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이번 인터뷰는 해외의 하루키 팬들로 부터 종종 회자되는 매우 흥미롭고 알찬 인터뷰입니다. 파리 리뷰(Paris Review)라는 미국 문예지와의 인터뷰인데요. 파리 리뷰의 인터뷰는 전세계 대문호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하루키는 182번째로 인터뷰에 참여했고, 그의 아오야마 사무실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직전에 포스팅한 <해변의 카프카> 일본 출간 직후인 오스트리아 디프레세지와의 인터뷰 다음이네요. 이 인터뷰가 실린 건 2004년 여름호로 통권 170권입니다. 파리 리뷰는 1956년 창간 된 이후 인터뷰한 250명의 작가들 중 40명을 추려 책으로도 발간하기도 했고, 하루키의 인터뷰도 4권에 실렸습니다. 올 겨울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다고 하는데요, 미리 만나보시죠. :D 모두 95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제가 번역한 인터뷰 중 가장 긴 분량입니다. 두번에 나누어서 포스팅 할게요.



Haruki Murakami, The Art of Fiction N0.182 (1/2)

-무라카미 하루키 파리 리뷰 인터뷰 (2004); 원문 링크


*인터뷰 중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의 연도 등 부가 설명은 역자 주석으로 따로 넣지 않고, 문장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습니다. 오역과 의역 감안해주세요. :D


Q1. 얼마전 지진 이후의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묶은 1999년 작품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읽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당신의 1987년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과 같이 리얼리즘 소설의 스타일을 따른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것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인 <태엽감는새>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은 소설과도 더 많은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이 두가지의 스타일의 근본적인 차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스타일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얼리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전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선호합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숲>은 100% 리얼리즘 연애소설을 써보자고 마음을 먹고 써내려간 것이에요. 전 그런 (리얼리즘 소설을 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2. 리얼리즘으로 작품을 쓴 것은 말씀하신대로 그런 연습이 필요해서였나요. 아니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리얼리즘 문체로 서술이 되어야 했던 것이었나요?


하루키: 제가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계속 쓴다면 컬트 작가로 계속 남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작가로서 주류로 진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현실적인 이야기뿐만 아닐 리얼리즘 문체의 작품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이것이 제가 <노르웨이의 숲>을 쓴 이유입니다. 그 소설은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이는 어느 정도 기대를 했던 것이기도 하죠.


Q3. 그렇군요. 그래서 실제로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루키: 맞아요. <노르웨이의 숲>은 매우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좋아해주었죠.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저의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기도 했습니다.


Q4. 일본 독자들도 미국 독자들과 같이 쉬운 이야기를 좋아 하나요?


하루키: 제 2002년 최근작 <해변의 카프카>는 300만부 세트가 판매되었어요. 아시다시피 상, 하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품이랍니다. 전 그렇게 많이 판매가 되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일반적인 일이 아니죠. 이야기는 독자가 따라오기에 복잡하고 매우 어렵게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저의 스타일은 산문 처럼 읽기 쉽습니다. 유머감각이 있고,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요.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흥미있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랄까요. 이러한 복잡한 소설과 흥미있는 산문의 두 가지 요소의 마법같은 조화가 제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 전 3~4년에 한 번 소설을 발표하고, 독자들은 그것을 기다려줍니다. 예전에 뉴욕에서 존어빙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이 푹 빠지는 것이라고 했어요. 독자들이 중독되면 언제까지나 기다려 준다고 말이죠. 


Q5. 무라카미씨는 독자들을 중독자로 만들고 싶으시군요? 


하루키: 음, 존 어빙이 그렇게 말했어요. (웃음)


Q6. 위에 말씀하신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와 유머가 섞인 쉬운 문장의 두 가지의 요인은 무라카미씨의 작품을 읽다보면, 쉽게 따라가게 되다가도 중간 중간 혼란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만나게 되는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소설을 쓰시면서 의식하고 계신 건가요?


하루키: 아니오. 전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다가오기를 기다릴 뿐이에요. 전 이야기의 장르를 선택하지도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선택하지 않아요. 그냥 기다릴 뿐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경우엔 제가 리얼리즘 장르로 쓰기로 결정하고 쓴 것이기에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요.


