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출간 기념 NPR지 인터뷰
오랜만에 하루키 소식을 업데이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루키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장편 이후, 24년 단편 <카호>를 와세다 무라카미 라이브러리 행사에서 깜작 발표했고, 올해 5월 신쵸사 문예지를 통해 part 2를 발표 했답니다. 이번 인터뷰는 24년 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영문판 출간 기념으로 미국 NPR지와 가진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의 타이틀은 "It was 'great relief' for Haruki Murakami to finish his latest novel" 입니다.

It was 'great relief' for Haruki Murakami to finish his latest novel
In the first interview about his new book The City and its Uncertain Walls, the celebrated author also talks with NPR about his age and finding beauty in isolation.
www.npr.org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역시 필립 가브리엘이 번역했네요. 첫 중편을 다시 써서 완성한 것에 대한 감상,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회고,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하루키의 불굴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 입니다. 그리고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단편 <카호>를 완성한 바 있는 하루키의 신작에 대한 힌트도 담겨져 있습니다.
Q1. 이번 작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1980년 작가 초기에 쓴 중편을 다시 썼고, 1985년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도 연결됩니다. 수 십년 전의 작품을 다시 볼 때 기분이 어땠나요?
1980년에 처음 쓴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단행본 출간으로 허락 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에요. 잡지에는 실렸지만, 책 형태로는 출간하지 않았죠. 당시에는 이 작품이 아직 미성숙하고 완성되지 못했다고 느꼈어요. 그 이야기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였고, 소설가로서의 시작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글쓰기 기술이 당시에는 부족했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작가적 경험과 작법의 전문 지식을 습득한 다음, 다시 쓰겠다고 결심했던 거죠. 그러는 동안 제가 하고 싶은 다른 이야기들도 나왔고, 그렇게 약 40년이란 시간이 그 소설을 다시 쓸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훌쩍 지나버렸어요. (정말 눈깜짝 할 사이에 말이죠.) 이제 저는 70가 되었고,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큰 안도감을 느낍니다. 마치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요. 만약 제가 40년을 더 살 수 있다면,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한 번 더 쓸지도 모르죠.
Q2. 이번 소설에서 외로움, 갈망,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무라카미씨 방식의) 초현실주의, 매직리얼리즘적 소설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사실주의 소설이 표현 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내 글쓰기 스타일을 초현실주의나 매직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저에게 맞는 스타일로 쓸 뿐이에요. 소설을 쓸 때, 이야기는 마치 지형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저는 그저 그 흐름을 최대한 충실하게 글로 옮기는 것 뿐이에요.
Q3.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 3월에 쓰기 시작해서, 당시에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에 몰두하셨을 것 같습니다. 소설 후기에 "(코로나와 같은) 그러한 상황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분명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껴집니다."라고 하셨어요. 이제 시간이 좀 흐른 지금, 팬데믹이 이 소설을 쓰는 데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 소설을 쓰는 데는 어느 정도의 평온함과 고요함, 그리고 사색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관점에 따라서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전 세계적 봉쇄 상황에 대한 은유로 해석 될 수도 있겠죠. 극도의 고립감과 따뜻한 공감이라는 상반되는 감정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어요.
Q4. 이 책에서 그림자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림자와 (실체와 그림자와 같은) 쌍(pair)이라는 개념의 어떤점이 당신을 매료시켰나요?
제 소설 속의 1인칭 주인공들은 정확히 말하면 실제 자기 자신은 아니지만, 어쩌면 제가 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저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그건 제가 오랜 기간 동안 소설을 써 오면서 경험할 수 있었던 진정한 기쁨 중 하나에요. 결국 우리는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기회를 좀 처럼 갖지 못하니까요. 인간은 어쩌면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개의 자아로 구성된 복합적인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진정한 자아와 그림자가 서로 뒤 바뀔 수도 있을지 모르죠. 제가 소설을 쓸 때 종종 떠올리는 생각이랍니다.
Q5. 이전에 쓰신 작품 중 다시 써 보고 싶은 작품이 또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쓰고 싶지는 않아요.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 중에는 '후회'되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어요.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필요한 실수도 있을 테고, 반드시 바로잡아햐 하는 실수도 있는 법이죠.
Q6. 글쓰기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음악에서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여전히 그렇다면, 무라카미씨에게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음악이 글쓰기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요?
음악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시기는 바로 젊은 시절, 특히 10대에서 20대 입니다. 그 시절의 음악은 진정으로 마음과 영혼에 스며들어요. 저 역시 그 나이대에 정말 훌륭한 음악을 많이 접했고, 그 음악들로 부터 많은 소중한 교훈을 얻었죠. 요즘에는..그저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길 뿐이랍니다.
Q7.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소설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받으셨죠. 무라카미씨가 보기에 어떤 우려나 비판이 제기 되었었나요?
어느 시점부터 저는 비평을 완전히 읽지 않게 되었어요. (정말이에요.) 미안하지만, 특정 비평의 맥락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저도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제 소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대해 비판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제 작품을 좋아해준다면 물론 기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Q8. 당신은 F. Scott Fitzgerald의 열렬한 팬이고, 그의 작품을 번역도 하셨습니다. 내년(2025년)은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이 되죠. 번역 작업을 하면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나 이해는 어떻게 변화하거나 깊어졌나요?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점은 이 소설에는 무엇하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런 특성을 지닌 소설은 극히 드물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 100년 동안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진정으로 훌륭하고 놀라운 작품이에요. <위대한 개츠비>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끝없는 기쁨의 원천이기도 했답니다.
Q9.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그건 비밀이에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