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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하루키 팬들에게 가장 칭송을 받고 있는, 2004년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두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미국의 하루키 작품의 번역가 3인에 대한 이야기 부터 이어지고, 매직 리얼리즘에 대한 생각과 재즈, 성장한 도시 고베, 무라카미 류와의 관계 등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1편 보다는 조금 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D



Haruki Murakami, The Art of Fiction N0.182 (2/2)

-무라카미 하루키 파리 리뷰 인터뷰 (2004); 원문 링크


*인터뷰 중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의 연도 등 부가 설명은 역자 주석으로 따로 넣지 않고, 문장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습니다. 오역과 의역 감안해주세요. :D


Q54. 무라카미씨 작품이 해외로 번역되는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은데요. 무라카미씨 스스로 번역가이기도 하시기 때문에, 번역하는 것과 관련된 위험도 충분히 알고 계실텐데요. 어떻게 각국의 번역가들을 선택하시나요? 기준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전 미국 번역가로 알프레드 번바움, 필립 가브리엘, 제이 루빈 이렇게 세 친구가 있어요. 우리들 사이에서는 먼저 오는 사람이 선착순으로 번역을 맡게 되는 룰이 있답니다. (웃음) 그들 모두는 매우 정직한 친구들이에요. 그들은 모두 제 소설을 읽고 이거 좋은데, 이 작품은 내가 하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가 이번 책의 번역을 맡게 되는 식이죠. 번역가로서 제 자신을 생각해 봐도, 번역가가 얼마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사람이 훌륭한 번역가라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이 다소 떨어진다면 그 이야기는 끝나 버리는 거에요. 번역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에요.


Q55. 미국 번역가들 세 명이 서로 번역하겠다고 다투지는 않나요?


하루키: 그렇지 않아요. 그들 모두 각자 선호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고, 성격도 다르죠. <해변의 카프카>의 경우 필립 가브리엘이 호응을 보냈고 그가 일을 가져갔죠. 제이 루빈은 당시 크게 열정적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필립은 매우 부드럽고 겸손한 사람이에요. 제이 루빈은 매우 세심하고 정확하게 번역을 하죠. 그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에요. 알프레드는 보헤미안이라고 할까요.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는 미얀마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그녀는 매우 활동적인 여성이죠. 때때로 그들은 정부기관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에요 알프데드는. 그는 자유로운 번역을 추구하여, 때로 제 글을 바꾸는 일도 있었답니다. 그게 그의 스타일인거에요.


Q56. 무라카미씨의 번역가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협업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그들은 번역 작업을 시작하면, 저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 옵니다. (제이 루빈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메일로 수시로 주고 받는다고 했죠.) 그리고 초안이 완성되면 제가 읽어 보죠. 때때로 전 그들에게 몇 가지 번역에 관해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제 작품의 영문 번역은 매우 중요해요.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영어 번역본을 가지고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영어 번역은 매우 정확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외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어 원문에서 번역을 해갑니다.


Q57. 무라카미씨는 카버나 피츠제럴드, 어빙과 같이 리얼리즘 작가들의 번역을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독자로서 무라카미씨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인가요. 아니면 본인의 집필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번역하면서, 무라카미씨의 소설 작업에 있어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함인가요?


하루키: 제가 지금까지 번역을 해 온 작가들은 모두 어떤 점이든 작가로서의 제가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 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전 리얼리즘 작가들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들의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선 매우 세밀한 독서가 필요했고, 전 그들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갔죠. 만약 제가, 돈드릴로나 존바스, 토마스 핀천 같은 포스트 모던 작가를 번역했다면, 그들의 광기와 저의 그것이 서로 충돌했을 거에요. 물론 그들의 작품도 훌륭하지만, 번역을 할 때는 리얼리즘 작가를 선택합니다. 


Q58. 무라카미씨의 작업은 종종 미국 독자들이 일본 문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그와 동시에, 동시대에 가장 서구화된 일본 작가라고 묘사되기도 합니다. 무라카미씨 스스로 일본 문화와 어떤 관계 혹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전,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지 않아요. 단지, 지금 여기 우리의 삶 일본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그것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제 작품이 서구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그러나 제 이야기는 제 자신이며, 그것들은 서구화되지 않은 겁니다.


