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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는 노하우 (2) - 일본 잡지 'Number'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 'Numer'에서 달리기 좋은 계절 봄을 맞이하여 달리기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 중 달리기와 글쓰기를 함께 해오고 있는 하루키에게 대한 일반 러너들의 질문과 하루키의 답변을 총 4회에 걸쳐 웹상에 공개했는데 그 두번째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래, 하루키상에게 물어봅시다!' 2편, Q 10~16

 

Q10.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함께 아침마다 달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 하는 마음에 매일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무언가 주의하거나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 있을까요? (30대 남성)


음 조언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이나 부모의 모습이나 행동을 곧잘 따라하게 됩니다. 저도 동네 근처를 달리고 있으면 아이들이 뒤에서 따라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웃음) 그래서 굳이 가르치기 보다 부모가 열심히 방글방글 웃으며 함께 달리는 것이 일단 좋지 않을까요? 아이는 반드시 흉내내니까요.

Q11. 달리지 않는 저에게는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러너하이(Runner High)어떨때 찾아오나요? 머리가 텅 비어있는 상태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40대 여성)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저역시 러너하이가 어떤 것인지 정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온 몸에 열 같은 뜨거운 것이 전해져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문이 열린다는 느낌이랄까요?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Q12. 구기 종목이나 단거리 달리기는 잘하지만 장거리 달리기에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마라톤도 전략과 전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거기에 어떤 독창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라카미상은 마라톤의 독창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대 남성)


독창성은 없지요. 단순한 반복이기 때문에. (웃음) 하지만 음악도 악기 운동이 반복 되잖아요. 반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반복 자체는 독창성은 없지만, 반복이야말로 독창적인 산물의 토양 아닐까요.

Q13. 저는 무릎이 약해 고민입니다. 그래서 반년 정도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수영을 하면서 회복 중에 있답니다. 평소 신발 선택이나 준비 운동을 명심하면서 스트레칭과 근력 유지 등의 노력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됩니다만, 무라카미상은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계속 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또는 비결 같은 것이 있으시면 가르쳐 주세요. (50대 여성)


스트레칭은 별로 하지 않아요. 사실 해야겠다란 생각도 잘 들지 않죠. 제 근육은 달리기 시작 할 순간에는 단단하지만 달리는 동안 점점 소화되어 연화되게 마련입니다. 사실 스트레칭을 하면 처음 부터 잘 달릴 수는 있겠지요. 장거리의 경우 중간 부터 움직여주기 위하여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스트레칭 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질문은 부상을 방지하는 것에 대한 비결이었는데 참고가 되지 않겠네요.

Q14. 저는 중학교때 부터 장거리 달리기를 했습니다. 달릴 때 오른팔을 가볍게 도는 버릇이있는데요. 무라카미상도 달릴 때 특별한 버릇이 있으신가요? (30대 남성)


글세요. 특별한 버릇은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자신은 잘 모르는 버릇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예전에 어떤 쌍둥이 형제가 각기 왼팔과 오른팔의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형제가 함께 나란히 달리면 좌우대칭이 되어버리죠. (웃음) 그래서 버릇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가진 직업 역시 그런 습관의 주행 방법을 통해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Q15. 체중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식사 조절도 하고, 이번달에는 200km 정도를 달렸지만 단 1kg도 줄어들지 않네요.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르도 메독 마라톤 (매년 9월 프랑스 메독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로 참가자는 와인과 굴, 스테이크, 치즈 등을 즐긴다.)에 참가한다 상관없지만, 대회 기간에 맞춰 체중 조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상 역시 대회 전 체중 조절을 하시나요? (40대 남성)


체중 감소는 없습니다. 다만 가급적 술은 삼가고 있습니다. 레이스 3~4일 전부터는 되도록 마시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와인을 마시면서 달리면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끔 담배를 피면서 달리는 사람도 있더군요. 같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하더라고요. 농담으로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요. 미국에서는 맥주 6팩을 들고 뛰는 사람도 보았지요. 무언가를 위해 연출된 것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그 사람에게는 물보다 맥주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덧붙여 저는 아는 사람이 레이스 도중 와줄 때 절반으로 자른 레몬을 전달 받곤 합니다. 

Q16. 레이스 도중 포기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으셨다면 어떤 기분이셨나요? 혹은 중도 포기에 대한 갈등이 있으신가요? (30대 남성)


아직 레이스 도중 포기한 일은 없었습니다. 어쨋든 달리기 위해 참가했으니 끝까지 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력 질주를 하죠. 다만 갈등은 있습니다. "여기서 그만두면 편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다리에 경련이 오고 추운 바람이 씽씽 불어 땀은 식어가고... 정말 그럴 때는 그만둬 버릴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 그만둬버리면 순간은 괜찮겠지만, 경련이 오고 땀이 마르고 비참해 질 것입니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끝장이니까요.

*인터뷰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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