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작 장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街とその不確かな壁> 제목 발표
하루키의 6년 만의 신작 장편 소식이 지난 2월 1일 전해졌는데요. 제목이나 주제는 모두 비공개였고, 오직 <기사단장 죽이기> 상하권 중 상권 정도의 분량이라는 것과 4월 13일 출간이라는 점만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인 3월 1일 제목이 공개되었는데요. 신쵸사의 메일 알람이 오자마자 바로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했답니다.
일본어 제목은 <街とその不確かな壁> 번역해보면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으로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신다면, 하루키의 작품을 좀 읽어보신 분들일텐데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가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후 2번째 작품인 <1973년의 핀볼>을 발표한 직후, 문예지에 기고한 중편 소설의 제목이랍니다. 당시 하루키는 이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결국 단행본이나 다른 단편집에 수록하지는 않았었답니다.
그후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을 발표하며 쥐 3부작을 마무리한 그는, 1985년 4번째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획기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품을 발표하는데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이 바로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일반적으로는 여겨지고 있답니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에는 남자인 주인공 '나'가 18세에 만났던 여자 주인공 '너'를 찾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그림자가 아닌 진짜 모습을 지니고 도서관 사서일을 하고 있는 그 '거리'로 들어간다는 내용인데요. 주인공의 실제 모습과 그림자가 분리된 설정이라던지 도서관 사서의 직업이 나온다던지 역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세계의 끝'에 해당하는 부분의 모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거리에 가야한다. 어떻게 해서든. '오래된 꿈'이 깊은 서고에서 서서히 열리며, 봉인된 '이야기'가 깊고 조용히 움직인다. 영혼을 뒤흔드는 순도 100%의 무라카미 월드.
신쵸사가 이번에 전한 소식에 보탠 짤막한 스포인데요. 이 짧은 설명도 역시, 중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들죠. 하루키가 1985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로 중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고 본다면, 과연 이번에 발표한 새 장편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혹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 나가 다시 현실 세계로 넘어 온 다음에 벌어지는 이어지는 이야기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혹은 '세계의 끝' 부분만 다시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신쵸사가 2월 1일 공개한 신작 장편에 대한 소식 중 한 가지가, 하루키가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발표하거나 기고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이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제목과 신쵸사의 스포의 내용이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가리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와 관련된 혹은 그로부터 확장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지, 단순히 신쵸사의 고지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또다른 이야기도 역시 새로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요. 하루키가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이야기의 매듭을 짓는 다는 것도 또 다른 재미와 의미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https://www.shinchosha.co.jp/book/353437/