Q59. 무라카미씨 작품 속에는 서양이나 미국의 것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를 들 수 있죠. 그것이 또한 일본 문화의 한 모습으로도 그려집니다.


하루키: 제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을 묘사할 때, 종종 왜 두부가 아닌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을 묘사하냐고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햄버거를 먹는 것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매우 자연스런 일입니다. 


Q60. 무라카미씨는 자신의 작품이 동시대의 현대 도시 일본인들의 삶을 묘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하루키: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 이야기하는 방식, 반응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은 모두 일본인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일부의 일본 독자들은 현재 일본의 생활과 다르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전 항상 일본다운 것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 쓰고 싶어요. 이것 역시 제 소설의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Q61. 어디선가 무라카미씨가 1992년 작품 <태엽감는새>에 대해 언급하셨을 때, 당신의 아버지에게 (소설 속 노몬한 전쟁에서 혹은 인생 전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아버지 세대로 들어가는 것을 시도하셨다고 하셨죠. 그러나 정작 소설 안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당신의 모든 소설 어디에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기 전 일수도)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제 작품은 거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에요. 제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주로 해야만 하는 일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것이죠. 그는 지금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보기로 마음먹었는지 같은 것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위대한 개츠비>에서의 닉 캐러웨이와 비슷한 캐릭터가 되는 것이죠. 그는 중립적이고, 그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친분이나 연대, 수직적인 가족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전통 일본 문학에서 가족이 갖는 의미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가 당신의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독립된 절대적으로 개인으로서의 캐릭터를 묘사하고 싶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는 캐릭터의 위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의 설정이 될 수 있어요. 그는 친밀감과 개인을 뛰어 넘은 자유와 고독을 선택한 타입의 사람이에요.  


Q62. 단편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거대한 도시 도쿄의 지하에서 도시를 붕괴시키려 위협하는 거대한 벌레가 등장하죠. 이런 소재가 적어도 저에게는 일본의 만화나 일본의 옛날 몬스터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그런 전설에 따르면, 도쿄만 앞에 서식하는 거대한 메기가 50년에 한 번씩 지진을 일으킨다고 하잖아요. 이런 과거로 부터 내려오는 전설로 부터 위에 언급한 단편 같은 작품을 쓸 때 영향을 받으셨나요? 만화는 어떤가요? 전설이나 만화와 당신의 집필 활동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하루키: 아니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전 만화를 그다지 즐겨 보지 않아요. 만화의 팬이 아니죠. 이런 것들로 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Q63. 일본의 전통 문화, 민속문화는 어떤가요?


하루키: 제가 어렸을 때, 설화와 민속 문화에 대해서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런 이야기들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예를들어, '슈퍼 개구리' 이야기는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가 저장되어 있는 제 의식 속으로 부터 왔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은 미국의 민속문화를 접했고, 독일 사람은 독일의 설화를, 러시아 사람은 러시아 설화를 들으며 자랐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들 사이에는 공통의 저장소도 있죠. 어린왕자나 맥도날드, 비틀즈 같은 것들이요.


Q64. 글로벌 대중문화의 저장소로 말이죠.


하루키: 이야기를 묘사하고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의미로서의 내러티브는 현재의 집필 활동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어떤 이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또한 어휘도 걱정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바로 내러티브가 좋은지 아닌지에요. '인터넷 월드'의 태생으로 새로운 종류의 민속 문화가 생겨났다고 볼 수도 있어요. 영화 '매트릭스'를 봤는데, 현대적 마인드의 설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지루하다고 얘기했지만요.


Q65. 무라카미씨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셨나요? 미야자키 감독의 작업은 무라카미씨의 작업과 확실히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보는데요. 민속적 소재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능숙하게 다룬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당신은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시나요?


하루키: 아니오.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애니메이션의 일부분을 보긴 했어요. 그런데 제 스타일은 아니더군요. 전 그런 작품엔 관심이 없어요. 전 책을 쓸 때, 어떤 이미지를 얻고 그 이미지는 매우 강렬해요. 