Q7. 그렇다하더라도, 무라카미씨는 적어도 진지한 무표정하게 표현할 것인지, 독자들이 따라오기 쉽게 표현 할지는 선택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루키: 전 이야기를 쓸 때,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면 소설의 한 부분과 연결 짓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스토리 라인이 되죠. 그 다음 독자들에게 그 스토리 라인을 설명합니다. 당신은 무언가 설명을 할 때 매우 친절하게 되지 않나요? 만약, 이걸로 됐지. 이 정도는 넘어가자는 식이 되면, 작가가 오만한 것이 되죠. 쉬운 단어와 좋은 은유, 좋은 풍자로 이야기가 만들어 집니다. 전 독자들에게 매우 신중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Q8. 그렇다면, 그런 쉽고 친절한 설명 방식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봐야겠군요. 


하루키: 전 인텔리가 아니에요. 또한 거만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단지 제 책을 읽는 독자들을 좋아할 뿐이에요. 제가 데뷔 전 재즈바 피터캣을 운영할 때, 칵테일을 만들고, 샌드위치를 만들곤 했어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온 선물 같이 그렇게 작가가 되어 버린거죠. 그래서 전 스스로 정말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9. 무라카미씨는 몇 살에 데뷔를 하신거죠? 그것은 무라카미씨에게 놀라운 일이었나요? 


하루키: 29살때였어요. 그렇죠,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그러나 전 순간적으로 그 일을 받아들였어요.


Q10. 순간이요? 작가로서 글을 처음 쓰는 날 부터 편안함을 느꼈나요? 


하루키: 전 재즈바를 마감하고 집에 와서 자정이 넘은 시간 부터 부엌 테이블에 앉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첫 소설을 탈고하기 까지 10개월이 걸렸습니다. 완성된 소설을 출판사에 보내고, 군조신인문학상도 받았어요. 그것은 꿈만 같았죠.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났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기까지의 순간이 지나고, 전 생각했어요. '그래, 이 일이 일어났고, 난 작가가 되었어. 안 될게 뭐람? 심플하게 생각하자'고 말이죠.


Q11.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 대해 부인 요코씨는 뭐라고 얘기했나요? 


하루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나는 이제 작가를 할거에요'라고 말하니, 그녀는 당황하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었죠.


Q12. 그녀는 왜 당황했을까요? 무라카미씨가 작가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작가가 된다는 것은 뭔가 화려한 직업이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Q13. 무라카미씨의 작가로서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어떤 일본 작가로 부터 영향을 받았나요?


하루키: 전, 어린 시절과 십대 학창 시절에 일본 문학을 읽지 않았어요. 전 당시 질척하고 지루한 이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Q14. 무라카미씨의 아버지는 일본 문학 교사 아니셨나요?


하루키: 맞아요. 그건 너무 고리타분 한 부자관계가 아닐까요. 그래서 전 서양 문화쪽으로 접근했어요. 재즈 음악과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레이먼드 챈들러 같은 작가 말이죠. 그것은 저의 세계, 판타지 월드였어요. 제가 원한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나 웨스트 헐리우드로 갈 수 있죠. 이것이 소설의 힘, 어디든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이야 미국이나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지만, 1960년대에는 거의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전 음악을 듣고 서양 소설을 읽으면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죠. 그것은 마음의 단계로서 마치 꿈과 같은 것이죠.   


Q15.  그런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점이 무라카미씨가 글을 쓰는 포인트가 되었던 거네요. 


하루키맞아요. 전 29살 때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내가 뭔가를 쓰고 싶어는 하지만, 전 방법을 몰랐어요. 일본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아, 일본어로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지 못했죠. 그래서 미국 작가와 서양 작가의 스타일과 구조 등 모든 것을 빌려서 일본에서의 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Q16.  무라카미씨의 첫 책이 출간되고, 군조신인문학상도 수상하시며 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는데요. 그때 부터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도 시작되었나요?


하루키: 아니오. 전혀요. 


Q17. 당시에 친하게 지내는 작가 동료가 한 명도 없었나요?


하루키: 네, 없었어요.


Q18. 그렇다면, 작가로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작가 동료가 생기지 않았나요?


하루키: 아니오. 전혀요.


