠나 제대로 된 티셔츠 같은 것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아요. Good Will 매장에 가서 여러가지 구경을 하면서 반나절을 보낸다던가, 그런 것이 좋아요. 음, 결국 뭐 한가한거죠. (웃음) 고르는 기준은 물론 디자인, 그 다음은 장르, 저는 레코드 플레이어나 레코드가 들어가 있는 티셔츠가 있으면 대부분 사버리는 편이에요. 그건 그 장르가 좋으니까. (웃음) 


몇 장 여기도 있어요. 그리고 맥주, 자전거 광고 티셔츠도 좋아해요. ESPN, Qoors 등 많이 있지만, 여기에 있는 올림푸스를 좋아해요. 대학 티셔츠도 여러 대학을 방문했을 때 샀지만 잘 입게 되지는 않아요. 그 대학의 졸업생이면 좋았겠지만, 그냥 방문했던 학교의 하버드, 예일 등이 프린트 되어 있는 건 부끄러워서 입을 수 없죠. 그럼 일본에 가서 와세다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을 수 있겠는가 물어본다면 글세요 입을 수는 있겠죠. (웃음) 굉장히 마이너한 대학의 티셔츠는 입는 편이지만, 그런 거 입고 돌아다니다가 그 대학의 졸업생이라도 만나면 분명 말을 걸어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꽤 긴장하면서 입고 있어요. (웃음) 


노무라 쿠니치: 무라카미씨의 티셔츠 콜렉션은 프린트 된 것도 많지만, 무지 티셔츠도 많이 있네요. 


하루키: 물론 저의 콜렉션 메인은 무늬가 있는 것이지만, 미국에서 한 번은 작가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에게 포트레이트를 의뢰했었는데, 그 때 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입었는데 그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포트레이트에 쓸 사진은 무늬가 없어야 한다고 했죠. 그러더니 트루먼 카포티의 무지 티셔츠를 입고 있는 포트레이트를 보여주면서 "멋있죠?"라고 물었어요. 확실히 멋있긴 했어요. (웃음)  그 이후 사진 촬영을 할 때면 꼭 무지 티셔츠를 입어요. 


노무라 쿠니치: 무지 티셔츠의 매력이 포트레이트 사진 말고 또 있을까요?


하루키: 목 부분의 상태가 좋은 무지 티셔츠는 참 좋아요. 그런데 그 점이 꽤 어렵단 말이죠. Harbeth 나 Fruit of the Loom 브랜드의 무지 티셔츠의 목부분이 괜찮은 편이긴 한데, 가장 좋은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무지의 티셔츠는 소모품이어서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념도 되지 않고요. 


노무라 쿠니치: 티셔츠를 잘 매칭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하루키: 여름에는 티셔츠만 입어요. 그 외에는 입을 옷이 없는 사람 처럼 말이죠. 알로하도 가끔 입지만, 거의 티셔츠에 반바지랍니다. 사실은 반바지도 꽤나 모으고 있어요. (웃음) 카고 바지 부터 기장이 다른 것 까지 각종으로 갖추고 있어요. 티셔츠에는 영말 없이 스니커즈를 신죠. 최근에는 스케쳐스가 신기 편해 그것만 신고 있답니다. 하지만 외출 할 때는 반드시 가방 안에는 위에서 부터 입을 수 있는 긴바지와 상의로 셔츠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 것이 필요한 때가 있으니까요.    


노무라 쿠니치: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인가요? 강연을 하신다던가 하는?


하루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긴자에 한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되어 갔는데 입구에서 반바지를 입으면 못들어간다고 하길래, "초대되서 왔는데, 제가 못 들어가면 곤란핮 않겠어요. (웃음) 괜찮아요!" 라고 말하곤, 가방에서 긴 바지를 꺼내서 현관에서 입었는데, 거기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새파래졌던 기억이 있어요. 이건 작가 다나카 코미마사씨의 모습을 보고 착안한 거랍니다. 영화 시사회에서 종종 다나카씨를 보면 가방에서 셔츠와 바지를 꺼내서 입구에서 입고 있거든요. 그게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이 인터뷰 이후 하루키가 또 일본의 다른 잡지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엔진 engine 이라는 자동차 전문 잡지인데요. 이 잡지에서는 또 하루키가 자동차 덕력을 드러냅니다. 희귀한(장비를 풀 착장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라던지, 자전거를 들고 멋스럽게 해변가에 서 있는 사진 등등)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고요. 기회가 되면 이 내용도 포스팅하겠습니다.


fi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8.10.28 16:39

    비밀댓글입니다

    • finding-haruki.com 2018.11.10 14:31 신고

      안녕하세요. 저도 두번째 라디오는 못 들었답니다... 육성으로 못 들은게 아쉽긴 합니다만..신쵸사 홈페이지에 스크립트가 그대로 게시 되었거든요. 일단, 그걸 보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캐치업한 정도네요 ㅜㅜ

  2. ㅠㅜ 2018.10.28 16:42 신고

    케찹티 예쁘네요 저도 갖고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