Q66. 종종 극장에도 가시나요?


하루키: 네 그럼요. 언제든 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에요. 그의 영화 모두 좋아해요. 평범함을 벗어난 그의 연출 스타일이 맘에 듭니다. 


Q67. 그리고 재밌기도 하죠.


하루키: 네 매우 재밌어요.


Q68. 무라카미씨는 이전에 자신의 유머가 좀 나아져서 안정적으로 되었다고 하셨죠. 안정된 유머가 다른 어떤 쪽으로 유용하던가요?


하루키: 전 제 책의 독자들이 가끔은 웃었으면 좋겠어요. 통근하는 지하철안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있어요. 평균 샐러리맨은 출퇴근을 합쳐 2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시간 동안 독서를 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인쇄를 할 때 두 권으로 나누어서 하려고 해요. 한 권으로 묶으면 들고 다니며 보기에 너무 무겁잖아요. 어떤 독자들은 저에게 편지를 써서,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 웃음이 나서 참느라 혼났다고 불평 어린 글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 독자에겐 매우 곤혹스러운 순간이겠죠. (웃음) 이런류의 편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웃는다는 것을 알아요. 그게 참 좋아요. 전 매 10페이지 마다 한 번씩 독자들을 웃게 만들고 싶어요.


Q69. 그것이 무라카미씨의 비밀 공식인가요?


하루키: 그렇다고 그것을 계산하지는 않겠지만, 그 원칙이 관리가 된다면야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시절엔 커트 보네거트와 리차드 브로티간을 좋아했어요. 그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동시에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써 내려갔죠. 전 그런 종류의 책을 좋아해요. 전 처음에 보네거트와 브로티간의 작품을 읽고 이런 종류의 소설도 있구나라며 매우 충격을 받았었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답니다.


Q70. 그러나 말씀하신 두 작가의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신 작품은 없지 않나요?


하루키: 전 지금 이 세계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50개의 채널을 보유한 TV나 정부 기관의 멍청한 사람들 자체가 코미디 같아요. 그래서 전 반대로 진지한 것을 찾아왔죠. 그런데 찾으려고 하면 할 수록 더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1968년에서 1969년 제가 19살 때 우리는 죽어있는 심각한 사회를 겪었어요. 매우 심각한 시기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이상주의에 빠져 있었어요.


Q71. 말씀하신 건 <노르웨이의 숲>에서 묘사해 주셨죠. 작품에서 묘사된 당시는 적어도 무라카미씨 작품에선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었다고 느꼈는데요.


하루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세대는 심각한 세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 되돌아 보면 정말 우스웠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은 참 모호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당시 제 세대들은 뭐랄까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아요. (*하루키는 당시 전공투 세대의 운동이 쉽게 사그라들고 모두 기업에 취직하고 그에 만족한 삶을 선택했다는 것에서 느낀 상실감을 작품이나 인터뷰에서 종종 언급한다.)


Q72. '매직 리얼리즘'의 집필 방식 중 하나는 이야기 속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주입시키지 않는 것인데요. 무라카미씨는 그걸 무시하시는 것 같아요. 당신의 주인공은 종종 이야기 속에서 기묘한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이는 바로 독자들로 하여금 주의 깊게 읽어 나가게 만들어 버리죠. 이런 방식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왜 그런 방법을 택하시죠?


하루키: 아,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저 역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네요. 글세요, 그건 아마도 제 자신이 이 세상이 얼마나 이상한지, 정직한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제가 쓰는 것 만큼의 경험을 하게되어있죠.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들 각자가 읽는 만큼 경험하게 됩니다. 카프카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같은 작가의 작업은 고전적인 감각으로 봤을 때, 좀 더 문학적이라고 할까요. 제가 쓰는 이야기는 좀더 실제적이고, 동시대적이며, 포스트모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영화의 세트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 같아요. 소품 부터 벽, 선반, 책장 속의 책 모든 것이 현실과 동일하게 위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페이크죠. 관객들도 모두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몰입하게 됩니다. 그 벽은 종이로 만들어지죠. 전통적인 매직리얼리즘은 그 벽과 책들이 모두 실제이어야해요. 하지만 제 소설 속의 설정이 페이크라면 전 그것은 페이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설정이 진짜인 것 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요.