Q19. 지금도 작가라 불리는 친구가 없나요?


하루키: 네, 없어요.


Q20.  무라카미씨의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누군가에게 보여 줄 사람도 없으신가요?


하루키: 네. 그렇습니다.


Q21. 무라카미씨의 부인은 어떤가요?


하루키: 음, 아내가 제 첫 소설의 원고를 처음 본 사람인데요. 그녀는 불평을 하며 전혀 읽지 않았어요. 추측하건대, 아마 그녀는 제 소설에서 어떤 감흥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Q22. 부인께서 아무런 감흥도 받지 못했군요.


하루키: 하지만, 그것은 초안이었고, 제가 생각해도 끔찍했죠. 전 몇 번이고 재작성을 해나갔죠.


Q23. 지금은 무라카미씨가 책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겠네요?


하루키: 그녀는 모든 제 소설의 첫 번째 독자에요. 전 그녀에 의지하고 있고, 제 파트너 입니다. 그것은 스콧 피츠제럴드와 같아요. 그의 소설의 첫번째 독자는 젤다였죠.


Q24. 그러면, 무라카미씨가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는 동안, 그 어떤 작가의 단체의 회원이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으셨던 거네요?


하루키: 전, 혼자에요. 전 그룹이나 학교, 문학 서클을 좋아하지 않아요. 프린스턴 대학에 있을 때, 작은 런치 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조이스 캐롤 오츠와 토니 모리슨도 있었어요. 전 조금 두려웠다고 할까요.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네요. 메리 모리스도 있었는데, 그녀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어요. 저와 나이도 비슷했고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작가 친구를 만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일본에서의 작가 단체, 모임과 거리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죠.


Q25. 무라카미씨는 <태엽감는새>의 핵심적인 부분을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집필하셨는데요, 미국이라는 곳에서 작업하는 동안 집필 과정이나 문장에서 어떤 분명한 문학적인 효과가 있었을까요?


하루키: <태엽감는새>를 집필한 4년 동안 전 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지내고 있었어요. 이런 이방인으로서의 이상한 느낌은 항상 그림자 처럼 저를 따라다녔고, 그것은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동일하게 이입 되었죠. 만약 일본에서 쓰여졌다면, 매우 다른 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느낀 낯설음은 일본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는 다른 것이니까요. 그것은 미국에 있을 때,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왔고, 스스로도 그것을 보다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태엽감는새>를 집필하는 과정은 제 자신을 알몸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작업이었습니다.


Q26. 무라카미씨가 현재 일본 작가 작품 중 읽어 보거나 흥미있는 작가가 있나요?


하루키: 네, 몇 명 있어요. 무라카미 류나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몇몇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전 그들의 작품에 대해 리뷰나 비평을 하지 않아요. 비평이나 그런 것들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요. 


Q27. 어떤 이유에서요?


하루키: 제가 생각하기에, 소설가라는 저의 직업은 사람들과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지, 그들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항상 소위 결론이라는 것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으려고 해요. 전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상태로 있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평을 번역하는 일은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번역을 할 때는 어느것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기를 요구 받지 않기 때문이죠. 한 문장, 한 문장, 제 몸과 마음을 관통하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분명 비판과 비평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일이 아니에요.


Q28.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와서, 확실히 하드보일드한 미국 탐정 소설은 분명히 가치 있는 이야기적 소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무라카미씨는 언제 이 장르를 본인의 작품으로 노출시킬 생각을 하셨나요?


하루키: 고등학교 때, 범죄 소설에 흠뻑 빠졌었어요. 당시 고베에 살고 있었는데, 항구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과 선원들이 그들의 페이퍼북을 중고 서점에서 판매했었죠. 전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싼 값에 그런 페이퍼북들을 구할 수 있었어요. 그 책들을 통해 영어를 읽고 배우고 했던, 매우 즐거운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Q29. 영어로 읽은 첫번째 책이 무엇인지 기억하시나요?


하루키: 로스 맥도날드의 <The Name of Archer>에요. 그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죠. 동시에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매료되었어요. 이 책들은 페이지 터너였죠. 매우 긴 소설이지만,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지금 읽어도 마찬가지에요. 지금도 제가 지향하는 제 소설의 목표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레이먼드 챈들러를 함께 한 소설에 집어 넣는 거에요. 그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Q30. 몇 살 때 프란츠 카프카를 처음 읽었나요?


