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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하루키를 찾아가는 여행>이 출간되고 나서 3개월 뒤 잡지 더블유W에 기고한 글입니다. 주제는 '마니아의 여행법'이고요. 와인 식도락 여행가, 서핑 여행가 분들과 함께 하루키 전작주의자의 테마 여행의 주제로 참여했답니다. 의뢰를 받고 송고한 원고가 불행히도 남아 있지 않아서, 더블유에 실린 내용만 (에디터님이 잘 다듬어주신) 포스팅할게요. :D 

 

*원문: http://www.wkorea.com/2014/06/09/

 

[ 하루키 전작주의자의 작가 탐방 여행] 


2002년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 되었으며, 자연스레 초기작부터 다시 찾아 읽으며 소위 전작주의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루키의 전 세계 인터뷰들을 찾아 번역하는 ‘finding-haruki’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글을 찾아 읽고 알아갈수록 하루키는 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작가 하루키의 행적, 그의 작품 속 장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촬영지 등을 찾아가는 하루키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대학 생활을 춘천에서 했는데, 드라마 <겨울연가> 방영 이듬해부터 욘사마의 본가로 등장한 춘천에 일본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걸 보며 나도 하루키 팬으로서의 여행을 마음에 품게 된 거다. 그 무엇을 좋아하든, 그 대상을 향해 찾아가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레 들기 마련이다. 하루키는 팬이 많은 작가다 보니 여행 전후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도 가고 싶었는데”였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그 마음에만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지만.




여행을 결심하고 약 한 달간 그의 에세이와 소설 등 작품을 모조리 다시 읽었다. 정독은 아니고, 가볼 만한 스폿이 있나 쭉 다시 훑어보며 리스트업을 해 나갔다. 그리고 일본의 하루키 팬들이 하루키를 찾아간 여행을 엮은 <하루키를 좋아하세요?>와 임경선 작가의 <하루키와 노르웨이의 숲을 걷다>란 책을 통해 보완했다. 그리고 일본의 작가, 영화감독 등의 작품 속 배경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정리해주는 사이트인 ‘도쿄쿠레나이단’의 도움이 많이 받았다. 그렇게 장소들이 쌓이고, 일자별로 세세하게 일정을 정리하다 보니 한신칸, 교토, 시코쿠, 도쿄,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의 지역별로 체류일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됐다. 리스트업을 한 후 가장 시간 소요가 많았던 건 주소 확인 작업이었다. 구글맵과 일본 야후 사이트를 뒤져가면서 최종 리스트업을 한 다음, JR패스의 가장 긴 텀인 24일권을 구매하고 떠나게 되었다.


24일의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고베 산노미야의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극 중 ‘제이스바’의 로케이션 장소 ‘하프타임’이었다. 아주머니와 아르바이트 청년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곳을 꼽자면, 단연 수도고속도로 3호선의 비상계단이다. <1Q84>에서 소설이 시작되는 위치이자 하루키식 패러렐 월드로 전환되는 지점이라는 의미,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는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비장한 등장이 인상적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던 장소다. 하지만 <1Q84>에 언급된 스폿을 소개한 일본 무크지에서조차 제대로 집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장소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산겐자야역에서 수도고속도로 3호선을 따라 시부야역 쪽으로 걷다가, 글쎄 소설 속에서 묘사한 이케지리 출구를 지나는 지점에 정말로 비상계단이 있는 게 아닌가!


니시노미야 카페 타마스 사장님, 하루키의 팬


여행을 통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더 뚜렷하게 느끼는 기쁨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하루키가 상상으로 장소를 지어내기보다 직접 다녀본 곳을 (어시스턴트가 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묘사한다는 건 더욱 확신을 갖게 된 점. 그리고 하루키가 성장한 아시야시에서 한 작가를 키워낸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지역의 대학, 철도 등과 연계해 많은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여정의 기록을 펴낸 책 <하루키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루키가 현재 체류하고 있는 하와이의 대학 사무실로 보낼 예정이다. 매년 10월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날 서울의 한 장소를 정해 하루키 팬들과 함께 응원하는 모임을 갖고 싶다. 그리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하루키 마라톤 대회를 열고 싶다. 1회는 교토의 가모가와강에서 할 거다. 하루키의 전 세계 번역본이 그득한 핸드드립 카페를 열고 싶은 구상도 가지고 있다. 하루키 트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꿈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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