Q73. 영화 세트의 은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면요, 그러니까 무라카미씨의 말은 이것은 스튜디오에서 하는 작업이다라고 말하고 싶은건가요?


하루키: 전 제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것은 사실의 것을 서술한 것이다라고 설득하고 싶지는 않아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죠. 그런 의미에서 전 독자들에게 이것은 지금 이야기의 성격을 가지고 제가 묘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에요. 이것은 허구라고요. 그러나 당신이 허구를 실제로서 받아들이면 그것은 비로소 실재하게 됩니다. 흠, 이건 설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작가들은 실재하는 리얼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일종의 과업이었죠.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터를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이 실재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부터 감동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하지 않아요. 제 이야기가 진짜인 척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짓 세계에 살고, 거짓 이브닝 뉴스를 봅니다. 그리고는 거짓 전쟁 속에서 싸웁니다. 우리의 정부는 가짜에요. 그러나 우리는 이 거짓 세계에서 리얼리티를 찾으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하는 이야기는 동일한 것이 되요. 우리는 거짓말 같은 허구의 장면 장면을 지나면서, 진짜의 장면을 찾아 냅니다. 이 상황이 바로 리얼이며, 같은 의미에서 커미트먼트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이것이 제가 쓰고 싶은 것입니다. 


Q74. 무라카미씨의 글은 반복적으로 시간과 시간을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하루키: 전 디테일을 아주 좋아해요. 톨스토이는 총체적인 소설을 쓰길 원했지만, 제가 소설 속에서 그리고 싶은 것은 아주 작은 영역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어요. 만약 당신이 작은 무언가에 대해 디테일하게 묘사를 하고 싶다면, 그것에 가깝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할 거에요. 이와 반대로 톨스토이는 오히려 총체적인, 넓은 관점의 소설은 더 현실, 실제와 멀어질 수 있게 되는거죠. 이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방식입니다.


Q75. 사실주의(Realism)의 영역을 지나서 포커스를 더 가깝게 맞춘다면,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나 모습들이 다시 이상한, 기이한 존재로 변해간다는 말씀이신가요?


하루키: 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실제와는 멀어지죠. 현실감이 떨어지고요.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또다른 집필 방식이에요. 


Q76. 예전에 무라카미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카프카를 언급하면서 당신의 작업과는 방식이 다르다고 언급했었죠. 무라카미씨는 스스로 당신이 '문학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전 스스로 '현대 문학 작가(writer of contemporary literature)'라고 생각해요. 카프카가 활동했던 시기에 우리는 오직 음악, 책, 극장 공연 만을 접할 수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 영화, 비디오 렌탈샵 그 밖에 많은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다 쓰지 못할 것들이 여기저기 경쟁하고 있어요. 현대 작가들은 그것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죠. 19세기의 소위 레저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귀족들은 시간이 많아 두꺼운 책을 천천히 읽어 나갈 수 있었죠. 그리고 오페라 공연에 가서 3~4시간 동안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올 여유가 되었어요. 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19세기의 귀족들 수준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없죠. 모비딕이나 도스토예프스키는 지금도 읽기에 훌륭한 소설들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은 그 스스로 급격하게 변화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우리 현대 작가들은 독자들의 목덜미를 확 끌어 자리에 앉힐 만큼의 무언가를 소설 속에 녹여 내야해요. 그래서 현대 작가들은 다른 분야의 기술, 기법, 재능 같은 것들을 자신의 소설 속으로 끌여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즈나 비디오 게임도 그에 속하겠죠. 제 생각엔 요즘 비디오 게임이 소설과 아주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77. 비디오 게임이요?


하루키: 네, 전 비디오게임을 직접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소설과 비디오 게임의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집필 작업 중에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비디오 게임을 디자인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느낌을 받곤 해요. 동시에 게임 플레이어란 느낌도 받고요. 제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게임 한 가운데로 뛰어 들죠. 오른손이 하는일을 왼손이 모른다는 기분분이랄까요. 이것은 일종의 디태치먼트 적인 거에요. 분할된 느낌이죠. 