하루키: 열다섯살 때였어요. <성>을 읽었죠.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그리고 <심판>도 좋아합니다.


Q31. 재밌는데요? 두 소설 모두 미완성작이죠. 이것은 어떤 해결이 없다는 걸 의미할 텐데요. 무라카미씨 작품 역시 그렇죠. 1994년작 <태엽감는새>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는데요. 이런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결말이나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어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죠. 이것은 카프카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나요? 


하루키: 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읽어보셨겠지만, 그의 소설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아요. '그'가 킬러였겠지만, 저에게는 누가 킬러였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하워드 혹스가 챈들러의 <빅슬립>을 영화화 할 때, 소설 속에서 누가 운전수를 죽였는지 너무 궁금하여, 챈들러에게 전화해 "도대체 누가 운전수를 죽였나?"라고 물어본 에피소드가 있죠. 챈들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전 누가 죽였는지 상관없는데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결론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누가 킬러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는 것 처럼요.


Q32. 도대체 누가 운전수를 죽인건지 밝히고 싶은 독자들의 욕망이 <빅슬립>을 읽는 것을 멈출 수 없는 페이지 터너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루키: 저 역시도 작품을 쓸 때,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채 써나갑니다. 그런면에서 독자와 저는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결론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채 서내려갑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저도 일단 범인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 실마리를 찾아 내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갑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이야기를 쓰는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죠. 


Q33. 꿈을 해석하려고 하면 그 꿈의 힘을 잃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것 처럼 무라카미씨 본인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해석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까요?


하루키: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좋은점은, 깨어 있을 때도 꿈을 꾼다는 점이에요. 만약 그것이 진짜 꿈이라면, 당신은 제어할 수 없겠죠. 책을 쓸 때는 깨어 있어서 시간이나 길이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요. 전 아침에 4~5시간 정도 집필을 하면 그것으로 바로 중단합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계속 이어서 해 나가죠. 만약 그것이 진짜 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죠.


Q34. 무라카미씨는 본인은 써 내려가는 작가이기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댄스댄스댄스>의 주인공 고탄다의 경우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고탄다가 작품 속에서 살인에 대한 고백을 하는 장면은 소설 적인 장치로서 작용을 한 듯이 보이는데요, 고전적인 범죄 소설에 따르면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의심을 사는 인물로 그려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즉, 무라카미씨는 고탄다가 작품 속에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것을 처음 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하루키: 초고를 썼을 때에는 그것이 고탄다인지 몰랐어요. 초고의 끝의 2/3 지점에서 알게 되었죠. 두번째 원고를 썼을 때에는 고탄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리고는 고탄다 장면을 다시 썼어요.


Q35. 수정하는 것의 주요 목적은 초고의 막바지에서 잘못되었다고 느낀 어떤 것을 전체적인 개연성을 강화시키는 작업이었나요?


하루키: 맞아요. 첫번째 초안은 난장판이에요.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합니다.


-파리 리뷰에서 공개한 하루키의 1982년작 <양을 쫓는 모험>의 초고-


Q36. 한 작품에서 보통 몇 번의 수정본이 나오나요?


하루키: 4~5번 정도인 것 같아요. 6개월간 초고를 쓰고, 7~8개월간 수정 작업에 돌입합니다.


Q37. 꽤 빠른 속도네요.


하루키: 전 꽤 열심히 일에 임합니다. 열심히 내 일에 집중하는 편이죠. 잘 아시겠지만, 그것은 쉬워요.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다른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Q38. 보통 집필 작업 시간은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하루키: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시기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6기간 정도 집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10km 정도를 달리거나 1.5km 정도의 수영을 합니다. 그 후 책을 조금 읽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밤 9시경 잠자리에 들곤합니다. 이런 루틴을 변동 없이 일정하게 매일 진행합니다. 반복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되고, 이는 최면술의 한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의 깊은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최면술을 겁니다. 6개월에서 1년간 이런 생활 패턴은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꽤 높은 수준의 단련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것은 생존 훈련과도 같죠. 신체의 건강함은 예술적 감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Q39.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해 묻고 싶은데요. 소설 속 인물들이 얼마나 실제 생활 속 무라카미씨와 닮아 있나요? 주인공들이 작품 속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무라카미씨에게 중요한 포인트인가요?


하루키: 전 책속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할 때, 제 실제 생활 속의 인물들을 관찰하는 것 같이 합니다. 저는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 그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지 않아요. 전 단지 그들이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느끼는 것을 알려고 노력합니다. 전 그렇게 그와 그녀의 요소 요소들을 수집해요. 저는 이 것이 현실적인 것인지 비현실적인 것인지 잘 몰라요.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는 이런 주인공들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 보다 더 리얼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6~7개월 간 그들은 제 안에 있어요. 그것은 일종의 우주와도 같은 것이죠.


Q40. 무라카미씨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꿈 속에서 꿈을 꾸는 이야기 속의 환상적인 세계 안에서, 무라카미 당신이 가진 관점을 예측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종종 느껴지는데요. 


하루키: 그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저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어요. 제가 2살 때 쌍둥이 형제가 납치가 되었습니다. 그는 먼 곳으로 보내졌고, 이후 우리는 서로 보지 못했어요. 제 소설 속 주인공은 바로 2살 때 납치된 쌍둥이 형제라고 생각해 주세요. 저의 모습이 일부 있지만, 제 자신은 아니죠. 그리고 우리는 서로 오랜 시간 동안 보지 못했어요. 그것은 자신의 다른 형태의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DNA 측면에서는 동일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생활한 환경은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고 방식도 다를 수 있죠. 저는 소설을 쓸 때 마다 다른 신발에 발을 넣습니다. 가끔 제 자신인게 피곤하기 때문이죠. 이 방법으로 제 자신으로 부터 탈출할 수 있어요. 그것은 판타지에요. 만약 당신이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책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Q41. 1985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작품은 확실한 대칭 구조, 형태의 질적인면, 사건을 해결하는 감각 등이 예를들면, 1992년작 <태엽감는새>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새로운 소설적 기능과 이야기 구조의 변화의 아이디어는 무라카미씨가 직접 생각해낸 것인가요?


하루키: 네. 저의 처음 두 작품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은 일본 밖에서 번역 되지 않았어요. 전 그 두 작품의 번역 출간을 원하지 않았어요. 미성숙된 작품이고, 미처 자라지 못한 작품이에요. 어설펐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Q42. 두작품의 어떤 점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을까요?


하루키: 제가 처음 두 소설을 쓰는 또다른 목적은 전통적인 일본 소설을 해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 해체에 의해, 내부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그 체계만을 남겨두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 뭔가 신선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채워넣어야 했죠. 1982년 세번째 작품인 <양을 쫓는 모험>에 와서야 그것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발견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초기 두 작품이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래서 <양을 쫓는 모험>이 하루키 스타일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제 작품은 보다 길어지고, 복잡해졌죠. 전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마다 새로운 작업을 하기 위해, 이전의 구조를 파괴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테마와 새로운 구조 그리고 새로운 비젼을 작품에 집어 넣습니다. 항상 구조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구조를 변경하면, 산문의 스타일도 바뀌어야하고, 문자도 따라서 변경되어야 합니다. 만약 매 작품 마다 같은 구조로 작업을 했다면 전 금새 피곤해졌을 거에요. 지루해져서 작품을 써 나가기 힘들었겠죠.


Q43. 말씀하신대로,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 많은 요소들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부 요소는 지속되고 있는 것도 있죠.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항상 1인칭 주인공 시점이고요,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로서, 여성과의 다양한 성적인 관계 속에서 맴돌고, 그들은 대부분 여성들과 마주하고 대면하는 것에 소극적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남자 주인공의 두려움과 환상을 발현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죠.


하루키: 제 작품 속의 여성 캐릭터는 감각의 매개체(영매)로 보면 됩니다. 매개체인 여성들은 그녀 스스로 무언가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게 만드는 시스템과 같다고 할까요. 주인공들은 항상 여성 매개체들에 의해 어딘가로 이끌려 가고, 그녀들에 의해 그의 비젼을 볼 수있게 됩니다.