Q78. 그 말은 곧, 무라카미씨가 이야기를 진행 시킬 때,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 놓여지고, 그와 다른면으로는 다음에 무엇이 올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건가요?


하루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임하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을 때는, 작가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독자가 무엇을 느끼게 될지 알게되요. 그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집필 속도를 높여주거든요. 작가인 저 역시 독자들 만큼이나 다음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 궁금하니까 말이죠. 그러나 때때로는 지금 여기서 쓰는 것을 멈춰야 할 때도 있어요. 이야기의 진행이 또 너무 빠르면, 독자들은 피곤하거나 지루해합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잠시 멈출 필요가 있어요.


Q79. 그 적절한 시점을 어떻게 알죠?


하루키: 그냥 느끼는거에요. 전 멈춰야 할 시간을 알고 있어요.


Q80. 재즈와 음악은 어떠세요? 무라카미씨의 작업에 있어서 유용하게 작용했나요?


하루키: 전 13~14살 즈음 부터 재즈를 듣기 시작했어요. 음악은 매우 강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음악의 코드, 멜로디, 리듬, 블루스의 느낌 등은 제가 작업할 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전 뮤지션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악기 연주에 소질이 없어서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웃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아요. 먼저, 정해진 테마를 일정 시간 연주하다가 즉흥 연주로 몰입하게 되죠, 그러다가 결론, 마무리로 도달하게 됩니다. 


Q81. 초기 재즈는 초반 도입부의 연주를 엔딩에 다시 한 번 연주하게 되는 특색이 있죠. 무라카미씨도 작품을 쓸 때 이런 방식을 쓰기도 하시나요?


하루키: 가끔이요. 재즈는 저에게 있어 여행이나 마찬가지에요. 정신적인 여행이요.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Q82.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하루키: 음, 너무 많은데요. 스탄 게츠와 게리 멀리건을 좋아해요. 제가 10대였을 때, 그들은 정말 멋진 뮤지션이었어요. 또한 마일즈 데이비스, 찰리 파커도 좋아해요. 만약 당신이 그럼 실제로 어느 뮤지션의 음악을 턴테이블에 가장 많이 올려 놓나요라고 묻는다면, 전 1950~60년대의 마일즈 데이비스라고 답할거에요. 그는 항상 변화하는 혁신가였어요. 그 자신안의 혁명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뮤지션이었죠. 그런 그의 위대함을 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Q83. 콜트레인도 좋아하시나요?


하루키: 음, 그냥 그래요. 그의 연주를 들으면 가끔 지나치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너무 고집스럽다고 할까요.


Q84. 다른 장르의 음악은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하루키: 클래식 음악도 좋아해요. 특히 바로크 클래식 음악이요. 그리고 이번 신간 <해변의 카프카>의 남자 주인공은 이어폰으로 라디오 헤드와 프린스를 듣기도 합니다. 라디오 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제 소설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놀랐던 적도 있죠. (*영화 노르웨이의 숲 OST 작업에도 참여했죠)


Q85. 전 크게 놀랍지 않은데요? 무라카미씨 작품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 일본에서 발매된 그들의 'Kid A'앨범의 해설문에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한거에요. 왠지 모르게 자랑스런 기분도 들었답니다.


Q86. 신작 <해변의 카프카>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루키: 제가 지금까지 써 온 어떤 소설 보다도 복잡해요. <태엽감는새>보다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자세하게 설명이 불가능 할 것 같아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병행 구조로 진행되죠. 주인공은 15살 소년이고요. 그의 이름은 카프카에요. 병행되는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60세의 남자로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없습니다. 그는 바보라고 불리우지만, 고양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카프카 소년은 그의 아버지로 부터 오이디푸스와 비슷한 저주에 걸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사랑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에요. 소년은 저주를 풀기 위해, 아버지로 부터 탈출하여 먼 곳으로 갑니다. 그렇게해서 겪게 되는 초현실적인, 꿈 같은 일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Q87. 구조만을 봤을 때는,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병행 구조와 같은데요.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는 와중에, 챕터와 챕터가 교차로 진행되는 건가요?