Q44. '빅토리아 센스(Victorian Sense)'-보편적 감각 조절 기능을 가진 사회 안에 기능하는-로서의 매개체인가요? 심적인 영매를 말씀하시는건가요?


하루키: 섹스도 하나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영혼과 영혼간의 약속이라고 할까요. 섹스가 좋았다면, 당신의 상처는 치유될 것이고, 당신의 상상력은 바로 활력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보다 나은 세계, 위쪽에 존재하는 곳으로 가는 일종의 통로라고 생각해도 좋을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 속에서 여성은 다가 올 세계의 조짐을 미리 예견하는 매개체(영매)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녀들은 항상 그들에게 먼저 접근합니다. 그걸봐도 알 수 있어요. 주인공들이 먼저 접근하지 않죠. 


Q45. 무라카미씨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남자 주인공과 근본적으로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다가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녀와의 기억으로 남자 주인공이 괴로워하게 되죠. 그리고 다른 타입은, 그녀는 이야기의 비교적 뒷부분에 등장하여 남자 주인공이 찾고 갈구하는 것에 도움을 주거나 반대로 과거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두번째 타입의 여성은 대체적으로 직설적이고, 별날 정도로 활달하고, 성적으로 솔직합니다. 이런 여성에게 남자 주인공은 상실된 여성과의 연결점이 사라진 채, 나중에 나타난 여성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유머러스하게 변화됩니다. 이런 두가지의 여성 캐릭터 유형은 어떤 목적으로 소설 속에서 제공되는 것인가요?


하루키: 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은 모두 정신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요. 정신적인 세계에서는 남자건 여자건 대부분 조용하고, 지적이며, 현명하고, 겸손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당신이 언급했듯이, 매우 활동적이고, 코믹하며, 긍정적이죠. 그들은 유머감각이 풍부합니다. 남자 주인공의 마음은 이렇게 완벽하게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사이에서 어떤 것을 취할지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제 작품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주인공의 마음은 실제로 정신적으로 갈팡질팡하는 상태인 것이죠.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역시, 두 여자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처음 부터 끝까지 말이죠.  


Q46. 저 개인적으로는 항상 유머 감각이 풍부한 여성 캐릭터로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유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독자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더 쉽게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아닐까요. 연애에 대해 진지한 표현으로는 아무래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전 항상 미도리 편이었어요.


하루키: 대부분의 독자가 당신과 같은 말을 할 것 같아요. 대부분이 미도리를 선택할 거에요. 그리고 주인공 또한 결국 그녀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의 어느 한 부분은 여전히 다른 세계를 포기하지 못하죠. 그것은 그의 한 부분이며, 그에게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모든 인간은 자신의 마음의 병을 지니고 있어요. 그 공간의 그들의 일부에요. 우리 모두는 정상적인 부분과 비정상적인 부분을 함께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그 두 부분이 항상 협상을 진행하죠. 이것은 저의 신념이에요. 저는 소설을 쓸 때, 제 안의 정상적이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어요. 비정상적이라는 단어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데요, 일상적이지 않은, 비현실적인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저는 물론 현실 세계로 돌아가 정상적인 부분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이지 못한 부분, 어딘가 상처를 입은 부분을 지니지 않는다면, 저는 지금 이곳에 있지 못하겠죠.다시 말해, 남자 주인공은 두 여자에 의해 서포트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져. 두 여자가 없다면 그는 어디든 가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제가 하는 작업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7. <노르웨이의 숲>의 레이코라는 캐릭터가 소설 속에서 발하는 빛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전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를 어느 쪽으로 배치할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그녀는 두 세계 모두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루키: 그녀는 반은 정상적이고 또 나머지 반은 정상적이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은 '그리스 마스크'와 같은 거에요. 당신이 한 측면에서 그녀를 볼 때 매우 비극적인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볼 때는 코믹한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매우 상징적인 캐릭터에요. 전 레이코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요. 레이코의 장면을 쓸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Q48. 그렇다면, 무라카미씨는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 같은 캐릭터 보다 <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나 <태엽감는새>의 가사하라 메이 같은 코믹적인 요소가 있는 캐릭터에 더 애착이 가는 편인가요?


하루키: 유머러스한 장면을 쓸 때는, 저 역시 재미있어요. 그러나 제 소설의 모든 캐릭터가 계속 코믹하기만 한다면 지루할 거에요.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은 일종의 제 마음의 안정제 역할을 해요. 유머 감각은 매우 안정적인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어요. 유머스러운 장면을 묘사할 때는 쿨해야 해요. 당신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불안정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심각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유머가 있을 때는 안정적인 상황이겠죠. 그러나 또 지나치면 안되겠죠.


Q49. 제 생각엔 몇몇의 소설가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강요된 힘에 의해 강박적이고 집착하게 된 테마를 쓰고 다시 또 쓰는 걸 보았습니다. 무라카미씨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댄스댄스댄스>, <태엽감는새>,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작품이 모두 테마가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남자 주인공인 어떤 대상에 의해 버려지거나 갈구하는 대상은 상실되고, 그의 무능함으로 그녀를 잃은 후 패러럴 월드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가 잃은 것들을 다시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하죠. 그러나 주인공과 독자는 이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확신에 찬 것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생각한 특성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하루키: 네.


Q50. 그렇다면, 이런 위에 언급한 특성들이 무라카미씨의 작품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시나요?


하루키: 음, 제가 그런 테마를 가지고 계속 작품을 쓴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존 어빙의 작품에서는 모든 작품의 등장인물이 모두 신체의 일부를 상실한 채 등장합니다. 그가 왜 계속 작품 속에서 그런 설정을 가지고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존 어빙 그 스스로도 모를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 작품 속 주인공은 항상 무언가를 상실한 상태에요. 그리고 그들은 그 상실된 것들을 찾아 나서죠. 그것은 성배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속 탐정 필립 말로 처럼요.


Q51. 뭔가를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그것을 찾아 나서는 탐험은 존재하지 않을테죠. 


하루키: 맞아요. 제 주인공이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비로소 그것을 찾아나설 수 있죠. 오디세우스 처럼요. 그리곤 찾아 떠나는 탐험의 과정에서 이상한 많은 일들을 겪게 되죠.


Q52. 집으로 돌아가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죠.


하루키: 주인공들은 그런 이상한 경험들 속에서 결국 살아남고, 그가 찾는 것을 결국 찾아 내고 맙니다. 그러나 찾은 그 무언가가 그가 진짜 찾았던 것과 같은 것인지는 그도 잘 모릅니다. 이것이 제 소설의 모티브라고 생각합니다. 그 잃어버린 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역시 모르겠지만, 저에게 맞는 테마인 것만은 확실해요. '상실되고-찾아나서고-찾아내는' 이 과정이 제 소설의 구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실망하는 것 까지요.


Q53. 통과의례로서의 실망이라고 보면 될까요?


하루키: 맞아요. 자신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주인공은 그의 경험의 과정을 통해 변화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에요. 즉, 그가 무엇을 찾아냈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변화했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하루키 04년 '파리 리뷰(Paris Review)' 인터뷰(2/2)편에서는 54번 질문 부터 95번 마지막 질문까지 이어집니다. 정말 기네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좀 쉬고 가죠. :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osime 2013.08.28 23:23 신고

    와 과연. 번역해주신 덕분에 좋은 인터뷰를 보게 되네요.
    염치없지만 다음번 번역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D

  2. 우물 2013.08.30 00:40 신고

    여러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모티브라던지 주인공들에 대해서 하루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재밌는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공감도 많이 되고요. 나오코와 미도리 모두 주인공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들이라고 하루키가 얘기했듯이, 둘다 정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하루키 소설속 등장인물 전부가 마성의 매력이 있는 듯 해요 ㅋㅋ

    • finding-haruki.com 2013.08.30 08:26 신고

      네 맞아요. 다른 인터뷰와는 다르게 파리 리뷰 인터뷰는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인터뷰어의 질문이 좋고, 하루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역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아하게 된 인터뷰에요. :D

  3. 빠새 2013.10.24 13:06 신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파리 리뷰는 뉴욕에 있는 미국 문예지.

  4. 김서연 2014.03.23 03:29 신고

    덕분에 하루키의 인터뷰를 접하네요,고맙습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