하루키: 맞아요. 처음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속편을 쓰려고 했었어요. 그러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써야겠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하지만 스타일은 매우 비슷하고, 영혼적인 측면도 유사해요. 테마는 이 세계와 또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두 세계 사이를 오고 가는 이야기이니까요.  


Q88. 매우 흥미롭게 들리네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하루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 소설의 주인공은 보통 20~30대인데, 이번 작품은 기존과는 달리 야심차게 15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어요.


Q89. 샐린져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부조리 사회의 부적응자 홀든 콜필드 소년 보다 더 좋았나요?


하루키: 맞아요. 그래서 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집필을 지속할 수 있었어요. 카프카 소년에 대해 쓸 때, 내 15살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억, 추억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연료의 한 종류로서 당신을 불태우게 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 기억은 일종의 가슴과도 같아요. 그 가슴에는 많은 서랍장이 있겠죠. 제가 15살 때의 기억을 보기 원하면, 서랍장 중 하나를 꺼내어 보면되죠. 당시 고베에서 제가 보았던 기억들을 말이에요. 당시의 공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땅에 서서 질감을 느끼고, 나무의 푸르름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요. 이것이 제가 책을 계속 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Q90. 그건 15세 당시의 기억으로 되돌아 가기 위함인가요?


하루키: 그렇죠. 순간 그 당시로 이동하는거죠.


Q91.일본의 다른 도시가 아닌 고베에서 성장을 했다는 것은 무라카미씨의 스타일을 발전시키는데 어떤 중요했던 점이 있었을까요. 고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시잖아요. 물론 약간의 아픔도 있지만요.


하루키: 교토 사람들이 고베 사람들 보다 조금은 별난 것 같아요. 항구도시인 고베와 달리 그들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생활하잖아요. 그래서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Q92. 그런데 무라카미씨는 교토에서 태어나지 않았나요? 맞죠?


하루키: 네. 하지만 제가 2살때 고베로 이동했어요. 그래서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있는 고베가 제 고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 도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도쿄는 광대하게 평평하고 단조로워요. 전 지금 이곳 아오야마가 속한 도쿄를 좋아하지 않아요. 


Q93. 그런데 무라카미씨는 지금 이곳에 있잖아요. 제 생각엔 무라카미씨는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루키: 그럼에도 도쿄에 있는 이유는, 이곳에서는 익명, 무명인이 될 수 있다는 거에요. 그건 뉴욕에서와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아무도 저를 인식하지 않아서 어디든 맘대로 갈 수 있어요. 제가 기차를 타더라도 아무도 절 귀찮게 하지 않아요. 전 도쿄 근교의 오이소라는 작은 마을에 집이 있는데, 근처 사람들 모두 제가 거기에 사는지 알고 있죠. 집 주변을 산책할 때 마다 사람들이 절 알아보고 때로는 귀찮은 일도 발생하게 되곤 하죠. (웃음)


Q94. 위에서 무라카미 류 작가를 언급했는데요. 그는 작가로서 조금은 특별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루키: 제 스타일은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리울 수 있다면, 글세요 무라카미 류씨는 좀 더 주류에 속하지 않을까요?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처음 읽었을 때 꽤 충격을 받았었어요. 저도 그런 강렬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양을 쫓는 모험>을 쓰기 시작했죠. 그건 일종의 경쟁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웃음) 


Q95. 당신들은 친구인가요?


하루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적어도 적은 없죠. 그는 매우 자연스러우면서 파워풀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마치 좋은 오일을 표면에 지닌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러나 전 그 좋은 오일을 너무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파고, 파고 또 파야하죠. 정말 힘든 작업이죠. 그 깊은 곳에 다다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러나 한 번 그곳에 도달하게 되면, 전 강해지고 집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요. 제 인생은 시스템화 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방면에서 깊은 곳으로 굴을 파면 팔 수록 좋아지는 의미로서 말이에요.  


*하루키가 2004년 <해변의 카프카> 출간 직후 마련된,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번역을 마칩니다. 곧, 파인딩 하루키 도쿄편 첫번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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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물 2013.09.01 20:22 신고

    스크롤이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는 인터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